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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노스트럼의 재판은 영주의 손에 달려있다.

     재판장은 영주.

     제국에서 소위 ‘검사’라고 하는 고발측은 기사.

     그리고 변호인은 없다.

     스스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결투를 신청하겠소!

     결투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것.

     정확히는 무죄가 아닌, 자신의 능력이 이런 자리에서 죽어서는 안 될 실력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노스트럼은 ‘강한 게 곧 정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노스트럼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식과 조금 관련이 깊다.

     -영웅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를 처벌하는 게 맞을까?

     -사소한 범죄는 눈감아주더라도, 나라를 구한 업적을 더 생각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함부로 죽였다가, 만일 이 인간이 구국의 영웅이라면?

     위기의 순간마다 튀어나오는 영웅.

     지금까지 수많은 역병 속에서도 노스트럼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영웅이라면 응당 고발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며, 기사를 상대로도 결투로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것이다.

     결투를 통해.

     -저 죄수…죽기 직전에 마나를 각성했어!

     목숨이 걸린 위기의 상황에서, 영웅은 자신의 재능을 각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작 귀족들이 그걸 더 잘 써먹고 있지만.’

     죄수가 결투로 자신을 증명하면 그걸로 끝이겠지만, 귀족들은 여기에 결투 ‘대리인’이라는 법을 만들었다.

     언제였더라.

     ‘몇 세대 전의 일이지.’

     

     노스트럼의 영웅 중 하나가 평민 여성 마법사였는데, 이 평민 마법사가 자신을 덮치려고 한 귀족을 마법으로 태워 죽인 일이 있었다.

     훗날에는 그녀가 왕국 최강의 마법사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얼굴 좀 예쁜 하급 마법사에 불과했다고 하더라.

     그런 그녀를 고발했던 자는 상급 기사.

     하급 마법사가 상급 기사를 상대로, 그것도 재판장이라는 넓은 장소에서 싸워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

     그때, 카디안 경이 나섰다고 했다.

     카디안 경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평민 여인을 위해 자신이 공범이라면서, 대신 결투를 치르겠다면서 난리를 피웠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결투 대리인 문화가 열렸다고 하더라.

     그 뒤로 대략 200년 정도 흘렀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 등을 구하기 위해 대신 ‘흑기사’를 자처하던 문화는 변질되었다.

     ‘돈으로 결투 대리인을 사들이고는 그랬지.’

     결투에 나서는 기사보다 더 강한 기사를 부른다거나.

     그 기사의 선배나 동향의 기사를 부른다거나.

     중앙 기사단에서 은퇴하여 시골로 내려온 은퇴 기사를 첫 결투 대리인으로 부른다거나.

     정말이지 여러모로 천박하기 짝이 없는 문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투를 통해 1,000명이 억울하게 죽어도, 1명의 영웅이 튀어나오면 그만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으니.’

     노스트럼은 그러한 나라다.

     실제로 그런 방법으로 지금까지 제국, 역병, 마물, 재해 등으로부터 승리해 왔으니.

     ‘그러니까 제국에게 점령당했을 때, 기사들이 다 박살이 났지.’

     머리 복잡할 필요 없이 그저 검만 휘두르던 기사들이 갑자기 제국의 법정에 선 순간.

     -뭐?! 제국의 법정에서는 결투가 없단 말이더냐!!

     -피고인은 입을 닥치시오.

     -검사라면 검을 들어라!!

     -그 검사가 이 검사가 아닌데. 하아, 이래서 노스트럼이란….

     많은 기사가 법률의 지엄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강함만이 정의라는 개념은 제국에도 통용되는 부분이 있었으나, 노스트럼처럼 무력만이 0순위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메이드들을 썰어버렸을 때 아무런 말도 없었지.’

     아버지가 매국 선언을 한 날.

     

     아버지는 여러 명의 메이드를 죽였다.

     대외적으로는 메이드들이 지브롤터의 중요 기밀을 유출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공표하기는 했지만, 당연히 살인은 살인이다.

     그러나 누구도 아버지에게 죄를 묻지 않았다.

     지방의 재판장인 귀족이 죄를 지었으면 국왕이 심판해야 하지만, 국왕조차 지브롤터 변경백을 심판장에 세우지 못했다.

     고발을 해봐야 죄가 될 리가 없고.

     지브롤터 변경백이 결투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오히려 고발 측 기사가 목이 잘리겠지.

     ‘승리한 자는 큰일을 할 사람이다. 그렇기에 승리했고, 살아남았고, 언젠가 노스트럼을 위한 영웅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게 지브롤터 사람들의 평균적인 사상-‘상식’.

     그러나.

     재판이라는 게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걸 다들 알고 있기는 하지만.

