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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2

    <792 – 교수들의 흑화를 막는 법(3)>

     

    오크노디가 너무너무 걱정되는 여학생들 일동은 자신들을 한 자리에 초대한 오크노디의 초대장을 받고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오크노디가 슬픔을 떨쳐냈나 봐요. 이렇게 어른 흉내를 내면서 사교모임 초대장 흉내를 내다니. 참 기특하지 않나요?”

    “아카디아 백작영애가 평소 모범이 되어준 덕분이겠지. 내가 한 거라고는 기운을 차리기 좋은 요리를 해주고 격려의 마사지를 해준 것밖에 없어.”

    “나도 적색마탑의 보물인 기운이 돋아나는 화정의 영약을 먹인 것밖에 없어. 마나가 적은 사람이 먹으면 몸이 불타는 고통을 느끼기는 해도 마나제어력이 교수급으로 대단한 오크노디라면 간식거리나 되는 정도겠지.”

     

    모두들 오크노디를 위해 해준 것이 너무 적어서 아쉽다며, 더 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욕을 서로 주고 받았다.

    이에 몰래 엿듣다가 이대로 있다간 앞으로는 더한 고문을 받겠다 싶은 오크노디가 기겁하며 테이블보 안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충분하거든요! 지금까지 받은 걸로도 충분해요! 아무것도 더 해주지 말아요!”

    “어머. 오크노디, 조신하지 못하게 먼지가 가득한 바닥에서 나오면 어떡하나요?”

    “에이프릴이 아침에 청소했어요!”

    “흥, 청결 이전에 몸가짐의 문제랍니다. 이런 건 따끔한 아픔이 동반되지 않으면 배우질 않겠죠. 이리로 오도록 하세요. 엉덩이를 때찌해버릴 테니까요!”

    “으앙, 이거 놔!”

     

    평소보다 억센 손길로 나를 붙잡고 메챠쿠챠 찰싹찰싹 엉덩이를 때리며 혼내는 아카디아.

    걷기만 해도 몸이 쑤셔서 비명을 지르는데 엉덩이까지 맞으니 정말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아카디아 미워!”

    “흥, 몸가짐을 조신하게 하지 않은 오크노디의 잘못이에요. 앞으로는 모두의 앞에서 더 착하게 굴지 않으면 치마까지 벗기고 떼찌를 할 거랍니다.”

    “히이익!”

     

    유난히 평소보다 엄해진 태도에 서러움과 약간의 분노도 느꼈지만, 아카디아 언니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에 그녀의 기저에 깃든 생각을 간파했다.

     

    -오크노디는 재단의 후계자야. 전 세계가 두려워하던 조직의 후계자.

    -몇이나 되는 사람들과 조직, 국가가 재단에게 당한 원한을 빌미로 오크노디에게 복수하려 할까? 분명 헤아리기도 두려울 정도로 많겠지.

    -선을 그어야 해. 이 아이는 착한 아이라고. 재단의 후계자로 내세워졌지만 실은 이렇게나 착한 아이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오크노디를 공격하려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될 정도의 여론을 만들고 지지세력을 늘려야 해.

    -그러지 않으면… 다음에는 오크노디의 차례일지도 몰라. 세계의 적으로 지목받아 토벌당하는 사람이.

    -그런 사태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설령 오크노디에게 미움 받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내 손으로, 우리들의 손으로 막아내겠어.

     

    아카디아뿐만이 아니다.

    눈을 마주친 다른 동기들, 여학생들의 눈에도 결연한 빛이 어렸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는 모습에서 이미 사전에 모두 입을 맞췄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니 요 며칠간 느낀 화가 팍 식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 잘되라고 한 일이잖아.

    이런 이유라면 정상 참작을 해줄 수 있지.

     

    “너무 혼만 내어서 미안해요. 사과의 의미로 제가 가장 아끼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 코로 물을 뿜는 코끼리주전자를 줄게요.”

    “와, 희귀수집품!”

    “…피렌체 왕국이 근본 없이 유행을 쫓아다니는 나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근본 없는 주전자까지 유행한 적이 있었어?”

     

    어지간히도 이색적인 마도구였던지라 무덤덤한 성격의 이사벨도 몹시 당황했다.

     

    “네? 이런 기분 나쁜 주전자가 유행할 리가 없잖아요.”

