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95

    <795 – 교수들의 흑화를 막는 법(6)>

     

    고블린월드 지하생존투쟁기 1일차에 접어든 여학생들이 어째서 황색마탑의 대지술사 샌드쿠커를 데려오지 않았나 후회에 빠져드는 사이.

    오크노디는 싱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인물을 걱정하고 있었다.

     

    “저는 반대로 아발론이 걱정돼요!”

    “아발론이라면 그때 그 황금의 마법소녀 말인가.”

     

    싱은 아발론의 탄생비화를 라이브로 목격한 오크노디 파티원이기에 아발론이 재단이 육성한 차기 수석장학생이니, 교수들을 함정에 빠뜨린 재단의 자객이니, 그런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게 남의 걱정을 받을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막말로 당장이라도 교수임용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강자가 아니었나?

     

    “위어드 교수님의 랩실에 취직하자마자 엉뚱한 프릴 시에 파견되어서 같이 실종되었잖아요. 분명 못된 위어드 교수님 대신 파견임무에 나갔다가 재난사태에 휩쓸린 거라고 봐요!”

    “그게 티토소가가 만들었다는 용사한테 당할 정도로 허접한 건 아니잖냐.”

    “그래도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옛날 어르신이 영문도 모를 차원계로 끌려가서 미아가 되었는데 내버려 두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에요!”

     

    고블린용사가 얼마나 강한지는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지만, 교수에게 착취당하는 조교가 얼마나 불쌍한지는 알았다.

     

    “그러니 얼른 아발론의 심장이 폭발하는 술식을 작동하고 아발론 2호기가 부활하게 해야 해요!”

     

    오크노디의 아발론을 향한 뜨거운 우정을 전해들은 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바닥을 들어서 자신의 뺨을 찰싹 때렸다.

    정신이 번뜩 든 싱이 뺨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을 통해 자신이 환상마법 따위에 당한 것이 아님을 실감하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요즘 피로가 너무 심했나? 뭔가 잘못 들은 것 같군. 다시 한번 말해주겠나?”

    “심장이 폭발하는 술식을…”

    “그만. 제대로 들은 게 맞았군.”

     

    싱은 그답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조금 전까지의 대화는 뭘 위한 거였냐. 그렇게나 동정해 놓고 심장을 터뜨리다니, 결론이 이상하잖아.”

    “하지만 고블린월드에 납치된 아발론이 자유의 몸이 되지도 못하고 고블린이나 교수들 아래에서 착취당하는 모습을 생각해봐요. 너무 끔찍하지 않나요?”

    “조교들처럼 말이냐?”

    “맞아요. 그것도 기프트 아카데미의 최소한의 아카데미 수칙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날것 그대로의 조교 생활이 얼마나 가혹하겠어요?”

     

    고블린들에게 붙잡혀도, 교수들 밑에서 굴러도 어느 쪽이건 재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죽음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싱의 머릿속에도 들었다.

     

    “이 이야기를 내게 꺼낸다는 건 부탁할 일이 있기 때문이겠지. 내가 뭘 하면 되는 거냐.”

    “역시 싱은 눈치가 빨라서 좋아요! 여기 기폭장치를 줄 테니까 잠깐 고블린월드 입구까지만 가서 스위치를 삑 누르고 바로 돌아오면 돼요!”

    “차원문은?”

    “특별히 제가 열어드림!”

    “…꼭 거길 들어가야 하냐?”

    “밖에서 눌러도 데미지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차원 너머에서 누르는 거라 효과반감이 되거든요.”

     

    어쩔 수 없지.

    아발론의 확실한 구원을 위해서라면 조금이나마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싱은 딱히 아발론과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남자였지만 여자가 된 존재라는 공통점.

    하늘의 순리를 벗어난 역천의 존재라는 공통점은 위험천만한 고블린월드행을 각오할 정도로 싱에게 큰 의욕을 불어넣었다.

