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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7

    <787 – 용사답게(33)>

     

    신들의 권능은 편리하고도 강력하다.

    신의 관장영역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면 신앙을 얻고, 신앙을 소모하면 막대한 권능을 발현할 수 있는 메커니즘.

    이 메커니즘에 최적화된 신에게 어울리는 인재는 그냥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 뿐인데도 권능을 마구 쏟아낼 힘이 추가로 보너스처럼 주어지는 셈이다.

    심지어 보너스에는 신앙도가 높으면 신앙도가 더 쉽게 오르는 가산보너스까지 있다.

     

    -심심하면 악인의 목을 참수하는 유피가 참수낫을 닦고 있다고? 정말 기특하니 신앙도를 올려줘야겠군!

    -뭐라? 유피가 나이프로 고기를 썰어 먹는다고? 죄인의 목을 참수하는 상상을 하며 식사를 하는 것이 틀림없군! 신앙도를 올려줘야겠어.

    -유피가… 숨을 크게 쉬었다고?! 곧 다가올 참수의 순간을 상상하며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건가!! 이 독실한 신자에게 당장 신앙도를 퍼줘야겠어!!!

     

    이처럼 편파적인 신들에게 신앙심을 퍼줄 가치가 있는, 1의 신앙행동으로도 100점의 신앙심을 얻을 수 있는 사도의 그릇이란 편파판정을 극한으로 퍼부을 대상이었다.

    돈을 투자해서 이득이 되면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것이 사람의 탐욕이거늘, 신이라고 어찌 다르겠는가.

    대륙에 자신의 신앙을 널리 퍼뜨리고자 아낌없는 투자를 퍼붓는 것이다.

     

    [받아라, 오크노디여. 나의 극태신앙을!]

    [그 탐스러운 신앙심주머니를 내 신앙으로 가득 채워주마! 내 취향의 큰 주머니가 되어라!!]

     

    기분에 취해 신앙을 퍼부을 때까지는 신들도 아주 기세등등했다.

    신앙심을 넣기만 해도 100배 펌핑해서 수익률이 개떡상을 하는 우량주를 제발 사라며 추천까지 받았고, 심지어 그게 진짜라는 사실관계마저 확인했다.

    앞다투어가며 꼴박을 하는 신들까지 보이면 설령 불신이 남아있더라도 일단 쟤들보단 더 가져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서기도 한다.

    뭐, 이 많은 신앙을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연약한 그릇이 펑 터져버리면 투입한 신앙심이야 다 증발하겠지만.

    터지기 전에 회수하면 그만 아닌가.

    그런 불나방과도 같은 생각에 뒤늦게 추가신앙을 마구 투입하는 신들도 존재했다.

    돌아가는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진즉에 고통을 호소하며 넘쳐나는 신성마나에 괴로워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 할 마왕노디가 너무 멀쩡하지 않냐는 의문이 들 즈음이었다.

     

    이게 왜 멀쩡하지?

    참는다고 참아질 고통이 아닌데.

    영혼이 부풀어오르다 못해 터질 정도로 괴로워야 정상인데.

    행동과 제약에 간섭하는 신성마나란, 심지어 서로 상이한 신성마나가 24종이나 죄 모여드는 일이란, 당장 쇼크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였다.

    그러나 오크노디는 멀쩡했다.

    그 원인은 곧 그녀의 주변에 떠오른 빛을 내뿜는 소환진을 통해 규명되었다.

     

    “크아악!”

    “아아악!”

     

    소환진에서 나오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눈물을 쏟으며 괴로워하다가 쓰러지는 화신체들.

    오크노디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신성마나를 그대로 자신과 연결된 지난 회차의 자신들에게 떠넘겼다.

    같은 몸을 쓰지는 않아도 ‘영혼’은 모두 같기에 벌일 수 있는 책임 떠넘기기였다.

    심지어 모양새를 보면 여러 개의 신성마나에 고통받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모두가 한두 개만.

    선별된 종류의 신성마나만 받으며 내부에서 일어나는 마나충돌현상을 최소한도로 줄였다.

