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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수학자 롯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고단했습니다. 대학의 생존자로부터 위치를 수소문하고, 롯이 사는 아파트의 주소를 알아내고, 미쳐서 습격해 오는 사람들을 격퇴해 낸 뒤에야. 베네트와 니오레는 수학자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복도가 있는 아파트의 4층 맨 끝자락. 

       

       여기서부터 그가 남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는데, 문이 통째로 용접되어 안에서도 밖에서도 열 수 없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창문에도 나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보강을 해둔 것으로 보아, 죽더라도 안에서 죽을 심산인 듯했습니다.

       

       [문을 도려내는 편이 좋을까요?]

       

       “우선⋯⋯ 노크를 하지.”

       

       똑똑똑.

       

       규칙적인 박자로 세 번을 두드리자, 안에서 대뜸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쨍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말투를 듣기만 해도 괴팍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42를 세 번 곱해봐라, 얼마지?”

       

       “⋯⋯⋯⋯?”

       

       [⋯⋯⋯⋯.]

       

       갑작스러운 수학 공격에, 베네트와 니오레는 서로를 마주 보았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지.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약 3초간의 침묵이 있고 난 뒤에, 수학자 롯은 말했습니다.

       

       “바로 대답이 튀어나오지 않는 걸 보니 너희들의 뇌 성능을 알 만하군. 원숭이라고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화해 주마. 여기는 어-째-서 찾아왔지?”

       

       “⋯⋯⋯⋯.”

       

       음절 하나하나에 담긴 갓난아기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친절함에, 베네트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습니다. 니오레는 베네트의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참아요, 베네트.]

       

       “원숭이들끼리 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보니 사교성은 좋은 모양이군. 지능이 덜떨어졌으면 사교성이라도 좋아야겠지. 그런데 그쪽은 말을 아직 못 뗐나? 생후 1개월은 족히 지난 것 같은데.”

       

       [참지 말까요, 베네트?]

       

       “⋯⋯참아야지. 우리가 부탁하러 온 쪽이니까.”

       

       하지만 조금 더 긁었다가는 용접된 문이고 나발이고 반으로 갈라버리고 들어갈 테다. 베네트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혹시 까먹었다면 다시 말해주지. 여기는 어-째-서 찾아왔지?”

       

       “천문학 교수 아브라함을 아나?”

       

       [⋯⋯⋯⋯.]

       

       니오레는 옆에서 주문을 장전했습니다. 아브라함에 대한 험한 말이 나오면 즉시 주문-도어 브리칭을 갈기고 들어갈 예정이었으므로.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지. 너무 사람이 물렁한 게 흠이었지만.”

       

       “아브라함이 남긴 연구에 대한 계산을 부탁하러 왔다.”

       

       “시간이 비명을 지르고, 생물학자들이 자살하고 싶어지는 생김새의 괴물들이 날아다니는 이 시기에? 너는 미쳤거나 물리학자로군. 모를까 봐 알려주자면 두 단어는 같은 뜻이야.”

       

       “해줄 건지 말 건지만 말해라.”

       

       뒤지기 싫으면. 이라는 뒷말은 겨우 삼켰습니다.

       

       “흠⋯⋯ 일단 줘 봐. 마침 십자말풀이 잡지도 다 떨어져 가는 참이었거든. 할 게 없어지면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수명이 좀 더 늘겠어.”

       

       딸깍.

       

       용접된 문 아래의, 우편물을 받는 용도인 자그마한 틈이 열렸습니다. 베네트는 아브라함의 연구 자료를 틈 안으로 넣었습니다. 받고 입을 쓱 닦으면 어쩌지, 라는 고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천장이든 바닥이든 부수고 들어가서 머리에 꿀밤 한 대를 날리고, 연구 자료를 회수해서 나올 셈이었으니.

       

       다행히도, 베네트가 마력을 낭비할 일은 없었습니다. 

       

       “이건⋯⋯ 꽤 흥미로운데. 원하는 건 이 알파값인가?”

        

       “계산할 수 있겠나?”

       

       “하루도 안 걸려. 간만에 우리 사랑스러운 뇌세포를 써 보겠군. 이제 돌아가.”

       

       “결과는 어떻게 전해 받아야 하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베네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문을 쾅쾅쾅 두드렸습니다. 롯은 신경질적으로 외쳤습니다.

