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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냐앙.”

       “으음…?”

       

       창문 쪽에서 들린 고양이의 작은 울음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창가 쪽으로 눈을 돌리자, 시선을 마주친 새끼 고양이는 놀란 듯 얼른 도망쳤다. 

       

       “벌써 아침이네….”

       

       나는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다시 원래대로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조금만 더 누워 있어야지….’

       

       어제는 하루 종일 의뢰를 하느라 힘들었으니, 이 정도는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도 되리라. 

       

       “큐우우….”

       “으음….”

       

       가까이서 들리는 숨소리.

       

       아르와 실비아가 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르는 배를 까고 누운 채 이불을 반쯤 걷어차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고, 실비아는 아르의 배 옆에 붙어서 얼굴을 대고 자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아르를 안고 자고 싶어하더니….’

       

       소원 성취하셨네.

       

       “으음….”

       

       그때 실비아의 손이 잠결에 아르의 배 위에 올려졌다. 

       

       검사의 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하얀 손이, 말랑하고 빵빵한 배를 덮었다. 

       

       “히히….”

       

       실비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는 내 입에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 씨가 나보다 늦게 일어난 건 처음 보는 것 같네.’

       

       매번 내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수련을 나갔거나, 일어나서 아침으로 먹을 걸 사 오거나, 재료를 사 와서 아침을 미리 준비해 주시거나였는데.

       

       ‘진짜 부지런한 사람이라니까.’

       

       그럼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한번 부지런해 볼까. 

       

       아침의 창가에 앉은 고양이 덕에 조금 일찍 시작된 아침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나는 아르와 실비아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 조심 침대에서 내려왔다. 

       

       “큐우우….”

       

       그래, 그래. 아르야. 잘 자고 있으렴.

       

       흔히 자는 모습은 천사 같다라고들 하는데, 우리 아르는 일어나 있을 때도 잠들어 있을 때도 천사 같다니까.

       

       후후.

       

       방에서 나가면서도 잠든 아르의 모습을 끝까지 눈에 담은 나는, 침실 문을 조용히 닫아 주고 꽤 넓은 거실로 나왔다. 

       

       ‘역시 큰 방은 이게 좋다니까.’

       

       나와 아르, 실비아는 캐머해릴에서의 첫 3일 이후에는 아예 도시 내 최고급 여관 중 하나를 골라 큰 방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계속 쓰고 있었다. 

       

       매번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여관에 체크인을 하는 게 상당히 번거롭고, 낮에 잠깐 들러서 짐을 놓고 나올 수 있는 공간도 종종 필요했기에, 아예 여기 머무는 동안 거점을 딱 정해 두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첫날에 실비아와 같은 방을 써 본 결과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또 실비아가 ‘저도 아르랑 같이 자고 싶단 말이에요. 힝.’이라고 말했기에 우리 셋은 자연스럽게 같은 방에서 자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르랑 떨어져서 잘 수는 없으니까.’

       

       암. 그건 안 될 소리고말고.

       

       아르도 나랑은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 할 거다.

       

       ‘그리고 침실이 두 개로 쪼개져 있는 방은 그만큼 거실, 부엌이 좁아지니 이렇게 큰 침실 하나를 쓰는 게 공간 활용 면에서 더 좋기도 해.’

       

       나는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섰다. 

       

       “어디 보자, 아침을 만들 만한 게…. 오?”

       

       나는 식탁에 놓여 있는 봉투를 발견하고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 보았다. 

       

       “양배추랑 양파, 햄…. 이거 오늘 아침에 사 오신 건가?”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난 줄 알았더니, 실비아 씨가 아침에 나가서 미리 재료를 사 놓은 뒤 조금 더 자려고 다시 침대로 들어왔던 모양이었다. 

       

       이외에도 현재 부엌에 있는 재료를 전부 확인하기 위해 나는 조그만 냉장고를 열었다. 

       

       ‘역시 최고급 여관에는 이런 냉장고까지 있어서 좋단 말이야.’

       

       물론 현대에 있는 냉장고와는 다르게, 그냥 금고 같은 곳 안에 마력이 담긴 작은 빙석氷石을 넣어 놓은 것뿐이지만, 어쨌든 음식을 시원하게 보관한다는 존재 목적 자체는 나름 잘 달성하고 있는 물건이었다.

       

       “흠. 다 좋은데 마늘이 없네. 마늘이.”

       

       한국인으로서 요리할 때 넣을 마늘이 없으면 섭하지. 

       

       나는 곧바로 옷을 챙겨 입고 나가 근처 시장에서 마늘과 고추를 사 왔고.

       

       재료를 한 곳에 모아 놓은 나는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솜씨를 제대로 보여 줄 시간이군.”

       

       나는 팔을 걷어 붙인 뒤 본격적으로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사 온 마늘부터 잘 다져 놓고….”

       

       안타깝게도 다진 마늘을 팔진 않았기에, 숟가락으로 열심히 마늘을 다져 놓았다. 

       

       그런 다음 양배추, 양파, 햄, 그리고 고추를 도마 위에서 칼로 먹기 좋게 썰었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크으, 내가 봐도 칼질 한번 기가 막히네.’

       

       단검술을 수련한 덕분인지, 요리를 위해 잡은 칼인데도 손끝의 감각 하나 하나가 살아나 재료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썰 수 있었다. 

       

       과장 좀 보태면 도마 위에서 칼이 날아 다니는 것 같은 기분.

