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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2

        

       『 기근이 휩쓴 곳의 모래를 보아라. 그것들은 새까맣고 작고 날개가 달려 사람의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괴롭히며 어지럽히기 좋아하는데, 그것들은 사람의 피부 위에 앉은 뒤 입으로 물어뜯어 고통을 준다. 모래 알갱이처럼 작고 썩은 시체의 조각처럼 새까만 그것들은 날갯짓하며 다가와 너를 고통 주기를 즐기니 그 자리는 빨갛게 부어오르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려움에 너는 피가 흐르고 진물이 날 때까지 그것을 긁게 되리라.

       다만 말하였듯 기근과 함께 그것이 나타났으니 그것을 어찌 긁고 내쫓을 힘이 있을 수 있겠느냐. 기근의 종은 저항할 힘도 없는 자들의 피부를 뜯고 그들에게 고통을 주며, 결국에는 그들을 고통과 가려움 속에서 진저리 치다가 죽게 만든다. 신실했던 이들은 그 고통 속에서 산채로 벌레에게 뜯어먹히는 고통을 준 신을 원망하며 돌이킬 수 없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되기도 하고, 기근의 종을 물리치기 위하여 우상과 악마에게 간청하다가 결국에는 그들의 현혹에 빠져 지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심판의 그날이 올 때까지 타오르는 형벌을 받게 되고는 한다.

       어찌 이것이 비극이 아닐 수가 있으랴? 』

         

       『 새까만 밤에도 그것은 어둠에 몸을 숨기고 움직인다. 사악한 질병을 옮기고 살점을 뜯어먹는 그것들은 풍족한 이도 빈하게 만들며 멀쩡한 이도 곤란하게 만든다. 이것을 어찌 기근의 종, 빈곤을 옮기는 사악한 것들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가려움에 긁은 곳에서는 진물이 나오고, 몸 안에서는 벌레가 헤엄치게 만들고, 고열이 펑펑 샘솟아 멀쩡한 장정도 바보로 만들고, 기도를 올릴 수도 없게 제 한 몸 가누지 못하게 만드는 질병이 있는 이것이 어찌 사람을 기근 속에서 죽게 하지 않으리라 너는 장담할 수 있겠느냐? 』

         

       새까만 것들의 꿈틀거림.

       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모기라고 하기에는 침이 없는 벌레들의 창궐.

       옛적 사람들이 자연 탄생설을 주장하였던 것처럼 재를 알로 삼아 새까만 벌레들이 탄생하였고, 구토한 토사물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 벌레들에게 붙어 공생을 꾀하였다.

         

       아니, 공생이 아니다.

         

       그것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관계.

       한쪽이 한쪽을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관계.

         

       기생이다.

         

       도노반리슈만편모충(Leishmania donovani). 보통 리슈만편모충(Leishmania)이라고 부르는 원생생물이 모래파리에 달라붙었다.

       그것들은 모래처럼 보이는 모래파리에 달라붙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로 그 안으로 파고들었고, 편모를 움직여 헤엄을 치면서 숙주로 옮겨갈 날을 기대하고 또 기대했다.

         

       이러한 곤충에서 벗어나 척추를 가진 것들에 달라붙을 수 있기를.

       개과 동물에게.

       그리고 사람에게.

         

       위이잉.

       위이이잉.

         

       그것들은 날갯짓한다.

       새까맣게 몰려드나니, 사람의 피부를 물어뜯고 그것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려는 일차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리고 그것들이 품고 있는 도노반리슈만편모충이 들어갈 입구를 만들고 그 안에 그것들을 집어넣어 숙주로 삼게 하려고 말이다.

         

       그리고 그 강렬한 열망은 주술적인 힘, 그리고 주술로 탄생시키면서 부여된 에너지로 말미암아 그들의 비행 능력을 한껏 향상한다. 비행 능력이 떨어지기에 기껏해야 150m 정도 활동해야 정상인 모래파리들은 마치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 멀리까지 날아갔으며, 목표물을 포착해낸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의 틈새에 자리를 잡은 뒤 피부의 털에 닿지 않게 조심조심 피부에 앉고는.