       

       “야만적인 원숭이 같으니! 사람이 집중하는데 그걸 방해하다니!”

       

       “결과는, 어떻게 전해 받아야 하냐고 물었다⋯⋯.”

       

       “355!”

       

       휙, 하고. 틈 사이로 무전기가 던져졌습니다. 베네트는 무전기를 주워 들어 품 안에 챙겼습니다. 아마도 롯이 외친 숫자는 연락을 받을 주파수일 터. 

       

       괴팍하고 이상한 인간이었지만, 뛰어난 마법사는 어느정도 맛이 간 부분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학자 롯의 행동이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괜히 그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 아닐 테니, 능력은 충분할 터.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던 베네트는 문 너머로 단단히 일러두었습니다.

       

       “오늘 내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맹세컨대, 이 집을 날려버릴 거다. 겸사겸사 네놈의 머리에 겸손과 겸양을 새겨줄 거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괜찮은 걸까요?]

       

       “잘 풀리기를 바랄 수밖에⋯⋯. 혹시나 이번 일이 수포로 돌아가도, 어딘가에는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걱정하지 마.”

       

       [⋯⋯⋯⋯.]

       

       베네트와 니오레는 서둘러 귀환을 결정했습니다. 자리를 비운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 확률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타라는 무방비한 상태였으니까.

       

       ===============================================================

       

       “⋯⋯그렇게 된 거다.”

       

       “그래서 기다리면 된다고 한 거구나⋯⋯.”

       

       타라는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무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저것이 울리면, 마지막 도전이 시작될 겁니다. 그곳에 타라는 없겠지만.

       

       억지를 부려서 따라갈까도 싶었지만, 조금 전에 겪었던 일을 떠올리면. 남자 한 명에게도 제압당해서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은 여기 남아있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었습니다.

       

       간다고 해도 방해만 될 테니까. 

       

       쭈그려 앉은 타라는 곁눈질로 베네트를 몰래 훔쳐보았습니다. 벽에 등을 기댄 채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베네트는, 처음에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잘생긴 것 같기도 했습니다.

       

       날카로운 눈매라든가, 콧날의 모양이라든가. 조금 늑대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타라의 시선을 느꼈는지, 베네트는 타라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타라의 심장이 덜컥 굳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내가 너무 빤히 바라본 건가. 그런 당황 속에서, 타라는 조심조심 말을 꺼냈습니다.

       

       “⋯⋯저, 내가 고맙다는 말. 했던가?”

       

       “들은 기억은 없군.”

       

       당혹스러워서, 아직 감사 인사도 하지 않았나 봅니다. 타라는 다급히 머릿속에서 말을 골라내었습니다. 어떻게 감사하면 좋을까. 존댓말을 쓰면 조금이라도 더 감사하는 마음이 전해질까?

       

       그냥 평소대로 말하면⋯⋯ 평소엔, 베네트를 어떻게 대했더라. 

       

       아무 생각 없었다, 에 가까웠을 겁니다. 첫 만남에서도 ‘흉터가 징그럽다’ 정도의 감상이나 품었었고. 그랬던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건, 그에 대해서 하나둘 알아가면서부터였습니다.

       

       앞장서서 전투에 뛰어드는 모습이라거나. 모두가 덤벙대고 있을 때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라거나. 식사 시간에 누군가가 음식을 흘리면, 닦아주고 싶어 한다거나⋯⋯.

       

       그래, 그랬지. 베네트라는 사람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다정다감했습니다. 냉혈한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베네트 나름의 노력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아브라함과의 작별 인사를 마칠 때, 슬퍼하는 자신에게 내밀어 준 위로의 손길을 떠올리면.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곤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자신을 위해서 화를 내주는 모습을 떠올리고 나면.

       

       이제는 베네트를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어지러워졌습니다. 마치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잠깐 방심하면 그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보게 됩니다.

       

       타라는 이러한 증상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반항의 일종으로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읽었던 온갖 연애 소설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열병이라.

       

       “⋯⋯⋯⋯!!”

       

       타라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안색을 숨기기 위해,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그리고 웅얼거리다시피 말했습니다.

