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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3

    <783 – 용사답게(29)>

     

    세계의 정점에 진심으로 도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

    정의를 추종하는, 국가와 조직을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들을 짓밟고 그들의 도전을 무너뜨려 왔던 월드레이드 히든보스가 도전자의 위치로 내쳐졌다.

     

    개개인이 대륙십대도적, 어중칠검 최상위권의 강자인 화신체 12체를 일정 시간마다 재소환하는 자.

    동시에 세계의 모든 비밀을 섭렵하고 극을 넘어선 마도지식과 전투경험을 보유한, 암흑마나의 종주에 도달한 마왕의 제위에 올라선 자.

    미래의 성장을 임대해온 오크노디의 미래의 가능성, 마왕노디가 그의 <대적자>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인정했다.

    먼 미래, 혹은 가까운 미래.

    자신의 딸이 도달한 경지는 단독으로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겁다고.

     

    “그럼 이렇게 합시다.”

     

    그래서 결심을 내렸다.

    저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화신체들을 딸의 곁에서부터 떼어내기로.

    이사장은 품에서 하나의 신호기를 꺼내 부쉈다.

    연동되는 마도구에 신호기가 파괴되었음을 알리는, 지극히 원시적인 기능만을 지닌 신호기.

    그렇기에 단 하나의 기능만큼은 모든 제약을 벗어나 절대적으로 행사하는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전설급 마도구가 제 가치를 다했다.

     

    “지금, 선황과의 결전을 위해 준비한 최후의 병기를 가동했습니다. 그 효능은 제국 수도에 <마계>의 좌표를 중첩시키는 것.”

    “…!”

    “돕지 않거든, 매스각키 여제와 제도의 핵심전력이 하루아침에 마계군단에 몰살당하겠군요. 같은 ‘마왕’, 혹은 마왕의 힘을 하사받은 ‘하수인’이 직접 가지 않거든 굉장한 곤란을 겪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장 제도로 향해라.

    소중한 친구를 지키고 싶다면.

    목숨을 걸고 희생한 선황이 일궜던 제국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화신체를 보내거나.

    마왕노디 본인이 직접 향하거나.

    한쪽의 전력이 사라진 시점에서 다른 한쪽을 처치하기는 손쉬워진다.

     

    화신체를 보내면 마왕노디를 직접 쓰러뜨릴 수 있다.

    마왕노디가 떠나면 부활하지 않는 화신체를 가볍게 격파하고 이 전장을 장악할 수 있다.

    본보기로 이만, 아니 삼만 명만 지워버리면 재단에 거역할 세력은 더는 찾아보기도 어렵겠지.

     

    “파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마왕노디의 행동은 이사장의 두 가지 예측을 동시에 빗겨갔다.

     

    “내 베프는 아무한테나 쉽게 당하지 않아.”

    “근거 없는 믿음이라면 슬픈 일이군요. 친구와 제국의 비보를 접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제 안의 선황이 초토화된 제국을 보거든 슬퍼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럴 일은 절대로 없어. 다른 ‘차원계’라면 그게 무엇이든 진지하게 위험했겠지. 제국에 ‘마계’를 불러낸 것부터 파파는 실패했어.”

    “호오. 꽤나 자신에 찼군요. 무엇이 그리도 강한 확신을 허락했습니까?”

    “조종하고 싶었지? 지금껏 수많은 사람을, 국가를 조종했던 것처럼. 하지만 제국에 속한 재단의 끄나풀은 일찌감치 모두 정리됐어. 파파는 어림짐작만 했을 뿐, 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몰라.”

     

    사실이었다.

    2대 혁명군 지젤이 제도의 군중과 제국 궁중 메이드장 카타리나를 손에 넣은 이후, 제도에서 재단의 영향력은 빠르게 쇠퇴했다.

    암살메이드의 대량전파를 위해 설치한 메이드알선소는 유흥시설보다 먼저 1순위 영업정지시설로 지정되며 제국의 모든 귀족은 메이드의 사적인 고용관계조차 불법행위로 간주되었다.

    재단이 제국에 뻗은 눈은 흐려졌다.

