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9

        

       *** ***

         

       “그러니 그 순간 앞에서는 끌고. 뒤에서는 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기맥의 기가 십이 할 차오르는 순간..!”

         

       “자네.”

         

       독의가 내 생생하고 박력 넘치는 충기썰을 끊고는 말했다.

         

       “일류에 올랐으니 경공술을 하나 배워야 하지 않겠나.”

         

       “뭐, 그렇긴 하죠.”

         

       “연비연환공이라는 경공을 하나 알려줄 테니 배워보겠는가?”

         

       “제가 따로 마련해 놓은 신법이 있습니다. 사천에만 돌아가면 곧바로 습득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기맥의 기가 가득 차오르는 순…”

         

       “어허! 자네의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이 된 것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는가! 자네는 일반적인 경공은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네.”

         

       “으음.”

         

       아직 충기썰을 더 떠들어야 성이 찰 것 같았지만 독의가 날 위해 하는 충고를 흘려 들을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참았다.

         

       “경공을 쓰지 못한다는 말씀은?”

         

       “경공이라는 것은 보법과 달리 장기적인 운용이 필수일세. 그러다보니 한 순간의 폭발보다는 흐름을 추구하기 마련이지. 어차피 기의 흐름이란 전신을 통하기 마련이니 보통의 경신법은 몸을 가볍게 만드는 방향성을 지니게 되지. 초상비나 수상비 같은 것이 고절한 경공의 척도로 통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지.”

         

       “그러나 자네는 아직도 몸 안의 불순물이 출렁거리며 기의 운용을 방해할 테니 그토록 끝없이 이어지는 흐름을 추구하기에는 너무 불리한 몸이야. 짧고 굵게 폭발시키는 운용이야말로 자네에게 걸맞지. 이 연비연환공은 그런 자네에게 딱 맞는 신법일세.”

         

       독의는 내가 뭐라 할 새도 없이 구결을 부르기 시작했고 나 역시 공짜 무공을 그냥 바닥에 버릴 수는 없었으니 구결과 운용법을 열심히 머릿속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자 막이에게 필요한 해약과 연구에 필요한 피도 뽑았으니 자네는 연비연환공의 구결이 머릿속에서 날아가기 전에 연습하러 가게!”

         

       독의의 약방으로 바뀐 헛간에서 순식간에 쫓겨났다.

         

       “막이! 이놈아! 어디 갔느냐! 문 밖에 소금 뿌리거라! 가급적 씨알 굵은 놈으로!”

         

       “아이구, 독의님. 한번에 하나만 좀 시키세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입맛을 다시며 마당으로 나갔다. 흑묘는 여일예의 뒤를 쫓아 나갔고 결국 내 충기썰을 들어줄 사람이라고는 막이와 독의님 밖에 없었는데 이제 그나마도 쫓겨났으니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 공짜 무공도 받았는데 일단 연습해 봐야지.

         

       나는 마당에 자리를 잡고 독의가 알려준 구결대로 조금씩 삼원심법의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무림천하에 떨어졌을 때만 해도 게임 UI가 살아있으니 무공서는 그냥 읽기만 해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확인 용도에 불과했다. 결국 그 무공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법을 모르면 시스템에 무공으로 등록되지도 않으며 시스템으로 간단하게 무공을 펼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경공도 내가 고생고생해서 익혀야 한다는 말이지.

         

       대략 30분 정도 내공을 운영하며 감을 잡았다. 연비연환공이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 결국에는 박자에 맞추어 통통 튀어다니라는 소리였다. 다리가 굽혀지고 바닥을 차는 타이밍에 맞추어 충기현상을 일으키니 단번에 튀어오르는 높이가 달라졌다.

         

       혹시 다른 무공에도 응용이 가능할까 살펴 보았지만 아무래도 힘들겠다 싶었다.

         

       일단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았다. 보통 무림의 신법이라고 하면 현란하게 움직이거나 학처럼 우아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연비연환공은 꽁무니에 불 붙은 토끼 같은 느낌일세.

         

       다만 이 운영 방식이 난이도가 낮고 내공 효율이 좋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꼴랑 한 시진 연습 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속도가 나오고 있었으니까.

         

       [경공술:연비연환공을 습득했습니다.]

