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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8

    <788 – 용사답게(34)>

     

    언제라도 신의 계위에 올라설 수 있는 기능능력치를 봉인하여 제 눈 속의 별로 새겨둔다.

    그렇게 봉인된 별의 힘을 번뜩이며 찰나지간에 사용해 승천을 방지하는 마왕노디의 전투방식은 최상위권 사도, 용사클래스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마왕노디>

    <다크스타 – 암송>

    <활용 : 불경한 언어>

    <효과 : NPC가 인지해서는 안 될 현실정보를 누설하여 게임을 정지시킨다.>

     

    시스템적으로 게임 속 NPC에게 인지가 허락되지 않는 현실의 정보를 누설한다.

    게임이 즉각 중지되고 인지에 교란이 생기는 진정한 금기행위를 저지르자 이사장의 두뇌가 강제적으로 흐릿해지며 영민함을 잃는다.

    시스템적 강제정지의 효력을 받는 것은 마왕노디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어떤 기능은 모든 종류의 정지, 금지 상태에 저항하기도 한다.

     

    <마왕노디>

    <다크스타 – 자극>

    <활용 : 어둠의 재림>

    <효과 : 모든 종류의 봉인, 행동불가, 강제정지 효과에 저항하여 행동을 개시한다.>

     

    <이사장>

    <용사의 분신 – 기도술>

    <활용 : 빛의 강림>

    <효과 : 모든 종류의 물리적, 정신적, 영적 정지효과가 태양의 아래에서 무효화 된다.>

     

    세상에 다시 없을 천하의 쓰레기가 유일신 소페미아의 가호를 받는다는 사실에 마왕노디는 기가 막혔지만, 이사장도 용사의 각성효과를 인위적으로 술식을 통해 재현한 마왕노디의 마도저력에 경악하기는 피차 마찬가지였다.

     

    <다크스타 – 절대필중>

    <용사의 분신 – 금강불괴>

     

    필중의 부위와 배율을 거듭 상승시켜 영혼마저 관통할 수 있게 된 절대필중과 극한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금강불괴를 육체와 정신을 넘어 영혼에까지 범위를 넓힌 이사장.

    매 순간 신격에 버금가는 기능이 폭발하고, 이를 맞받아치는 용사기능이 발현된다.

    접전이 거듭될수록 불리함을 느끼는 것은 이번에도 이사장이었다.

     

    ‘인간은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가!’

     

    인류의 정점 선황을 경험한 이사장이기에 감히 확언할 수 있었다.

    마왕노디는 전무후무한, 전에도 후에도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유일한 최강자다.

    중간계의 그 어떤 인간도 두 번 다시 마왕노디와 같은 강함을 손에 얻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당사자인 오크노디조차 예외가 아니다.

    성장임대.

    미래의 자신을 빌려온 대가로 오크노디는 마왕노디가 될 수 있었을 자신의 가능성을 상실했으니까!

     

    힘으로는 안 된다.

    강함에 강함으로 맞서는 것은 더 강하지 못한 쪽이 필연적으로 부러지는 결말만을 야기한다.

    이사장은 기능과 기능의 발현 사이에 동조마법을 흩뿌렸다.

     

    물론, 종말은 아니다.

    서로가 같은 수준의 종말을 경험했음을 이미 앞선 교환으로 알아차렸으니까.

    무엇보다도 무기로서의 성능 자체도 떨어진다.

    종말의 순간의 절망으로 가득한 광경은 사람의 본능적인 거부감을 자극한다.

    기억을 배척하고 거부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른 감정을 자극하는 광경들은 어떨까.

     

    [즐거운 맛을 느끼는 순간.]

    [나른한 오후의 졸음이 몰려오는 순간.]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순간.]

     

    용사의 과거는 마왕노디의 반응속도를 확실하게 유의미한 수준으로 늦췄다.