    “그럼 유행한 적도 없으면서 왜 그런 주전자를 아끼고 있는 거야? 그건 좀…”

    “기분 나쁘게 생겼지.”

     

    불처럼 화끈한 성격의 로지니가 이사벨이 돌려 표현할 말을 어렵게 고르고 또 고르려던 노력을 단숨에 무색하게 만들었다.

     

    “갸하핫! 동감이야. 완전 쓰레기 같지.”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거든?”

    “후후. 괜찮아요. 이상한 물건이라는 자각은 있으니까. 저걸 만들 당시에는 동방대륙의 대형종 몬스터 코끼리와 램프의 요정에 대한 일화가 떠들썩했었죠.”

    “그거 몬스터 아니야?”

     

    헤스티아의 어리둥절해하는 물음에 아카디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요. 그 둘을 합친 마도구를 만들면 어떨까 싶어서 시제품을 하나 만들었더니 뭘 잘못 먹고 암흑타락한 코끼리가 사람 수백 명을 밟아 죽이고 토벌 당했더라고요? 덕분에 악의 마도구 비스름하게 보일 마도구는 제 개인콜렉션이 된 거죠.”

    “나 알아! 그거 악성 매물이라는 거지?”

    “그 표현은 좀 긁히니까 참아주시지 않을래요?”

     

    견습숲지기 도로시의 가벼운 감상이 크리티컬 히트로 꽂혔다.

     

    “북부에도 쓸모를 잃은 물건은 많아. 아사한 아이의 곰인형이나 동사한 노파의 짜다 만 목도리, 병사한 사냥꾼이 남긴 무기들. 그래도 혹한기를 이겨낼 때에는 소중한 땔감이나 전쟁물자로 사용할 수 있어. 모든 물건에는 생각지도 못한 쓰임이 있기 마련이야.”

     

    딴에는 위로랍시고 던진 아이린의 말이 북부대공녀의 이름에 걸맞은 싸늘하고도 울적한 침묵을 불러왔다.

    넌씨눈이라고 말하고 넌 씨발 눈치가 없니라고 읽는 무언의 눈초리가 차마 이 자리에서 이슈타르 다음으로 강한 아이린에게 향하지 못하고 헤맸다.

     

    “그래서 오크노디는 오늘 우리 왜 불렀어? 친목회 비슷한 거라고는 해도 오크노디가 모두를 모을 때는 항상 굉장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잖아!”

     

    겨울철 냇물처럼 살얼음이 낀 분위기를 와장창 깨부수고 난입한 것은 그냥 순수하게 날 괴롭히는 것이 재밌어서 모두에게 합류하지 않았나 의심이 드는 괘씸한 티토소가였다.

     

    “소개하고 싶은 이벤트가 있기는 해!”

    “먼데먼데~?”

    “고블린월드에 남은 교수님들 길들이기 이벤트.”

     

    교수님을 길들이다.

    나란히 붙으면 이보다 괴상할 수 없는 글자의 조합에 학생들이 버그 걸린 컴퓨터처럼 “으에?” “으응?” “으읭?” 따위의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교수님을 어떻게 길들여. 길들인다고 길들기는 하고?”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듯이 어려운 처지에 처하면 학생의 손길도 잡고 싶지 않겠어요?”

     

    현재 교수들은 대단히 특수한 처지에 놓였다.

    용사가 날뛰는 고블린월드.

    중간계 복귀를 위해 실컷 만행을 저지르던 교수들에게 분노한 용사가 중간계를 개박살을 내놓고 있다.

    일부 교수는 탈출 후 재단의 손을 잡았다가 용사 이슈타르의 손에 전멸했다.

    남은 교수들은 누구의 도움이라도 급한 상황.

     

    “차원계의 연결이 지난 대전에서 엉망진창으로 꼬인 탓에 각 차원의 거리와 차원연결로의 연산도 크게 바뀌었어요. 이제는 중간계와 고블린월드의 절대차원좌표를 아는 재단이나 교장님, 저만 교수님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죠!”

     

    이사벨이 심각한 얼굴로 로지니의 허리를 쿡 찌르고 귓속말을 했다.

    물론 <엿듣기> 기능이 열일하고 있는 도중이기에 내 귀에는 다 들렸다.

