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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8

        

         

       이러한 기묘한 사건에 많은 이들이 동요했다.

       어떤 사람은 재수 없다면서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싶어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편복(蝙蝠)을 자수로 새기며 미신에 의지하기도 하였고, 어떤 사람은 이것은 주술과 관련된 일이라면서 더 높은 곳에서 나서야 한다면서 보고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이것은 그저 눈속임일 뿐이라면서 더 수사하게 되면 반드시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어떻게든 이 연쇄살인마를 잡아야만 한다고 그렇게 외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처럼 수많은 사람이 각자 수많은 생각을 품든 그 뜻이 다르든 어쨌건, 중요한 것은 위의 의지가 아니겠는가.

         

       『 수사 중지. 』

         

       위에서는 아래에서 보고를 올리든, 떼야 한다고 말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단호하게 수사를 그만두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 또한 이해하기 힘든 기묘한 일이었다.

         

       “어째서 수사를 멈추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연쇄살인마가 버젓이 돌아다니면 치안이 나빠진단 말입니다! 공산당이 날 믿어만 준다면 단숨에 이 손으로 그놈을 잡아다가 흠씬 두들겨 패줄 텐데!”

         

       “이놈의 손속을 보세요. 옛날 청나라 고문 기술자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니, 고문 기술자는 돈이랑 관직이라도 받고 일했지, 이놈은 그냥 즐거움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닙니까? 이런 놈은 어서 빨리 잡아서 사형시켜야 합니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취산(臭酸)만 먹이면서 고통받게 하다가 죽여야 해요!”

         

       사명감에 불타는 몇몇 공안은 위의 결정을 듣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들끼리 있을 때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그것을 토대로 사회 신용 제도에 적용하지 않던가.

       신용점수 평가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단순히 인사고과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삶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신용점수가 높으면 물건을 살 때 할인해주거나 대여 서비스나 대출받을 때 더 큰 혜택을 주는 등 유형적인 혜택을 보장하고 있으며, 신용점수가 낮으면 대중교통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산당의 따가운 눈초리를 감수해야만 했다.

         

       아, 물론 신용점수가 낮았을 때의 불이익은 정확하게 명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옛적부터 중화에 살던 백성들이 정부의 포고문 없으면 어디 정보를 얻지 못했던가.

       여러 경로를 통해 사람들은 신용점수가 낮았을 때 받는 끔찍한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국가가 지정한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기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불만을 대놓고 표출하지 않고, 그저 동료들끼리 모여서 푸념하듯이 떠드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나마도 ‘벽에도 귀가 달린 것처럼’ 정보를 수집하는 정부의 특성 때문인지 넌지시 불평 속에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담긴 말을 넣어서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노력도 넣어주었고 말이다.

         

       그래.

       그게 끝이었다.

         

       아래의 반발도 없었고, 위의 명령을 무시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나가는 낭만 넘치는 사람도 없었다. 사명감이 자기 삶보다 중요한 사람은 이곳에 없었을뿐더러, 애초에 전 국토에 감시의 눈을 뿌려둔 중국에서 그게 정말로 가능하지도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조용히 기묘한 일은 묻혔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것은, 아무런 방해 없이 일이 진행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공안이라는 것은 그래도 최소한의 장애물이었거늘.

       그것조차 치워버렸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겠는가….

         

       [ 시신이 또 발견되었습니다…. 이번엔 하루에 열 구가 넘습니다…. ]

         

       [ …주나라 폭군이 인신 공양을 하던 시절도 아니고, 이게 무슨…. ]

         

       [ 달기가 살아 돌아와서 사람 혼을 빼먹는다면 이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

         

       늘어난다.

       가속한다.

         

       하루마다 발견되는 시체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고, 암암리에 퍼져나가던 ‘기묘한 일’은 이제는 도시 전설처럼 이 지역 전체에 퍼져나갔다.

         

       말하기를 해가 지면 걸어 다니지 말라.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는데 그 쇼핑백 안에는 피가 채 마르지 않은 사람 가죽이 수북이 쌓여있고, 그것을 눈치채면 남자는 목격자를 없애기 위해서 칼을 들고 쫓아온다고 하더라….

         

       말하기를 신선이 되고자 하는 사악한 수행자가 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사람을 죽인 뒤 몸에서 삼시(三尸)라 불리는 벌레들을 뽑아내어 단약의 재료로 삼는데, 그 벌레는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기 때문에 그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잘 감싸서 가져간다더라….

