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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3

        

         

       시름시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피부가 검게 변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반응이 달라졌다.

         

       “피부가 검게 변해? 간? 간 문제인가?”

         

       “이렇게 여러 사람이 간 문제가 동시에 터진다고…? 이건 병 같은데?”

         

       “흑사병! 흑사병 아니야?!”

         

       피부의 색이 변한다는 것은 큰일이 터졌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심지어 그것이 검은색이다.

       빨갛게 익거나, 파란색으로 질리거나, 하얗게 핏기가 사라져버리거나 하는 것도 호들갑을 떨기에 충분한 일인데…. 무려 검게 변하고 있었다.

         

       시체도 아니고 사람 피부가 검게 변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당연히 최전방에 있는 부대들은 호들갑을 떨며 그들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약 처방이니, 의무병이니 하는 것에 의존할 단계를 확실하게 넘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상식 밖의 일을 벌이는 곳 역시 존재했다.

         

       “다 나약해서 그런 거지. 빨간약으로 가글 한 번 하고 땀 좀 빼.”

         

       “이럴 때는 소 오줌 음료가 최고지. 마침 기부 들어온 소 오줌 캔 음료가 있으니까 그걸 마시면 되겠군.”

         

       “가만있어봐. 이럴 땐 단약이 최고지. 수은을 조금 넣은 단약을 먹으면 금방 나을 거야.”

         

       “사람 피부가 검게 변할 수도 있지. 햇빛을 많이 받으면 검게 타들어 가는데, 고작 뭐 검게 변하는 것 가지고 난리를 치기는.”

         

       상식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대처 방법.

       민간요법을 넘어서 민간신앙의 영역에 다다른 미친 방법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그냥 입 밖으로 꺼낸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행하기까지 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군대에서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야말로 상식이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미친 짓이 자행되었다.

         

       골골 앓고 있는 사람들을 굳이 꺼내서 뛰게 시키는가 하면, 땀을 흘려야 한다면서 피부가 데일 것 같은 뜨거운 물에 목욕시키기도 한다. 약효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소 오줌 음료를 배가 부르도록 먹이는가 하면, 수많은 중국 황제를 골로 보냈던 수은이 들어간 단약을 먹이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그러한 방법은 병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들은 허무맹랑한 민간요법 때문에 오히려 상태가 더 악화하여갔다. 몸은 점점 새까맣게 변하고 크게 부어올랐고,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마치 기근이 휩쓸고 간 지역의 사람이 그렇듯이 말이다. 거기에 음식을 먹어도 복통에 괴로워하였고, 쉴 새 없이 나오는 설사 때문에 악취를 달고 살았다.

         

       기근.

       기근의 종이 자리를 잡고 그들을 괴롭힌 결과물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렇게 상식 밖의 민간요법을 받은 이들은 비참하게 죽어 나갔다.

       패혈증으로.

         

       그리고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은…그나마 상태가 나았다.

         

       최전방 근처의 병원답게 외상을 전문으로 하고 있기에 병의 근원을 치료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명줄을 붙여놓는 정도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병원으로 이송된 군인들이 몇몇 부대에서 죽어 나간 사람들처럼 패혈증으로 죽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를 하였고, 그러는 한편 ‘원인 불명의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확인해줄 병리학자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그래.

       시간을 끌었다.

       제대로 치료하거나 조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다.

         

       병원에서 하는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는, 얼핏 보면 무책임하게까지 느껴지는 행동.

         

       하지만 병원 측에서도 할 말은 있었다.

         

       『 적국이 행한 생화학테러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

         

       중국과 인도의 사이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특히 중국의 국력이 강해질수록, 그 힘을 외부로 뻗으려 할수록 그 관계는 악화하였다.

       전쟁을 벌인지 몇십 년도 되지 않은 나라인데 거기서 더 악화하였으니 그 관계가 얼마나 나쁠지 상상이 가는가?

         

       이미 인도와 중국은 그냥 마찰이 일어나는 수준을 넘어서, 잠재적 적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느 한쪽의 힘이 확연히 약해진다면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거나, 아예 이스라엘처럼 ‘예방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쳐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의 상황은 인도와 중국 두 나라의 힘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었기에 만들어지는 형세였다.

         

       이긴다는 확신이 없고,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큰 피해가 예상되기에 이루어지는 평화.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까지 인도와 중국은 사리고 있었다.

       국경에서 일어나는 분쟁에서 총화기 사용을 금지하고, 쇠 파이프나 맨손으로 싸우게 시키는 촌극을 벌이게 하면서까지 말이다.

         

       하지만…질병이라면 어떨까?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도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는 질병을 사용한다면?

         

       『 중국에는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다. 그것을 실험하기 위해 최전방에 살포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

         

       『 인도의 환경은 불결하다. 그렇기에 새로운 질병이 창궐하기에 충분하며, 그 질병을 사용하여 중화에 타격을 주기 위한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

         

       중국과 인도 양국은 그 가능성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최전방에 생긴 환자를 이송하는 대신 격리하는 것을 택했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대신 관찰을 택했다. 최대한 숨을 붙인 채로 말이다.