       

       이래서 사람들이 검술을 배우는 건가?(아님) 싶을 정도였다.

       

       “재료는 다 됐고…. 파이어.”

       

       화륵.

       

       조리대 위에 놓인 점화석點火石에 작게 불을 붙인 후, 팬을 달군 다음 식용유를 뿌리고 다진 마늘 반큰술과 햄을 넣어 잘 볶아 주었다. 

       

       “후후, 벌써 냄새 좋고.”

       

       알싸한 마늘의 향이 햄과 어우러지며 달큰한 향으로 바뀌어 가는 걸 확인한 나는 양배추와 양파, 그리고 고추를 추가 투입해 잘 섞어서 볶았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이랑 후추를 좀 뿌려 주면.”

       

       여기에 굴소스나 돈가스 소스를 소량 첨가하면 더 꿀맛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준비된 재료 중에는 없었기에,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오케이, 완성!”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요리를 커다란 접시에 옮겨 담았다. 

       

       달칵.

       

       “으음, 레온 씨?”

       

       그리고 마침 실비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넘기며 침실에서 나왔다. 

       

       “오오, 맛있는 냄새가 나요…!”

       

       얼른 다가온 실비아는 눈을 빛내며 내가 해 놓은 요리를 바라보았다. 

       

       “와, 레온 씨 요리 잘하셨구나. 전혀 몰랐어요.”

       “뭐, 실비아 씨만큼은 아니지만 좀 할 줄은 알죠.”

       

       나름 자취 경력 5년이 넘어가는 몸으로서, 웬만한 생활 요리는 익히고 있었다. 

       

       “삐유우우?”

       

       달칵!

       

       그리고 그때 마지막으로 아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르 일어났어? 이제 혼자서 문 잘 여네?”

       “쀼!”

       

       평소에 문이 닫혀 있으면 저 솜방망이로 문을 콩콩콩, 두드리며 쀼 소리를 내서 열어 달라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혼자 점프해서 문고리를 잡아 내려 문을 열고 다니기 시작했다. 

       

       “쀼우!”

       

       아르도 맛있는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벌름거리더니, 이쪽으로 도도도 뛰어와 나에게 두 팔을 쭉 내밀었다. 

       

       ‘아유, 귀여워.’

       

       문고리를 열었던 것처럼 이제 혼자서 의자 위로 충분히 올라올 수도 있었지만, 지금 아르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 그래. 안아 줄게.”

       “뀨우.”

       

       지금의 아르에게는 식탁에 올려 주기 전에 내가 안아 들고 엉덩이를 토닥여 주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었다. 

       

       “뀨우우.”

       

       내가 엉덩이를 토닥여 주자 아르는 그제야 만족한 듯 꼬리를 공중에 휘휘 저으며 활짝 웃었다.

       

       “자, 아침 먹자.”

       “잘 먹을게요, 레온 씨.”

       “쀼웃!”

       

       나와 실비아는 식탁 의자에 앉고, 아르는 식탁 위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오오, 맛있는데요? 이거 제가 사다 놓은 재료 말고 뭔가 더 들어간 것 같은데, 뭐죠?”

       “마늘이에요. 제가 마늘을 좋아하다 보니 조금 사서 다져 가지고 처음에 식용유랑 함께 반 스푼 볶아 넣었어요.”

       

       나 혼자 먹는 거였으면 한 숟갈 크게 퍼 넣었겠지만,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반 스푼만 넣었는데 다행히 괜찮은 모양이었다. 

       

       “마늘이라…. 저도 다음에 한번 넣어 봐야겠어요.”

       

       아르도 내 요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포크로 쉴 새 없이 햄을 집어 먹었다. 

       

       “아르야, 맛있어?”

       “쀼우! 쀼우우?”

       “응, 내가 직접 했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다행이네.”

       “쀼웃!”

       “아, 그래도 햄만 집어 먹는 건 안 돼. 양배추도 꼭 먹기. 알겠지?”

       “쀼우.”

       

       아르는 조금 작아진 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양배추를 포크로 찍어 오물거리며 먹었다. 

       

       “아유, 착하다. 우리 아르.”

       “뀨우.”

       

       양배추를 잘 먹는 아르의 등을 살살 토닥여 주자, 아르는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양파와 양배추도 곧잘 먹었다. 

       

       “쀼, 쀼우욱!”

       “앗! 미안, 아르야! 고추는 매우니까 안 먹어도 돼. 실비아 씨, 여기 물 좀…!”

       “여기 있어요!”

       

       비록 고추 때문에 아르가 잠깐 삐치긴 했지만, 결국 양배추를 조금 덜어 주는 걸로 합의를 보기로 했다. 

       

       “잘 먹었어요, 레온 씨.”

       “뀨우우.”

       

       마지막으로 아르가 좋아하는 꿀 탄 우유까지 쭈욱 들이키자, 아르는 만족스러운 듯 똔똔해진 배를 양손으로 통통 두드렸다. 

       

       ‘최근에 잘 먹였더니 아주 꼬리에 윤기가 흐르는구만. 아주 좋아.’

       

       흐뭇한 얼굴로 아르를 바라보며, 나는 실비아와 함께 식기를 정리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나가 보석상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크랫 던전에서 나온 에메랄드를 감정 받아 팔기 위해서였다. 

       

       “아, 저깄다.”

       

       우리가 보석상을 발견하고 들어가려는 순간.

       

       “혀어어어엉!”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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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앤크아이스크림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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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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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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