       

       “⋯⋯구해줘서 고마워, 베네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빈말 아냐. 진짜로, 구해줘서 고마운 거니까.”

       

       “의심한 적도 없어.” 

       

       베네트가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대답에 타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동안 내가 너무 퉁명스럽게 굴었을까. 좀 더 부드럽고 상냥했으면 좋았을 걸. 어쩌지.

       

       이제는, 신분에도 차이가 나버릴 텐데.

       

       바닥난 신성력을 들켜서 성녀의 자리를 잃고 나면 아카데미에서도 쫒겨날 겁니다. 교단에서 그녀의 쌈짓돈을 몰수해 가지만 않는다면, 수도에서 느긋한 여생을 보내기에 충분한 돈은 있지만⋯⋯.

       

       베네트와 다시 만나는 건 아주 힘든 일이 될 겁니다. 아카데미 입학생은 준 귀족 취급을 받는 입장. 평민 소녀로 돌아간 타라가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쩌면.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릅니다. 베네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전해야 해. 시간이 다하기 전에, 내 마음을. 설령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타라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

       

       1차 시도. 단둘이 옥상 정찰 작전.

       

       “저, 저기 베네트. 우리 잠깐 옥상에, 정찰하러⋯⋯.”

       

       [비행 괴물들이 날아다니네요. 타라가 위로 올라가는 건 삼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

       

       “니오레의 말이 맞아. 내가 니오레와 다녀올 테니, 너는 여기 남아 있어라.”

       

       안전상의 이유로 실패.

       

       

       2차 시도. 단둘이 식사 작전.

       

       “저, 토마토 통조림⋯⋯.”

       

       [베네트와 돌아오는 길에 도시락을 구했어요. 오늘은 이걸 먹으면 될 것 같아요.]

       

       “야호! 간만에 고기 비슷한 걸 먹게 되네요⋯⋯! 저도 먹어도 괜찮나요?!”

       

       [물론이죠 샐리.]

       

       “⋯⋯⋯⋯.”

       

       도시락에 밀려서 실패.

       

       연이은 실패에, 혹시 니오레가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나? 라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3차 시도. 꾀병 작전.

       

       “베네트, 저기. 아까 맞은 배가 너무 아픈데⋯⋯ 봐줄 수 있어?”

       

       베네트는 곧바로 니오레를 불렀습니다.

       

       “⋯⋯니오레!”

       

       “아니, 잠깐만! 네, 네가 봐줘도 되잖아! 애꿎은 니오레 고생시키지 말고⋯⋯!”

       

       “그렇다고 남자한테 배를 내보이는 게 맞는 거냐⋯⋯?”

       

       베네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타라가 손목을 잡아끌자 옆에 앉기는 했습니다. 억지로 끌어들이는 것 까지는 성공.

       

       그러나 타라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자신이 입은 성녀복이 일체형이라는 것입니다. 상·하의가 분리되어 있다면 윗옷을 걷으면 족하겠으나, 성녀복으로 복부를 보이려면, 치맛자락을 끝까지 걷어 올려야 할 터.

       

       하반신이 훤히 드러나 버릴 겁니다.

       

       타라는 치맛자락을 잡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이게 맞나. 부끄러워 죽어버릴지도 몰라. 눈 딱 감고 해버릴까. 부끄러움은 둘째 치고, 베네트가 너무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타라의 마음속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치맛자락을 쥔 손이 허벅지 가운데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보일 듯 말듯 나부끼는 모습에 베네트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면서 물었습니다.

       

       “⋯⋯무슨 속셈이냐.”

       

       “⋯⋯응, 응?! 무, 무슨 속셈이냐니?!”

       

       “나를 유혹해서 뭘 하려는 속셈이냐는 거다. 사회적 매장⋯⋯?”

       

       “⋯⋯⋯⋯!?!”

       

       타라는 자신의 마음의 갈등이 바깥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를 깨닫고, 치맛자락을 아래로 휙 내리면서 다리를 오므렸습니다. 수치심이 솟구쳐 올라 정수리를 때렸습니다.

       

       “이, 이제 안 아파졌어. 저리 가, 저리 가 베네트!”

       

       “발길질하지 마!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군⋯⋯.”

       

       수치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패.