         

       잔혹한 일이다.

         

       환자들이 이질성 설사를 하는 것이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이나, 체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이나, 몸이 붓는 것, 영양실조 증상, 내장에 문제가 있다고 알리는 듯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발작성 복통 등.

       증상을 보고 떠올릴만한 병은 얼마든지 있었고, 그것을 치료할 방법은 외상 전문 병원이라고 할지라도 시도해볼 것들이 충분했음에도…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치료받지 못한 채 실험용 쥐처럼 그렇게 격리되었다.

         

       그렇게 하면 제대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중국과 인도 양국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환자들을 소모품처럼 다뤘다.

         

       ‘차고 넘치는 것에 어찌 소중함을 느끼기가 쉽겠는가. 황금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그것이 귀하기 때문이며, 길가에 널려있는 돌덩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되는 것은 그게 흔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소중함이란 귀하고 드문 것을 뜻하는 것이요, 천대는 매우 흔한 것에 행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욕망의 이치가 아니겠느냐?’

         

       그리고 그 소모품 속에서 기생충은 자라난다.

       박진성의 손길이 닿은 내장리슈만편모충은 사람의 몸을 잠식할 기세로 번져나가고, 마침내 그 안에 하나의 단말을 형성해낸다.

       기생충을 끌어모아 만든 단말.

         

       세포가 모여 신체 일부를 이루듯, 기생충이 세포의 역할을 대체하여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단말. 마치 외계인의 알처럼 보이는 기괴한 혹을 내장 일부에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흔히 기형종(teratoma)이라 불리는 종양과 흡사한 형태였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DNA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기형종과는 달리, 외부의 무언가가 개입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변이를 촉진하고 뒤틀어버리는 어떠한 에너지….

         

       그래.

       예를 들자면 저주 같은 것 말이다.

         

       ‘옥좌의 고귀함은 그것이 하늘 아래 하나만이 있기에 주어지며, 보석의 고귀함은 그것이 돌과 다르게 흔하지 않기에 이루어진다. 곳간을 가득 메운 쌀을 보고 어찌 쌀 한 톨을 쥐가 갉아먹은 것에 분노하겠느냐? 창고를 가득 메운 금은보화를 보고 어찌 거지가 손에 쥐고 있는 볼품없는 동전 한 닢에 연연하겠느냐? 귀하고 천함은 그러한 이치로 주어지는 것이니, 사람 역시 이와 다르지 않도다.’

         

       ‘옛적 눈을 꿰뚫고 부렸으니 백성(民)이니. 눈이 꿰뚫린 채 귀한 이에게 부림 받는 천한 이가 어찌 가축이 아니겠느냐? 그러한 이치로 가축과 같은 이가 가축처럼 소비됨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검과 창을 든 이가 검과 창이 부러지는 것처럼 허무하게 부러지는 것 역시 다르지 않은 이치다. 그것은 하늘을 거스르지 않음이여 당연한 업인지라.’

         

       ‘이르기를 검을 든 이는 검에 꿰뚫려 죽을 줄 알아야 하며, 창을 든 이는 창에 꿰뚫려 죽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함이라. 생명의 이치가 그와 같으니, 이것에 어찌 이상함이 있으랴? 그러하니 어찌 죽음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며 거기에 어떠한 대단한 이치가 있을 것이냐?’

         

       저주.

       그것도 일반적인 저주가 아니다.

         

       주술사가 직접 배양한, 물 건너온 저주다.

         

       간이 신사에서 탄생한 저주를 품은 지네.

       주술 의식을 행한 소금.

         

       쉬이 볼 수 없는 매개체를 통해 만들어낸 저주.

         

       소금이란 매개로 무사들을 부려 인과를 형성하고, 소금의 청결함과 지네가 품은 저주와 사특함으로 대비를 만들고, 무사가 벌인 살업과 그들이 자연스럽게 지니게 만든 주물을 통해 주술을 행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주술이 어찌 가벼운 것이겠는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저주의 알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끅.”

         

       “그극!”

         

       “아아아아-!”

         

       발작과 함께 마침내 주술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아아아악! 우웨에엑!”

         

       “그웨에에엑!”

         

       병원에 있는 환자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토혈(吐血).

       내장이 곤죽이 되기라도 한 듯 내장 조각이 곳곳에 섞여 있었고, 피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말해주듯 검게 변해있기까지 하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음에도 마치 썩은 것을 주워 먹기라도 한 듯 강렬한 악취가 풍기고 있기까지 하다.

         

       “피, 피?!”

         

       “콜! 콜을…!”

         

       간호사와 의사는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장 전체로 번져나간 내장리슈만편모충을 매개로 삼은 주술은 이미 완성되었으니까 말이다.

