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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

       

       

       시우는 아멜리아와 이야기하는 아르테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숙취해소제를 먹은 도로시와 함께 셋이서 함께 초주검이 된 상태로 밥을 먹고 있었다.

       

       

       “너는 안 먹어?”

       

       “아, 나는 괜찮아. 별로 배가 안 고파서.”

       

       “그래?”

       

       

       다 죽어가는 도로시와는 달리 아멜리아는 벌써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은 모양이다.

       

       내가 식사를 거부하자, 내 몫이던 해장국을 가져가 맛있다는 듯 먹기 시작했다.

       

       ···잘 먹네. 내 거라서 더 잘 먹는 건가?

       

       아멜리아가 맛있게 먹어서 살짝 얄미워져 다시 가져갈까 생각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제 하던 고민 탓에 식욕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시우는 아르테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르테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과 인형. 그리고 자유의지.

       

       어제의 일로 그것이 아르테가 가진 고민이라고 확신했다.

       

       아르테는 분명히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녀는 타인을 사람과 인형,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었어.

       

       그게 정상적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인형과 사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느라 밤을 지새우다가 무심코 잠들어버렸지만···.

       

       그 덕분에 시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르테는 정말 잔뜩 꼬여있다고.

       

       

       “어으, 머리야. 오늘은 좀 조용히 놀자. 어제 너무 달렸어···.”

       

       “찬성이에요···.”

       

       

       아르테는 타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에 누구보다 잔인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시우는 한참을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아르테가 타인을 인형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까.

       

       처음에는 그런 고민을 했었는데, 금방 그만둬버렸다. 너무 커다란 문제점이 발견되었으니까.

       

       아르테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해서.

       

       그렇다면,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해버린다면?

       

       인형이라고 생각해서 벌였던 일들이, 사실은 사람에게 한 짓이라는 걸 눈치채버린다면?

       

       ···글쎄. 적어도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시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하되, 아르테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시우는 결론 내렸다. 아르테가 상처받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

       

       

       “아르테···.”

       

       

       아르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처받고 말 거다.

       

       시우는 알 수 있었다. 아르테는, 아니.

       

       아라크네는 잔인하다. 빌런들에게 원한이 있는 자들이 환호할 만큼.

       

       그러니 아라크네 소속인 아르테도 필히 잔인한 행동을 수없이 해왔겠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사람들이 모르는 아르테를 곁에서 지켜보았다.

       

       속을 알 수 없고,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시우는 믿고 있었다. 아르테의 본성은 착하다고.

       

       그저, 그저···.

       

       그저, 그녀의 마음은 병들어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어도 시우는 볼 수 있었다.

       

       몸속에서부터 썩어들어가는 극독.

       

       환부를 제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만, 환부를 제거하면 환자가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은 병.

       

       그런 병을 고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환부를 제거하고, 기능을 대신할 무언가를 넣어줘야 해.

       

       시우는 다짐했다.

       

       아르테가 언젠가 상처받는다고 해도, 그녀의 힘이 되어주겠다고.

       

       

       “유시우! 아까부터 계속 거기 서 있기만 할 거야?! 바다에 왔는데 좀 놀아야지!”

       

       “···아. 금방 갈게.”

       

       “빨리 와!”

       

       

       우선, 아르테를 위해 여름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할까.

       

       

       

       ***

       

       

       

       “···하아.”

       

       [왜 그러세요, 독자님?]

       

       “아뇨, 그게···. 교복도 참 오랜만이구나 싶어서···.”

       

       [으음, 그렇긴 하죠. 혹시 그, 개학이 싫어서 그런 건가요?]

       

       “네···.”

       

       

       한숨이 새어 나오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방학이 벌써 끝나버리다니, 시간 참 빨라.

       

       분명히 방학은 일주일이나 더 늘어났는데 체감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놀 때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단 말이야.

       

       

       [저는 좋은걸요! 독자님이랑 주인공 둘 다 집에만 있고! 재미없었다고요!]

       

       “집에만 있었다니요···. 매일같이 밖에 나갔잖아요.”

       

       [주인공 보러 가는 거요? 그건 나갔다고 안 해요!]

       

       “···.”

       

       

       작가님의 말에 반박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젠장.

       

       아니, 뭐. 주인공만 계속 보고 있으면 재미없긴 하겠지만서도.

       

       

       “알았어요, 알았어. 금방 나가면 될 거 아니에요.”

       

       [야호! 즐거운 학교생활!]

       

       “···.”

       

       

       아카데미 생활이 즐겁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개학식 날에 온몸이 물을 머금은 스펀지처럼 축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자기가 다니는 거 아니라고 막 말하는 것 같아서 작가님이 약간 얄미웠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아카데미가 새 단장을 했으니까!]

       

       “아, 맞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죠.”

       

       

       그런 이야기를 했었더랬지.

       

       아카데미는 분명히···뭐더라. 이름 까먹었다.

       

       ···어쨌든, 그 동물 친구들의 습격으로 반파되었지.

       

       그걸 수습하는 와중에 발견된 비밀의 방 탓에 위험하다며 다시 짓는다는 이야기였던가.

       

       도대체 어떻게 지었길래 작가님이 기대할 만하다고 한 건지 궁금했는데.