     

    “그 부탁, 들어주지.”

    “고마워요!”

    “오해는 하지 마라. 여학생들만 참가가능한 파티에 자연스럽게 끼어들고 싶은 마음 따위는 1mm도 없으니까. 버튼을 누르고 외지에서 구르는 한심한 동기들이 신경 쓰이니 겸사겸사 조금 돌보고 올 생각을 했을 뿐이다.”

    “파자마도 한 벌 빌려드릴까요?”

    “…필요 없다.”

     

    오크노디의 자연스러운 파자마파티 유혹을 어렵사리 뿌리친 싱이 마치 시련과 고난을 이겨낸 용사처럼 당당하게 제 허리에 손을 얹었다.

    사악한 오크노디의 유혹을 이겨낸 자신은 아직 암컷타락을 하지 않은 남성성이 충만한 고독한 검객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부심이 담긴 손바닥이 얹힌 골반이 얼마나 여성스러운 형태를 하고 있는지, 벌어진 골반과 달리 달라붙은 허벅지는 얼마나 여성스러운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우쭐함이란, 오크노디의 눈에는 나도 예전에는 저랬나? 싶은 기묘한 감상을 일으켰다.

     

    “에잇!”

     

    괜히 심란한 마음에 오크노디가 냅다 차원문을 열어주었다.

     

    “여행을 나갔다가 오면 현지기념품이라도 하나 주워오는 것이 예의겠지. 원하는 선물이 있나.”

     

    위험천만한 고블린월드에서도 기념품을 챙겨올 수 있다는 싱의 남자다운 허세에 오크노디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식품도감용 새로운 음식이요!”

    “별것도 아니군. 적당히 챙겨오마.”

     

    위풍당당하게 고블린월드에 발을 들인 싱.

    진입과 동시에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마나독 통증과 온갖 종류의 잠복술식에 의한 감시가 싱의 감지범위를 빼곡하게 채웠다.

    멀리 어디선가 빛이 번쩍이더니 지표면을 갈아엎으며 포격을 퍼붓고, 참다 못해 지저에서 뛰쳐나온 교수 하나가 수백 발의 인간말살포를 맞고 재가 되어 흩어지는 광경이 두 눈에 들어왔다.

     

    “…”

     

    느긋하게 특산품도 챙기고, 불쌍한 동기들도 챙기고, 한참 뒤에야 버튼을 누르고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갈 작정이었지만 생각이 싹 바뀌었다.

    이런 미친 곳은 한 시라도 빨리 달아나는 게 맞다.

     

    삑.

     

    싱이 차원문 저편에서 스위치를 눌렀다.

     

     

    * * *

     

     

    진즉에 중간계로 탈출한 아발론은 고블린월드에서 심장이 터져 즉사하는 대신, 중간계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데굴데굴 굴렀다.

     

    “악! 내 심장, 심장이 너무 아프다!”

    “이건… 심장폭발의 술식?!”

     

    교수들과 함께 고블린월드에서 탈출해 중간계에 도달했던 황금의 마법소녀 아발론.

    교수들이 이사장의 최종결전에 끌려간 것과 달리, 아발론은 최종결전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집사장과 동행하게 되었다.

     

    “어째서냐. 이사장은 너를 통해서 <고블린월드>의 정보를 습득하고 추후 화근의 싹이 될 나머지 교수들을 처분하고자 했을 텐데. 어째서 지금 네가 누군가의 잠복술식에 살해위협을 당한 거냐!”

     

    집사장의 머릿속에는 이사장의 적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떠올랐다.

    재단을 적대하는 적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재단에게 휘둘려 왔지만, 이사장이 죽은 이 틈을 노릴 인물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다른 인물도 아닌 아발론을 향한 공격이다.

    그녀의 존재는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아발론의 존재를 알만한 재단의 장학생, 고정간첩은 아무리 생각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용사에게 사살당한 교수들?