    강함을 위해 세계의 어둠을 들추고 신비를 수집한 이사장이었건만, 정작 마왕노디에게 가장 유효한 공격수단은 어둠의 바깥에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군요. 용사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만든 어둠을 파헤치기 위한 제 인생은 아무런 소용도 없건만, 정작 도움이 되는 건 용사의 기억이라니.

     

    이사장은 아쉬움을 느꼈다.

    비인외도의 길만을 걸어온 자신에게는 즐거움의 파편이, 마왕노디의 동심을 자극할 조각이 너무나도 현저히 적었으니까.

    한 사람이 살면서 느낀 즐거움의 시간의 총합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과 살육이 일상처럼 오가는, 세계의 이면에서 인간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세를 키우는 신비와 차원 저편의 침략종이 넘쳐난다면 더욱 그렇다.

    태생부터 그런 악에 맞서 더한 악으로 힘을 키울 것을 탄생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로 삼은 이사장이라면 누구보다도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도, 용사의 기억이 마왕노디를 흔들 때에는 그녀를 지키는 수족들이 있었다.

     

    <암흑제일검, 싱>

     

    언제 어디서든 날아드는 용사기능과 절명기를 받아내고, 질리지도 않게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금 응전태세를 취하는 검귀.

    심지어는 반신을 날려버려도 죽음조차 초월하는 ‘원점복귀’는 의지 그 자체를 죽여버리기 전에는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이미 신비의 영역에 도달한 일종의 신물이나 호위령에 가깝다.

     

    <마계수, 응애 만드라고라>

     

    세계수가 사라진 세계에 일백차원 대신 마왕노디의 수많은 회차에 뿌리를 드리운 만드라고라는 또 어떠한가.

    줄기 하나하나가 가하는 반격은 위력과 성능이 제각각이지만 위험도 하나만큼은 모두 수준급이었다.

     

    <황혼의 시간>

    <효과 : 신체를 사망 60초 전으로 되돌린다.>

    <마지막 잎새>

    <효과 : 즉사공격을 1회 무효로 되돌린다.>

    <나타샤의 문신>

    <효과 : 문신의 획수만큼 피해를 견뎌낸다.>

     

    용사 니알라토텝이 쌓아올렸던, 그리하여 이사장 또한 지니게 되었던 과업의 성과가 하나씩 까였다.

     

    “응애애애애애애!!!”

     

    겁도 없이 <근력올인>의 힘을 담은 촉수가 일격사살에 실패하며 반동으로 바스러지는 순간, 이사장이 마계수를 뛰어넘었다.

    죽어도 죽지 않는 검객이 다시금 검을 쥐었으나, 날려도 되돌아온다면 처음부터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었다.

     

    <재해급 봉인연계기 – 우자의 소망>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환상마법의 극의에 갇혀 검을 뽑지도 못하고 그림자 속에 가라앉은 싱.

    그의 머리를 짓밟으며 뛰어오른 이사장이 마침내 모든 방해를 뛰어넘고 진정으로 마왕노디와 1 대 1의 단독접전에 접어들었다.

     

    -제가 아끼지 못한 모든 힘은 용사에게 돌아가야 할 힘의 총량을 감소시킵니다. 용사가 드래곤 교장을 베어낼 수 있을 확률은 매 순간 감소하겠지요.

    -죽을 생각도 없는 분이 걱정도 많으셔라.

    -하하. 들켰습니까?

     

    눈보다 빠른 검격이 서로의 요혈을 노리고 받아치며 흩어졌다.

    마나에 담긴 사념이 검격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 각자의 검로에 휘감겨 읽혔다.

    사념의 뒤로는 더욱 강렬한 기억이 지뢰처럼 솟아나 내면의 평정을 깨고 심상을 강타하였다.

     

    [별과 먼지, 우주의 기억]

    [피와 녹물, 네온사인의 도시]

    [천년가문의 끝, 엔딩크레딧의 순간]

     

    마왕노디의 신비한 기억에 담긴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깊은 정취와 감정은 매 순간, 용사의 기억이 자극하는 그리움에 맞추어 이사장을 동요시켰다.

