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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0

    <790 – 교수들의 흑화를 막는 법(1)>

     

    오크노디를 오크노디 굴소스 볶음밥이 되도록 달달 볶은 덕분에 이슈타르도 고블린월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직 아카데미로 복귀하지 못한, 심지어 더 강해져서 돌아올지도 모르는 교수들이 저편에 남아있다니… 이건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잖아!”

    “아, 그래도 괜찮아요. 용사 하나는 교장님이 어떻게든 지켜주기로 약속하셨으니까요!”

     

    반대로 말하자면, 이세계 저편에서 엄청난 시간배율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교수들이 돌아와 고블린용사를 제외한 세상을 모조리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무서움이 느껴지는 수준을 넘어서 엄청난 공포심이 밀려온다.

     

    “저기, 이슈타르. 슬슬 오크노디 좀 놔주지 않을래? 안 그래도 충분히 힘든 아이한테 이 이상 사정 청취 같은 건 너무하다고 생각해.”

    “…즈앙.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전적으로 네 오해야. 난 지금 세계평화를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하루아침에 아빠를 둘이나 잃은 애를 볶아가면서 얻을 세계평화라면 분명 잘못된 게 틀림없어.”

    “…말이 안 통하네.”

     

    이슈타르는 독이 바짝 오른 즈앙을 설득하는 대신, 오크노디를 통한 정보수집을 단념했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정보망이야 굳이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젤과 암흑상회의 정보망이 아니라도 용사에게 도움이 될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가.

     

    “아카데미 개학 전에 잠시 들를 곳이 있어.”

    “그래? 목적지만 알려줘. 티켓은 대신 끊어줄게.”

    “제도.”

    “…제도? 드문 일이네. 그 뒤숭숭한 곳을 또 찾아가려고 하다니.”

     

    성녀 유피는 미심쩍다는 눈으로 이슈타르를 응시했다.

     

    “제도에 우리랑 친한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의 영향 탓인지 이슈타르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귀족들의 적.

    평민들의 구세주.

    초대 혁명가.

    그를 탄생시킨 것이나 다름없는 인물이 바로 니알라토텝이라는 소문은 제국 귀족가에도 알음알음 퍼져나갔고, 그 때문에 제국귀족들은 지원을 꺼려했다.

    주류24신을 모시는 교단들도 신앙의 쇠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니알라토텝을 기억하기에 용사의 지원을 일절 금하였다.

    참수의 골고다께서 제 성녀를 줘패버린 괘씸한 유피를 탓하는 대신, 손수 유피의 꿈에 나타나 그녀를 자신의 성녀로 책봉하지 않았다면 성녀와 한 파티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했으리라.

    이토록 용사에게 적대적인 제국에 간들, 대관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당대 황제 매스각키를 만나야겠어.”

    “…걔, 우리랑 친했나?”

    “전혀.”

     

    매스각키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소원함.

    귀족들처럼 대놓고 척지거나 용사만 보면 으르렁거리지도 않았다.

    별 관심이 없어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매스각키는 용사를 소 닭 보듯이 무심하게 지나쳤고, 용사파티도 그 거리감을 받아들였다.

    보통, 용사란 대하기 어려운 존재이니까.

    덜컥 용사파티의 동료로 간택 받아도 문제였다.

    제국과 귀족, 교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용사파티의 동료가 되는 것은 속된 말로 인생 망하는 지름길.

    역배가 터지면 한 지역, 나아가 한 국가, 정말 운이 좋으면 세계의 구원자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게 쉬우면 역배라는 표현을 쓸 일도 없었다.

     

    “뭘 위해서 친하지도 않은 애랑 만나려는 거야?”

    “도움이 필요해. 정원에서 상대했던 힘 빠진 교수들과 달리, 힘이 넘쳐나다 못해 역으로 더 성장할지도 모르는 교수들이 차원 저편에 남아있어.”

    “!!”

    “그 교수들이 돌아온다면 우리도 우리지만, 오크노디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재단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신세가 망가졌는데, 이사장도 재단도 사라진 지금 재단의 대표를 손꼽으면 오크노디가 1순위로 지목당할 수밖에 없잖아.”

     

    그러니 흑화한 교수들의 복귀를 막는다.

    이슈타르의 당면한 목표는 이것이었다.

    덤으로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께서 그녀의 나약함에 질려서 다른 용사에게 눈길을 준다는 오크노디의 말도 신경 쓰였다.

     

    -이슈타르도 참 피곤하다니깐. 사람이 그렇게 생각이 많으면 어떡해요?

    -내가… 피곤해?

    -또 그런다. 쉽게 상처받고 쉽게 심마에 걸리고. 툭하면 그러니까 여신님도 개복치 용사 키우기 싫어서 아스타로트에 눈길 주고 고블린도 키우고 그러죠.