    틀렸다.

    용사의 성격상, 교수들이 재잘재잘 무언가를 떠들 기회조차 남기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중간계 너머. 일백차원의 포식자들!”

     

    인류를 지키던 이사장이 죽은 지금, 녀석들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여긴다면 한번 이계에 들렀다 돌아온 아발론이 잠복술식에 당한 것도 이해가 간다.

     

    “습격한 차원계는 고블린월드. 그곳의 포식자를 절멸시키지 않으면 이사장이 남긴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격리기구>가 사멸하겠군.”

     

    이사장은 최후의 결전에 집사장을 동원하지 않으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저의 플랜B입니다. 집사장. 아니, 결사의 총수. 제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인류를 위해 일백차원의 침공을 저지해야 합니다. 아발론은 그 중임을 지킬 수 있는 인재. 그녀를 당신의 수족으로 두십시오.

     

    오크노디도, 인류도 지킬 수 있는 인재가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고블린월드와 결판을 내야겠군.”

     

    집사장과 황금의 마법소녀 아발론이 맡은 플랜B의 임무는 재단의 비밀조직을 결사의 비밀조직으로 한층 더 음지화하여 이면에서 인류를 지켜내는 것.

    하지만 차원 저편의 포식자가 집사장의 수족과도 같은 황금의 마법소녀 아발론을 공격한 이상, 포식자와의 전쟁 또한 그가 행해야만 하는 의무일 터.

    집사장은 재단이 입수하였던 차원학 지식과 자신이 직접 각 차원을 침공하며 습득한 정보를 대조하여 어떻게든 즉석 차원문 생성에 성공했다.

     

    “좌표의 변동이 큰 탓에 한번 진입하면 돌아오는 문을 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네 생명을 위협하는 적은 죽일 수 있을 거다.”

    “집사장…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힘을 써주다니, 감동하였다! 언젠가 황금의 마법소녀가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오거든 그대를 세계의 3인자로 삼아주마!”

    “어째서 2인자가 아닌 3인자냐?”

    “2인자의 자리는 짐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선사한 오크노디에게 허락하는 것이다!”

    “…그 망할 꼬맹이는 손을 안 댄 곳이 없군. 운이나 요행으로 이사장을 죽인 것은 아니었나.”

     

    보기에는 사내아이마냥 맹하고 놀기 좋아하고 심보도 나쁘지만 실은 치밀한 두뇌과 악마적인 지혜를 겸비하였다고 생각하니, 그 이사장의 딸답다며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오크노디가 아무리 잘났어도 그가 지키는 것은 오크노디가 아닌 아발론.

    재단의 이사장이 집사장에게, 결사의 총수에게 맡긴 것도 오크노디가 아닌 아발론이다.

     

    “그래도 재단의 진정한 후계자는 네가 아닌 이쪽이다. 이사장은 쓰레기 같은 남자였지만 인류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진짜였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아이를 건드린 죄, 목숨으로 갚게 해주마.”

     

    오크노디도 아발론도 신경 쓰지 않을 이사장의 진정한 적통을 위해 집사장은 아발론을 공격했던 고블린월드의 포식자를 제거하기 위한 침공에 나섰다.

    오크노디의 습격을 받은 아발론을 보고 엉뚱한 고블린들에게 보복을 하러 떠난 집사장의 차원침공.

    이는 정말로 이사장 사후에 중간계 침공각을 재던 수많은 차원의 지배자, 포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중간계의 수호자를 제거할 기회다.

    -저것, 우리들의 능력을 여럿 강탈했다.

    -성가신 인간, 이대로 죽인다.

     

    때로는 누군가의 선의가 일을 더 망치기도 한다.

    집사장의 선의는 포식종들의 대거 침략이라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집사장이 오지 않았다면 생존각을 재기가 더 쉬웠을 교수들이나 학생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사태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수와 학생과 포식자들이 너무 불쌍해…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