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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띠링-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입구에 들어갔다.

       

       클랜 타워 37층은 건물 내 어떤 사무실보다 화려했다.

       

       심플하지만 고풍스럽게 디자인된 내부와 벽면 곳곳에 걸린 다양한 장식품.

       게다가 <불의 심판>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정열적으로 타오르는 불꽃의 문양.

       

       입구부터 비서실, 마스터 사무실까지.

       어느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인테리어가 없었다.

       

       ‘돈 엄청 썼겠는데.’

       

       클랜 타워 내 사무실들을 구경할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긴 했지만, 여긴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다른 층보다 37층 디자인에 돈을 몇 배는 썼을 것 같았다.

       

       새삼 이런 클랜의 후계자인 강주연이 다르게 보였다.

       

       ‘…내가 잘할게, 강주연.’

       

       평소에도 못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괜히 더 경건해지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강주연이 보이질 않는다.

       사냥 5팀 사무실에도 없었고, 올라오면서도 못 봤다.

       

       어차피 클랜의 후계자이기에 자신의 아버지와 보상을 논의하는 건 아닐 거고, 아마 권오준처럼 어제 일 관련 업무 처리로 바쁜 모양이었다.

       

       어째 아카데미에 있을 때보다, 클랜에서 더 보기 힘든 그녀였다.

       

       “실례합니다.”

       

       나는 천천히 입구 안쪽으로 들어온 후.

       

       비서실 문을 두드리며 입장했음을 알렸다.

       

       “안녕하세요. 사냥 5팀 도재현이라고 합니다. 아까 전화 주셔서 왔습니다.”

       “아, 잠시만요.”

       

       내게 면담을 공지했던 비서는 다시 내선 전화를 걸었다.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강우현에게 내가 왔음을 보고 중인 것 같다.

       

       그녀는 이내 전화를 끊으며 내게 말했다.

       

       “네, 지금 노크하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37층 내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방의 문.

       

       다니는 회사 사장님 방에 들어가는 게 이런 기분일까.

       

       왠지 모르게 기가 눌리는 걸 느끼며,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게.

       

       

       노크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들려왔다.

       

       그에 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몸을 멈춰서야 했다.

       

       “와….”

       

       몇 구역의 넓은 공간으로 구성된 마스터 사무실.

       

       그 첫 구역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클랜 타워 꼭대기 층답게 탁 트인 여의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아름다운 뷰를 구경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벽면엔 얼마인지 가늠도 안 될 수준의 그림 몇 점이 걸려 있고, 중앙엔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소파들이 놓여 있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곳곳엔, 얕은 불길이 일렁이는 고급 화로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불의 심판>의 정체성을 엿보는 듯한 구성이었다.

       

       “하하. 꽤 정신이 없어 보이는군.”

       

       잠깐 넋을 놓고 구경하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무실의 주인이자 클랜 마스터, 강우현이었다.

       

       그 모습에 난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마, 마스터를 뵙습니다. 저는 이번에 사냥 5팀 소속으로 입단하게 된 인턴 클랜원, 도재…”

       “하하. 됐네, 됐네. 인턴으로 입단하긴 했어도, 아직 아카데미 학생에 우리 주연이 친구 아닌가.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게. 자네가 그렇게 예를 차리면 내가 민망해.”

       

       강우현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사실 나도 좀 어색하긴 하다.

       이 정도로 깍듯한 예를 차려 본 건 거의 처음인 터라.

       

       그래도 다행히 강우현은 생각만큼 딱딱한 사람이 아니었고, 과하게 규율을 중시하는 FM 인물도 아니었다.

       덕분에 난 한결 편안한 자세로 그를 대할 수 있었다.

       

       강주연과는 정반대의 성격.

       이렇듯 넉살 좋은 아버지에게서 어떻게 그리 무뚝뚝한 딸이 나왔나 싶다.

       엄마를 닮았나?

       

       “일단 앉지.”

       “아, 넵!”

       

       강우현의 손짓에 나는 재빨리 한쪽 소파에 앉았다.

       

       상석에 그가 앉고, 그 옆에 내가 앉는 구도.

       

       함께 자리에 앉자.

       비서 한 명이 노크하고 들어와 차를 건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란 빛의 차.

       그 위에는 잘게 부서진 견과류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생강차일세. 내가 자주 즐겨 먹지.”

       “아, 네….”

       

       나는 멍하니 생강차를 바라봤다.

       

       보통은 ‘차는 뭘로?’하고 묻지 않나…?

       

       아쉽게도 강우현과의 면담에서 그런 선택지는 없었다.

       

       푸딩처럼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 쓰디쓴 생강차는 진짜 고역이나 다름없는데…

       

       “혹시 싫은가?”

