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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4

    <784 – 용사답게(30)>

     

    이사장은 자신이 가장 원치 않았던 결과가 도래했음을 본능적으로 인지했다.

     

    마왕노디의 이탈 유도는 실패했다.

    화신체의 이탈 유도도 실패했다.

    회심의 한수.

    제도 한복판에 마계를 강림시키기.

    일명 제도부수기 대작전.

    심혈을 기울인 계획마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심계가 잔인하리만치 깊군요.”

    “파파가 허술했을 뿐이야. 욕심만 가득해서 늘 같은 패턴으로만 움직이니까 쉽게 읽혀버리잖아?”

    “후. 후후후. 하기야, 암흑마나는 오래도록 재단의 유익한 도구로서 사용되었지요. 그 편리함에 젖어버렸음은 부정할 수가 없겠군요.”

    “말로는 그렇게 다 포기하는 척하면서도 힘을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야. 줄곧 의식하고 있었지? 다른 시리즈와 다르게 힘을 아꼈던 매력올인 시리즈를.”

     

    아무리 유리해도 방심하지 않는다.

    방심왕 오크노디 때와 달리, 마왕노디가 된 지금은 더욱 틈이 없었다.

     

    “두려운가? 두렵다면 그대로 지켜보기만 해라. 다른 ‘나’들이 다시 올라와 상대해줄 테니.”

    “후후… 이 나이를 먹고 도전자의 입장에 다시 서는 기분이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군요. 하지만 몸이 젊어졌으면 마음도 젊어져야 하는 법이겠지요.”

     

    이사장은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기며 두터운 로브를 뒤집어쓴 세 구의 매력올인을 빠르게 돌파하기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세 구의 매력올인에게서 발산되는 너무나도 익숙한 기운에 흠칫 놀랐다.

     

    <세계영역 전개>

    <명계침식 개시>

     

    그의 선황타도를 위한 비장의 무기.

    밤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이 많은 망령을 쏟아내는 명계의 문.

    그 중심부에서는 힘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고위 망령마저 존재하는 악의의 파도.

    직접 경험하진 않았어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것은 ‘동류’의 기술이다.

    삼대거악의 일축.

    제국의 초대 <혁명가>의 기술 말이다.

    수많은 민초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혁명.

    제국의 핍박에 굶주린 백성들의 정당한 분노를 자극하며 더욱 궁지로 몰아넣어 죽음을 유도하는 혁명.

    그 혁명의 끝에 모여든 망령들을 하나의 군세로 모아 오직 선황타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단 한 번의 폭탄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혁명가.

    그 원대한 포부를 담은 술식이 로브를 눌러쓴 매력올인에게서 느껴졌다.

     

    <명계의 문 개방>

     

    지척에서 쏟아지는 살인적인 규모의 음에너지가 이사장이 방출한 술식을 인정사정없이 짓뭉개며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도록 뭉개버렸다.

    어지간한 마법은 시전조차도 불가능한 강력한 압력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 저항은 오직 한 종류.

    신의 권능.

    혹은 그에 준하는 어마어마한 경험치가 축적된 기능뿐이다.

    이사장에게도 그런 기능이 있었다.

     

    <지령>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굶주리게 만든 이가 선황이고,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현혹한 이가 혁명가라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죽음을 지시한 이는 이사장이었다.

    지령은 계약의 상위기능.

    개방 시점에서 이미 계약 2000점의 이중극의에 도달한 결과물이다.

    그런 지령을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이들을 상대로 발휘하며 쌓아온 경험치는 인간종이 달성한 가장 높은 수치의 기능 상위권을 줄 세우거든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대단했다.

    심지어 이사장의 지령은 더욱 특별했다.

     

    <영혼계약>

    <효과 : 최종지령을 수행하지 못한 자의 영혼을 대가로 징수한다.>

     

    재단이 베푸는 수많은 혜택을 지령으로 되갚지 못한 자들이 죽어서도 치러야만 하는 영혼계약.

