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9

        나는 채팅창을 한 번, 그리고 내 게이트에 놀러 온 손님들을 한 번 바라보았다.

        ……일단 분위기는 괜찮아 보인다.

       

        ‘시작은 좋군.’

       

        내 게이트의 내부는 저번에 방송으로 살짝 보여 준 적이 있었다.

        시청자들을 내 게이트에 초대하기 이전에, 내 게이트의 내부 광경을 인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고자 진행했던 게이트 내부 구경 콘텐츠.

        어쩌다 보니 이현의 인터뷰 방송으로 변질되어 버렸지만(아니, 반대였던가?), 어쨌든 그때 살짝 보여 주었던 내 게이트 내부 광경을 시청자들은 나쁘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에서 보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른 법.

        지난번에 사전답사라며 내 게이트에 찾아왔던 인간들은 감탄했다지만, 과연 능력이 없는 이들도 같은 감상을 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인간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행이구나.’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인간 손님들을 살피며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니, 정확히는 이쪽을 찍고 있을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예고한 대로, 내 게이트에 시청자들을 초대해 보았단다.”

       

        – 와! 부럽다!

        – 부러워 죽겠네!

        – 크흑!

        – 지금 라나님이 주신 술 마시면서 보는 중.

        – 술 진짜 맛있습니다!

       

        “아. 술을 받은 이들도 있구나.”

       

        시선을 돌려, 이번에 내 게이트에 초대된 8명의 인간 중 가장 강한 인간을 바라본다.

        육체는 인간 암컷이지만, 영혼은 인간 수컷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신비한 인간.

        자신을 ‘황조령’이라고 밝혔던, 대한민국에 단 3명만이 존재하는 S랭크 헌터.

        아마도 본래는 수컷이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암컷이 되어 버린 것 같은데…….

       

        아무튼 내 시선을 받은 황조령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안녕! 반가워요! 대한민국의 귀염둥이 마스코트! 황조령이라고 해요~!”

       

        – 엌ㅋㅋㅋㅋ

        – 저 텐션ㅋㅋㅋㅋㅋ

        – 아니 왜 형이 여기 있어요?!

        – 아조씨!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아닠ㅋㅋㅋ 왜 아조씨갘ㅋㅋㅋㅋ

       

        “어허! 아저씨라니?! 눈나라고 불러야지?”

       

        채팅을 읽으며 시청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퍽 자연스러웠다.

        내가 알기로 이 황조령이라는 인간은 이계의 괴물들을 사냥하는 ‘헌터’라는 직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방송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일까?

       

        “방송해 본 경험이 있어 보이는구나?”

       

        “아하. 모르셨군요? 제 위치쯤 되면 이런저런 방송 제의가 들어오거든요.”

       

        내 어깨에 팔을 걸친 채 친근한 어조로 대답하는 황조령.

        뒤에서 달려들려는 시녀들을 제지한 후 잠시 황조령의 행동을 관찰한다.

        이 차원에 도착한 이후로는 인간들 중 나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행동하는 인간은 없었는데…….

       

        ‘신기하구나.’

       

        속으로는 겁을 먹고 있지만, 행동은 정반대로다.

        겉으로는 방송에 신경 쓰고 있으나, 모든 감각은 나를 관찰하고 있다.

       

        ‘과연. 사냥꾼이라고 자신을 자칭할 정도는 되는구나.’

       

        기세를 감추고 있는 최고 포식자인 나를 경계하는 피식자이나, 언제든 나에게 발톱을 박아넣을 수 있도록 경계하는 모습은 사냥꾼이라고 할 만했다.

        피식 미소를 지으며 황조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 ?

        – ??

        – 헉!

        – ?

        – 나도 쓰다듬!

        – 왜 형만!

        – 왜 아조씨만!!!

        – ??

       

        “그래. 그럼 인사도 끝난 것 같으니, 오늘 일정을 알려주마.”

       

        몸을 돌리며 허공에 띄운 홀로그램 창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 신호를 트리거로 에코가 미리 준비한 자료를 띄워주었다.

       

        “이곳에 온 이들은 아마 미리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더 설명해 주겠다. 괜찮겠느냐?”

