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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오, 어디서 그런 걸 들었데? 많이 발전했네, 우리 쓰레기. 최수정 그년이랑 붙어먹더니 그런 고오오오급 정보도 알고 말야. 대단해, 대단해.”

     

    -짝짝.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박수를 치는 최우석.

    그 능글능글한 태도에 화가 다시 한번 치밀어 올라와 소리치며 재차 물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대답해! 진짜야?”

     

    “뭘 촌스럽게 또 물으실까. 한번 말하면 알아들으시지 그래?”

     

    사실상 인정하는 그 말에 또 한 번 최우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유라가 먼저 눈치채 일찍이 나를 막아선다.

     

    “그만해, 원우야.”

     

    “헛소리하지 말고 저리로 꺼져. 헌터라는 놈이 도시 가운데에 게이트를 열어서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뜨려?”

     

    “아주 정의의 사도나셨네. 도덕 시험 쳤으면 백점 만점 나왔겠어? 아니지. 이론만큼은 S급이니 다른 것도 백점이었을려나?”

     

    “닥쳐 이 새끼야!”

     

    나를 조롱하는 것보다 평범한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았으면서 저렇게 뻔뻔하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 더 화가 났다.

     

    아무리 이 바닥이 더럽고 추악하다고 하더라도 선이 있는 거다.

     

    그런데 그 기준을 아득히 넘어선 짓을 최우석은 벌인 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알아준다는 길드의 수장이.

     

    이게 만약 알려진다면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질 않는다.

     

    “보아하니 화난 이유가 널 농락해서 그런 게 아닌가 보네? 그 힘도 없는 등신들이 죽어 나가도록 둔 게 그렇게 신경이 쓰이나?”

     

    그 말에 기가 차서 가슴속에 가득 차 있던 분노도 사라지며 할 말이 없어졌다.

     

    진짜 광기를 만나면 아무 생각이 안 든다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는 말인 거 같다.

     

    최우석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뒤틀린 인간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눈에는 나머지가 하찮고 벌레와 다를 바 없이 여겨지고 있는 거다.

     

    그러니 그런 일을 벌였겠지.

     

    내 몸에 몰래 마력 억류기를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인 이유일 거다.

     

    자신의 위대한 일을 진행하는데 감히 방해를 했다는 생각에 화풀이를 하려는 마음으로 말이지.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에 최우석을 보며 물었다.

     

    “그럼 한유라한테 바람 넣어서 날 버리고 떠나 성광 길드로 데려간 것도 나한테 복수를 하려는 의도였나?”

     

    “엉? 그건 또 뭔 개소리야. 그냥 S급이니 영입하려다가 보니 니가 있었을 뿐인데? 그거 자의식과잉이라는 거 알지?”

     

    역시 3년 전에 화풀이를 한 뒤 나라는 존재는 이미 잊어버린 상태였던 거다.

     

    그러다가 한유라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 거고.

     

    인연이 더럽게 꼬였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그래서 나한테 이걸 다 알려주는 이유는 뭔데?”

     

    “큭큭. 왜일 거 같아? 궁금하지? 오히려 그럼 내가 너한테 물어볼게.”

     

    대답 대신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최우석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질문을 던졌다.

     

    “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던 최수정 그년은 네가 고통받던 그 3년 동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최우석의 그 말에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의문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날에 갑자기 나타난 그녀.

     

    그리고 다짜고짜 길드에 영입하겠다고 말하며 치료 또한 무조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이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며 감사의 표시와 더불어 계속된 애정 공세.

     

    그리고 현재는 연인으로까지 관계가 진척된 상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벌어진 일들이다.

     

    과연 이게 단순히 운만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수정이가 가진 고유 특성인 [성녀]가 굉장한 치유계 특성이지만, 첫 만남에서부터 확신을 지니고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는 건 이상하긴 하다.

     

    하지만 내 몸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 다르다.

     

    이미 모든 걸 파악한 상태에서 내게 접근했고 그걸 이용해 자신의 길드로 끌어들였다.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의문들이 생겨난다.

     

    여태까지 했던 달콤한 말들이 다 진실이 아니라면 무슨 목적으로 내게 접근했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미 망가질 만큼 망가졌던 삶이라 딱히 크게 이용할 가치도 없었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혼란스러움만이 가중되어 갔다.

     

    “슬슬 의심이 드나 보지?”

     

    내 표정을 보고 읽었는지 재밌다는 듯 말하는 최우석.

     

    그 말을 애써 부인하며 소리쳤다.

     

    “…웃기지마!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걸 오히려 이용했을 수도 있지만 괜찮아. 오히려 받은 게 더 많으니까.”

     

    그 말에 옆에 있던 한유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고 최우석은 그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웃음이 잦아들 때쯤 자신의 옷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 모습에 놀라 경계 자세를 취하자, 최우석은 한 손을 들고는 진정하라는 듯 말했다.

     

    “버러지답게 무서워하는 건 괜찮은데, 안심해. 널 상대로 치사하게 기습한다거나 그런 짓은 안 하니까.”

     

    그렇게 말한 뒤 안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보랏빛의 수정구였다.

     

    그리고 한유라에게 수정구를 건네주며 말했다.

     

    “지금 난 마력을 쓸 수 없으니 한유라 헌터가 좀 해줘.”

     

    “네, 알겠어요.”