       “아닙니다. 건강에 좋은 건 또 찾아 먹습니다, 제가.”

       

       내 입에선 정반대의 대답이 나왔다.

       

       …차마 다른 차를 달라곤 할 수 없었다.

       

       후릅-

       

       기분 좋은 얼굴로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신 후.

       강우현이 말문을 열었다.

       

       “주연이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나도 인턴 클랜원 영입을 허락하긴 했네만, 그게 설마 두 달짜리 인턴일 줄이야. 하하. 자네 실력이 정말 뛰어난가봐.”

       

       강우현은 내 칭찬으로 시작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전에 같이 던전 공략을 갔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강주연 홀더가 저를 좋게 평가한 모양입니다.”

       “꼭 그런 건 아닐세.”

       

       강우현이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전에 딸 아이에게 동기 중 괜찮은 홀더가 있는지 알아보라곤 했었다네. 후계자로 클랜에 영입할 만한 인재가 있는지 말이야. 솔직히 나도 말해놓고 나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후로 주연이가 한결같이 자네를 추천하더군. 얼마나 실력이 뛰어나길래 그리 자주 이야기를 했던 건지… 궁금해서 직접 대련을 해보고 싶을 정도야.”

       “…예?”

       

       순간 기겁하고 말았다.

       

       대련…이요?

       

       룬의 특성 탓에 대검을 들고 다니긴 하지만, 강우현은 불 계열 마법과 특수 마법 방면에서 정점에 다다른 S급 홀더다.

       

       날고 기는 홀더들이 다수 포진된 마법사 계열.

       그 안에서 홀로 군림하다시피 하는 남자.

       

       당연히 한국에서도 상대할 홀더가 거의 없었고, 전사나 암살자 계열 상대로도 압도적인 무력 차이를 보여주곤 한다.

       

       국내에 5명밖에 없는 S급 홀더.

       이 말은 다시 말해.

       국내 5위 안에 들어가는 강자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막말로 지금의 내가 그와 대련하면, 정말 1초 만에 불에 지져져 먹음직스럽게 구워질 것이다.

       

       그래서 장난인 걸 알면서도, 괜히 목소리가 떨렸다.

       

       “노, 농담도 잘하십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마스터와 대련을 하겠습니까. 당치도 않을 일입니다.”

       “하하. 뭘 그렇게 당황하나. 자네 말대로 농담인데.”

       

       …농담 한 번에 사람 하나 골로 가겠다.

       

       그에게서 왠지 모르게, 중대장의 향기가 물씬 나는 느낌이다.

       

       그래도 긴장이 풀리긴 했다.

       

       처음 마스터 사무실로 올 때만 해도, 혹시나 실수하진 않을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강우현은 적절한 농담과 능숙한 대화 기술을 섞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면담의 분위기를 가볍게 풀었다.

       그 덕에 내 말문도 꽤 풀렸고, 대화의 흐름도 매끄러웠다.

       

       실로 클랜 마스터의 관록이 느껴지는 언사였다.

       

       “자네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한 이야기가 많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지.”

       “예.”

       

       짤막하게 대답하자, 강우현이 탁자에 놓인 종이를 가져와 훑었다.

       

       아까 비서진이 차를 가져오며 함께 놓고 간 서류였다.

       

       

       사라락-

       

       

       한껏 진중해진 얼굴로 강우현이 서류를 넘겼다.

       

       어깨너머로 보이는 서류엔 ‘뱀이 뒤덮은 숲’ 공략과 관련된 사냥 5팀의 보고 내용이 적혀있었다.

       

       저걸 대체 언제 만들었대?

       

       권오준 팀장이 어제 야근을 했다더니, 민채환 사건뿐 아니라 공략 보고서까지 작성한 모양이다.

       

       “자네의 활약상은 이미 보고를 받았네. 담당 계열에서 본인의 등급을 넘어서는 능력을 보이고, 던전 공략 도중에도 빠르게 팀 전술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고.”

       “…과찬이십니다.”

       

       누가 써 준 평가일까.

       

       눈앞에 보인다면 당장 뽀뽀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보스 괴수의 사냥에선 활약이 엄청났더군. 보고서를 읽으면서 나 역시 감탄했네. 스무 살의 C급 홀더가 두 개의 궁극스킬을 사용하다니… 자네의 관련 기사가 뜨면, 한국이 또 떠들석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 역대급 유망주의 탄생, 같은 느낌으로 말이야.”

       “…감사합니다.”

       

       칭찬이 과하긴 해도, 성과 평가에 있어선 좋은 일이다.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거니까.

       

       게다가 이 정도로 극찬해줄 정도라면…

       과연 어떤 성과가 나올지 나도 기대가 됐다.

