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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7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쌍의환검의 고함이 사방에 울려퍼진다.

       

       쩌적-! 

       

       내려친 탁상은 반으로 쪼개져 쓰러지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놀란 듯 그를 쳐다본다.

       이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왜 갑자기 지랄일까.

       얼굴은 시뻘게져서 누가 봐도 잔뜩 화난 모습이었다.

       

       이에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다 그에게 물었다.

       

       ‘선배님, 무슨 일이십니까?’

       

       “왜 지랄이래?”

       

       아차.

       

       말을 뱉고 눈을 키운 채 입을 가렸다. 

       속마음과 내뱉을 말이 바뀌어버렸다.

       

       그 탓에 쌍의환검의 표정이 더 없이 구겨진다.

       

       “성왕, 지금 뭐라 했소.”

       

       “하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해도 너무 큰 말실수였다. 하여 머쓱한 표정을 짓고선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왜 지랄이십니까?”

       

       “…”

       

       이렇게 된 거 그냥 밀고 나가는 게 낫겠다. 그런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를 들은 쌍의환검의 어깨에선 거친 투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거요?”

       

       “예. 몰라서 묻지요. 알면 제가 왜 여쭤보겠습니까.”

       

       끼익.

       

       앉아 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서고 보니 쌍의환검이 조금 더 키가 컸지만, 눈을 맞추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아니 꼬우면 나가라고. 근데 왜 갑자기 지랄이실까?”

       

       뿌드드득-! 말을 들은 쌍의환검의 주먹에서 거친 소리가 들렸다.

       

       “…성왕.”

       

       “예, 대주.”

       

       “당신은 지금 이일이 한낱 장난 같소?”

       

       목소리에는 이글거리는 감정이 여실히 담겨 있다.

       

       “장난?”

       

       “세상이 다 떠 받들어 주고 영웅이라 칭송해주니, 이 상황까지 전부 장난 같느냐는 말이오.”

       

       “으음.”

       

       말을 듣고 고개를 까닥였다.

       마치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한 동작까지 보여주면서 말이다.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설명이고 뭐고. 이게 장난질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오.”

       

       “왜요? 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요.”

       

       “하, 우습잖군. 이게 열심히 하는 것이오?”

       

       쌍의환검이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위치는 지원자들이 모인 곳.

       그중에서도 내가 탈락시킨 이들이 뭉쳐있는 방향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맹의 검대원을 뽑는 시험이요.”

       

       “맞습니다.”

       

       “그걸 안다는 이가 이런 말 같잖은 방식으로 대원을 뽑는다는 거요?”

       

       쌍의환검의 발언에 탈락자들이 동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전날 올린 공지에 이만큼이나 참가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중대한 시험이라는 거요. 맹이 성왕을 아무리 좋게 본들. 그대는 저들과 무림맹의 긍지를 건드리고 있음이 다르지 않소.”

       

       말을 이어갈수록 웅성거리는 소리도 커진다.

       

       내 시험방식에 불만을 품은 이들.

       정확히는 탈락자들이 그러했다. 확실히 그럴 수 있다.

       준비해 온 것들이 있었을 텐데. 대뜸 보자마자 탈락을 시켜버렸으니 저들의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만도 했다.

       

       다만.

       

       ‘보이는 걸 어쩌라고.’

       

       너무 환하게 보이는 데 어쩌란 말인가.

       애당초 뭣 하러 열투전검을 기준이랍시고 세워놨을까.

       

       말장난 따위가 아니라, 정말 저자가 나한테는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합격의 기준.’

       

       완숙한 절정 초입.

       열투전검의 경지는 딱 그 정도 였고 그게 내 최소 기준이었다.

       

       사실 따지자면 기준점이 너무 높기는 하다.

       

       경지가 절정에 닿을 때부터 이미 중원에선 고수라 부른다.

       더불어 맹의 정예 무인들이 절정이 대다수고 완숙한 절정이라 하면 부대주급이라는 소리였다.

       이런 상황에 어찌 기준이 열투전검이냐 한다면.

       

       ‘내 마음이지 뭘.’

       

       까놓고 말해 그냥 내 마음이었다. 

       입맛에 안 맞으니 탈락 시켰고 그거 전부다. 여기서 세세한 의미를 찾는 건 무리였다.

       

       “왜. 이 또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관두라 할 생각이시오?”

       

       쌍의환검의 얼굴에 조소가 띤다.

       

       “원한다면 그리하겠소. 성왕의 말마따나 이건 그대의 영역이니. 단.”

       

       말을 뱉다말고 쌍의환검이 탈락자들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을 덧붙였다.

       

       “시작부터 이런식의 운영이라면, 그대가 무인임을 떠나 대주로서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오.”

       

       “흐음.”

       

       말을 듣고 나 또한 지원자들을 쳐다봤다.

       그들도 공감한다는 듯 한 반응들이 얼핏 보인다.

       

       ‘그렇군.’

       

       이를 보고서야 왜 쌍의환검이 이 지랄을 떨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시작부터 정치질이구나.’