         

       이건 정말 도망칠 때만 써야지. 다시 태어난 네오-하이퍼 일류무사 호천안의 품격에는 걸맞지 않는 경공술이었다.

         

       “쩝.”

         

       뭔가 다른 무공을 익히고 싶은데 독의의 진단으로 당장 무언가 심법을 익히거나 신체에 변화를 주는 것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면서 최소한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자중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의욕이나 헛돌고 있는 셈. 능력치를 올릴 수 있었으면 진작에 능력치를 올리는 것에 매진했지.

         

       그냥 딱 두 시진만 독의를 붙잡고 일류에 올랐던 때의 감동을 전달한 다음 상쾌한 마음으로 단련에 임했을 것이다.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사람을 짊어진 여일예가 복귀했다.

         

       *** ***

         

       “흐음.”

         

       독의는 여일예의 허리띠를 바라보았다. 어제 둘렀던 허리띠는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호화찬란한 옥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독의는 칠보옥대를 보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평생 귀중품 같은 것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독의의 시선조차도 붙잡는 자태. 그야말로 보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물건이었다.

         

       그 다음으로 시선이 간 것은 양 팔이 잘린 막여부였다. 독의는 자신도 모르게 슬쩍 막이쪽을 바라보았다. 막이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시선으로 기절한 막여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란을 틈타 살금살금 들어오고 있는 흑묘의 존재를 감지하며 독의는 입을 열었다.

         

       “그래…이 자가 막여부인가?”

         

       “예.”

         

       안 그래도 찬 기운이 날리는 여일예였는데 지금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북풍설한을 연상케 했다.

         

       “제 입으로 여가산장을 불태웠다고 실토하더군요.”

       

       여일예는 막여부와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 일행에게 전달해 주었다.

         

       “이 쓰레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담담함 속에 타오르는 증오. 오랜 세월 무림에 몸담아온 독의조차도 서늘함을 느낄 여일예의 기세에 독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정보부터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 고작해야 이런 산적 나부랭이가 무너트릴 수 있는 본가가 아니었습니다. 뒷배 혹은 동업자들이 있었겠지요.”

         

       “그런가…뭐 준비해 놓은 것들이 있다네.”

         

       독의가 막이에게 손짓했다. 막이는 창백한 얼굴로 막여부를 바라보다가 헛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릿한 걸음걸이었지만 독의도 여일예도 막이를 채근하지는 않았다.

         

       은근 슬쩍 자리에 끼어든 흑묘는 여일예를 응시했다.

         

       ‘투자할까.’

         

       흑묘가 여일예를 밀어내려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승산이 없다 판단했으니까. 여가산장을 불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여일예의 원수들은 하나하나가 거물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드러난 여가산장의 흔적. 여일예. 그들은 최후의 증거인 여일예와 관련된 것들을 용납하지 않으리라 여겼으니까.

         

       그런데 여일예의 무력을 보고 나니 판단이 달라졌다.

         

       ‘아무리 거물이라도 저 정도 강함이라면 해 볼만한데…’

       

       상대가 아무리 거물이라지만 흑묘가 목격한 여일예는 태풍이었다. 어디서 저런 괴물같은 여자가 나왔을까. 거암이고 거목이고 그냥 휩쓸어 박살내 버리겠지.

         

       검 한 자루만을 든 여일예라면 벅차겠지만 여일예를 보조해줄 사람이 갖추어진다면 정말 모든 원수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여일예가 원수를 갚다가 쓰러진 이후의 보복을 걱정하느니 원수를 갚도록 도와 주는 편이 훨씬 안전하지 않을까.

         

       흑묘가 여일예를 보며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그럼…일단은 단전을 깨도록 할까.”

         

       침이라기보다는 못이라 불러야 할 것이 막여부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막여부가 눈을 부릅뜨며 깨어났다. 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단전이 깨졌으니 몸 안에 있는 내공이 죄다 빨려나가며 자연스럽게 여일예가 짚어 놓았던  점혈 역시 깨졌던 것.

         

       “아, 안돼! 안돼애애!!”

         

       막여부가 비통하게 부르짖으며 복부를 더듬었지만 이미 깨진 단전에서 새어 나오는 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자, 그럼 다시 점혈을 잡도록 하지.”