     ‘사기꾼들이 처형당하는 게 무서워서 범죄를 안 저지를까.’

     재판이라는 것도 결국 범죄가 누군가에게 걸렸을 때나 일어나는 법.

     ‘안 걸리면 그만이지.’

     범죄를 저질러도 안 걸리기만 한다면 그만이다.

     설령 재판장에 오르더라도, 변경백이 직접 결투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알량한 생각으로, 지금 축제 현장에는 사기꾼들이 차고 넘친다.

     첫 번째.

     “자, 자! 이게 바로 세이레네에서 들여온 겁니다!”

     “이거, 오렌지인가요?”

     “그럼! 꼬마야. 돈은 가지고 왔니? 이게 세이레네에서 특산물로 판매되는 오ㅡ륀지라는 거란다.”

     여기, 물건을 속여 파는 자가 있다.

     “이거 한번 볼래? 이야, 이게 색깔이 붉지?”

     “우와ㅡㅡ!”

     놀랍다.

     “이건 왜 색깔이 붉어요?! 오렌지 맞아요?”

     “물ㅡ론! 세이레네에서도 극히 소량으로만 만들어진다는 고급과일, 레드 오렌지예요!”

     “얼마예요?”

     “이게 하나에 1만 골드-아니지! 100 솜누스란다.”

     “이거 1개면 되나요?”

     나는 나뭇조각 뒤에 ‘100’이라는 숫자가 조각된 솜누스 골드를 내밀었다.

     “그래! 이야, 심부름하러 왔니?”

     “네! 할아버지가 돈 많이 주시면서, 시장 경험을 한번 해보라고 하셨거든요!”

     “아, 그래. 어르신께서 벌써 경제 교육을 하시는구나.”

     상인은 기특하게 나를 바라보며, 종이봉투에 레드오렌지 하나와 일반 오렌지 하나를 담았다.

     “어? 저 하나 샀는데요?”

     “덤이란다! 집에 가서 할아버지 드리렴?”

     “와! 감사합니다!”

     나는 두 개의 과일이 든 종이봉투를 들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잘 가렴!”

     상인은 기뻐하며 손까지 흔들어줬다.

     “뭐야. 오렌지가 붉어?”

     “세이레네에서 왔다는데? 어디보자…글라파도스 농장에서 재배했다고…?”

     “그런 농장이 있어?”

     “우리가 어떻게 아냐. 보자. 비싸긴 한데….”

     내가 워낙 크게 소리를 질러서 그런 걸까,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어서요! 하하하!”

     상인은 금방 나를 잊고 몰려든 손님들을 향해 레드 오렌지를 파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야.”

     그래서.

     “양심 없는 게 쓰레기가 따로 없네.”

     멀찍이 떨어진 나의 말을 그는 듣지 못했다.

     “…….”

     슬쩍, 주변을 살핀다.

     움찔거리며 놀란 평상복의 소년이 골목 근처에서 보여, 냅다 그곳을 향해 달렸다.

     “히, 히익…!”

     “45번이구나. 여기에서 뭐 하지?”

     “아, 아앗…!”

     하얀 머리를 빵모자로 가린 소년-이 아닌 소녀, 화이트 중 한 명인 45번이 나를 보고 녹색 눈동자를 좌우로 굴린다.

     “그, 그게….”

     “네가 보기에도 저 상인, 참 양심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저, 도련님, 맞으시죠…?”

     “어.”

     45번은 계속 나를 위아래로 살폈다.

     “왜. 나 아닌 것 같아?”

     “지금은 그런데, 아까 저 아저씨 앞일 때는….”

     “언제 눈치를 챘지?”

     “이야, 라고 하시면서 쓰레기라고 하실 때…?”

     “다행이네. 눈치채라고 한 소리였는데.”

     나는 종이봉투에서 레드 오렌지를 꺼낸 다음, 오렌지가 든 채로 봉투를 45번에게 넘겼다.

     “너 가져. 중간에 간식으로 먹고.”

     “네, 네…?”

     “자몽은 많이 먹어봤어도, 진짜 왕국산 오렌지는 못 먹어봤을 거 아니야.”

     “어, 그, 그게….”

     “자몽은 제국에서 보통 얼마 정도 하지? 기사에는 개당 가격까지는 안 나와서.”

     “…한 개에 50셍트 정도인데요….”

     “50셍트라.”

     찰칵, 찰칵.

     “그러면 저 상인은 대략 650 짜리를 개당 1만에 팔아치우고 있는 셈이네?”

     “그, 그게….”

     “그래서 네가 답답해서 튀어나온 거고.”

     “…….”

