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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님 사람 아니죠?”

        

       “오자마자 너무 아프게 때리시네요.”

        

        

        

        그 발언 굉장히 위험한데.

        

        오자마자 괴상망측한 소리를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사람들은 아바타라는 익명에 기댐으로서 스스로의 용감함을 충전하는 것을…이 아니라.

        

        쓸데없는 생각이 길었다.

        

        

        현재 시각은…인게임 시각이야 현실과 맞은 적이 없으니 굳이 설명하지 않고, 현실 시간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오후 9시가 좀 넘은 시점이었다. 세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강의는 다행히 성황리에 끝을 맺었다.

        

        물론,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자문해본다면 그건 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사실상 그것이 문제였다. 어쨌든 SSM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코치 일을 하는데 그에 맞는 결과를 돌려줘야만 하지 않겠나.

        

        그렇게 되어, 오늘은 첫 날이니만큼 내 강의에 참관하였던 다이스에게 평가를 듣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근데 오자마자 들은 소리가 우째….

        

        

        내가 약간 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이어지는 말.

        

        

        

       “…아, 어…맞다. 발현자셨죠…?”

        

       “두 번째로 말하지만, 이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에요.”

        

       “아, 아으으으! 미안해여! 미아내여어어!”

        

        

        

        주우욱.

        

        언제나 그렇듯 나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이들을 단죄할 뿐이다.

        

        볼살이 쭈욱 늘려진 다이스가 으에엑 소리를 내며 의자에 깊숙히 몸을 파묻고 있었다. 나는 그걸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는 다름이 아니라…이 사람, 행동이 남성스럽다고 하기 어려운데.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먼저 안건을 입에 올린 건 다이스였다.

        

        

        

       “어쨌든, 오늘 강의 수고하셨어요. 되게 이색적이었네요. 더 이상 다른 애들이 유진 씨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게 된 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인 것 같고….”

        

       “좋다와 나쁘다로 구분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굉장히 좋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안 그래도 할 말이 좀 있었다는 듯 목을 풀었다.

        

        

        

       “제 개인적인 주관이지만…단점을 먼저 말한다면, 여태까지 저희들이 받았던 피드백이랑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강의에서 오는 괴리감…정도가 있지 않을까.”

        

       “다른 분들이 진행하는 피드백은 어떤 건가요?”

        

       “여러가지 있죠. 가령…대처력을 늘리기 위해 상황을 지정해주고, 스크림이나 일반 랭크에서 그걸 시험한다든지. 아니면 특정 총기군만 사용해서 1등을 해보라고 한다든지…그 후 경기 결과를 보고선 피드백을 받는 편이네요.”

        

       “실전 위주군요. 효과는 좀 있던 편인가요?”

        

       “글쎄요.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반응을 보아하니 글쎄올시다-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대답을 확실히 듣지 못했기에 잠시간 기다리고 있자, 그래도 그녀는 생각했던 대로의 대답을 내게 들려주었다.

        

        

        

       “…그, 아시잖아요? AP 솔로잉이 원체 변수가 많은 거. 솔직히 그리 큰 효과가 있다고 하긴 힘들어요. 여러 상황을 연습해도 막상 실전에 돌입했을 때 상황이 동일하게 흘러가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렇죠.”

        

       “저 같은 경우는 그래서 오늘 강의가 상당히 도움이 됐어요. 아직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긴 한데, 요컨대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교전에서 우위, 최소한 동등한 위치를 점하란 거잖아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1 : 2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조금 상황이 꼬이긴 하는데, 일반적으로 그런 시점에 놓일 때는…그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방법보다는 자신이 왜 그 지경까지 몰렸는지를 반성하는 게 좋다.

        

        그래도 바다에 빠졌을 때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바다에 빠져 헤엄치는 법을 배우듯, 나는…어쩌면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해 논하게 될 수도 있겠지.

        

        

        아무튼 다이스에게 있어서, 일반화할 수 없는 다종다양한 상황에 일반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은 상당히 메리트가 있게 들렸나보다.

        

        1 : 1 교전에서 제일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단 점은 내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은 아쉬웠지만, 약간만 비틀게 된다면 어느 상황에서도 적당히 유용하게 사용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해야만 할 강의가 늘어난다. 두 명 이상의 이들과 조우하여 살아남는 방법이나, AP 솔로잉에서 가장 유용할 생존 방법이나….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주제는 다시 처음으로 회귀했다.

