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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1

    <791 – 교수들의 흑화를 막는 법(2)>

     

    어른스럽게 옥좌를 지켜왔던 매스각키는 동기를 만나자마자 어린아이처럼 떼쟁이가 되었다.

     

    “자중하십시오.”

    “응 싫어~”

    “밤에 늦게 자고 원정하러 돌아다니면 키가 안 클 겁니다.”

    “무릎 꿇리면 내가 더 커♡”

    “지금 여제께서 황궁을 비우면 암흑마나에 심취한 신진귀족들이 여차할 때 저지를 사고를 막기가 어렵습니다.”

    “내무대신 푸키츠나모노가 있잖아~?”

     

    그 인간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말리는 거잖아.

    어중칠검 알렉산더는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황 못지않게 꺼림칙하던 시종장 오카시이네가 사라졌나 싶더니, 이번에는 수상하리만치 암흑마나를 자꾸만 불려대는 내무대신이 나타났다.

     

    -제도에서 신흥귀족들이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암흑마수들을 키메라군단을 이용해 격퇴했습니다.

    -잘했어♡

    -신흥귀족 몇이 과도한 암흑마나 경쟁으로 마나가 골수에 닿아 금기를 범하려던 현장을 급습, 시설을 파괴하고 관련자 전원을 감금했습니다.

    -훌륭해♡

    -처분은 언제나처럼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황제의 칭찬을 독식하며 마음에 드는 잔인한 처벌만 쏙쏙 골라서 하는 내무대신.

    처벌 과정에서 분산되는 경험치와 암흑마나를 모은 것만으로도 내무대신은 황궁 암흑마나서열 2위에 등극할 정도로 심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다른 이들이 골수까지 암흑마나가 닿지 않도록 습득속도를 늦추고 정제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내무대신이 미쳐서 이러다 대학살을 저지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미친 속도다.

    그런데 광증이 보이지 않는다.

    그게 더 무서웠다.

     

    ‘저거, 인간이 맞기는 한가?’

    ‘불길한 녀석…’

     

    근위삼검 히스클리프와 알렉산더가 어떻게 좀 해달라며 드미트리를 쳐다봤다.

    어중칠검 시절에도 그들과 격이 다른 초절강자였던 어중제일검 드미트리.

    현 근위삼검 중 근위제일검이자 황궁제일검으로도 불리는 그녀는 내무대신에게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폐하.”

    “…왜애?”

     

    황녀 시절에도 자신을 따라준 충직한 신하 히스클리프와 알렉산더의 눈빛공세는 휘파람도 불지 않고 능청스레 외면한 그녀였지만, 드미트리의 눈빛마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확실하게 그녀의 사람인 두 사람과 달리, 드미트리는 ‘선황의 기사’라는 생각이 사라지질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매스각키를 향한 ‘충심’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제국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교수들은 커다란 위협입니다.”

    “그럼 더욱 내가 정리해야겠네!”

    “제국이 아닌 황제폐하의 위험이라는 뜻입니다.”

    “…응?”

    “폐하께서 승하하신다면 제국교수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정통귀족들의 권위에 힘입어 다시금 정계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선황께서 승하하신 지금, 여제께서는 자신의 안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셔야만 합니다.”

     

    그러나 충심이 없어도 전 어중칠검의 어중제일검이자 현 근위삼검의 근위제일검으로서의 자리마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드미트리는 매스각키 여제가 제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황제라고 보았고, 나름의 조언을 건넸다.

     

    “말씀이 지나치시오.”

    “황제폐하께서는 아직 어리십니다. 조금만 더 황심을 헤아리는 부드러운 말을 해주실 수는 없습니까.”

     

    적노와 알렉산더의 지적에도 드미트리는 들은 체도 않았다.

    태도는 괘씸하다만, 매스각키는 그녀가 바라는 바가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직접 가고 싶어~? 드미트리 정도면 딱히 궂은 일 하지 않고 황궁에 토템처럼 박혀있기만 해도 치안이 올라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데~?”

    “…선황께서 제위에서 물러나시기 전, 저는 제국의 장학생 한 명과 검을 겨루었습니다.”