     나는 45번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다. 기록은 안 해도 돼. 내가 나중에 저 인간들이 가져온 솜누스 골드, 정산받을 때 직접 얼굴 보고 따로 분류해 둘 거니까.”

     “저, 정산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을 보내면…. 아, 그! 제가 도련님 기억력을 믿지 않는 건 아닌데요…!”

     “괜찮아. 기록도 해뒀으니까.”

     나는 내 옷 안주머니에서 새로운 솜누스 골드를 꺼냈다.

     “이건 내가 특별히 제작한 솜누스 골드거든.”

     “그, 그래도 되나요…?”

     “당연하지. 내가 솜누스 골드 제조자인데.”

     이 시장에서, 나는 실시간으로 화폐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저기, 도련님. 저거, 사기 아닌가요…?”

     “사기? 흐음. 글쎄. 세이레네에서 밀수로 제국산 자몽을 사들인 다음, 굳이 지브롤터까지 와서 팔아치우는데 뭘.”

     나는 바로 레드 오렌지-라고 판매된 1만 골드짜리 자몽을 반으로 갈라 알맹이를 빼낸 다음, 벗겨낸 껍질과 함께 나머지를 봉투에 다시 밀어 넣었다.

     “나머지도 먹어라. 고향 생각은 나는데, 뭘 저렇게 비싸게 파냐 싶었겠지.”

     “아…. 그, 도련님은….”

     “그래서 한 개만 샀잖아. 내가 산 1만 골드 중에는 이 제국의 과일을 처음 먹어봤다는 경험값도 포함되어 있는 거야.”

     노스트럼 남부의 오렌지와는 다른 신맛.

     “다음부터는 저 돈 주고 안 사지. 호구가 아닌 이상-”

     “야ㅡㅡ! 여기 와봐!”

     익숙한 고함소리가 들린다.

     

     “마음대로 골라! 내가 이거 사줄게!!”

     “오오오ㅡㅡㅡ!”

     “누아르! 누아르! 누아르!”

     “…….”

     호구가 나타났다.

     “저기, 도련님.”

     45번은 진지한 얼굴로, 누아르가 상인의 앞에서 치켜든 검은색 철판을 가리켰다.

     “저거 저렇게 마음대로 긁게 해도 되는 거예요…?”

     “어.”

     상인이 기뻐하며, 누아르가 가진 철판에 쇠침으로 자기 이름과 판매 품목, 대금을 적고 있다.

     “어수룩한 사기꾼일수록,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서 낚이는 법이거든.”

     누아르는 현재, 열심히 정보를 수집 중이다.

     “하하하! 나 누아르 지브롤터가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마!”

     “역시 연기는 진짜를 따라갈 수가 없는 건가.”

     “우리 막내의 눈동자 색깔과 같은 오렌지라니! 크으, 그야말로 보석 같구나!”

     “애는 착해. 애는.”

     나는 남은 자몽을 그대로 입 안에 털어넣었다.

     “45번.”

     “예, 도련님.”

     “쟤, 잘 부탁한다.”

     “…결혼하라거나 그러라는 건 아니죠?”

     “…….”

     “아, 아니. 제가 결혼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그건 마음대로 하시고.”

     나는 45번의 흐트러진 빵모자를 다시 잘 눌러준 뒤,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열심히 정보 수집을 하도록. 직접 물어볼 필요는 없으니까, 안전하게.”

     “예…!”

     현재, 화이트들 중 일부는 변장하고 거리를 배회 중이다.

     “지브롤터에서 볼 수 없었던 제국 물건들, 전부 다 찾아서 말씀드릴게요…!”

     어떤 상인이 제국의 물건을 들여왔는지.

     * * *

     축제, 11시 55분.

     지브롤터의 축제는 조금 시간이 특이하다.

     보통 축제라는 게 야시장을 생각하면 오후 4시쯤에 시작하여 자정까지 열리기 마련이지만-

     -시끄럽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일찍 주무시는 시간을 지켜야 하므로, 축제를 8시까지 하도록 강제했다.

     그 대신 아침 일찍 행사를 시작하여, 지금은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할 때.

     ‘슬슬 점심시간이지.’

     모두가 저녁의 불꽃놀이가 피크라는걸 알기에, 그전까지 상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려고 노력하고 있다.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음식.

     외지에서 들여온 농산물이나 공산품 등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면, 따로 설치된 구역에는 구수한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온다.

     빵부터 시작하여, 기름으로 튀겨낸 고기까지.

     ‘물건은 안 사도 그만이지만, 배고프면 밥은 먹어야지.’

     아무리 돈을 안 쓰려고 작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공복인 가운데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 결국 지갑을 열기 마련.

     물론 지갑에서 나오는 건 골드가 아니라 솜누스 골드겠지만-

     “저, 손님.”