        

        

        

       “그건 그렇고, 진짜…뭘 어떻게 했길래 1 : 1은 단 한 명한테도 안 지시나요? 방법론이야 이젠 좀 알겠는데,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하네요.”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질문이 아니길 바랄게요.”

        

       “뭐어, 그렇긴 하지만…아이. 그냥 내가 무지하게 잘해서 그런 거라고 말해주는 게 차라리 더 속 편할 것 같아요.”

        

       “하하. 그러면 그런 걸로 하죠.”

        

        

        

        그렇게 말하고 나서, 언제나 그렇듯 뒷말은 흐린다.

        

        이건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아무도 알지 말아야만 하는 나만의 비밀이었기에.

        

        

        

       “아무튼 다이스 씨 같은 경우엔…일단 좀 더 정교한 사격 연습이 필요하겠네요. 수류탄도 좀 더 이런저런 방법으로 던져보시구요. 수류탄 핀에 끈을 묶어놓아도 괜찮아요.”

        

       “끈을 묶어놔요?”

        

       “네. 그러면 수류탄을 꺼내서 핀을 빼고 던질 필요가 없거든요. 교범에서는 절대로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죠. 대신 끈은 반드시 15cm 이상 유격을 두세요. 그게 없으면 잘못하다가 조끼 위에서 폭발할 수도 있으니.”

        

        

        

        내가 그곳에 있을 때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긴 했다.

        

        수류탄을 하도 던질 일이 많았기에 했던 정신나간 짓이긴 했는데, 급박한 상황에선 수류탄을 꺼내고 핀을 뽑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온 방법이었다.

        

        효과는 좋았다. 그냥 파우치에 있는 걸 바로 던지면 됐으니까. 꺼내는 와중 줄 때문에 자연스럽게 핀이 빠지고, 투척하면 끝.

        

        

        그렇게 교전 팁의 전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태양빛이 쨍쨍하던 날 대신 꾸무레한 하늘과 구멍이라도 뚫린 듯 끝도 없이 내리는 비가 주말을 덮는 사이, SSM Entertainment의 단기 코치라는 내 직함 위 잉크는 천천히 말라가고 있었다.

        

        다행히,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시간대도 쉽게 조정할 수 있었기도 하거니와, 일 자체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내가 보유한 지식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알려주면 될 뿐이었으니.

        

        그래도 그 사이에는 꽤나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사실 사건이라고 명명하기엔 좀 애매하긴 했다. 사건이라 함은 특별한 일을 일컫는 것이니까. 요 근래에 내가 겪은 것들이 특별하다고 하기엔 좀 모자랐다.

        

        

        어쨌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신경써야만 할 게 좀 늘어났다.

        

        다른 코치들의 피드백도 참관하는 한편, 각 부 리그마다 커리큘럼을 조금씩 달리하며 – 주전으로 뛰고 있고, 출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이들은 개인 강의. 발전 여지가 남은 이들은 개인 강의보다는 방향성 위주로.

        

        SSM 측의 요청이었다.

        

        그 외에도, 하모니와의 대화를 통해 드디어 유어스페이스 채널을 개설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지금은 말 그대로 열어만 놓은 상태이고, 연동을 통해 자동으로 업로드된 방송 녹화분을 제외하면 특별할 건 없었다.

        

        그래도 꿈지럭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하는 구독자 수는 상당히 신기하긴 했다.

        

        아직 편집자를 구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지금까지는 개인 커뮤니티에서 팬아트를 그려 올리던 사람 중 가장 깔끔하고 귀여운 그림체를 선택하여 썸네일을 그려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상담을 위해 컨택을 시도했다.

        

        답장이 오진 않았지만…뭐어, 언젠간 오려니.

        

        

        그 외에는 항상 하던 대로 방송도 하고, 스크림도 한 번 정도 참여했다. 현실에서의 일도 언급해보자면…운동하고, 가끔 밥 사먹고….

        

        …MCN을 들어가야 하나?

        

        분명히 사람들은 이래저래 만났던 것 같은데, 왜 뭔가 남는 게 하나도 없는 듯한 느낌일까.

        

        일단 예선 랭크가 바로 내일부터 시작이었으므로, 그 부분은…아시아 예선전이 끝난 다음에나 생각해보도록 하자. 아무리 길어도 대략적으로 3주 정도 안에 대회 부문은 마무리지을 수 있을 듯하니까.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많이 걸어왔구나 싶다.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뭔가 이것저것 한 것 같긴 한데….