         

       따끔.

         

       그들의 입으로 피부를 물어뜯는다.

         

       “앗 따가워!”

         

       물린 이들은 짜증 섞인 외침과 함께 손바닥을 내리친다.

       감히 제 살을 뜯어 먹고 피를 빨려고 했던 벌레를 죽이기 위하여.

       혹은 벌레 물린 곳을 때려서 조금이라도 그 아픔과 가려움을 희석하기 위해서 말이다.

         

       짜악!

         

       손바닥이 내려치고, 어떤 벌레는 죽는다.

       손바닥이 내려치고, 어떤 벌레는 살아남는다.

         

       남아있는 것은 벌레 물린 자국.

       동그랗게 부풀어 오르는 부위.

       가려움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병사들의 얼굴.

         

       “재수가 없군. 낮부터 웬 모기 새끼가….”

         

       “모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날벌레?”

         

       “하. 이게 다 시크교도 놈들 때문이야. 어디서 이상한 벌레 가지고 와서 우리한테 뿌린 게 분명하다고. 그놈들 여기 국경에서 무슨 이상한 기도니, 종교적인 의식이니 하면서 신경 쓰이게 할 때부터 알아봤어.”

         

       “그래도 우리한테 식사 대접하지 않습니까. 밥 맛있던데.”

         

       “…그렇긴 하지.”

         

       국경의 한쪽, 인도에 속해있는 곳에서 병사들이 인상을 찌푸린다.

       그들은 평소에는 본 적 없는 벌레가 자신을 물어뜯자 짜증 섞인 말로 툴툴 불평하기도 하고, 요즈음 들어 국경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시크교도 사람들을 생각하고는 이게 다 그들 때문이라며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돌리다가도 그들에게 얻어먹은 식사를 생각하고는 더 이어질 것 같은 불평을 그대로 끊어버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끝낸다.

         

       인도 군인들에게 있어서 시크교도 사람들은 그다지 환영받을만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이 힌두교도라는 것도 그들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들을 꺼리는 것은 이곳이 국경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국경이라는 특이점 때문에 접근하는 모든 사람마다 유심히 보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데, 인도 정부에서 은근히 위험 분자로 여기고 있는 시크교 사람이다. 당연히 상부에서는 평소보다 신경을 더 쓰라고 쪼아댈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애초에 한적한 곳에서 근무하다가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이 몰려든다면 당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당장 보고서를 쓸 때도 평소에는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적으면 그만인 것을 ‘시크교도 남성 5명이 방문하였음. 음식을 대접하고 떠났으며, 식사를 대접받은 인원의 숫자는….’ 등으로 길게 써야 하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서 누가 음식을 먹었는지, 혹시 같이 기도하지 않았는지, 무언가 받은 물건이 있는지, 방문한 시크교도들의 나이와 외형은 어떤지 등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신경 써야 할 일들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니.

         

       아마 맛있는 밥을 차려주지만 않았더라면 진즉에 문제가 터졌으리라.

       아니, 애초에 ‘인도를 지키기 위해 밤낮 할 것 없이 힘써주는 군인들을 위해서 밥을 차려주는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이 없다면 국경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유의 불순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귀찮고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으니까 말이다.

         

       “아 보통 독한 놈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이런 건 어디서 데려온 거야?”

         

       “근데 이거 시크교도 사람들 따라온 거 맞습니까? 시크교 사람들 자주 씻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야 내가 여기서 복무하면서 이런 벌레 한 번도 못 봤어. 그런데 시크교도 사람들 나타난 후에 보인다? 그러면 누가 봐도 그 사람들이 데리고 온 거 아니냐? 그리고 자주 씻는다고 벌레 안 달라붙냐? 오히려 자주 씻어서 벌레들이 깨끗한 먹이라고 달라붙는 걸지도 모르지.”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사람이 적당히 더럽고 적당히 씻어야 건강한 법인데, 걔네들은 매일 씻으니까요.”