     “왜?”

     “이거….”

     “아 씨. 뭐? 돈 맞잖아?”

     슬슬.

     “이거 돌려드릴 테니까, 혹시 골드로 주시렵니까?”

     하나둘, ‘해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마련.

     “대신 음식값은, 제가 10%만 받겠습니다.”

     “어, 그래…? 그러면 나야 좋지. 크흠.”

     일찍 점심을 해결한 남자가 상인에게서 다시 솜누스 골드를 받고, 금화를 꺼내 음식값을 지불한다.

     ‘저런 거야 뭐.’

     솜누스 골드라는 새로운 화폐에 대한 불편함, 걸리적거림.

     노스트럼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애초에 이런 게 제대로 사용될 리가 없다.

     ‘단발성 이벤트라고 해도, 불편한 건 다들 못 참지.’

     저런 건 고발하거나 잡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사소한 문제.

     ‘그래도 눈에는 남겨둬야지.’

     예상 시나리오 중에 있던 부분이기는 해서 딱히 문제는 없지만.

     ‘아버지 때문에 다들 몸을 사리는 건가?’

     걸리면 아버지가 재판한다는 것 때문에 다들 겁을 먹은 건지, 그다지 생각했던 그런 획기적인 범죄가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제국의 시장이었으면 이미 아동 실종, 위조지폐, 시장 권리금 행사는 일어났을 텐데.’

     우리 애가 사라졌다.

     이거 가짜 돈 아니냐.

     여기 누구 허락을 받고 장사하느냐.

     ‘순박한 노스트럼일 때가 그립다고 하던 이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대충은 알겠네.’

     매국노 그레이 변경백 앞에 잡혀 왔던 몇몇 혁명군 사람 중, 그런 이야기를 했던 이들이 있었다.

     -제국의 삶은 우리가 따라가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렵고, 제국인들은 그걸 바탕으로 우리를 등쳐먹기 일쑤였다.

     라고.

     ‘그래도 좀 뭔가 자극적인-‘

     “아.”

     보였다.

     “이야.”

     전방.

     “아아, 크흠. 여러분.”

     가판대도 없는 곳에, 비싼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많은 아이들을 모아두고 뭔가를 말하고 있다.

     “얘들아, 알겠지? 골드말고, 이런 걸 많이 모아와야 한단다?”

     “나무토막은 끝이 날카로워서 빼내기 힘든데….”

     “그냥 골드 훔치면 안 되나요? 운 좋게 천, 아니 만 골드 낚으면 되는데.”

     “쓰읍…! 이건 훨씬 확률이 높은 거라고! 제일 낮은 게 100골드 짜리라니까…!”

     축제나 사람 많은 곳에 좀도둑이 끓는 건 기본.

     ‘시시하게.’

     고작 소매치기나 들끓게 하려고 솜누스 골드를 위해 솜누스 꽃을 희생했나, 개인적으로 자괴감이-

     “솜누스 골드라는 거 최대한 많이 모아와. 현금화 해준다고, 싼 값에 사들여. 훔치든 구입하든, 우리가 다 긁어모은다.”

     오.

     “그러다가 시장에서 쓰지 못하게 되어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 때는…흐흐.”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저녁 즈음 되면, 어두워서 잘 안 보이겠지?”

     “예.”

     “그리고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은 한참 남았고.”

     오오.

     “그 동안 너희 애들이 이거 만들어낸 다음, 장사꾼들 떨이로 판매할 때 이걸로 내라고. 알겠어?”

     “이건 가짜잖아요.”

     “가짜든 뭐든.”

     드디어.

     “속은 놈이 잘못이지.”

     신용 따위는 개나 줘버린, 속고 속이는 사기꾼들의 움직임에 절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쓰읍….”

     슬슬.

     제국스러운 인간이 하나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입맛에 당기는 이는 없었다.

     “누구, 깡같은 거 안 하나….”

     아니면 위조 솜누스 골드 판매라거나.

     “이러다, 그냥 불꽃놀이나 즐기게 생겼네.”

     뭐, 사실.

     “하긴. 고작 이런 판에서 제대로 된 꾼들이 올 리가 없기도 하지.”

     그것도 좋지만.

     “여기ㅡ! 수제 장신구 팔아요! 보석을 깎아서 만든 예쁜 장신구입니다! 전야제에 좋아하는 상대에게 선물하세요!!”

     “…….”

     “엇, 사시려고요? 이거 제법 비싼데….”

     “줘.”

     “앗…! 네네! 그, 금방 드리겠습니다! 봉투는-”

     “필요없어.”

     솜누스 골드 유통 활성화를 위해, 좀 더 솜누스 골드를 뿌려야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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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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