       

       그래도 베네트가 유혹이라고 말해줬으니까 절반은 성공 아닐까. 타라는 그렇게 생각해 버리고 만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콩콩 때렸습니다.

       

       ===============================================================

       

       어떻게 어프로치를 해야 하지. 같이 화장실 들어가자고 해 볼까. 

       

       연이은 실패에 궁지에 몰린 타라의 뇌가 웬 이상한 작전을 떠올려내려고 할 무렵. 베네트는 오늘따라 오락가락하는 타라의 옆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그런 일을 겪을 뻔했으니, 타라가 당찬 사람이라고는 해도 마음에 상처가 깊이 남았을 터. 오늘의 이상행동은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리라. 베네트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는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타라.”

       

       “어, 응?!”

       

       “그렇게 무리할 필요 없다. 너는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어. 네가 없었다면⋯⋯ 여정이 여기까지 이어지지도 못했을 거다. 어쩌면 이미 세상은 멸망해 버렸을지도 모르지.”

       

       “⋯⋯⋯⋯.”

       

       위로해 주는 거구나. 타라는 기쁘면서도 맥이 빠졌습니다. 갑자기 베네트가 고백해 올 리는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간절히 바라면, 가능성 없는 허황된 일마저도 기대해 버리는 게 사람이니까.

       

       그래도,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타라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습니다. 샐리는 새우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수면중에, 니오레는 화장실에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지금. 지금이야.

       

       “⋯⋯베, 베네트!”

       

       “듣고 있다.”

       

       “나, 있지⋯⋯ 그러니까. 그게, 그⋯⋯.”

       

       “천천히 말 해 봐라. 들어 줄 테니까.”

       

       심호흡. 심호흡. 타라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두근거렸습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베네트에게 들리면 어쩌나 걱정스러울 정도로. 호흡을 가다듬고, 망설임과 불안을 밀어내며, 이 마음을.

       

       ⋯⋯이 마음을!

       

       “나, 베네트를──.”

       

       

       삐이이익-!!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무전기가 붉은 빛을 깜빡거리며 신호음을 냈습니다. 베네트는 벌떡 일어나서 무전기 앞으로 향했습니다.

       

       타라는 바닥에 발라당 드러누웠습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서러웠습니다. 왜 하필. 왜 지금⋯⋯!

       

       그래. 베네트가 돌아오면. 그때라도 늦지는 않을 테니까⋯⋯.

       

       타라는 스스로의 마음을 토닥이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

       

       일행 모두가 무전기 앞으로 모였습니다. 주파수를 맞추고 연결하자,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몇번 이어지다가 롯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는⋯⋯⋯⋯없다.-

       

       [잘 안 들리네요.]

       

       “안테나 방향을 좀 바꿔 보면⋯⋯.”

       

       치지직. 칙.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다.

       

       “⋯⋯⋯⋯.”

       

       -인류의 멸망이 너무나도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로켓을 만들어서 쏘아 보낼 시간도 부족하다. 전 지구의 과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들, 예정된 멸망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과학의 발전 속도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인류는 지워진다. 내 지성도, 우주적 멸망을 막아낼 방법을 떠올려낼 수는 없었다. 모든 게 끝난다. 차라리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죽는 길이나마 마음이 편안했을 텐데.-

       

       -나는 이 사실을 견딜 수 없다. 이 메시지는 녹음된 것이며, 유언을 겸한다. 알파값은 다음과 같다⋯⋯.-

       

       수학자는 길고 정교한 숫자열을 읊조렸습니다. 혹시 듣는 이가 까먹었을까를 염려해,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적어도 죽음의 방식만큼은 스스로 고르고자 한다. 시공간의 틈새에서 먼지가 되어 흩어지느니, 여기서 먼저 죽겠다.-

       

       걷는 소리. 철컥, 하는 장전음. 탕, 하는 격발음.

       

       정적.

       

       그리고 다시 재생되는 녹음 파일.

       

       -인류의 멸망이 너무나도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베네트는 조용히 무전기의 전원을 껐습니다.

       

       “⋯⋯값을 알아냈다. 움직이자.”

       

       [네, 베네트.]

       

       소름끼치는 정적 속에서, 베네트와 니오레는 마지막 준비를 마쳤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이코, 이런. 제가 3초정도 지각해버린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연참으로 갚아야겠네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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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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