       

       지원자들과 상황을 이용한 접근이다.

       내 행동을 꼬집어 자격의 의구심을 들게 하고. 여론을 흔들어 반응을 만들어내려는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내 행동은 꼬리를 잡아 흔들기 쉽기도 했다.

       

       과하게 행동했던 것도 있고. 다소 막나가기도 했었으니, 날 안 좋게 보는 쌍의환검이 이에 대노하듯 나선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하나.

       

       “아아. 그러니까 선배님 말씀은 결국….”

       

       여기 문제가 있다면.

       

       “기껏 정보원을 숨겨 넣었더니 다 탈락시켜 빡친다. 그 말씀이신가요?”

       

       내 쪽에서 명분이 없을 때에 얘기였다.

       

       “…뭐…?”

       

       방금까지 웃고 있던 쌍의환검의 얼굴에  조소가 사라진다.

       그렇게 해서 남은 건 당혹감.

       이는 금세 사라졌지만, 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정보원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 쌍의환검은 억울하다는 듯 또 다시 화를 내려 하지만.

       

       “세 번째 네 번 째. 그리고 아홉 번째.”

       

       “…!”

       

       쉼 없이 뱉은 숫자에 쌍의환검의 표정이 무너졌다.

       

       “맞죠?”

       

       내뱉은 숫자는 다름이 아니다.

       바로 쌍의환검이 집어넣은 간자들이었다.

       

       “이외에도…어디….”

       

       빠르게 아직 남은 지원자를 보며 좀 찾아볼까 싶을 즈음.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게요!”

       

       쾅-! 쌍의환검이 말을 잘라내며 내 앞에 탁상을 엎어버린다.

       

       “심사에 장난을 치던것도 모자라, 이젠 내게 누명까지 씌우려는거요!?”

       

       “누명이요?”

       

       “그렇소. 증거도 없는 말로 나를…!”

       

       “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

       

       쌍의환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솔직히 말해 보여줄 증거는 없었는데 저 반응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알 떨리는 거 보니 맞나보네.”

       

       “헛소리…!”

       

       뒤늦게 쌍의환검은 제 실수를 깨달으나 이 또한 이미 늦었다.

       

       ‘사실 늦고말고 이미 확신하던 부분이지만.’

       

       내가 저들을 보며 간자라 확신한 이유.

       그건 다름이 아니다.

       

       ‘몇몇이 기운이 비슷해.’

       

       육체에서 느껴지는 기운. 그걸 높아진 기감과 심안이 이를 잡아냈다.

       

       저들이 비슷한 무공을 쓰고 있음을 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간자라 판단하긴 부족하다. 같은 문파나 세가에서 왔을 지도 모르는 일.

       

       거기다 경지도 나쁘지 않았기에 뽑자면 뽑을 수 있겠지만.

       

       내가 언급한 기운이 비슷하다는 것.

       그건 저 셋 뿐아니라.

       

       ‘쌍의환검도 비슷하거든.’

       

       금룡대주의 기운과도 흡사했다.

       이 말인즉슨, 저들은 쌍의환검이 속한 무가의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저만큼의 경지를 지닌 이들이 뭣 하러 금룡대가 아니라 성룡대에 지원하겠는가.

       

       이건 간자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한 일이었다.

       

       그런 간자들을 잡아다 빼버리니 쌍의환검이 잔뜩 화가 난 모양인데.

       

       “이러면 시험에 장난치고 있던 게 누구일까?”

       

       나로선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나는 아닌것 같은데.”

       

       살짝 웃어주며 말을 잇자 쌍의환검의 표정이 점차 구겨진다.

       

       “어…디 말 같잖은 소리를…! 나는 성왕이 이 시험과 무림맹을 무시하고 있음을 언급했소. 말 돌리지 마시오!“

       

       다급히 쌍의환검은 주제를 돌리고자 노력한다. 

       하여 이에 관해서도 말해주려던 찰나.

       

       “맞습니다. 성왕.”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은랑검이었다.

       

       “이 시험이 잘못됐다는 건 금룡대주 말이 맞다고 봅니다.”

       

       ‘이 아저씨는 또 뭐야.’

       

       쌍의환검이 밀릴 것 같으니 갑자기 끼어든 은랑검.

       

       ‘가만히 있다가 끼어드네?’

       

       보아하니 이 인간도 엮여있는 것 같았다.

       

       참 점잖게 생겼는데 말이지.

       

       “철룡대주께서도 비슷한 생각이신겁니까?”

       

       “…이 시험은 오로지 성왕의 주관인 만큼 그 부분은 개입할 수 없으나. 다소 편파적인 건 확실히 문제라 생각합니다.”

       

       “편파요?”

       

       뭔 말인가 싶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어떤 편파 말씀이십니까.””

       

       “확인해보니 지원자 중 성왕과 안면이 있는 이들이 몇몇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명을 이으며 은랑검이 비무대를 쳐다본다.

       

       “지금 서 계신 열투전검은 물론. 옆에 계신 여인은….”