         

       그렇게 조용히 벌레들이 인도 최전방 부대에 스며든다.

       시크교도 사람들이 데리고 온 것이라는 자그마한 오해와 함께.

         

       그리고….

         

       “뭐야 이 벌레는?”

         

       “아. 진짜 더러운 인도 새끼들. 진짜 저 새끼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 같은 새끼들이라니까?”

         

       벌레는 날아간다.

       중국 최전방 부대에도.

         

       “시체랑 똥오줌 가득한 강에서 목욕하는 새끼들답게 이딴 개 같은 벌레도 뿌리고 다니네. 어우 더러워서 진짜.”

         

       “모기는 아니고 피 빨아먹는 파리 같은데. 야, 여기 뭐 가축 키우다가 온 놈 없냐?”

         

       “제 집에서 소를 길렀습니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소? 그러면 저 인도 놈들이랑 관련이 있지 않냐?”

         

       “그렇습니다! 저놈들 소만 보면 애지중지 난리 치지 않습니까? 거기서 온 것 같습니다!”

         

       “아 진짜 짜증 나네. 앗 따가워! 대체 몇 번이나 물리는 거야! 이런 제기랄! 야! 소고기나 먹으러 가자. 비싼 건 못 먹어도 훠궈 정도는 먹을 수 있겠지!”

         

       중국 군인들은 이게 다 인도 놈들 때문이라고, 저놈들이 더러워서 이런 벌레들이 자기 쪽에도 온 것이라면서 한껏 욕을 내뱉는다. 그러고는 이 짜증을 풀기 위해서는 소고기를 먹어야 한다면서, 인도 사람들을 모독하기 위한 악의를 담아서 소고기를 먹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도 군인들 때문에 벌레가 생겼다는 자그마한 오해와 함께 벌레들이 중국 국경에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물어뜯은 것이 모래파리인 것도, 그 모래파리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우, 우웨에엑!”

         

       “으, 으으윽.”

         

       양국의 군인들에게 이상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하였다.

       모래파리에 물린지 며칠이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잠복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다는 듯이 빠르게 발현된 이상 증상은 처음에는 두통과 발열로 나타났다. 약간의 두통, 약간의 무기력함과 권태감, 거기에 후끈거리는 수준의 발열까지.

       몸살감기 정도로 보이는 모습이다.

         

       그에 따라 각 부대에서는 알맞은 처방을 내렸다.

         

       “감기? 갈근탕(葛根湯) 성분이 담긴 환(丸)을 먹으면 되겠군.”

         

       “감기는 탄산음료에 향신료를 타서 먹으면 쉽게 낫지.”

         

       조금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상비약으로 만들어두었던 감기약을.

         

       “감기…약이. 없군. 약국 가서 알아서 사 오면 되겠네.”

         

       여유가 없지만 군인들을 신경을 쓰는 곳에서는 그냥 알아서 사 먹으라면서 외출을 내보내거나 외출 나갔던 군인이 사 오는 것으로.

         

       그렇게 대부분의 부대에서는 평범한 처방을 내렸다.

       어느 나라, 어느 부대에서나 볼법한 형태로 말이다.

         

       그렇게 문제없이 일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감기야 뭐 흔히 찾아오는 질병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에게 찾아온 것은 감기가 아니었다.

       좀 더 위중하고 위험한 무언가였다.

         

       리슈만편모충(Leishmania).

       그중에서도 내장리슈만편모충으로 분류되는 기생충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조직에 들어간 내장리슈만편모충는 계속해서 분열하고 증식하였다.

         

       그리고….

         

       “피, 피부! 피부가 새까맣게 됐잖아!”

         

       숙주의 피부를 새까맣게 물들이는 것으로 진면목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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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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