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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6

    <796 – 교수들의 흑화를 막는 법(7)>

     

    고블린용사는 마나감지를 피해 지하로 숨어든 교수들의 괘씸한 도주극에 이를 갈았다.

    지하에는 동족들이 있다.

    아무 곳이나 무너뜨리면 교수들과 함께 동족들이 생매장을 당한다.

    인공거주구역.

    가짜생명반응.

    교수들을 유인하는 함정을 설계하고 그곳에 교수들이 걸려들지 않는 이상, 아무 곳이나 지진을 일으킬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구조분석 – 파생술식>

    <정신분석>

     

    고블린용사는 함정설계를 위해 교수 한 명을 생포하여 두뇌를 분석하였다.

    교수들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떤 함정에 깜빡 속아 넘어가는가.

    그들이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반응은 무엇인가.

    그 반응을 어떻게 감추거나 속임수로 써먹을 수 있는가.

    다양한 정보가 고블린용사의 머릿속에서 분석되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이곳.

    고대마법사의 비밀연구소 던전이었다.

     

    “우와, 여길 봐. 던전이 있어!”

     

    지하에서 던전을 발견한 티토소가가 기쁨을 참지 못하고 폴짝 뛰다가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정수리를 붙들고 비명도 못 지르고 소리 없이 괴로워하는 딱한 티토소가의 모습에 성녀 유피가 마지못해 신성회복마법주문을 걸어주었다.

     

    “조심해. 통로의 천장이 낮은 걸로 봐서 여긴 고블린 마법사의 던전인 모양이야.”

    “소인종 전용 던전은 눈에 닿지 않는 곳에 교묘한 함정도 있으니 신나서 뛰어다니다간 함정을 혼자 열댓 개쯤 작동시키고 장렬하게 폭사해 버릴 거야!”

     

    길잡이 도로시의 친절한 경고는 티토소가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내면의 나약함을 끄집어내었다.

     

    “힝잉잉. 나 너무 무서워. 절대 앞장 안 설래. 뒤에서 조명대 셔틀 할 거야…”

    “셔틀은 해주는구나. 착한 아이네.”

    “에헤헤.”

     

    아이린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티토소가가 울음을 그치자 모두가 티토소가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엄지를 들어 올리며 아이린에게 따봉을 날렸다.

    무뚝뚝한 얼굴의 북부대공녀 아이린도 티토소가의 수줍은 모습에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꼭 오크노디를 대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이린은 스스로도 신기하게 여겨졌다.

     

    ‘티토소가가 오크노디와 오래 어울려 지낸 베프라서 그런가?’

     

    베프호소인 즈앙이 들으면 당장 정색하고 한손으로는 가면을 눌러쓰고 반대쪽 손에서는 암살검을 소매 너머로 내밀 괘씸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괘씸한 소리는 아이린의 내면에서만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자재를 들고 나르는 소리.

    보글보글 실험용 솥이 끓는 소리.

    부족한 조교자원을 대체하기 위한 범인공조교골렘 특유의 지축이 울리는 걷는 소리.

     

    쿵… 쿵…

     

    던전에서 들려오는 둔중한 발소리에 여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재빨리 물리적인 은신과 마법적인 은신을 동시에 펼쳤다.

    수많은 경험을 토대로 이들은 골렘 발소리가 들리는 교수님의 연구실은 선배들의 곡소리가 들리는 연구실보다 질이 나쁨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의 안전 수칙이 피로 쓰이듯, 기프트 아카데미 학생들의 안전 수칙 또한 호기심 많고 겁 없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얼른 가자. 댑따 큰 골렘이 있나 봐!”

    “이사벨. 저 바보 귀 좀 잡아줄래?”

    “힝잉잉!”

     

    귀를 붙잡힌 티토소가가 우는 소리를 내며 성큼성큼 나아가던 걸음을 유리병에 갇힌 게처럼 이사벨의 손을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희미하게 말소리도 들리는데?”

    “쉿. 모두 조용히.”

     

    즈앙이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흙더미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좀비의 기척도 감지할 수 있는 귀에 작고 흐릿했던 목소리가 점차 뚜렷하게 들렸다.

     

    -밥도 우리가 해, 빨래도 우리가 해, 연구도 우리가 해, 스승님 이 새끼 도대체 하는 게 뭐냐?

    -이렇게 살 바에야 밥에다가 독을 타자.

    -그러다 안티포이징 마법에 딱 걸려서 끓는 솥에 제자약탕으로 달여지면 어쩌려고 그래?

    -에잇 싯팔 진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어이 피터, 헛소리 그만하고 던진 국자 씻고 소독한 다음에 다시 솥 저어.

    -문은 또 왜 안 열리는 거야? 미친 스승 진짜 튀지도 못하게 출구까지 막았네.

     

    현장감 넘치는 뒷담화는 숫제 조교들이 교수 욕을 하는 대화와 다를 바 없었다.

     

    “어때?”

     

    염탐 결과를 공유받길 원하는 동기들.

    기대에 가득 찬 똘망똘망한 시선을 앞두고 즈앙은 단호하게 말했다.

     

    “함정이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지상이 저 난리가 벌어졌는데 음성차단도 안 하고 저렇게 시끄럽게 있는 사람들이 멀쩡한 사람일 리가 없지.”

     

    확인을 위해 염탐을 시켰을 뿐, 이미 수상함을 느끼고 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생각 없이 가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던 이슈타르가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했다.

     

    “그럼 어떡할래?”

    “당연히 피해서 가야지.”

     

    똑똑한 학생들은 고블린용사의 교수 유인용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교수들이 이런 대화를 듣는다면 제자를 둘 정도로 부유하고, 야생학파의 연구가 진행 중이며, 스승이라는 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시점에서 유혹을 참지 못한다.

