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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

       스트리머는 소위 말하는 ‘민심’에 매우 민감한 직종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고객들이 면전에 리뷰를 던져대고, 그 수의 증감이 실시간으로 보이니.

         

        그렇기에 대부분의 스트리머들은, 자연스레 채팅창에 휘둘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며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강박적으로 민심을 살펴도, 대중의 생각과 스트리머의 판단이 엇갈리는 순간은 오기 마련이었다. 

         

        아크 역시 성실하게 민심을 살피며 시청자들의 니즈와 생각을 파악하려 노력하는 타입이었지만- 매번 정답을 고를 수는 없었다. 

         

       일례로, ‘대회 전후로 분명 터질거야’ 라는 아크의 생각은 절반만 맞았다.

         

        이예나는 이미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중이었기에.

         

        물론, 이예나가 챌린저를 달성한지는 벌써 일주일 가까이 지났다. 관심사가 빠르게 움직이는 인터넷방송의 세계에서, 떡밥이 세 개는 족히 지나갈 정도의 시간이다.

         

        그러나 커뮤니티를 뒤늦게 접한 사람들은 이를 최근에야 아는 경우도 많았고- 무엇보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는 챌린저를 달성하고 급방종한 이후, 단 한 순간도 방송을 켜지 않았다.

         

        어떤 이유도 없이.

         

        쌓이고 쌓인 호기심은, 압력솥에 들어찬 증기처럼 들끓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예나는 그 열기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틈새조차 주지 않은 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몰랐어도 문제지만, 알고 했으면 더 문제였다.

       

       그러나 때로는 그 답답함이야말로 최고의 호객행위였고- 그 위력은, 아크가 달성한 역대 최고 시청자수로 드러나고 있었다.

         

        15,200명.

         

        평균 시청자수의 3배를 가뿐히 넘는 숫자는, 큰 압박감일 수도 있었겠으나-

         

        방송은 놀라울 정도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 이걸 먼저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이번 챌린저 달성, 정말 축하드려요! 마스터 중위권에서 첫 챌린저 등반을 선언하고 단 40시간만에 챌린저를 달성한, 엄청난 기록을 남겼어요. 여성 프로게이머, 스트리머를 통틀어서 여성 유저 중에는 최초인데……소감이 어떠신가요!”

         

        《……당연히, 기쁘기는 해요. 하지만 챌린저가 되어서 기쁘냐고 물으신다면……그보단, 챌린저 실력이 되었다는 게 기쁘네요.》

         

        가벼운 질문에도, 약간은 짓궂은 질문에도. 이예나는 놀라울 정도로 정상적인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제 챌린저도 저격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아요, 같은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금 더 어그로 끌리는 답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방송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겁했겠지만.

         

        “네, 지켜보신 시청자분들도 실력에 대해선 이견 없으실 거예요. 저도 하이라이트 봤는데, 와- 진짜. 아니, 성기사도 원래 그렇게 잘 하셨어요?”

         

        《아……잘 하는 건……아닌데, 캐릭터는 다양하게 알아 두고 있어요. 도적을 양보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예전엔 다른 캐 안 하시지 않았나요?”

         

        《도적을 양보해야 하지 않았으니까요.》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적이 있는가- NO? 내가 한다의 알고리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 깔끔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도적을 해야 하잖아』

        『왜 저딴 알고리즘이 있는건데』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들에 울컥한 것과는 별개로- 멘트를 주고받는 흐름은 깔끔했고, 시청자들의 몰입과 호응도 훌륭했다. 아크 스스로 자평하기에도, 흠잡을 곳 없는 방송.

        

       시작하기 직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슬라이드를 넘기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네……자세한 대답은, 경찰서에서 들어야겠네요. 겸사겸사, 경찰서 하면 생각나는 질문 하나 더 드리고 싶은데요. 아이디, 진짜 안 바꾸실 건가요?”

         

        《네.》

         

        즉답이었다.

         

        “솔직히 저는 이제 반쯤은 그러려니 하는데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도 이제 방송을 시작하셨는데. 방송에서 어그로가 너무 끌리지는 않으시나요?”

         

        《아. 어그로…….》

         

        높낮이 변화조차 거의 없는 평온한 속삭임.

       

       그렇게 말을 흘리던 이예나는,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다른 방송에 비하면 발화점이 낮긴 하네요. 왜 그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게요 왜일까요』

        『궁금한 척이라도 해주세요 선생님』

        『저 텐련 진짜 모르는 척 하는거 개때리고싶네』

        『발화점이 낮은게 아니라 니가 네이팜탄을 쏘는거야 미친1년아』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현직 스님도 오카리나 듣는 순간 목탁으로 대가리 깨러간다 ㄹㅇ』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이예나의 방송에서 채팅치던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온 시청자들이 가차없이 10분 차단을 당하는 와중에도, 채팅창에는 렉이 걸릴 정도의 채팅이 쏟아지고 있었다.

         

        “……네, 이건 추가로 추궁해도 별 의미는 없겠네요. 그래도 확실히 하고 가시죠. 무슨 뜻으로 지은 아이디인가요?”