     

    아스타로트.

    한눈에 알아차릴 정도로 그의 재능은 대단했다.

    사람 자체도 차분한 광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인정할 수 있다.

    분명 다음대 용사가 탄생한다면, 내 모험이 실패한다면 저런 사람이 다음 용사가 되겠구나, 라고.

    고블린은 달랐다.

    어디서 굴러먹는 뭐하는 고블린인지도 모를 것이 오크노디와 여신님의 관심을 모두 차지한다.

    이가 갈릴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 오크노디와 티토소가가 함께 공들여 만든 아이라니.’

     

    영혼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탄생한 아이라고 한들, 샘 나는 마음을 가라앉힐 길이 없다.

    한편으로는 그 아이의 미래에 닥칠 기구한 운명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 고블린은 같은 세계의 동족이 모조리 살해당하는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도 몰라. 교수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실력자니까.”

    “그런가?”

    “폐허가 된 세계에 홀로 남아 교장의 도움으로 목숨만 연명한들, 그런 삶이 제대로 된 삶이겠어? 게다가 한 세계를 모조리 갈아버리고 강해진 교수들이 돌아오면 그 위험은 이번 재단공방전에 비할 정도로 처참하리라 생각해.”

     

    이슈타르의 침착한 설명을 듣고 나니 용사파티의 모두도 그녀의 행동에 수긍이 갔다.

     

    “강했었지, 교수님들.”

    “솔직히 마데우스 님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대적할 자신도 없었어요.”

    “그래도 지금이라면 꽤 할만하지 않아?”

     

    다른 상대도 아닌 교수들을 잔뜩 죽인 용사파티다.

    영역 4단계에 오른 것은 이슈타르만이 아니었다.

    성녀 유피.

    궁수 스콜라.

    수녀 니세.

    세 사람은 당장 4학년 상급반에 진학해도 될 정도로 수준이 크게 올랐다.

    수인 제냐.

    탱커 바닐라.

    상대적으로 급이 딸리는 두 사람조차도 영역 3단계의 끝자락에 발을 걸쳤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 자신의 특화영역을 세계에 각인할 정도로 성장하거든 영역 4단계에 오를 잠재력이 넘쳐나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더욱이 용사파티에는 원치 않았지만 새로운 동료도 하나 늘어났다.

     

    “풋내기 여동생에게 용건이 있다면 짐이 큰 도움이 되겠군.”

    “…성불 같은 건 안 해? 당신,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야.”

    “바보 같은 소릴. 폭군이라 불리던 그 아바마마께서 목숨과 맞바꾸어 지킨 세계다. 돌아가는 꼴이 안심할 정도는 되어야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않겠나.”

     

    파케 히우그마그.

    전대황제이자 용사의 손에 토벌당한 당사자.

    어느 교수의 특화영역과 막대한 마나에 힘입어 유령이지만 활동할 수 있는 신체, 영체를 입수한 그는 얼떨결에 용사파티의 일원이 되었다.

     

    “괜한 소리 말고 로브나 똑바로 써. 매스각키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들키면 귀찮아지는 건 우리니까.”

     

    매스각키 여제가 기거하는 황궁.

    전후 어수선한 시기에는 선황을 따르던 제국십구강이 반으로 갈라져 누구는 혁명군과 매스각키 여제를 지지하고, 누구는 선황시절을 그리워하거나 귀족파의 세력확장을 꿈꾸며 척을 지기도 했다.

    그런 내로라하는 강자들도 언더월드 지저전, 북부마계령의 대침공 등의 쟁쟁한 이벤트에 불려나가며 반절이 쓸려나가기도 했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제국칠강으로 그 수가 줄었으니, 어중칠검마저도 근위삼검으로 불릴 정도로 그 수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도달한 제도의 꼬락서니는 그런 현실에 대한 측은함보다 경악을 먼저 느끼게 했다.

     

    “가랏, 일각수!”

    “일각일각!!”

    “에잇, 너로 정했다 드림시커!”

    “드리이임…”

     

    제도의 골목마다 나무작대기를 들고 투닥거리는 아이들이 암흑마나를 이용해 자신보다 작은 소형종 몬스터를 조종해 대결을 벌인다.

    대결에서 진 아이는 울상이 되어 내기에 건 푼돈을 넘겨주고, 더 강한 암흑몬스터테이머가 되겠다며 제도의 지하수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11번 게이트 원정대 모집합니다!”

    “금패급 마스터가 독 특화 은패급 마스터 한 명 구인합니다!”

    “이봐, 돌로란트의 독초지에 제국수도방위마법진에도 구멍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독초몬스터가 있다는 소문 들었나? 한탕 할 마음이 들면 암흑추적단을 찾아오라고.”