    암운 속에서 일어난 변화가 대단하다고 한들,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솔직히 그렇게 여겼다.

    그리고 이제는 불안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딸인 오크노디의 확신에 아무런 근거가 없을 리 없었으니까.

     

     

    * * *

     

     

    신성중앙제국 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차원중첩과 급속도로 상승하는 암흑마나농도에 제도는 아수라장이 되지 않았다.

     

    “엄마, 마나가 막 늘어나!”

    “얘도 참, 여제님이 전파하신 연공법으로 익혀야지 그 더러운 마나를 그냥 마시면 어떡하니!”

    “앗차, 깜빡했당!”

    “얼른 마나집적진과 저순도 오염마나 배출장치가 설치된 마나연공소로 들어가렴!”

     

    폭풍이 오면 실내로 피신하듯이 암흑마나 농도가 높아지자 급박한 걸음이기는 해도, 세상의 끝을 마주한 절망과는 거리가 먼 얼굴로 연공소로 모이는 시민들.

    제도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연공소에 수많은 시민이 모였으나, 인원이 부족해서 거리를 떠돌고 헤매는 이는 극히 적었다.

     

    “A-131연공소는 만석입니다. 가까운 마차에 탑승하시면 아직 정원이 남은 연공소로 안내해 드립니다!”

     

    국책사업으로 장려된 연공소 건설 및 전국민 마나수련운동은 매스각키가 여제의 자리에 등극한 이래로 적극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제도의 마차에 마나전산망과 연공소 배정서비스를 등록, 같은 유통망에 각종 업체의 서비스를 추가로 등록하며 등록비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했다.

    국가가 보증하는 시스템과 편이에 이권을 탐내는 귀족들도 많았으니, 신흥귀족을 길들일 먹잇감으로 국책사업의 일부를 내어주며 제도 일부에서부터 시작된 사업은 어느덧 제도 전역으로 확장됐다.

     

    “여제의 선견지명이 제국을 살렸군요.”

    “풉풉. 암흑마나라면 좋아 죽는 재단이 있는데 이 정도 대비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나~? 이 정도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내무대신 멍청이♡ 허접♡ 감봉하고 싶어♡”

    “감봉은 부디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여제의 계획을 실무로 옮기기 위해 고생한 노고가 있잖습니까.”

    “킥킥. 당연히 농담이지. 제도의 상황이 수습되면 내무대신 성과금은 기대해도 좋아♡”

     

    암흑마나.

    잔혹한 마나성질로 인해 큰 힘을 선사하는 대신, 사용자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드는 금단의 마나.

    금기시되고 섣불리 대해서는 안 될 마나를 정부차원에서 정화하고 순도를 올려 인체에 덜 해롭도록 가공하여 민간 차원에서의 습득을 독려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었다.

    그러다 시민들이 줄줄이 피 토하고 죽으면 어쩌냐.

    갑자기 광증이 도져서 곳곳에서 살육을 벌이면 그 사태는 어떻게 책임질 거냐.

    하지만 매스각키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암흑마나 나도 이만큼 쌓았지만 멀쩡한데~?”

     

    여제 본인부터 암흑마나를 무시무시하게 쌓은 암흑마나 보유자라는 것.

    예로부터 윗사람이 모범을 보이고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거든, 조직의 아래 사람들도 이를 믿고 따르는 미담은 수두룩했다.

    심지어 암흑마나의 대단함과 안전성 시연을 위한 마법시연에서 큰 성과를 내도록 자문을 맡아준 전문가도 존재했다.

     

    “정말로 기존 궁중마법사를 대신하여 이 미천한 노인이 폐하께 도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적색마탑의 적염학파는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의 전문가잖아~? 환상의 불꽃쇼의 암흑 버전을 기획해줘♡ 로지니는 내 친구기도 한데 제자의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셈이야~?”

     

    기존 오색마탑과 궁중마법사가 이끄는 마도질서는 제국이 맞이한 여러 사건으로 무너졌으나, 그 빈 자리에 강력한 마도전문가 대신 환상의 불꽃쇼 원툴인 적염학파의 마스터 적노를 초빙한다.