         

       독의는 태연하게 막여부의 마혈을 다시 짚었다. 호천안은 속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그 절차를 지켜 보았다. 정말 찢여 죽여도 시원치 않을 원수를 앞둔 여일예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독의의 손속은 호천안의 예상 외였다.

         

       ‘그래…사람이 좋았으면 독의가 아니라 선의나 당의 이런 별명이 붙었겠지.’

         

       호천안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독의에게 더욱더 존경심과 경의를 표출하려는 마음을 다잡는 사이에 막이가 나타났다. 나름대로 마음의 정리를 한 것인지 막이의 표정은 차분했다.

         

       독의가 물었다.

         

       “채주와 인연이 깊으냐? 그렇다면 너는 창고 정리라도 하고 있거라.”

         

       막이는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거 뭔 산적놈들끼리 정이 있고 인연이 있겠소? 혼자 살자고 한 달이 넘도록 꽁무니를 뺐던 놈이오. 그냥…진짜 태산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이리 몰락하니 가슴이 술렁였을 뿐.”

         

       막이는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다.

         

       “그래도 들으면 목숨이 간당간당할 것 같으니 멀리 가 있겠소.”

         

       “그러거라.”

         

       “세 분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추측컨대 제 원수들은 그 면면이 범상치 않은 자들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세가 작지 않았던 여가산장을 흔적도 없이 멸망시킬 수 없었을 테니까요.”

         

       독의와 호천안의 눈이 마주쳤다.

         

       “여 소저의 복수에 대해서 알기는 했으나…굳이 더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막여부가 입을 여는 것을 확인한 뒤에 빠지는게 낫겠구나.”

         

       이건 어디까지나 여일예의 개인적인 복수. 호천안이나 독의나 어쩌다 돕는 처지가 되긴 했지만 이쯤에서 손을 떼는 것이 옳다 여겼다.

         

       “두 분의 협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이리 수월하게 막여부를 제압하고 원수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겠지요.”

         

       “허허 감사 인사는 이 자의 입에서 모든 정보를 들은 뒤에나 듣도록 하지.”

         

       독의가 주머니를 흔들며 말했다.

         

       “이게 뭔지 아는가.”

         

       “무엇입니까.”

         

       “자백제라네. 그리고 이쪽에 들은 것은 반혼독이라는 것일세. 이 자백제라는 것이 경지가 높은 사람에게는 들어 먹질 않아. 끽해야 이류가 한계인 물건이지만 그 이하로는 정말로 기가 막히지!”

         

       흑묘의 몸이 굳었다. 자신도 모르게 호천안 쪽으로 또르르 눈동자를 굴린 흑묘는 흥미로운 기색의 호천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 별 신기한 물건이 다 있군요.”

         

       “그래. 이류 무인을 넘어선 자에게는 약성이 통하질 않으니 이렇게 단전을 폐해서 이류 이하로 경지로 떨어트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참 괜찮은 물건일세.”

         

       흑묘가 다리를 달달 떨었다.

         

       ‘왜 자꾸 말끝마다 이류를 붙이는 거야!’

         

       “이 사람의 정신이라는게 참으로 기오막즉해서 말이야. 자백제를 놓는다고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지는 않네.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진실’로 여기면 그걸 또 그대로 털어놓는단 말이야. 그렇기에 이 반혼산이라는 약과 함께 사용해 줘야 해.”

         

       “호, 그럼 그 반혼산이라는 건 무슨 효과입니까?”

         

       “의식을 반만 깨운 상태로 만들어 주지. 꿈결 같은 상태가 되어서 자아가 흐려진다고 해야 할까. 가장 객관적인 사실만 말하게 되는 상태가 되지. 거기에 본인은 꿈이라고 여기게 되니 정보를 토설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걸세.”

         

       “아하.”

         

       “사소한 부작용이라면 사용 전후의 기억이 날아간다는 것이지만 뭐. 무슨 상관인가.”

         

       “오…과연 독의 세계는 심오하군요.”

         

       “허허허…자네가 뭘 좀 아는구만.”

         

       “그럼 어르신. 저랑 제 친구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저 역시 들어서 좋을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니까요.”

         

       “그러게나.”

         

       “그래 가자. 금서울아.”

         

       “에,예.예에에…그래야죠. 선..아니 오라버니..!”

         

       호천안이 흑묘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흑묘는 식은땀을 줄줄이 흘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흑묘: 흠칫!(제 발 저림)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