        

        

        

       <삼치김치볶음덮밥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뭐지? 왜아무말도안하는것이지? 크툴루 신들과 연애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것인가?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긴 하네요.”

        

        

        

        아.

        

        저 도네이션 소리가 생각의 심연으로 침잠한 나를 끌어올린다.

        

        어느새 화면은 내 과거의 파편에 남아있는 기억 속 – 이제는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한 스트리머가 캠과 게임 화면을 같이 띄워놓았던, 대략 그런 느낌으로 변한 상태였다.

        

        요컨대 가상현실이 나오기 전 가장 스탠다드했던 송출의 형태라고 보면 되었다.

        

        

        아무튼, 지금 내 눈 앞에서는…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여성화가 되다 만 문어신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모습으로 메인 화면에 출현하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것 뿐만이 아니다.

        

        입에 촉수가 달렸다.

        

        입에 촉수가 달렸다고.

        

        

        

       “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숨 빡시게쉬네 ㅋㅋㅋ

       -촉수가 부담스러우면 님이 가진 꼬리를 한 번 보는게 어떨까요?

       -꼬리는 꼴림포인트인데 뭔 개소리시죠

       -그래도 신청했다고 또 플레이해주는거 봐 ㅋㅋ

        

        

        

        …뭐라고 해야 해.

        

        내가 저 멀리 다녀왔던 사이 지구의 취향이 조금 이상해진 걸까? 아니면 원래 사람의 광기를 멈출 순 없다거나, 뭐 그런?

        

        조금 궁금하긴 했다.

        

        

        짜게 식은 내 시선과 다르게, 어쨌든 내 손가락은 생성된 마우스를 딸깍거리고 있었다. 새 데이터를 개설하고 시작하자, 촉수 두 개를 맞붙혀 하트 모양을 만든 아이콘이 떠오른다.

        

        살짝 기가 찼지만, 대놓고 표출할 수는 없어 반쯤 실소를 터뜨렸다. 그 와중 스토리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주인공은 왠지 모르겠지만 크툴루의 신봉자였고, 기어코 어디에선가 네크로노미콘 비스무리한 것을 습득하여…외우주의 신을 간단하게 소환하였다.

        

        하긴. 소환하지 않으면 스토리 진행이 안 되니까.

        

        

        

       -[어, 어둠에 싸인 자여, 부디 제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나이다!]

        

       -[그건 필시 내게 첫 번째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나의 대재앙을 피하여, 편안한 안식에 들고자 하는 욕망인가?]

        

       -[아뇨, 당신이랑 키스하고 싶어요.]

        

        

        

       “오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빠꾸가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능무조건가능아무튼십가능

       -열지말아야할문을열었어!열지말아야할문을열었어!열지말아야할문을열었어!

       -주인공 도랏네 ㅋㅋㅋㅋㅋㅋㅋ

        

        

        

        키스…?

        

        물론 나는 언제든지 사람의 취향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평정심을 잃지 않은 채로 덧붙여주었다.

        

        

        

       “이 친구는…분명히 문어 먹을 때 입부터 먹었을 것 같네요. 프로필은 따로 없나요? 스킨스쿠버를 하다가 말미잘에 얼굴을 박았다거나 하는 내용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랲파이프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뭔 미친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엄연히 제정신이었다.

        

        제정신이 아닌 건 이 괴상망측한 게임이지.

        

        아무튼 좀 모에화가 덜 된 크툴루는 다음 말에서는 나와 뜻을 같이했다.

        

        

        

       -[에, 뭐!?]

        

       -[나 집에 돌려보내줘.]

        

        

        

       “제가 게임을 끄면 집으로 돌려보내줄 수 있겠죠?”

        

        

        

       -왤케 싫어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림도없죠? 추천받은게임이죠? 니가선택한게임이죠? 악으로깡으로버텨야하죠?

       -따흐흑 산 치를떨어뜨리는건즐거워 해병님….

       -문어쉑 쓸데없이 몸매 좋은거 준내킹받네ㅋㅋ

       -은근슬쩍 겜 끄려하는거봐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게임을 끌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래도 보다 보니 조금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어쨌든. 추천해준 게임이기도 하니, 나는 마우스 버튼을 깔짝거리며 조금씩 스토리를 보기 시작했다.

        

        

        

       “외우주의 신답지 않게 눈망울이 참 초롱초롱하네요.”

        

        

        

        나도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게임 내용도 아마 그러할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기 야생의 유진이 있습니다

    은근히 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이죠

    p.s)유진은 방송에서 자기 입으로 발현자임을 암시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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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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