     

    “재단이 오크노디에게 이런저런 귀중한 정보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저런 정보도 건네줬을까? 한참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었는데.”

    “재단공방전 이전에 공유할 정보는 아니긴 하네. 만일 적절한 시기가 있다면 오크노디가 굉장한 어른이 되어서 대결을 벌인 뒤… 승패가 결정된 그 시점이었겠어.”

    “…그럼 오크노디는 파파의 유언 겸 마지막 선물을 우리에게 지금 나누어주고 있는 거야?”

     

    응?

    나 그런 굉장한 유언을 들었던가?

    말로는 확실히 들은 기억이 없지만…

    놀랍게도 짐작 가는 구석은 있다.

    재단파파와의 최후의 초근접전에서 서로의 역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마구잡이로 떠올려서 던져대던 기억들 중에는 교수들의 기억도 얼핏 있었다.

    학생이라면 교수의 이미지를 투사하면 지레 겁을 먹겠거니, 아무 교수나 들이민 재단파파의 실책이었다.

     

    ‘허접한 교수들이 아니라 진짜 무서운 교수들을 보여줬으면 아무리 미래의 나라도 멈칫했을 텐데!’

     

    디테일이 부족한 이유는 재단파파도 어쩔 수 없는 1회차이기 때문이겠지.

     

    “저거 봐. 오크노디가 우리 대화를 엿들었나 봐.”

    “짐작 가는 구석이 있는 눈치인데?”

    “역시… 이사장도 마지막만큼은 오크노디의 아버지로서 딸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나 봐.”

     

    뭔가 다들 착각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알아서 납득해주면 나야 편하지.

    그래도 엉덩이 때찌의 복수로 실컷 굴릴 작정이었지만 다들 날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화가 풀리기도 하고, 난이도를 조금 낮춰줘야겠다.

     

    “교수님들을 구출하려면 고블린 용사와 교수, 양쪽의 마음을 모두 돌려야 하는데 용사는 몰라도 교수님들을 설득할 비법을 전수해 줄게요!”

    “예를 들면?”

    “공석이 된 교수들의 연구실을 털 권리와 수강신청 최소인원을 맞춰주겠다는 약속, 둘 중 하나만 해도 좋다고 따라올걸요?”

     

    아카데미에서 버려진 교수들에게 실리라도 챙겨서 나가거나 교수직을 연장할 기회를 선사한다면 쉽사리 기회를 놓칠 수는 없겠지.

     

    “이건 참고로 묻는 건데, 그렇게 우리가 들어야 할 강의들이 어떤 강의야?”

     

    이슈타르가 용사의 날카로운 안목을 발휘했다.

     

    “어, 음… 데모니카 교수님의 <즐겁게 관광하기> 강의?”

    “…내 경험상 그런 안데르센 대공자가 좋아할 것처럼 들리는 어설픈 강의는 말도 안 되는 함정이 기다리던데. 첫 번째 방법으로 설득하자.”

     

    쳇. 이걸 피해 가네!

     

    “근데 우리가 우리를 괴롭힐 교수님들을 구출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냥 돌아가시게 두면 우릴 괴롭히는 교수님들만 줄어들고 아카데미 생활이 행복하게 변하잖아.”

    “어? 그러게?”

    “으휴. 다들 뭘 모르시는구나. 세상은 넓고 교수임용제안을 받아들일 강자는 많아요.”

    “예를 들면?”

    “용의 고수 봉우리에 사는 혈비객이라거나? 학생이 강해져서 졸업하면 어느 날 불쑥 찾아와서 수확의 날이 되었다고 칼부림하는 광기의 귀공자 미하엘이라거나? 세계멸망을 목표로 태초의 거인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다가 자원 다 털리고 현타가 온 거인 기간테스라거나?”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 뺨치는 기존의 악당 교수들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 이유가 목격자의 태반을 도살해 버렸기 때문인 무시무시한 음지의 대악당 교수후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상상 속 대악당 교수후보들은 거인족 기준의 마나축적심사를 벌이거나 성적이 너무 좋거나 너무 나빠도 실습을 빙자한 습격을 저질렀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지.”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으니 우리 하늘이 무너지게 두어서는 안 돼.”

    “미지의 교수보다는 이미 인지된 교수야말로 안전한 교수가 아닐까?”

     

    설득은 대성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모르는 교수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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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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