         

       ‘하나의 진리가 있나니 그것은 냄새가 질병을 옮긴다는 것이로다.’

         

       ‘향긋한 냄새가 사람에게 힘을 주는 것처럼 역겨운 냄새는 질병을 옮기는 것이다. 보아라, 꽃에는 벌과 나비가 모여들지만 저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썩은 고기에는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고 있지 않으냐? 삿되고 더러운 것들의 왕에게 바치기 위한 미사가 저기에서 행해지고 있으니 저것이 어찌 교회의 정 반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파리와 구더기, 온갖 더럽고 끔찍한 벌레들이 저곳에 있노라. 저곳에서 병을 퍼뜨리기를 갈망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노라.’

         

       ‘악취에서 행해지는 기도. 악취가 더 번져나가기를 바라는 악의. 악취는 질병을 옮기고 전염시키나니 그것을 차단하는 것이 바로 세상을 정화하는 방법이로다. 그러하니 신자들은 깨끗함을 유지하고 더러운 것을 멀리하도록 하여라.’

         

       악취라는 것은 주술적 의미를 지닌다.

       흔하게는 ‘삿된 것’, ‘가까이해선 안 되는 것’, ‘경고’ 등의 의미를 지니며, 종교에 따라서는 질병의 매개나 질병의 원인 그 자체를 말하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박진성이 이 주술을 행하기 위해 사용한 매개를 만든 곳인 일본의 토속 종교인 신토(神道)에서는 부정이나 금기와도 맞닿아 있는 개념이기도 했다.

         

       더러움이란 곧 부정이며, 부정이 쌓이면 재해와 이변이 일어나기 마련.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주술이 완성되고 재난이 발생하였다.

         

       “끄으으윽!”

         

       바닥에 흥건한 토혈.

       코를 찌르는 악취.

         

       괴로움에 사람들이 몸부림을 친다.

       목을 박박 긁고, 볼록 튀어나온 배를 쥐어뜯으며 내장의 고통을 호소한다. 미친 듯이 요동치는 장에서는 쉴 새 없이 설사가 나오고, 눈과 코에서는 핏물이 흘러나온다. 점막에 문제가 생겨서 나오는 피와 역류한 토혈이 뒤섞여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괴로움에 콜록거리는 와중 핏물이 폐로 넘어가 찰랑거리며 크나큰 고통을 안긴다.

         

       “….”

         

       “….”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온 침묵.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라진다.

       마치 감정이 지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들어 올리고, 경악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과 눈을 마주친다.

         

       마치 마네킹이라도 보는 것 같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눈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의 증거인 피눈물과는 상반되는 그 모습.

       불쾌한 골짜기를 한껏 자극하는 듯한 그 기기괴괴한 모습에 사람들은 침묵한다.

         

       “아….”

         

       그리고 그 침묵을 깨듯이 환자들은 입을 열고, 그대로 녹아내렸다.

         

       새까만 재가 되는 것처럼, 마치 몸이 가루로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녹아내린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놓인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악취를 풍기는 검은 핏물이 되어서 그렇게 그들은 무너져내린다….

         

       “….”

         

       “….”

         

       그것은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마치 악몽에서나 볼법한….

         

       그렇게 의사와 간호사는 경악과 공포에 몸이 얼어붙었다.

       자신이 방금 본 것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코를 찌르는 악취를 맡고 있음에도 현실임을 부정하고 싶어서. 그렇게 그들은 망부석처럼 우두커니 서서, 아까까지는 사람이었던 것을 바라본다.

         

       악취를 풍기는 검은 가루와 핏물을….

         

       바닥에 흥건한….

         

       흥건한…?

         

       “어?”

         

       바닥에 고여있어야 할 ‘사람이었던 것’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마치 끓기라도 하는 듯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고, 검은 가루와 핏물이 뒤섞이며 반죽처럼 되어간다….

         

       코를 찌르는 악취는 더더욱 심해지고, 반죽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아니, 저걸 반죽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알…?”

         

       저것은 알이다.

       사람이었던 것을 뒤섞고, 썩은 핏물을 부어서 만든 알이다.

         

       코를 마비시킬 것만 같은 악취를 풍기는 저것은 불길함을 품고 있다….

         

       쩌적.

       쩌적.

         

       “어…. 어?”

         

       “금, 금이 가는데?”

         

       그리고 그 알에서 ‘무언가’가 나오려고 한다.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도망쳐-!”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 나올 것임을 직감한 사람들은 등을 돌려서 도망치기 시작하였고….

         

       쩌저저적-!

       파아앙-!

         

       그들의 직감대로 알이 깨진다.

         

       애애애애앵-!

         

       알에서 나온 것은 안개.

       사람으로 만든 검은 수프에서 만들어진 안개.

       모래알처럼 작고, 날개가 달린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벌레의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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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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