       

       강우현은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후 나를 봤다.

       

       “인턴 클랜원 도재현. 이번 파견 작전에서 자네의 성과 등급은 최상급이네. 사냥 5팀 팀장인 권오준과 선임 클랜원 강주연, 그리고 마스터인 내가 내리는 공통적인 평가일세.”

       

       최상급 성과.

       그 한마디에 입이 벌어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클랜 내 파견 작전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성과였다.

       

       “최상급 성과의 경우 부산물 정산에 따른 추가 성과급과 최대 에픽급 장비 하나의 지급,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부산물을 보상으로 신청할 수 있다네.”

       

       거기까지 말을 마친 강우현이 벨을 눌렀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비서진이 다시 들어왔다.

       그들의 손엔 웬 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마침 자네가 검을 쓴다고 해서 적절한 장비 하나를 준비해봤네. 원래는 보급팀을 통해서 자동으로 지급이 됐겠지만, 자네에게 관심이 생겨 내가 직접 골라봤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이게…”

       

       강우현이 비서에게서 검을 받아, 내게 건넸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그를 보는 내 눈은 휘둥그레해 져 있었다.

       정확히는 처음 검을 본 그 순간부터, 계속 놀라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검의 정체를,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신과 검집부터 영롱한 빛을 보이는 검.

       그 빛이 워낙 강렬한 탓에 눈으로 잘 보기도 힘든 검.

       너무도 익숙한 모습의 장비 아이템.

       

       이건…

       

       ‘참회자의 검이잖아?’

       

       스월 레비아탄을 사냥한 후.

       대구 경매장에서 첫 번째 품목으로 나왔던 경매품.

       [참회자의 검].

       

       그 검이 내 손안에 있었다.

       

       [참회자의 검]은 근력과 신성의 보조를 받는 검이다.

       신성 수치가 높을수록 검의 위력이 올라가고, 언데드 형태의 상대와 싸울 땐 50%의 추가 성능을 낸다.

       심지어 장비로선 드물게 [디바인 슬래쉬]라는 내재스킬까지 보유하고 있는, 사기적인 성능의 에픽 아이템이었다.

       

       경매 당시 거의 300억에 가까운 가격에 낙찰됐던 기억이 나는데, 이게 <불의 심판>에 있었다니….

       

       아마 당시 낙찰자가 <불의 심판> 경매 담당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돌고 돌아 내게로 온 [참회자의 검].

       이런 걸 보면, 홀더의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넋이 나간 채 검을 보는 내 모습에 강우현이 웃었다.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추가 성과급은 일주일 안으로 지급될 거고, 원하는 부산물 신청은 따로 보급팀에 요청하면 될걸세.”

       “감사합니다, 마스터. 너무 마음에 드는 보상입니다.”

       

       부산물 신청도 보스 괴수의 마력석을 신청하면 끝.

       말 그대로 딱 내게 필요하던 보상들이다.

       

       벌써부터 머릿속에선 [참회자의 검]을 어떻게 써먹을지, 치열하게 구상 중이었다.

       

       아이템 설명만 보면 오직 성기사들의 주력 무기일 것 같지만, 쓰기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검이다.

       

       ‘에픽급 무구를 얻었으니까… 최유민한테는 방어구 위주로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다른 장비에 대한 행복한 고민도 덤이었다.

       

       그렇게 대략 보상에 관한 이야기가 모두 끝이 났다.

       

       강우현은 서류를 한데 모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래. 보상 면담은 여기까지 하는걸로 하지. 마지막으로 더 궁금한 게 있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혹여나 보상이 바뀔까 봐,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여기서 보상 바뀌면 나 진짜 운다.

       

       “그래?”

       

       그런데 기운차게 대답을 하자…

       어쩐지 강우현의 표정이 묘하게 물들었다.

       

       그건 자신이 기대한 대답이 아니라는 얼굴이었다.

       

       그리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지…”

       “예? 어떤….”

       

       아.

       이 양반 또 왜 이래.

       

       절로 한숨이 나온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강우현의 중대장식 화법이다.

       

       이렇게 뜸을 들이고, 또 장난식으로 풀겠지.

       

       그래도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보스 괴수 마력석도 주고, [참회자의 검]도 주는…

       그야말로 내게 있어 물주님과 같은 마스터니까.

       

       나는 겉으로 긴장하는 척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또 이러네’가 아닌.

       진짜 긴장해야 할 질문이었다.

       

       “자네, 내 딸하고 정확히 무슨 사이인가?”

       

       …좆됐다.

       

       클랜 마스터의 보상 면담을 가장한 아빠의 심문.

       함정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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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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