     

    어른들은 제도 곳곳에 응집시킨 차원균열을 안정화시킨 게이트에 주기적으로 모여든다.

    마계와의 연결고리를 오히려 침략의 거점으로 삼아 제도 시민들과 제국 각지에서 모여든 모험가들이 마계 탐사를 나가는 꼴이 대단히 익숙했다.

    북부마계령과 인접한 북부대공녀 아이린의 고향에서도 보지 못할 진풍경의 연속이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됐어. 분명 매스각키한테 직접 물어보는 편이 빠르겠지.”

     

    악인들의 머리통을 참수하여 수집하는 성녀 유피조차 기겁할 광경이었으나, 오크노디를 통해 엉뚱한 사건을 여럿 경험한 이슈타르는 평정심 기능이 적잖이 오른 상태.

    덕분에 광장에서부터 어그로를 잔뜩 끌며 괜한 오지랖을 부리다 욕만 잔뜩 먹는 대신, 인식저하마법을 걸고 황제가 기거하는 황궁으로 직행하였다.

     

    “오오, 이게 누구십니까. 재단공방전에서 엄청난 공을 세우신 교수토벌자 이슈타르 님이 아니십니까.”

    “…당신, 누구야?”

    “이런, 실례를 저질렀군요. 저는 오크노디 님의 도움으로 제국 키메라군단 군단장의 지위를 하사받은 하인리히 군단장입니다. 현재는 수도 암흑몬스터의 황궁침입 방지를 명 받아 수도방위군단으로 머무르고 있습니다.”

    “키메라라면… 남부신성도시국가연맹과 제국의 군사경계선에 숨어서 몬스터를 기르다가 오크노디한테 들켜서 같이 제국에 쳐들어가던 그 몬스터들이잖아?!”

    “하하, 기억해 주시니 영광이군요.”

     

    어느 신의 악신타락에도 지대한 연관성을 지닌 불쌍한 야광공룡의 소문을 그 신의 수녀인 니세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이슈타르로서는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니세의 볼이 빵빵해지며 스트레스를 마구 발산하기 전에 이슈타르가 급히 화제를 돌렸다.

     

    “잠깐 매스각키 여제를 만날 수 있을까? 시급히 도움이 필요해.”

    “본래라면 절차에 따라 최소 삼 일가량 접견에 시일이 걸리겠지만 용사님이 시급을 다툴 정도의 사태라면 한시가 촉박하겠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황궁 안에서 느껴지는 기색들은 제법 심상치 않았다.

    이미 제도 전체가 마계의 축소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당하게 뒤바뀌었지만, 황궁은 아예 복마전인 마왕의 심처라고 의식해도 위화감이 없을 지경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암흑마나가 밀집했는지 성검이 한시도 쉬지 않고 웅웅 거리며 자기를 뽑으라고 졸라댈 지경이었다.

     

    “이 정도면 오크노디보다도 암흑마나가 더 많은 거 아니야…? 그 언니모드의 오크노디가 떠오를 정도로 엄청난데.”

    “…그러게. 암흑마나는 안 그래도 사람의 성격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너무 변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마침내 입성한 황궁 알현실.

    이슈타르는 수많은 강자의 기척을 감지했다.

    신진제국칠강의 일원으로 불리는 <적염학파의 마스터 적노>.

    신진제국칠강 중 제국십대무투고수 출신의 강자, <철완의 바르가스>.

    제국의 개혁정책을 추진한 내무대신 <푸키츠나모노>.

    전 어중칠검이자 현 근위삼검에 속하는 자.

    <알렉산더>, <히스클리프>, <드미트리>.

     

    그들 중 대다수는 암흑마나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거대한 옥좌에 앉기에는 너무나도 자그마한 소녀는 눈을 뜨고 올려다보기가 괴로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암흑마나를 지니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매스각키.”

    “허접♡ 황제님이라고 불러♡”

     

    매스각키는 전과 다를 바 없는 열받는 표정과 말투로 이슈타르를 놀렸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치 않은 성격은 정작 아카데미에서 함께 지낼 때는 느끼지 못한 반가움의 감정을 자극했다.

     

    “훗. 여전하네, 너는.”

    “흐응~ 용사는 뭔가 변했네. 재미없어.”

    “성장이라는 거지.”

    “그래서, 용건은?”

    “오크노디를 위협할 적이 고블린월드에 있어. 원정대 창설과 지원을 요청하고 싶어.”

     

    매스각키가 옥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할래! 나만 재밌는 곳 하나도 못 갔어. 갈 거야. 무~~조건 갈 거야!”

     

    알현실을 지키던 황궁의 강자들이 하나같이 골머리를 앓는 얼굴을 하더니 이슈타르를 원망 어린 눈으로 흘겨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돌아온 치타 매스각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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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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