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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7

        

         

       그것은 아주 사소한 신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분명 집에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분명히 다른 사람이 있었다니까요?! ]

         

       평범한 강도나 도둑이 아닐까 싶은 사건.

       하지만 정작 공안이 방문했을 때는 그 어떠한 외부인의 침입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던, ‘신경이 예민해진 것 같은데 앞으로 신고할 때는 좀 조심합시다.’라고 경고만 주고 돌아가면 되는 아주 사소한 사건이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경찰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기 마련.

       그중에는 인기척이 느껴졌다면서, 불안감이 느껴진다면서, 한밤중의 창문에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면서, 아이가 침대 밑이나 장롱 안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고 울어서 경찰을 부르는 경우 역시 흔한 일이었다.

       공안의 힘이 매우 강하고 권위적인 중국에서는 그나마 이런 일이 적기는 하지만…그렇다고 없지는 않다.

         

       그렇기에 공안들은 기척이 느껴졌다느니, 그림자가 보였다느니 하는 그러한 신고 역시 평소와 똑같은 불안함에 의한 착각이라 치부하였다.

         

       [ 그림자가 보였어요. 그림자가 보였다니까요. ]

         

       [ 아니 창밖에, 창밖에….]

         

       그 숫자가 평소보다 좀 늘어난 것 같기야 하지만…그거야 뭐 현재 시국을 생각해본다면 이상한 것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정보 통제가 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 지역의 사람들은 테러리스트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을 터이고, 혹 잡혔다고 믿더라도 테러리스트가 남기고 잔 잔재가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러한 상황에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환각을 보게 만들기도 하는 법이니, 그러한 착각을 하는 것은 딱히 특이한 일이 아니다.

         

       혹은 공안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이 상황에서 ‘오히려 이런 상황이 도둑질하기가 좋다.’며 집마다 오가며 금품을 털고 다닐 간 큰 도둑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 부분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될 테고 말이다.

         

       그렇게 기묘한 일의 첫 징조는 무시되었다.

       불안감이니, 기분 탓이니 하는 ‘마법의 단어’로 뭉개져 버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첫 징조가 뭉개져 버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간 후, 불안감에 신고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확 줄어들었다. 마치 한때의 유행이었다는 듯, 이제는 철이 지나가 버렸다며 속삭이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징조에서 심어졌던 씨앗은 천천히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었고, 순식간에 싹을 틔웠다.

         

       [ 으아아아아앙! ]

         

       [ 왜 그러니? 아빠란다. ]

         

       [ 으아아아아앙-! ]

         

       [ 어머 얘가 왜 이래. 여보, 아기가 왜 당신만 보면 우는지 모르겠네요. 무슨 냄새 같은 게 나나? 좀 씻고 와요. ]

         

       [ 그런가? 흠. 우리 아기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나 보네? ]

         

       그것은 아주 예민한 이들에게만 보이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아주 어린 아기라거나.

         

       [ 컹! 컹! 으르르르! 월월! 월월월월! ]

         

       [ 샤아아아악! 하악! ]

         

       본능이 발달해 있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 말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 힘든 ‘위화감’을 본능적으로 잡아내었고, 그것에 대한 공포를 온몸으로 표출하였다. 아기는 울음을 터트리거나 경기를 일으켰으며, 애완동물들은 짖거나 경계의 표시를 하는 것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다치는 것도 개의치 않고 집에서 멀리 도망을 치기까지 했다.

       어떤 개는 목에 매인 목줄이 목을 파고들어서 핏물을 뚝뚝 흘리면서까지 집에서 도망을 쳤을 정도였다.

         

       명백히 이상한 일.

       평소라면 위화감을 느끼기 충분한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에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그저 공안들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고, 조금만 의심이 가도 흙발로 들이닥치며 조사를 하는 지금의 상황에 아기나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았거니 하고 이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혹 머리가 돌아가는 이들은 저게 테러리스트가 행한 어떠한 일과 관련이 된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하며 신고하였지만…. 아무것도 검출되는 것이 없어 이번일 역시 ‘기분 탓’으로 넘어갈 뿐이다.

         

       그렇게 두 번째 징조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안타깝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 저 두 가지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저 두 가지 징조 때에 어찌 조처했다면, 격리라도 하였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이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영술사 한 명이 대대적으로 행한 주술 의식은 정착하였고, 싹은 틔워져 마침내 꽃을 피운다.