    인간 제자가 없어서 골렘을 쓰는데 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지는 생각할 가치도 없다.

    함정이니까.

    그저 마구잡이로 읽어낸 기억을 토대로 재생한 함정이니 모순이 있어도 그럴듯하다.

     

    “그래도 교수님들에게 시달린 덕분에 야생의 사악한 마법사의 던전에 발을 들이고 싶은 유혹을 참을 수 있게 되기는 했어.”

    “흐흥. 그러게. 왠지 성장한 기분이 드네.”

     

    로지니와 도로시가 성장을 체감하며 던전과 동떨어진 다른 방향으로 땅을 팠다.

    집사장과 외계의 포식자들의 침공이 없었다면 그대로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을 사건은, 강력한 존재들의 침공으로 무산되었다.

     

    쿠구구구구!

     

    “어어어?”

    “뭐야, 뭐야?! 우리 머리 위로 교수라도 지나갔어?”

    “지진이다. 직전까지와는 급이 다른 대지진!”

     

    고블린용사가 침입자를 감지하고 격퇴에 나서니, 오크노디와 이사장이 격돌할 때에 필적하는 굉음과 마나파장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당연히 천지가 뒤흔들리면 지저의 토사는 엉망진창이 된다.

    개인의 마법으로 쏟아지는 대지의 무게에 대지진의 충격을 모조리 버티는 것은 불가능했다.

     

    “던전으로 가. 어서!”

    “우리 마나 다 털려! 빨리!”

     

    로지니와 아이린의 재촉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던전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으앙, 함정에 들어와버렸어!”

    “솥단지 끓는 소리는 개뿔, 소리 술식만 있네.”

     

    텅 빈 솥단지도 소름 돋지만 가장 섬뜩한 것은 골렘이었다.

    골렘이 음성재생술식이 달린 마도구의 버튼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눌렀다.

     

    -살려줘

    -야근은 이제 싫어

    -연구데이터 다 갖다 팔고 쉬고 싶어…

     

    교수들을 유혹하는 야한 소리만 쏙쏙 골라서 탑재된 유인용 음성데이터가 재생되는 모습에 학생들은 하나같이 긴장했다.

    사람 잡아먹는 식인귀나 마귀마냥 교활한 함정을 판 골렘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음성재생에 한 눈이 팔린 잠깐 사이, 골렘이 등 뒤에서 세 번째 팔을 꺼내 던전계기판을 조작, 모두가 들어온 입구를 봉쇄했다.

     

    “교수, 죽인다.”

    “고블린을 학살한 인간, 죽인다.”

     

    골렘들이 눈을 번뜩이더니 마나량이 교수급으로 많은 티토소가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또 나야?!”

    “이젠 좀 불쌍해지려고 하네…”

     

    골렘들이 티토소가를 향해 공격을 퍼부으려던 순간, 돌연 정육각형의 각진 머리들이 다른 입구를 향해 일제히 돌아갔다.

     

    “더 많은 마나.”

    “더 강한 교수.”

    “우선순위를 변경한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마나를 가진 학생을 줄 세우면 가장 앞에서 엣헴! 하고 턱을 치켜들며 으스댈 티토소가보다 마나가 많은 자가 없는 건 아니다.

    뭐든지 잘 집어먹어서 마나가 쑥쑥 늘어난 오크노디나 선친을 보고 자라며 배운 국고탕진 스킬을 적극활용해 제국의 부를 자신의 마나량으로 치환한 암흑여제 매스각키.

    이 암흑마나의 대가들이라면 하찮게 까부는 티토소가를 홱 밀어서 넘어뜨리고 으앙앙앙 울릴 수 있는 특대마나량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지금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결국 남는 건 교수일 수밖에.

    학생들의 추측은 옳았다.

     

    “음? 고블린용사의 새로운 함정인가?”

    “이계의 던전에서 학생들이 보이다니. 고블린용사가 사로잡은 교수의 기억을 토대로 교수를 꼬시는 야한 재능을 지닌 학생을 생성했나보군.”

    “수준들도 원래 기억하던 것보다 더 강해진 걸 보니 진짜 야하네.”

    “당장 조교로 삼아서 싫다고 애원해도 무시하고 연구과제를 거칠게 쑤셔 넣고 싶을 정도야.”

    “그렇다고 살려두면 갑자기 입에서 인류말살포를 날리겠지?”

     

    이미 비슷한 함정에 당한 경험이 있던 교수들은 냅다 공격을 준비했다.

    사색이 된 학생들이 방어마법을 펼쳤고, 이를 비웃듯이 교수들의 마법이 방어술식에 파고드는 관통마법을 날렸다.

     

    쾅!

     

    자욱하게 일어난 연기가 거두어졌을 때.

    교수들도 학생들도 모두 당황했다.

     

    “왜 멀쩡하지?”

    “왜 안 뚫렸지?”

     

    이사장의 가변형 조립마법에 호된 꼴을 겪었던 학생들은 술식변형에 대한 대처능력이 전반적으로 모두 상승한 상태였다.

    이계에서의 고된 생활에 지쳐 마나량도 줄어들고 마나폭발로 던전이 무너지면 같이 생매장될 처지라 출력을 올릴 수도 없었던 교수들의 마법은 파괴력이 줄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교수들이 학생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공격이 막히는 놀라운 사태가 벌어졌다.

     

    “흐음… 그렇구나. 나한테 C학점을 준 교수님이 약해졌단 말이지…?”

     

    이슈타르의 눈에 떠오른 오랜 원한을 발견한 교수들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돌 굴리기 게임 유튜브 풀영상을 보았습니다.
    태초마을 게임에 고통받는 유튜버 보기 넘나 재밌거든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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