       

        “네.”

       

        “그럼요.”

       

        손님들도 허락했겠다, 나는 인간들과 함께 상의한 끝에 완성된 스케줄표를 가리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 게이트는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너무 넓기에 하루 만에 다 돌아볼 수 없단다.”

       

        그래서 사전답사를 온 인간들은 며칠에 걸쳐 내 게이트를 돌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인간들이 딱 관광을 할 만한 장소 몇 군데를 선정했다.

        물론 그들이 단순히 관광지만 선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아무리 내가 인간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하더라도 피식자는 언제나 포식자에게 두려움을 품고 적대하기 마련이라고.

        아마 내 게이트를 사전답사한 인간들은 내 게이트의 내부 구조를 파악했을 것이고, 그것이 그대로 인간들 쪽으로 흘러 들어가겠지.

       

        ‘상관은 없다만.’

       

        내 게이트의 내부 구조를 안다고 하더라도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도움이 되려면 인간들이 내 게이트 내부에 서식하는 이들을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데, 지금의 인간들에게 그것이 가능한가?

        게다가 내 게이트 내부 구조는 보스인 내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바꿀 이유가 없어서 안 할 뿐.

       

        ‘……생각해 보니, 그냥 인간들이 구경하기 좋은 지형으로 일부만 바꾸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위적으로 구경거리를 만들어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쨌든, 그렇기에 아이들이 구경하고 놀만 한 장소를 몇 군데 선정했단다. 오늘은 그곳만 구경할 예정이란다.”

       

        – 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

        – 크! 내가 저기 갔어야 했는데!

        – 술이 참 달다.

        – 진짜 술 달다.

        – 아니, 술이 왜 달지?

        – 알콜 맛이 거의 안 느껴지는데, 그런데도 취한다?

       

        시청자들의 분노와 질투에 찬 감정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음…… 그렇게 부러운가?

       

        “별로 볼 것도 없는 곳인데, 무엇이 그렇게 부러운 것이냐?”

       

        – 라나님이 계시잖아요!

        – 라나님이 계신 곳이 성지입니다!

        – 오! 비바 라그나!

        – 라나님은 우리의 빛이자 소금이오!

       

        “…….”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칭찬해 주는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저런 극찬을 들을 정도의 일을 한 적이 있나 싶다.

       

        “오우. 라나님 인기짱이신데요?”

       

        “??”

       

        황조령이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내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이 반응은 또 뭘까?

       

        – 저거 백퍼 이해 못한 표정인데?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 ㄱㅇㅇ

        – ㄱㅇㅇ

        – ㅋㅋㅋㅋㅋ

        – 귀여어!!

       

        갑자기 채팅창이 웃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갑자기 또 왜 이러는 걸까?

       

        “그럼 이동하겠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것을 꺼내 들 때다.

        나는 자예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자예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두두두두두두두-!!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지, 지진?!”

       

        – 뭐임?

        – 갑자기 무슨 일임?

        – 몬가가 일어나고 이써?!

       

        갑자기 울리기 시작한 대지에 인간들이 동요한다.

        하지만 이번 콘텐츠를 함께 상의했던 몇몇 인간들, 특히 이번 콘텐츠에서 인간 손님 측의 대표를 맡은 황조령은 황금빛 대지의 저편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와우. 저게 그것인가요?”

       

        “그렇단다.”

       

        그러곤 이내 황금빛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온 것들이 우리의 앞에 섰다.

       

        생김새는 ‘코끼리’라는 동물을 닮았다.

        하지만 그 크기는 ‘코끼리’라는 동물보다는 조금 작았고, ‘말’이라는 동물보다는 컸다.

        코는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고, 상아를 닮은 뿔 4개가 입 양옆에서 돋아나 있었다.

       

        “너희 인간들은 어찌 부르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마이글다’라 부르는 동물이란다.”

       

        푸르릉!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들을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내 손길이 반가운지 나에게 코를 얽히며 친밀함을 표시하는 마이글다들.

        자예의 지시에 따라 황금빛으로 빛나는 마이글다들이 천천히 몸을 낮추고 코를 이용해 인간들이 안장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인간들에게 말했다.

