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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5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기사.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차 있는 기사.

         

       하지만 실상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

         

       ‘경제 성장률이라.’

         

       가장 멀쩡해 보이는 기사조차도 거짓말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부동산 개발 위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부동산에 거품이 어마어마하게 끼어있음을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소리치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부동산 버블이 터지지.’

         

       어떻게 확신하냐고?

       직접 보고 들었으니까 안다.

         

       언제 즈음이었던가.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던 중국의 경제는 그대로 터져버린다.

       대형 건설사 하나가 파산한 것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부도가 터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실 공사를 한 아파트 몇 채가 그대로 무너져내리며 일이 커진다. 그 일이 어찌나 커다랬는지 일당독재이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당 차원에서 나서도 일을 수습하기 힘들 정도였다.

         

       수습을 어지간히 잘해도 일본이 그러했듯 ‘잃어버린 N년’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중국은 덩치와 인구가 있다보니 그저 굴기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비상을 준비할 시간을 가지면 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라라는 것은 그저 합리적으로만 굴러가는 조직이 아니다. 집단이 된다면 정치가 필연적으로 얽히게 되며, 나라라는 가장 거대한 집단은 말할 것도 없겠지.

       현재 중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권력자들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임을 알고 있었고, 자신들이 정적들을 숙청했던 것처럼 피의 보복을 당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자업자득이기는 했다. 그동안 공산당은 다른 파벌이 권력을 잡는다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 예우를 해주었다. 그것은 경쟁자에 대한 존중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권력을 잃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재 권력을 잡은 이들은 그러한 예우 따윈 없이 경쟁자들을 잔혹하게 숙청하였고, 권력에서 멀어지게 만들되 평생 먹고살 재산 정도는 남겨주는 그동안의 전례와는 다르게 재산을 몰수하고 사회적으로 말살하는 등의…반감을 사기 충분한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여왔다.

         

       권력이 있었을 때야 그러한 반감을 어찌어찌 공포로 찍어누를 수 있었겠지.

       하지만 공포를, 권력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복수를 미덕으로 삼는 나라인 만큼 숙청당했던 이와 관련이 있는 이들이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 것이 분명했으며, 보복이 아니더라도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치고 들어와서 권력을 빼앗은 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피의 숙청’을 벌이겠지.

         

       그렇기에 현재 정권을 잡은 권력자들은 외통수 같은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박과도 같은 일을 벌인다.

         

       전쟁.

       성공하기만 한다면 버블도 해결하고, 지지도도 올릴 방법.

       하지만 지기라도 한다면 경쟁자에게 당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도박.

         

       ‘회귀 전에는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 효시가 되었지…. 그것을 보고 생각보다 전쟁이 감당할만하다고 생각했을 테고….’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현대전’에 대해 연구하기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하니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겠지.

         

       실제로 그들의 노림수가 들어맞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미래가 바뀌었으니. 그래,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로다….’

         

       하지만 그것은 회귀 전의 일.

       이미 미래가 바뀌기 시작한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없는 일이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회귀 전처럼 잘 풀릴지도 의문이고, 연구할만한 전쟁들이 없었던 만큼 중국군이 입는 피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서로 현대전이라는 개념을 학습하지 못했기에 더 잘 풀릴 수도, 혹은 더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

         

       미래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은 하나의 변수를 말함이 아니다.

       그 변수가 모든 것을 흐트러트려 놓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자그마한 물질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자그마한 불순물이 모든 것을 망쳐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다른 변수도 있으니.’

         

       박진성은 테러가 무사히 제압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피식 웃었다.

         

       ‘테러리스트를 제압했다…라?’

         

       그럴 리가.

         

       정보를 통제하고 있어서 어떤 테러리스트가 있는지, 어느 정도 피해를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 테러리스트가 제대로 제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렇게 흉성(凶星)이 떠 있는데 어찌 눈 가리고 아웅을 하려 하는가? 너희는 어찌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 드느냐?’

         

       저 하늘을 보라.

       하늘이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흉성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피를 원하는 별들이 굶주린 들개들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바라보는 것처럼 군침을 흘리고 있지 않으냐?

       뚝뚝 끊기는 별빛의 부스러기가 침방울처럼 방울져 떨어지고, 식탁보에 스며드는 것처럼 그대로 어두운 공간으로 녹아들기를 반복한다. 늘어진 별빛이 마치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기회를 노리는 짐승의 것처럼 계속해서 자그마한 선을 그리고, 가만히 본다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상을 만드는 것과 같은 착각을 보이니 짐승이 일그러진 얼굴로 먹이를 노려보는 것과 같은 형국임을 잘 알겠다.