     

    드미트리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놀랍게도 분함이었다.

     

    “재단의 샤를로테.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검에 공간제어를 올리는 <황금사과>, 심지어 <비보>마저 손에 넣은 강자가 이번 재단공방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재단의 잔당은 아직도 남아있고, 그들이 노리는 바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

     

    간과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재단의 이사장이 죽었으나, 직속삼장이라 불리는 메이드장과 집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샤를로테라는 강자의 존재도 포함하면 재단이 어디서 이사장의 사후에 대비하여 플랜B의 계획을 꾸미고 있을지 몰랐다.

     

    “버려진 아카데미 교수들은 그들이 노리기에 너무나도 유익한 먹잇감입니다. 용사 이슈타르와 용사파티의 진술에 따르면 이미 교수 중 일부가 아카데미를 배신하여 재단에 붙은 전적도 있으니, 남은 이들도 포섭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히… 그건 내버려 둘 수 없겠네. 동기들도 재단공방전에서는 잔뜩 힘내주었고. 이 정도 뒷수습은 제국이 힘을 내봐야겠지. 출전, 허락할게♡”

     

    매스각키는 내심 이런 욕심도 품었다.

    동기들이 이사장을 물리쳤다면 나는 아카데미의 사악한 교수 잔당들을 물리쳤다고.

    나도 용사만큼 대단한 부하를 둔 대단한 여제라고 오크노디 앞에서 마구 자랑하겠다는 욕심을!

     

    “오크노디이, 도와줘어어…! 이러다 허접 근위대장이 죽겠어…!”

     

    얼마 뒤, 통신마도구를 들고 질질 짜기 직전의 얼굴로 도움을 요청할 황제의 야심이었다.

     

     

    * * *

     

     

    파파 둘을 저승 보내고 돌아온 기숙사.

    온갖 종류의 거대한 힘에 노출되었던 영향 때문인지 응애 만드라고라가 응애애앳 비명을 지르며 나를 피해 도망 다녔다.

    눈 대신 마나로 세상을 감지하는 응애에게는 숫제 내가 24신의 힘을 등 뒤에 하나씩 메달고 다니는 대괴수처럼 보여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그런데 앨리스 선배, 당분간은 응애 좀 대신 돌봐주세요!”

    “나야 괜찮지만…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돌봐줘야 하는 건 응애보다 너인 것 같은데.”

    “제가요? 왜요?”

     

    천연덕스러운 내 물음에 앨리스 선배가 걱정어린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말했다.

     

    “파파를 둘이나 보냈잖아.”

    “잘 모르겠어요. 이게 그렇게까지 슬퍼할 일인지는.”

    “세상 사람들이 폭군이나 거악이라 부르니까, 죽음을 애도할 가치조차도 없는 사람이라고 불리니까, 그래서 남들 눈치를 봐서 슬픔을 억누르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돼. 남들에게는 그런 사람일지 몰라도 오크노디 너에게는 그래도 가족이잖아.”

    “가족이 뭔데요?”

    “어…?”

     

    앨리스 선배가 혼란에 빠졌다.

    너무 어려운 물음이었나 보다.

     

    “누가 저한테 오늘부터는 내가 너의 파파란다, 라고 하면 가족이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자식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아버지의 의무라면 두 사람은 나름대로의 형태로 너를 보호하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흐으음~ 그런 건가?”

     

    두 사람의 사명이 실패할 것도 알고, 잘못된 길을 걸어왔던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둘은 나름대로 나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주려고 노력했다.

    선황파파는 꾸준한 지지와 신뢰가 선사하는 안정감을 가르쳤고, 재단파파는 관계의 나약함과 부질없음을 벗어나면 얻을 수 있는 고독의 힘을 가르쳤다.

     

    뭐어, 어느 쪽이건 이미 전부 알고 있는 거지만.

     

    그런 바보 같은 파파들이 딱하고 한심하고 안쓰럽다고는 생각하고, 한 번은 그 일생에 공감하여 눈물마저도 흘렸지만.