    서로 충돌하며 발생하는 손상이 없으니 담을 수 있는 신성력의 총량은 더욱 커졌고, 신들이 퍼붓는 신성마나는 그만큼 더 많이, 더 오래 떠넘겨졌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었다.

    12개의 구멍이 뚫린 독은 빠진 물을 대신 받아낼 커다란 물풍선을 잔뜩 지녔다.

    심지어 물풍선들은 제 그릇이 터지기 전에 신성마나를 다루는 대책을 각자의 방법으로 구현했다.

     

    <신체폭발>

    <신체재생>

     

    체력올인은 무식한 체력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피해를 입히고 손상된 부위의 회복에 신성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신성마나를 소비했다.

     

    <신성마나연속사용>

     

    마력올인은 무식한 마나량을 바탕으로 신성마법을 난사하며 광폭화 패턴에 돌입했다.

     

    <판정속이기>

     

    지력올인은 강제적으로 발동하는 신체붕괴 판정마저 속여가며 제 정신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오기로 버텼다.

     

    <권속소환>

     

    매력올인은 한술 더 떠서 매력 비례로 효율이 향상하는 소환계열 마법을 적극 활용, 신의 권속을 제한 없이 소환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거 아무래도 꽝인가 봅니다?”

    “웃을 때가 아니잖아!! 엿 됐다 진짜!!”

     

    매력올인은 즉시 죽음의신에게 기도를 올려 리치B에게 막대한 힘을 하사받도록 유도했다.

    쓸만한 그릇이 하나 더 늘어나서 신이 난 죽음의 신은 기꺼이 힘을 빌려주었다.

    리치의 손 아래에서 피어나는 무수히 많은 죽음의 권속이 빠르게 수를 불렸으며, 그 선봉에는 망자를 인도하는 사신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신들은 어디서 얻어터지고 오기라도 했는지 낫은 금이 가고, 얼굴에도 실금이 남아있었다.

    어느 아카데미 졸업생이 졸업과제 삼아 사신죽이기를 하고 다닌 여파로 표적이 되었던 사신 여럿이 다치고, 심지어 몇은 죽기도 했던 까닭이다.

     

    “후후. 신들의 중계기 역할을 하는 저 배신자를 죽이지 않으면 신앙폭탄공급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거야. 신성력주머니가 터지고 싶지 않으면 서둘러야겠지?”

     

    마왕노디와 신들의 사이에 낀 올인 시리즈들의 처절한 내전이 시작됐다.

    ‘이미 죽은 존재’이기에 죽음친화도가 높아 엄청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저력을 발휘하는 죽음의 신의 권속들과 물량으로 이에 맞서는 나머지들.

    황금 밸런스의 향연 속에서 이사장은 배신자 매력올인이 다루는 리치B의 몸에도 실금이 가기 시작하는 현상을 알아차렸다.

    아무리 효율 높게 힘을 다뤄도 신의 힘은 필멸자가 다루기에는 버거운 것.

    리치는 사후의 생을 허락받았을 뿐, 죽음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었다.

     

    “기회는 벌었지만 시간제한이 달렸군요. 이만한 정도로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하나의 패턴은 확실히 봉인되었으니 말입니다.”

     

    이걸로 오크노디와 같은 화신체들은 더 이상 이사장을 방해할 수 없다.

    모든 올인 시리즈들이 유난히 죽음의 신과 상성 좋은 리치B의 저지에 봉쇄된 틈이야말로 마왕노디와 직접대결에 돌입할 절호의 기회였다.

     

    “소중한 딸이지만 오늘만큼은 상처 입히는 것을 부디 용서하길 바랍니다.”

    “거짓말. 당신은 그저 가족놀이로 정에 약한 나를 옭아매고 싶었을 뿐이었잖아?”

     

    오크노디는 그런 놀이에도 어울려 주었지만, 마왕노디는 달랐다.

     

    <동조마법 – 종말의 기억>

     

    “일기장을 엿본 파파에게만 가능한 벌이야. 이걸 넘어설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가와도 좋아.”