     

    한유라는 지시에 따라 자신의 붉은 색 마력을 일으켜 수정구를 향해 천천히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정구에서 붉은색 한 줄기 빛이 나타나 거대한 사각형 빛의 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안에 수정이와 강소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보아하니 영상을 담을 수 있는 마도구였던 거 같다.

     

    “자, 그럼 준비한 걸 감상해볼까?”

     

    최우석의 말에 한유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멈춰 있던 둘이 대화를 시작했다.

     

    “꼭 이 남자여야 하는 겁니까?”

     

    강소영이 손에 쥔 종이를 보며 수정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수정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

     

    “응,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 돼.”

     

    “하지만 딱히 뛰어난 능력을 지닌 거 같진 않은데요.”

     

    강소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풀며 말하자, 수정이도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분한테는 아주 큰 빚이 있으니까. 꼭 갚아야 해.”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할까요? 그냥 고쳐주고 돈 적당히 주고 나서 넘어가시면….”

     

    “거기까지 해, 강 비서. 그 이상은 못 들어주니까.”

     

    순간 마력을 일으키며 위협적으로 말하자, 강소영도 더는 말하지 않고 한발 물러선다.

     

    잠시 조용해진 공간.

    강소영이 조심스레 침묵을 깨며 물었다.

     

    “이 사람이 안고 있는 증상이 마력 억류기 문제인 건 확실합니까? 그때 생긴 부상으로 그런 건 아닐까요?”

     

    “아냐, 증상을 보면 아마 맞는 거 같아. 그리고 그렇게 약한 분이 아니라고.”

     

    그 말에 고개를 젓는 강소영.

    그리고 수정이를 보며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이해가 갑니다만. 이 분을 저희가 공들여 준비한 계획까지 끌어들이는 게 과연 맞을까요?”

     

    “…무슨 뜻이야 그건?”

     

    “아가씨 말대로 3년 전의 그는 보기 드문 선량하고 좋은 헌터이자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렇지. 아무것도 모르는 날 위해 목숨을 내던지셨는걸.”

     

    내 칭찬에 수정이는 자신이 칭찬을 들은 듯 뿌듯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수정이를 보며 강소영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아주 쉽게 타락합니다. 특히 착한 사람일수록 더 나쁜 방향으로 흐르기 쉽죠. 그런데 지금 이 남자의 상황을 보면 과연 멀쩡할 수가 있을까 싶네요.”

     

    “아냐, 원우님은 절대 그러지 않아.”

     

    “절대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매우 강하면서도 아주 약한 법이니까요.”

     

    그 말에 수정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민을 하는지 그대로 눈을 감고는 생각에 잠겼다.

     

    벽에 걸린 시계가 3분 정도 흘렀음을 알릴 때쯤 수정이가 눈을 뜨고는 강소영을 보며 말했다.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그래도 생명의 은인을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싶어. 예전의 그 정의감 넘치던 그가 살아있는지 어떤지. 하지만 만약 갑자기 돌아온 힘과 내 도움에 취해 그릇된 행동을 한다면 그땐….”

     

    그렇게 뒷말을 끝맺지 못한 채 영상이 끝이 났다.

     

    무슨 말을 했을까 싶어 궁금증에 최우석을 바라봤지만, 웃음만 흘리고 있을 뿐 아무런 말이 없다.

     

    그래서 최우석을 보며 물었다.

     

    “이걸 보여준 의도가 뭔데?”

     

    “진실을 자꾸 아니라고 애써 외면하는 거 같아 보여준 거야. 이미 상태에 대해선 다 알고 있었고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걸.”

     

    그 말에 심장이 콕콕 쑤시듯이 살짝 아파 왔다.

    결과가 어쨌든 속내를 숨긴 채 다가왔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걸 저놈에게 티 내기 싫어 일부러 강하게 소리쳤다.

    “그래서 뭐! 그렇다고 해도 난 손해 본 게 없는데?”

     

    “이야, 이 정도면 성자 맞네. 가식이 아니라. 아니지 등신이 맞으려나? 큭큭.”

     

    “왜 니 맘대로 안 흔들리니까 우기고 싶어?”

     

    “아니, 대단해서 말이지. 그 날 처음 만난 여자애 하나 때문에 3년이나 무시당하며 살고 그 여자애는 그걸 이용해서 사랑놀이 하려고 드는데 마냥 좋다고 하니까 말이지.”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시원하게 쏘아붙여 주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마음속 한편에서 영상의 마지막이 계속 맴돈다.

     

    지금까지 보여준 애정이 사실은 전부 은혜 갚기의 일환이었고 사실은 내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고자 함이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알고 보면 또 내가 속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또한 생겨난다.

     

    가장 가까웠던 존재들인 한유라, 김지수에 이어 설마 수정이까지 나한테…?

     

    계속 안 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큭큭….”

     

    그러다가 최우석의 웃음소리에 정신이 들었고 앞을 바라보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한유라가 눈에 들어왔다.

     

    “후우…. 그래서 할 말은 이게 끝이야?”

     

    저 두 명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싫다는 생각에 허세를 부리며 묻자, 최우석은 검지를 들어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앞에 이야기는 사실 입가심 정도고. 이게 진짜야. 들을 준비 됐어?”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고 잠시 후 준비됐다고 여겼는지 최우석이 입을 뗐다.

     

    “최수정 그년, 인간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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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내가 구한 그녀가 S급 헌터로 돌아왔다
Score 3.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s soon as she became an S-rank Hunter, my childhood friend and lover said we should break up. As I was hurting, another S-rank girl came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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