       

       남궁비아의 얼굴을 보며 잠시 멈칫한다. 

       그녀는 은랑검은 쳐다도 보지 않고 여전히 나만 보고 있었다.

       

       “…알기로 성왕과 혼약을 약조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

       

       “그게 무슨-!”

       

       은랑검의 말로 남궁비아를 보던 놈들이 전부 날 쳐다본다.

       

       그 시선에 어처구니없게도 적의가 실려 있었다.

       

       ‘이 새끼들이?’

       

       지들이 뭐라고 적의를 표출하는 가. 어이가없었다.

       

       “성왕의 약혼녀…?”

       

       “저 여인이 정말 성왕의 여인이란 말이오?”

       

       “…그,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 있소. 성왕의 약혼녀가 남궁가의 검무희라고 말이오.”

       

       “뭐? 검무희라면…. 설마 안휘제일미 말이오?”

       

       “소문으로만 들었거늘…. 설마 저 정도일 줄이야.”

       반응이 달라진 모습들. 그걸 확인한 은랑검은 즉시 내게 말을 덧붙인다.

       

       “그 외에도….”

       

       사락.

       서찰을 여기저기 둘러보는 눈빛이다.

       

       “이전 백급 마물과의 전투에 참가했던 무인들. 그 대다수가 지원을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

       

       은랑검에 말에 고개를 까딱였다.

       맞는 얘기였다. 저번 전투에 참석했던 무인들. 그들은 어째서인지 이번 모집에 여럿 참가했다.

       

       “그래서, 철룡대주께서 보시기엔 제가 인맥들을 위해 편파적인 심사를 하고 있다. 이 말씀입니까?”

       

       “아니라고 확정 짓기엔. 정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아하….”

       

       이제는 그렇게 나오시겠다?

       

       하하. 헛웃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보이신다 그거군요.”

       

       “그게 아니라면 구태여 실력 있는 자들을 살피지도 않고 탈락시키시는 연유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으음.”

       

       지금 철룡대주의 말은 보지도 않고 탈락시키는 연유에 내 인맥을 들여오기 위해라는 것 같았다.

       

       솔직히 이런 걸 들어도 별 상관없었다.

       실제로 묵연에게 내건 조건중 하나.

       

       ‘내가 원하는 다섯 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만들 대대로 들여올 것이다.’

       

       그런 조건을 걸었었다.

       그러니 나중에 들여올 이들을 떠올리면 이런 말도 상관없다만.

       

       ‘지금 와서 자꾸 긁으니 좀 짜증나네.’

       

       한숨을 참으며 은랑검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탈락 시킨 이유는 단순히 제 성에 차지 않아서 입니다. 인맥이랑은 상관없구요. 그리고. 안 그래도 저 여인이 제 약혼녀라는 이유로 합격선에 있으나 탈락 시키려던 시점입니다.”

       

       “약해서라…. 무얼 보셨다고 그리 판단하시는지요. 또한.”

       

       은랑검의 눈이 남궁비아를 향한다.

       

       “다른 탈락자들에 비해 남궁 소저가 합격점이라는 것도. 이해가 안 될 일입니다. 급히 내놓은 변명과 다르지 않군요.”

       

       “…뭐?”

       

       “그렇지 않습니까?”

       

       이야. 

       이거 큰일났다.

       

       ‘…진짜 짜증나게 하네.’

       

       적당히 넘어가려 했더니, 신경을 긁어버렸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남궁비아가 무시당하는 건 상당히 열 받았다.

       

       ‘어떻게 할까’

       

       이대로 엎어 다신 못 일어나게 어디 하나 뽑아줘야 하나.

       그런 고민이 스치다가.

       

       ‘…’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남궁비아를 쳐다봤다.

       

       -야.

       

       즉시 전음을 보냈다. 전음을 받은 남궁비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몸 어때?

       

       -…뭐…가…?

       

       -어떠냐고.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

       

       -…

       

       전음이 잠시 들려오지 않는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나고.

       

       -얼마나…괜찮아야 하는데…?

       

       남궁비아의 대답이 들려왔다. 이를 듣고선 옆에 은랑검을 쳐다보며 물었고.

       

       -옆에 이 아저씨. 이길 수 있겠어?

       

       -….

       

       내 말을 들은 남궁비아가 은랑검을 살핀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이 들려왔다.

       

       대답을 듣고 곧장 은랑검에게 말했다.

       

       “철룡대주.”

       

       “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더….”

       

       “나랑 내기 하나 하죠?”

       

       “…예?”

       

       갑작스러운 내기 얘기에 은랑검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쌩뚱맞아도 너무 쌩뚱맞은 얘기였다.

       

       하지만.

       

       “갑자기 무슨 이상한 얘기를….”

       

       “만약 내가 내기에서 지면, 제 성룡대. 대주님께 드리겠습니다. 원한다면 무릎 꿇고 대주님의 발등도 핥아드리지요.”

       

       “…”

       

       “어떻습니까?”

       

       묻는 말에 은랑검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무슨 내기 말씀이십니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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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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