       그것은 비가역적이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대처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그렇게 ‘기묘한 일’이 시작되었다.

         

       [ …실종 신고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오지? ]

         

       가장 먼저 실종 신고가 급증하였다.

       마치 치안이 좋지 않고 CCTV도 없었던 과거로 회귀하기라도 한 것처럼, 도시 곳곳에서 실종 신고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동시다발적으로, 어떤 집단이 사람을 대대적으로 납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종 신고도 다른 신고에 비해서는 별것 아닌 일에 가까웠다.

         

       [ 시, 시체가! 얼굴이 없는 시체가 있습니다! ]

         

       실종 신고가 다발적으로 이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곳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얼굴 가죽이 벗겨져 있는 시체가 말이다.

         

       미치광이 살인마가 사람을 죽인 뒤 전리품으로 얼굴 가죽을 벗기고 간 것일까?

       시체는 발견되는 장소도, 자세도 전부 달랐지만 단 하나 ‘얼굴 가죽’이 벗겨져 있다는 것만큼은 같았다.

         

       이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에 경악한 공안은 온 힘을 다해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공안이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범인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시체가 하나, 둘, 셋….

       마침내 열을 넘어섰을 무렵.

         

       이 참혹한 연쇄살인에 변화가 생겼다.

         

       [ 사진? ]

         

       시신의 얼굴 가죽이 벗겨져 있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그렇게 벗겨진 피부 위로, 사진이 한 장 붙어있다.

       마치 이 시신의 주인이 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 이, 이 미친 살인마 새끼를 봤나…!]

         

       끔찍한 행위.

       얼굴 가죽을 벗겨놓고 그 위에 죽인 사람의 사진을 붙인다는, 마치 사냥한 동물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 같은 그러한 태도에 공안은 분노했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시점에서 인간 말종임은 쉬이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법이거늘. 어찌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이리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단 말인가!

         

       공안은 분노를 터뜨리며 이를 갈았다.

         

       범인을 잡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라고.

       사형 판결을 받기 전, 자신이 저지른 이 끔찍한 일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그렇게 그들은 맹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다짐은 너무 늦었다.

       첫 번째 징조가 있었을 적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두 번째 징조를 알아차리기라도 했더라도 그들은 그런 맹세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이러한 ‘끔찍한 광경’을 보지 않아도 되었겠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일은 진행되었고, 그들이 수습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와 있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사건은 단순한 연쇄살인도, 테러도 아닌.

         

       『 발견한 시신이 동일 인물임이 확인되었음. 』

         

       ‘기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 *

         

         

         

       공안은 얼굴 가죽만 벗겨진 시신을 ‘1차 연쇄살인 피해자’, 얼굴 가죽이 벗겨지고 생전의 사진이 붙어있는 시신을 ‘2차 연쇄살인 피해자’로 분류하였다. 그것은 사진을 붙인다는 전환점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기도 하며, 혹 모방범죄나 공범의 가능성이 있기에 그렇게 분류해둔 것이기도 했다.

         

       또한 법의학자들을 동원해서 해부하는 한편, 혹 차이점이 있는지, 다른 사람의 수법이 느껴지는지 등 자세히 조사하기까지 하였으니. 공안은 자신들이 한 맹세대로 최선을 다해서 범인을 잡으려 노력을 한 것이 분명하였다.

         

       온갖 가능성을 떠올리고, 온갖 가설을 떠올리고.

       그렇게 그들은 노력했더란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시신을 검사한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 동일 인물. 」

         

       친지 관계 같은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동일 인물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DNA 검사뿐만이 아니라 골격까지 보았고, 심지어는 마도과학에 아티팩트에 주물까지 동원해서 검사한 결과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시신 중에 동일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게다가 더 말이 되지 않는 것은, 그게 한둘만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

         

       1차 연쇄살인 피해자 11명.

       2차 연쇄살인 피해자 11명.

         

       사진 하나의 차이를 두고, 그들은 마치 거울에라도 비친 것 같았다.

         

       …기묘한 일이다.

         

       분명 발견된 시체는 22명인데, 죽은 사람은 11명이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정말로 사람을 거울에 비추고, 그 거울 속에 있는 사람까지 끄집어내서 죽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러고 나서는 혹시 헷갈릴까 봐 거울 속에 있는 사람 얼굴 가죽을 벗긴 뒤에 사진을 붙여놓기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정말로 기묘한 일이었다.

       기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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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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