    “하하하. 마음에도 없는 가족놀이라면서 아직도 저를 파파라고 불러주는 겁니까? 그 지극한 효심에 이 파파는 감동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

     

    화기애애하게 웃는 얼굴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이사장과 그의 주변으로 일그러지는 풍경들.

    동조마법의 엄청난 구현도가 이사장의 내면, 심상세계에 영향을 미치다 못해 이사장이 주변에 퍼뜨린 기의 일부를 통해 현실세계에도 드문드문 발현되는 증거였다.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아버린 대가로 ‘처형자’의 등장 없이 무제한적인 정신공격이 가능해진다.

    ‘금서’나 다름없는 오크노디의 기억들 앞에서도 이사장은 걸음 한번 흔들리지 않았다.

     

    “흐응~ 제법이네?”

    “제가 본 것과 비슷하군요. 이건 어떻습니까?”

     

    이사장이 역으로 한손 가득 동조마법을 피워올려 마왕노디를 향해 흩뿌렸다.

    마나의 파장에 적중당한 마왕노디의 심상세계에 몇 개의 종말엔딩이 펼쳐졌다.

     

    선황의 오랜 숙원이 죽음의 신에 의해 왜곡되고 농락당하며 처참하게 무너지는 엔딩.

    드래곤 교장이 마지막 유희가 끝났음을 직감하여 이주에 필요한 연료로 오랜 놀이터의 자원을 모아 갈아버리는 엔딩.

    교장을 토벌하나 그 뒤에 필연적으로 찾아올 일백차원의 침공과 그 재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멸망으로 치닫는 엔딩.

     

    확실히 대단한 파파였다.

    일개 NPC가 고인물 플레이어 수준의 초고난이도 종말엔딩에 진입하다니.

    비인간적인 엔딩특전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리지 않고서는 플레이어라도 불가능할 짓을 고작 1회차 NPC의 몸으로 해낸 것부터 그 역량이 가늠이 된다.

    동등한 1회차라면 이사장만큼 대단한 플레이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왕노디에게는 진즉에 지나친 과거 중 하나에 불과할 뿐.

     

    펑!

     

    방울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왕노디의 주변을 감싸던 마나파장이 흩어졌다.

     

    서로의 거리가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이사장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신비와 금기 지식을 꺼냈고, 마왕노디도 NPC가 감당할 수 없을 신비와 금기 지식을 마주 꺼냈다.

    두 사람의 사이를 오가는 동조마법의 정신파동은 정신파동과 정신파동이 충돌하며 일어난 공명현상에 먼발치의 영성과 마나감응력이 강한 몇몇 이들의 뇌리에 흉험함이 일부나마 각인됐다.

    그것만으로도 창백한 얼굴로 덜덜 떠는 이들이 저 아래에서 속출했으나, 이미 두 사람의 싸움은 그런 멀고 작은 것은 눈에 담지도 않았다.

     

    5m.

     

    마침내 지근거리에서 마주한 부녀.

    가까이 서기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제 딸의 눈에 이토록 시커먼 별들이 가득할 줄은 몰랐군요.”

     

    은하수처럼 작은 별들을 눈동자에 담은 마왕노디.

    그 눈에 새겨진 별은 하나의 차원계를 장악하여 신위에 오른 신들의 관장영역처럼 필멸의 격을 넘어선 기능을 봉인한 <전투력억제기>였다.

    심지어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당장 실시간으로 신들의 사도직위를 하사받으며 강해진 화신체들이 신의 사도 칭호가 제공하는 특혜의 일부를 마왕노디에게 공유하였다.

    그마저도 끝이 아니다.

    그녀의 손에는 마치 이사장이 다루던 것처럼 <세계수>에 준하는 식물의 기운이 꿈틀거렸다.

    자세히 보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건 만드라고라의 줄기다.

    그림자 아래에는 한 자루의 검을 숨긴 호위검객도 남아있다.

    마왕노디의 여력은 아직도 잔뜩 남았다.

     

    “너무 눈부셔서 오늘 몇 개만 풀어놓으려고. 무겁지만 받아줄 수 있지? ‘파파’잖아.”

     

    마왕노디의 눈이 번뜩임과 동시에 두 사람의 초근접전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부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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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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