         

        《음……. 그러게요. 무슨 뜻일까요.》

         

        이예나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읊조리고는, 입을 닫았다. 그리고.

         

        《생각해봤는데……잘 모르겠네요. 아마, 아이디를 만들 때 따뜻한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직접 만드신 아이딘데……아니, 아무튼. 그 아이디 말고, 나오나 아이디요…….”

         

        《아, 그거. 줄임말이에요.》

         

        그렇게 일축한 그녀는, 조금의 웃음기도 없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답했다.

         

        《나오나 아이디가 11자 까지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줄여서 따아먹고싶다로 만들었는데, 부적절하다고 해서……. 억울했지만 따아먹으로 줄이고, 순서도 바꿔봤어요. 다른 부캐들도 마찬가지네요. 패러데이는 다른 것도 다 문젠데……융통성이 없는게 특히 문제야. 그렇지 않아요?》

         

        『ㅗㅜㅑ』

        『아니 존나 부적절하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의 뭐가 억울했던 거야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러데이 일 잘하네』

        『해?명』

        『따ㅡ먹고 싶다』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ㅗㅜㅑㅗㅜㅑ』

        『퍄퍄』

        『오늘의 딸감 겟-또다제!』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앞으로 따아먹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따먹눈나……』

        『와 씹 이건 된다』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네? 아이디가 뭐였다고요? 한 번만 더 천천히 말해주세요 가능하면 좀 더 작은 목소리로】

         

        평소라면 제법 당황했을 정도로 흘러넘치는 채팅과, 예상이 어려운 답변의 연속.

         

        그런 난관들에도 불구하고, 이미 흐름을 탄 아크는 거리낄 것이 없는 질주를 하는 듯한 감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얼마 전, 급류 래프팅을 하며 느꼈던 짜릿함……이 어째서인지 떠오르는 와중에도, 자신감 역시 함께 차오르는 덕분이었다. 상대가 그 어떤 답변을 하더라도, 재밌게 받아칠 자신이 생겨날 정도로.

         

        “네? 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어……의외네요.”

         

        그럼에도, 이예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태연하게 ‘따아먹고싶다’라고 말하는 순간-

         

        아크는 잠시 얼어붙었다.

         

        백 퍼센트 확률로 클립으로 돌아다닐 소스였다.

         

        음성 도네로도 추출되어, 온갖 여 스트리머들 – 특히 아크 본인 – 을 성희롱하는데 사용될 것도, 뻔했고.

         

        순간적으로 당황을 감추지 못한 자신의 표정까지 함께, 영상 도네이션으로도 떠다닐 터였다.

         

        하지만, 과연 그래서- 자신의 방송 클립이 악용되는 것이 싫어서 멈칫한 것이었을까.

         

        클립이 싫다면, 삭제조치를 요청하면 그만인데.

         

        그러나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기도 전에, 이예나의 목소리가 다시금 귀를 파고들었다.

         

        《의외구나. 왜요?》

         

        “네, 네?”

         

        《설마, ‘아’가 아크의 준말……그렇게 생각하신 건, 아니죠? 저,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장난기 어린 목소리.

         

       아크가 가장 경계하던 위험신호였다.

         

        주도권을 뺏길 듯한 느낌- 까지는, 괜찮았지만. 실제로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을 때 일어나는 참사는, 익히 아는 바였다.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내내 끌려다녔던 지난 인터뷰는, 더 이상 인터뷰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지경의 무언가가 되어 버리지 않았던가.

         

        “에이, 그럴 리가요. 제가 그렇게 자의식 과잉은 아니에요. 너무하시네요.”

         

        너스레를 떨며 다급하게 말을 돌린 아크는, 빠르게 채팅을 훑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이 담긴 멘트를 던졌고-

         

        “자,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건 안 물어볼 수가 없네요. 정말 많이들 올린 질문이었고, 지금 채팅창에서도 다들 궁금해하시는데……장검기사와 도적을 모두 다루는 만큼, 지하 광전사 포텐도 엄청날 것 같은데요. 광전사의 트레이드마크, 양손도끼를 휘두르는 모습. 언젠가 보여주실 거라고 기대해도 될까요?”

         

        예상치 못했던 침묵을 맞이했다.

         

        “아따먹님?”

         

        “들리시나요?”

         

       그리고,

       

        -치익.

         

        《네.》

         

        캔을 따는 소리에 이어서 비로소 돌아온 대답은, 어째서인지 조금전에 비해 한참 가라앉아 있었다.

         

        “어……안 들리셨나요?”

         

        《네.》

         

        “……잠시, 연결이 좋지 않았나 보네요.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그- 광전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양손도끼를-”

         

        《음……아마, 안 쓸 것 같네요. 취향에……네. 취향에 안 맞아서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예나의 목소리는 금세 본래의 톤을 되찾았다.

         

        운이, 좋게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몰랐는데, 와인에이드는 제로사이다로 만들어도 하이볼보다 살이 찐다고 합니다. 마시는 도중에 알게 되어서 조금 억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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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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