    그렇게 쌓이고 쌓인 영혼의 사용방법은 물론 ‘혁명가’와 똑같다.

    대량의 영혼을 단숨에 쏟아내며 폭발적인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

     

    차이가 있다면 혁명가가 선황을 노릴 때, 이사장은 자신의 최대의 적이 될 자를 노렸다는 사실이다.

    본래라면 그 적은 선황이 아닌 드래곤 교장이 되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매력올인의 충격적인 기습은 이 수를 아낄 여력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계영역 전개>

    <명계침식 개시>

     

    매력올인의 영혼물량과 이사장의 영혼물량의 격돌.

    언뜻 비등해 보이는 대결은 빠르게 이사장에게 승기가 기울었다.

    매력올인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원인은 간단했다.

    단순히 모은 영혼의 수량에서 밀린 까닭이었다.

     

    “이 미친 녀석, 도대체 몇이나 되는 생명을 지령으로 갈아버린 거냐?”

    “하하하. 역으로 제가 묻고 싶은 말이군요. 도대체 무슨 수로 혁명가와 같은 수를 알아낸 겁니까? 이건 ‘제가’ ‘직접’ 혁명가에게 ‘알려준’ ‘방법’일 텐데.”

     

    매력올인은 이사장의 충격적인 선언에 지난 과거들이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친구들을 지키면서 외부의 대적도 물리치고 빌런들을 수하로 부리면서 친구들의 호감도도 잃지 않는다.

    해피엔딩으로 향하기 위한 ‘최적화 공략’을 위해 자연스럽게 흑막플레이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억까는 매번 나타났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의외의 랜덤요소에 발목을 잡혀서, 틀림없이 아군이라 믿었던 자가 배신했기에, 적의 전력이 알던 것보다 더 강해져서.

    많은 이유와 변수가 있었으나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이유와 변수의 이면에는 ‘재단’이 있고 ‘이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그 존재가 표면화된 것은 이번 회차가 처음이다.

    원인도 필시 ‘오크노디’의 존재 때문이겠지.

    오크노디가 없을 때.

    수석장학생이 없을 때.

    재단은 그 존재를 철저하게 은폐했다.

    제일 와이히엠하이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혁명가의 ‘영혼폭탄’의 필살기는, 이 비장의 한 수만큼은 모든 회차에 존재했다.

     

    ‘너였군. 우리의 모든 실패, 모든 절망을 만들어 낸 건 바로 네놈이었어…!’

     

    영혼폭탄을 쏟아내던 매력올인의 옆으로 또 한 명의 매력올인이 새로운 문을 열었다.

    물량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매력올인들의 영혼폭탄이 출력을 향상시키며 이사장의 영혼폭탄을 서서히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술식개변 – 외문개방>

     

    비좁은 명계의 내문 너머로 형성되는 한층 더 커다란 명계의 외문.

    그 거대한 문이 열리는 순간, 이사장의 영혼폭탄 출력은 곱절은 더 강력해졌다.

     

    “하하하! 제 손으로 개발한 술식을 제가 고쳐 쓰지 못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남에게 좋은 걸 줄 때는 나한테는 더 좋은 걸 남겨둬야지요.”

     

    어서 세 번째 매력올인도 문을 열어라.

    너희의 모든 밑천을 드러내고, 그대로 짓눌려 사라져버려라!

    마지막 변수를 치워버리고 마왕노디와의 단독결전을 빠르게 치르겠다는 이사장의 강한 의지표명에 세 번째 매력올인이 앞서 문을 개방한 두 매력올인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에겐 늘 아쉬움이 있었다. 나 같은 녀석이 하나만 더 있었다면, 몸이 둘이라도 되었다면. 너희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겠지.”

     

    두 매력올인이 온 힘을 다 쏟아내면서도 진저리가 나는 얼굴로 마지막 매력올인을 흘겨봤다.