    낯선 기억과 그리운 기억의 충돌은 경험의 절대량에서 밀려야 마땅할 낯선 기억 대신, 그리운 기억의 고갈로 이어졌다.

    마왕노디의, 외신의 화신체가 지닌 무수한 경험의 총량이 용사의, 인간의 추억을 능가한 것이다.

     

    ‘하하. 제가 불러내었지만 정말 몹쓸 것을 불러내고 말았군요.’

     

    용사의 기억은 이제 끝이다.

    꺼낸다면 분신인 제 것밖에 없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

    [인류의 진정한 미래를 위해 쌓아 올린 시체]

    [나의 잔인함이 용사의 한 번의 기적에 보탬이 되리라는 믿음]

     

    그래서 이사장은 꺼냈다.

    오래전에 말라붙은 알량한 감정이라는 이름의 약점을, 밑바닥까지 긁어모아 끄집어내었다.

    더럽고도 추한 기억을.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기억을.

    옳음을 논하는 것은 시작부터 포기한 기억을.

    용사가 모을 수 없는 모든 기능을 모아 최후의 일격에 보태기 위할 뿐인 존재.

    태생부터 그릇된 자신의 일생의 번뜩임.

    추억조차 되지 못한, 간직하여도 괴로울 뿐이기에 칼로 긋고 조각내고 떼어내어 기억의 저편에 던져 버렸던 흉물들.

    그런 기억의 조각 퍼즐은 놀랍게도 마왕노디의 별빛을 흐리게 만들었다.

     

    ‘우습군요. 당신 정도의 경지에 올라선 존재의 눈에도 그런 감정의 부산물이 차오르다니.’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야 할 기능이 흐려진 이유.

    그것은 차오르는 눈물 때문이었다.

    마왕노디는 공감했다.

    이사장이 벌인 모든 선택을.

    그가 해야만 했던 모든 악한 일을.

    더욱 독해지고, 잔인해져야만 했던 시간을.

     

    나와는 다른 것에 감정을 이입한 것이 아니다.

    그의 삶을 동정한 것도 아니다.

    몰입을 넘어섰다.

    일치.

    나와 다르지 않은, 같은 것을 바라보는 눈.

     

    마왕노디가 느낀 모든 감정의 실체.

    그것을 이사장도 느꼈다.

    둘은 다르지 않았다.

    플레이어와 NPC.

    속한 차원부터 완벽히 다른 두 존재이지만.

    놀라우리만치 둘은 같았다.

     

    같은 플레이어, 고인물 사이에서도 받지 못한 인정과 공감을 마왕노디는 이사장을 통해 얻었다.

    이사장 또한 자신을 창조한 용사조차도 후회하고 부정했던 존재를 인정하는 이가 있음을 마왕노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최선 따위는 진즉에 포기한 자.

    최악을 면하는 것이 고작인 자.

    그런 나를 닮은 자.

     

    이사장은 생각했다.

    혼돈의 저편에서 자신의 피와 살점으로부터 비롯된 여리디 여린 여자아이 형태의 호문쿨루스를 만들고 그 안에 오크노디가 깃든 것은 단순한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와 가장 닮은 성질을 지닌 파편이, 그에게 이끌려 찾아온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이토록 닮은 마왕노디가 어찌 탄생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하하. 우습군요. 인간을 믿지 않고, 인간을 증오하고, 인간을 도구처럼 사용했던 제게도 저를 닮은, 저의 반쪽과도 같은 진정한 이해자가 생기다니.’

     

    하물며 그 존재가 가르침도 제대로 전수하지도 못한 딸의 미래의 가능성이라니.

    지금은 이토록 처절하게 대립해도 언젠가는 그녀 또한 자신을 닮는다는 말이 아닌가.

    그릇으로 삼은 피와 살점이 그리도 값진 것이었나.

    이토록 다른 두 존재가 서로 같아질 정도로.

    신에 의해 더럽혀진 운명이라는 이름을 지금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울지 마십시오. 그런 나약함을 봐버리면 부숴버리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모든 기능을 돌파하고 다가선 최후의 한 걸음.