       

        “자. 타거라.”

       

        “어어…….”

       

        처음 보는 동물에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까? 손님들이 차마 마이글다의 위에 올라타길 꺼린다.

        그 모습에 내가 어떻게 이들에게 용기를 주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 황조령이 먼저 마이글다의 위로 올라탄다.

       

        “와! 진짜 코끼리 탄 것 같네요!”

       

        푸르릉!

       

        신기하다는 듯 안장 위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황조령.

        그녀의 모습에 다른 인간 손님들도 용기를 얻은 것일까? 다른 이들도 천천히 마이글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지막 이들까지 전부 올라탄 것을 확인한 후 자예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꾸벅 고개를 숙인 자예가 시녀들과 함께 뒤로 물러선다.

        그 대신, 자예의 빈자리를 메우듯 다른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쿵!

       

        “군주께 예를!”

       

        “크왕!”

       

        “컁!”

       

        황금빛 비늘을 가진 리저드맨.

        시녀장이라는 직함을 가진(내가 정해준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정한 직함이다) 자예와 비슷한 직급을 가진 나의 기사단장.

        갸르츠가 이끄는 짐승 기사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와.”

       

        “멋진데?”

       

        “쩐다.”

       

        – ㅎㄷㄷ

        – 굉장하네.

        – 라나님, 이제 보니까 재벌이어써?!

        – 재벌이라기보다는 왕이 맞지 않을까?

        – ㄹㅇㅋㅋ

       

        내가 저런 과도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갸르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갸르츠. 오늘 하루 수고해 주거라.”

       

        “군주의 명령. 수행하겠습니다.”

       

        갸르츠의 명령에, 짐승 기사들 중 그나마 인간들이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외형의 기사들이 하나씩 마이글다의 위로 올라탄다.

        당황해하는 인간들에게 말했다.

       

        “이 아이들은 오늘 하루 너희를 경호해 줄 아이들이란다.”

       

        나는 인간 측에서 데려온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추가적인 설명이 없다면, 저들이 오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너희들도 경호 인원을 데려온 것을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실질적인 무력은 이 아이들이 더 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실제로 갸르츠가 데려온 짐승 기사들은 하나하나가 인간들이 말하는 S랭크 헌터 수준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저들은 실력이 아니라 외형과 성격을 보고 뽑은 이들이라, 짐승 기사들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서열을 가진 이들이다.

        즉, 약한 이들인데도 불구하고 인간들을 간단히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이라는 것이다.

       

        “와!”

       

        “늑대인간?!”

       

        “새 인간?”

       

        “멋있다…….”

       

        “어…… 푸들 인간인가요?”

       

        사전에 미리 외형을 보고 뽑은 보람이 있는지, 인간들이 내 기사들을 보며 재미있어 한다.

        음…… 그렇다고 함부로 쓰다듬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쨌든, 이들은 오늘 하루 너희의 안전을 책임지고, 간단한 안내도 맡을 이들이란다. 부디 나의 배려를 거절하지는 말아 주길 바라는구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먼저 나서서 인사하는 황조령.

        인간 손님의 대표가 나서는 것으로 간단히 이야기가 정리되었으니, 이제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되겠지?

       

        훌쩍 몸을 띄워 황조령이 탄 마이글다의 위에 올라탄다.

        그런 내 옆으로 갸르츠가 올라타고, 뒤에는 황조령과 카메라를 든 도화가 올라탄다.

        그 외에 다른 이들도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내가 소리쳤다.

       

        “출발하자꾸나!”

       

        푸르르릉!!

       

        내가 탄 마이글다를 선두로 마이글다들이 줄을 맞추어 전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이글다의 주위로 남은 짐승 기사들이 둘러싸 호위하기 시작한다.

        자예를 따라가지 않고 남은 요괴 시녀들이 각 마이글다의 위를 오가며 간식과 마실 것을 건네주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 왠지 마을 어르신들 관광버스 여행 가는 거 떠오르는데?

        – 야 너도? 냐 나도.

        – ㅋㅋㅋㅋㅋㅋㅋㅋ

        – 무슨 기차 여행이냐곸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시끄럽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관광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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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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