     

    “너, 설마 ‘그걸’ 쓰려는 거냐?”

    “꼬우면 너희가 1회차 늦게 플레이했어야지.”

     

    가장 최신회차에 가까운 매력올인이 벌이려는 짓에 보다 앞 회차의 매력올인들이 오만 힘을 다 써가며 몸을 돌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각자의 회차에서 모은 영혼을 쏟아붓기 바쁜 이들에게는 저항을 할 기회도 허락되지 않았다.

     

    “미안하고 고맙다. 너흰 두 번 죽어서도 유용한 최고위 언데드몬스터 리치가 될 거다!”

     

    두 매력올인은 같은 시리즈의 최신형 매력올인의 배신에 그대로 절명했다.

    그 숨통이 끊어지며 한 차례 끊겼던 영혼폭탄은 다음 순간, 처음과 같은 양의 영혼을 다시금 방출하기 시작했다.

     

    “최고위 언데드 몬스터 리치는 생전에 해치운 영혼을 다루는 기믹이 있지. 한번 죽어서 소모한 영혼을 다시 보충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니냐?”

    “하하하! 과연, 숫자가 높은 화신체답군요. 점점 제 딸아이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습니다. 하지만 잔재주로 넘어설 정도로 제 살업이 그리 적지는 않은가 봅니다?”

     

    매력올인은 매력올인대로 기가 막혔다.

    도대체 지령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직간접적으로 해쳤으면 회차 두 번 동안 플레이어가 죽인 생명을 한 번 리필까지 했음에도 밀린단 말인가.

    매력올인은 빌드 자체가 <영혼수확자>였다.

    타인의 영혼을 수확하여 무기로 다룬다.

    매력이 높을수록 <길들이기>의 성공확률이 오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생전의 생명체는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동료 혹은 부하로 이용한다.

    사후의 생명체는 대량의 영혼, 혹은 강력한 영혼을 제 것으로 부리며 이용한다.

    살아있는 동료가 없이 단독으로 소환된 지금, 그들이 부리는 영혼은 한 세계의 실패의 역사를 모조리 동원한 것과 다름없다.

    모은 영혼폭탄의 수량도 자그마치 억 단위에 달한다.

    그럼에도 실패하고 밀리는 모습을 보자마자 모은 영혼을 모조리 내다버리고 다른 매력올인들을 도구로 썼건만, 그런 기지마저도 실시간으로 짓밟힌다.

     

    “본체!! 슬슬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 녀석, 이대로 너한테 접근하면 장난 아니게 위험한 일을 벌일 느낌이 든다고!”

    “아, 그대로 죽어도 괜찮아.”

    “뭐?”

    “너희가 사용하는 빌드를 내가 모르고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이번 회차의 나, 매력 엄청 높다고?”

    “너, 본체 너 이 자식, 설마…!”

     

    너무나도 태연스럽게 돌아오는 대꾸에 동료배신자 매력올인조차 말문이 막혔다.

    마왕노디는 뭐가 문제냐며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미소지었다.

     

    “새 회차 리필이랑 죽은 회차 부활은 별개지.”

     

    싸우다 죽으면 그가 했던 것처럼 언데드리치로 부활시켜줄 테니 걱정 말고 죽어도 된다는 독려였다.

    고인물마인드의 탑재가 끝난 본체와 달리, 감수성 풍부한 매력올인은 제 앞선 회차들이 그랬듯이 쌍시옷 소리가 입술 끝까지 차올랐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으면 차라리 살길을 모색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다.”

    “예?”

    “아니 지가 본체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날 이렇게 개무시를 하는 거야? 그 잘난 실력 어디 한번 구경 좀 해보자!”

    “…!”

     

    밑져야 본전이라고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유혹하던 이사장조차 당황할 배신이 성사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신회차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혐성이 되는 분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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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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