       

       아카데미 정문에 도달하자 그 이유를 깨달았다.

       

       

       “···저번보다 더 커지지 않았어요?”

       

       [네!]

       

       “뭔가 기계들이 잔뜩 있는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자들이 오면 요격하는 최신 시스템! ···이라는 설정이에요!]

       

       

       뭔가, 학교라기보다는 요새 같은 느낌으로 변해버렸다.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에이, 아카데미가 반파되었는데 이 정도로 대비해야죠!]

       

       “아니, 그게 아니라···.”

       

       

       고작 짧은 방학식 기간동안에 이걸 이렇게 지어버린다고?

       

       ···어떻게?

       

       그런 의문을 표하자, 작가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재료는 뭐, 초능력으로 해결하고. 중장비도 초인 부르면 되니까 생각보다 훨씬 빠르···지 않을까요? 헤헤.]

       

       “···.”

       

       

       나는 모르겠다.

       

       이제와서 말한들 의미 없을 테고.

       

       초능력의 힘으로 모두 해결해드렸습니다. 그거면 충분하겠지.

       

       

       

       ***

       

       

       

       “···갑작스러운 말이지만, 오늘부터 중간고사를 시작한다.”

       

       “네?!”

       

       

       오랜만에 만난 클레어 선생님이 다짜고짜 반에 폭탄을 떨구었다.

       

       방학이 끝나 우울한 학생들에게 벌써 중간고사라니.

       

       나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작가님···?”

       

       [저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모르는 일이에요!]

       

       

       그래, 아무리 그래도 작가님이 그럴 리가 없지.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시작하는 중간고사라니, 욕먹어도 할 말 없잖아.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네. 작가님이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당황스러운 건 알고 있다.”

       

       “다, 당황스러운 정도가 아니에요! 방학이 끝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중간고사라니요!”

       

       “방학식 당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나?”

       

       “···.”

       

       

       학생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뭐, 까먹은 놈들이 있을 리가 없지. 대형 사고였는데 말이야.

       

       크게 다친 학생들은 없다지만, 그들을 지키느라 다친 선생님들은 꽤 있고.

       

       그 모습을 직접 본 학생들의 기분은 어떻겠어.

       

       

       “아카데미는 습격당했고, 위신이 땅에 처박혔다. 아예 반년 정도 쉬는 게 어떠냐는 말까지 나왔었지.”

       

       “하지만! 저희는 빌런을···!”

       

       “격퇴했지.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사람이 다쳤고, 건물이 부서지고, 빌런이 침입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나?”

       

       “그, 글쎄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멍청이가 늘어날 거다, 이 말이다.”

       

       

       흐음.

       

       뭐, 아카데미는 지금껏 습격 같은 걸 겪은 적이 없었는데 그런 사고가 터졌으니까.

       

       전례가 없는거랑 이전에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느낌이 다르지.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중간고사랑은 무슨 상관이지?

       

       

       “그, 그게 중간고사랑은···.”

       

       “상관있다. 중간고사의 내용이 그것 때문에 바뀌었으니까.”

       

       

       질문하던 학생의 말을 받아치며, 클레어 선생님이 검은색의 네모난 상자를 열었다.

       

       

       “이번 중간고사의 기간은, 오늘부터 기말고사가 시작하기 한 달 전까지.”

       

       “네?!”

       

       “내용은 포인트의 수급이다.”

       

       

       상자에서 나온, 푸른 빛으로 떠다니는 학생명부.

       

       학생들의 얼굴 옆에는 0p라는 글자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포인트의 수급 방법은 간단하다. 빌런을 제압하거나, 시민들을 도와주거나. 포인트의 양은 세 명 이상의 선생이 사건을 보고 결정할 거다.”

       

       “하, 하지만 저희는 학생이에요! 그런 걸 하기에는 시간이···.”

       

       “기말고사 전까지는 자율학습이다.”

       

       

       클레어 선생님의 말씀에 잔뜩 당황하는 학생들.

       

       분명 당황스럽겠지. 하지만 선생님은 학생들이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계속해서 공지를 이어 나갔다.

       

       

       “빌런들이 활개치기 좋은 시기다. 너희들도 충분히 쉬었을 테고, 어느 정도의 실전경험은 쌓아야 한다고 선생님들은 판단했다.”

       

       “하지만, 위험한 게···!”

       

       “그러니까 빌런 제압 말고도 사회 공헌 등의 포인트가 있는 거다.”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 클레어 선생님이 홀로그램 상자를 챙기고는 말했다.

       

       평소 무뚝뚝했지만 상냥했던 선생님이 방학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변한 걸까.

       

       그런 학생들의 의문을 뒤로한 채로, 선생님이 누군가를 데려왔다.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나와 작가님은.

       

       

       [으음, 막대사탕이라 조금 그러네요. 역시 담배가 멋있는데.]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선생으로 활동할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해 새로운 교사가 된 사람을 소개해주마.”

       

       “반갑습니다, 여러분.”

       

       

       평소에 물던 담배는 학생들 앞이라 포기한 걸까.

       

       막대사탕을 입에 문 그녀가 싱긋 웃었다.

       

       

       “전 수사관, 이하율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폴리카프로락톤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웹소독자 님, 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변태. 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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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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