    마왕노디의 손은 이사장의 가슴에 파고들었고, 이사장의 손길은 오크노디의 목 대신 눈가를 훑었다.

    경악.

    후회.

    슬픔.

    수많은 기억과 과거를 엿보며 무엇을 느낀 걸까.

    멈출 줄 모르고 더욱 흘러넘치는 눈물 앞에서 이사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왜 멈춘 거야?”

    “당신이 저와 같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어도, 내 뜻을 보다 멀리, 강하게 펼칠 이가 남아있다면 어찌 이 목숨을 고집하겠는가.

    이사장은 알았다.

    자신은 이번에도 선황에게 뒤처졌음을.

    그러나 패배감은 더 이상 없었다.

    선황의 가능성은 오크노디에 그쳤다.

    이사장의 가능성은 마왕노디로 이어졌다.

    그의 가능성이 선황의 가능성을, 인류의 정점의 의지를 능가했다.

     

    “바보 같아. 당신이 해왔던 모든 일을 고작 한순간에 취해 내동댕이치다니.”

    “끝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응원하고 이 가능성을 사랑할 뿐이지, 그 작고도 우둔한 개화하지 못한 가능성을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마왕노디의 눈물에 맺힌 수많은 감정.

    과거의 기억.

    짙은 후회와 나약함, 모든 절망의 파편들.

    그 감정이 인류 역사상 가장 사악한 용사의 손에 의해 분석되었다.

    오크노디는 다시는 도달하지 못할, 도달해서도 안 될 미래의 가능성.

    그러나 그녀의 분신이라면 어떨까.

     

    “선황이 오크노디를 골랐다면 저는 다크노디를 고르겠습니다.”

    “그 애까지 알고 있었다고?!”

    “하하. 절 누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인류 최악의 암흑조직,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

    전대용사의 분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지옥에 떨어져 마땅한 자.

    오크노디의 파파.

    그리고, 그리고…

     

    “몇 개 남겼어?”

    “용사가 기뻐할 정도로는 남겼군요.”

    “나라면 다 써버리고 죽었을 거야.”

    “하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이루어야 할 사명이 깊은 자가 아닙니까. 제가 모든 짐을 맡길 후계자를 찾아내었듯이, 당신도 사명을 이루었을 겁니다. 뜻을 이룬 자는 모름지기 이루지 못한 자의 앞에서 관대해져야 하는 법입니다.”

     

    그 손이 더럽혀질 때까지, 충분히 말이다.

    그러니 물러설 수 있다.

    더럽혀진 영혼이기에 알 수 있다.

    마왕노디 또한 뜻을 이룬 자임을.

    폐허가 된 왕좌의 주인임을.

    상처받은 영혼을 구제할 길이 없는 고독한 쓰레기에 불과함을.

    언젠가는 그 길을 뒤따르는 이들도 걸을 것임을.

    오크노디가 외면하더라도.

    다크노디는 반드시 그러리라고.

    그래서 감정으로 문을 열고,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에 자신이 이룬 모든 힘을 보여주었다.

     

    이사장은 세 명의 아이를 모두 경험했다.

    오크노디.

    마왕노디.

    다크노디.

    무엇이 가장 좋은지는 몰랐다.

    단지, 마지막에 함께 갈 아이를 골랐을 뿐.

     

    “자, 함께 갑시다. 타락한 영혼에게 어울리는 어둠 속으로.”

    “싫어. 난 후회해. 내가 했던 모든 일을.”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거든 몇 번이고 반복하겠죠. 이 더럽고 힘든 길을.”

    “…”

    “저는 조금 먼저 가겠습니다. 마음이 내키거든 따라오십시오.”

     

    이사장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마왕노디는 빛이 사라진 그의 몸을 지탱한 채로 우두커니 섰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모두 끝날 때까지.

    하염없이.

    계속해서.

    최악의 인간과 최악의 가능성은, 함께 허물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파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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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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