         

       말하기를 부자로 보이는 사람을 조심하라.

       공산당 고위 간부와 연이 닿아있는 부잣집 사람 한 명이 피에 미쳤다. 그래서 날마다 광증이 솟구쳐서 참을 수가 없는데, 사람을 죽이고 얼굴 가죽을 수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

         

       …공포 속에서 탄생하는 수많은 도시 괴담.

       공포 속에서 사람들의 상상은 수없이 부풀려졌고, 온갖 괴담과 이야기가 수면 아래로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개는 마치 사실처럼 여겨져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가 하면, 중국 공산당이 그토록 싫어하는 미신과 종교에 매달리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하나의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대체 정부는, 공산당은 뭘 하길래 이 살인마를 잡아주지 않는 거야? 」

         

       그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

       대대적으로 나서서 잡아도 모자랄 판국에 방관을 택한 공산당에 대한 반감이었다.

         

       물론 세뇌에 가깝도록 충성을 교육받은 사람들이었기에 그러한 ‘불경한 생각’의 강도는 크지 않아 보였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보여야만 했다….

         

       …

       …

         

       “그것은 아주…. 아주 비밀스럽고 중요한 계획(Projet)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

         

         

         

        * * *

         

         

         

       공산주의라는 정치 이념을 채택한 나라들을 보면 이상한 공통점이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기묘하리만치 땅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당장 베트남만 하더라도 땅굴 속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며 미군과 싸웠고, 이제는 귀신들의 땅이 되어버린 북한만 하더라도 수많은 벙커를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산 하나를 통째로 파서 핵을 개발하는 기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한까지 연결되는 긴 땅굴을 파기도 했는데, 두더지에게 직접 배우기라도 한 것인지 아주 튼튼하고 안정적이었다고 한다.

         

       공산주의의 대부, 소련?

       말할 필요도 없다.

       지하 벙커는 당연히 곳곳에 널려있고, 핵 시설 역시 지하에 지어놓는 것이 기본이다.

       중요 군사 시설이나 군사용품 공장의 경우 땅속에 만들어서 폭격에도 터지지 않도록 대비해놓는 것은 물론이고, 지하철 같은 교통 역시 인력을 들이부어서 어마어마한 깊이에 만들어놓기까지 했다.

         

       러시아에 가보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서 꽤 깊숙이까지 들어가야 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소련 시절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깊숙이 들어간 지하철은 또 평범한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개미굴처럼 복잡하고, 거미줄처럼 넓게 퍼져있다.

       소련 시절 지하철과 관련된 인사들조차 그 진가를 알지 못했을 정도니…. 말 그대로 ‘지하 세계’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도대체 어느 곳에 시설이 있는지,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감도 잡지 못할 정도라 하겠다.

         

       이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 역시 많이 뒤틀리긴 했지만, 공산주의를 정치 이념으로 삼고 있었기에 다른 공산주의 국가처럼 땅속을 사랑했다.

         

       매우 매우 매우 사랑했다.

         

       중국은 이제는 사라져버린 소련이 그랬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넘어섰다.

         

       순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청취지어람이청어람(靑取之於藍而靑於藍)이라.

       제자는 스승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고, 뛰어넘어야 하는 법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의 그것을 뛰어넘기 위하여 온갖 것들을 지하에다가 마련하였다. 소련이 그랬던 단순 군사 시설뿐만이 아니라 비밀통로, 정치범 수용소, 반군 재교육소, 핵 연구소, 핵물리학자 숙소, 생체실험장 등등 외부의 눈길을 피해야 하는 것들과 민감한 것들을 전부 지하에 때려 박아버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심지어 지금처럼 충분히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던, 말 그대로 땅을 파먹으며 살았던 몇십 년 전부터 말이다.

         

       마치 황제가 존재했을 시절 백성들을 동원해 노역을 부리는 것처럼 수많은 인민을 부려서 그들은 지하에 설비를 마련하였고, 민감한 것들을 지하에서 행하며 데이터를 쌓아왔다.

         

       민감한 일.

       외부의 눈길을 피해야 하는 일.

         

       그것을 다르게는 약점(弱點)이라 부른다.

         

       그것이 바로 이유다.

       그것이 바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수사를 하지 못하게 막은 이유다.

         

       스스슥.

         

       그리고 지금.

       그 약점에 또 다른 사람이 접근하였다.

         

       사람 같지 않은 발소리를 내면서.

       수많은 벌레를 이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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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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