    그건 ‘마왕노디’였던 내가 흘린 눈물이지 ‘오크노디’인 내가 흘린 눈물은 아니잖아?

     

    -지난 회차를 돌아보면 안 돼.

    -지난 슬픔을 떨쳐내지 못하면 안 돼.

    -그래서는, 잊을 수 없는 비명과 악업이 너무 많아서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는걸.

     

    나만의 약속.

    나만의 마법 같은 말들을 되새기며 내면세계의 저편에 놓인 감정 쓰레기통에 슬픔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봉인했다.

    이름없는 쓰레기통이 수도 없이 늘어선 내면세계를 벗어나 눈을 뜨면 돌아오는 것은 평상시의 맑고 상쾌한 기분!

    …이 아닌 죽도록 쑤시는 온몸의 영맥!

    이슈타르에게 절전모드 운운했던 것이 농담이 아니라 정말 힘 조금만 쓰면 죽을 것처럼 아프다.

     

    “끄으읏…”

     

    내면세계를 드나들면서 마법을 조금 써서 그런지 욱씬거리는 몸을 부여잡고 앓는 소리를 내려니, 앨리스 선배가 흑흑 소리를 내었다.

     

    “밖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의연하고 담담하게 굴어도 기숙사에 돌아와서는 남 몰래 파파를 잃은 슬픔에 우는 아이… 너무 불쌍해!”

    “그런 거 아니거든요?”

    “이해해.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오크노디의 그 마음. 걱정하지 마. 오늘은 아무것도 못 본 걸로 해줄게. 그러니까 실컷 울어!”

     

    등을 토닥이는 암흑적성평가모자에 달린 팔이 안 그래도 특대신성마나를 전송하며 잔뜩 헐어버린 영맥과 혈관에 고통을 전달했다.

     

    “응아앗…!”

    “더 울어도 돼, 방음마법 걸었으니까! 마음 놓고 더 크게 울어!”

    “아, 아파요… 건드리지 마!”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더 크게 울어!”

    “으아앙, 아프다니깐!”

     

    기숙사에만 돌아오면 선배한테 울음 노동을 강요당하는 일과는 며칠간 계속되었다.

     

    “살려줘, 이슈타르!”

     

    참다 못해 이슈타르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이슈타르도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들었다.

     

    “오크노디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우는 타입이었구나.”

    “이슈타르?”

    “괜찮아. 아무리 재단 이사장이 쓰레기 같은 인간이어도 오크노디에게는 소중한 파파겠지. 용사의 이름을 걸고 비밀은 지켜줄게.”

    “가, 가까이 오지 마!”

    “자, 내 품에 안겨서 마음껏 울어!”

    “으앙!”

     

    이슈타르의 넘쳐나는 근력에 조여진 몸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선사했다.

    감각차단을 발동할 여력조차 없는 몸이 발산하는 고통에 울음이 절로 터져나왔다.

     

    “봤어? 오크노디 눈. 엄청 빨갰어.”

    “남몰래 울고 있었나 봐.”

    “하긴, 오크노디한테는 소중한 파파들이었겠지.”

    “너무 불쌍해.”

    “위로라도 해줄까?”

     

    시간이 지나니 앨리스 선배나 이슈타르로도 모자라서 만나는 여학생들마다 죄다 나를 안기 공격을 할 기세로 보였다.

    매스각키의 연락을 받은 것은 약점을 놓치지 않고 가차 없이 공략하는 동기들의 무서움에 벌벌 떨던 어느 한적한 오후였다.

     

    “오크노디이, 도와줘어어…! 이러다 허접 근위대장이 죽겠어…!”

    “근위대장이 왜 죽어?”

    “고블린월드에 남은 교수들을 토벌하러 갔는데 생명반응이 약해졌어!”

     

    이거다.

    듣자마자 그간 신이 나서 날 괴롭히던 앨리스 선배, 이슈타르, 이사벨, 아카디아, 로지니, 기타등등의 얼굴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내 약점을 노리고 마구 괴롭힌 모두에게 역으로 한 방 먹여줄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를 울린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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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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