       잡아먹지를 않았는지 피 내음은 풍기지 아니하고, 인신공양을 받지도 않은 것인지 그 굶주림이 달래지지 않아 더더욱 흉악한 빛을 뿜고 있는 것이 저리도 눈에 잘 들어오거늘. 이 나라에 천문을 볼 줄 아는 이가 없는 것도 아닌데 어찌 저것을 모를 수 있겠느냐.

         

       ‘아. 없겠군.’

         

       한국이 주술 불모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심해서 그렇지, 중국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다.

       문화대혁명 당시에 주술 관련된 것들을 다 깨부수고 탄압하고 불태우지 않았던가.

       그러니 다른 나라에서 탐욕스럽게 주술을 긁어모으고, 심지어는 유적들을 도굴하는 등의 짓거리까지 하면서까지 주술을 긁어모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 뭐 한국보다는 낫다.

       지금까지 주술 불모지 소리를 듣는 나라보다야, 주술 불모지였다가 조금이라도 복구한 나라가 나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주술사라는 것이 주술만 모아놓는다고 뚝딱 생기는 것도 아니고, 주술이나 주물을 활용하는 것 역시 연구도 필요하고 노하우도 있어야 하는 일이니만큼…아마 매우 미흡할 것이 분명할 터.

         

       당연히 천문을 볼 줄 아는 이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볼 줄 안다고 할지라도 그냥 기록을 보고 흉내 내는 수준일 것이고, 볼 줄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입에 담지 않으니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천문을 읽을 줄 안다고 티를 내봤자 끌려가서 혹사당하는 미래밖에 더 있겠는가.’

         

       주술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산당이 과연 그 대가만큼의 무언가를 안겨줄 수 있을까?

       아니, 안겨줄 생각이나 있을까?

         

       글쎄….

       그럴 가능성은 작을 것이다.

       애국심을 빌미로 잔뜩 부려 먹고, 지불한 대가에 비해서는 푼돈이나 다름없는 것을 선심 쓰듯 건네줄 것이다. 그러고는 필요할 때마다 잔뜩 써먹고는,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사용하다가 버리겠지.

       마치 소모품처럼 말이다.

         

       ‘끈을 잘 잡기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허허. 인간의 광기와 권력 구도를 어찌 사람이 예견하고 행동할 수 있겠나. 예언자가 본 미래조차도 바뀌는 것이 현실인데, 고작 하찮은 재주로 미래를 다 안다고 하는 것은 오만이다.’

         

       당연히 어지간히 우둔한 이가 아닌 이상에야 그러한 미래는 쉬이 예상할 수 있을 터.

       당연히 티를 내지 않을 것이니….

         

       ‘오히려 저 흉악한 곳에서 멀어지려 애를 쓰겠군.’

         

       어지간히 사람이 죽어도 쉬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하늘인데.

       대관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저렇게 된 것인지.

         

       ‘이건 단순히 사람 많이 죽었다고 저렇게 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저 정도로 징조가 나온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회귀 전처럼 도시 단위로 학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서야 저런 반응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아무리 중국이라고 할지라도 그 정도 사건이 일어났는데 묻을 수가 있을까? 소련의 스탈린이 무덤에서 되살아나서 최면을 걸듯 공산주의자들을 제 맘대로 부리면서 절대권력을 다시 휘두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힘들 것이다.

         

       ‘주술사가 개입한 것 같은데.’

         

       박진성은 반쯤 확신했다.

       별이 반짝이는 곳에 주술사가 있을 것이라고.

       주술사가 그곳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그리고 그것은…인신공양과도 맞닿아 있는 무언가이며, 그렇기에 지금 천문이 저러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이다.

         

       박진성은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행적을 위조하고, 이동 수단을 얻어서 저곳으로 가기 위해서.

         

         

         

         

        * * *

         

         

         

       어둠이 끓어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새까만 밤 벌레무리가 물이 끓는 것처럼 저들끼리 엉켜서 움직이는 그러한 형상처럼 어둠이 끓어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암적응이 되었음에도 구석진 곳이 짙어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고 거기에 집중하였다가, 그 어둠이 일렁일렁 아지랑이처럼 춤을 추다가 이리저리 뒤틀리면서 끓어오르는 것과 같은 착시를 본 적이 있는가?

       불을 비추는 순간 흩어져버릴 것만 같은 그러한 착각임에도 그것에 화들짝 놀라고, 눈을 비볐다가 불을 켜고 거기에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확인한 뒤 안심하고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든 적이 있는가? 그렇게 눈꺼풀이 닫힌 뒤 그 바깥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한 그러한 느낌을 받았음에도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던 그러한 적이 있는가?

         

       이곳에 솥이 있다.

       어둠이 담긴 솥이 있다.

         

       그 솥에는 그림자가 있고, 그 그림자는 끓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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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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