    이견도 많고 불만도 많은 인선이었으나, 검증된 불꽃쇼의 암흑마나 버전 시연은 큰 성공을 거두며 제국에서 암흑마나의 인식을 크게 뒤바꾸었다.

     

    “엄마, 나도 왼팔에 흑염룡을 키울래요!”

    “얘도 참, 암흑일기공을 5성은 익혀야 마정이 신체에 깃들잖니. 스티커 붙여줄 테니까 수련이나 열심히 하고 그만 좀 조르렴.”

    “와, 흑염룡스티커!”

     

    간지, 멋, 강함의 상징.

    대중친화적으로 변한 암흑마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학부모의 소비를 재촉했으며, 사회문화적 혁신으로 거듭났다.

    그 모든 여파가 매스각키의 앞에 선 계기판의 수치로 되돌아왔다.

     

    “제도 시민의 98.5%가 연공소로 피신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공소의 비축마석은 여유롭습니다.”

    “걸러지고 남은 저순도 암흑마나들은 거대병기의 충전에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비축된 자원으로는 385시간 이상 거대병기의 운용이 가능합니다.”

    “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순도 마나는 예정대로 각 귀족가문의 신형마갑 동력원으로 공급했습니다. 마갑 기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암흑마나의 운용이 익숙해지고 마나량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민들의 집단피폭 우려도 없고, 제도의 새로운 전력들도 크게 강해졌다.

    무엇보다도 암흑마나에는 한 가지 기특한 효능이 존재한다.

    더 많은 암흑마나를 지닌 존재가 더 적은 암흑마나를 지닌 존재에게 ‘간섭’, ‘충돌’, ‘지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인간들이여, 너희의 내분이 마계 강림을 자처했구나. 마족이라는 대적을 앞두고도 하나로 단결하지 못한 너희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쓰러져라.”

     

    위풍당당하게 마계군단을 이끌고 제도침공에 나섰던 마왕군 사천왕 다위니안데몬Darwinian Demon은 몹시 당황했다.

    다른 마왕군 사천왕이 그렇듯이 다위니안데몬 또한 자연재해급 소요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

    다위니안데몬은 토끼나 쥐 따위의 암흑마나에 오염된 먹이사슬 하층의 피식자를 대거 동원, 아무리 죽여도 그 물량이 마르지 않는 군세로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지역절멸형 사천왕이었다.

     

    “크르릉!”

     

    검게 물든 눈, 우락부락한 몸집, 날카롭게 돋아난 톱니이빨을 지닌 암흑토끼가 마나연습소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소년을 발견했다.

     

    “와, 토끼다!”

     

    시민A 수준의 평범한 소년은 토끼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토끼는 사납게 달려들어서 소년의 머리에 머리를 마구 부비며 내 머리를 1시간 쓰다듬지 않으면 화를 내겠다며 그릉그릉 소리를 내었다.

     

    “???”

     

    그런 광경이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거듭 목격하고 나서야 다위니안데몬은 깨달았다.

    야생의 적자생존의 환경에서는 암흑마나가 많을수록 한 지역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기에 포식자들은 피식자들이 조금이라도 암흑마나를 모아 맞서려는 기미가 보이거든 당장 쫓아가 물어죽인다.

    그래서 마계의 생물임에도 암흑마나 보유량은 그리 높지 않은 개체가 대다수였다.

    반면, 제국은 국가 차원에서 암흑마나를 축적하고 안전하게 연공을 하며 양을 불리는 방법을 교육하고 장려하며 심지어는 혜택까지 주었다.

     

    암흑마나가 더 많은 소년의 명령에 암흑토끼가 복종하는 광경은 옆집 토마스도, 앞집 피터도 벌이는 흔한 테이밍의 광경이 되었으니…

     

    “…돌아갈까?”

     

    이사장의 비장의 무기, 대규모 이벤트 마계중첩현상은 제도 시민들의 성장과 펫 유행에 지대한 공헌을 미칠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딸의 친구의 나라에도 아낌없이 선물을 나눠주는 재단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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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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