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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8

    <798 – 교수들의 흑화를 막는 법(9)>

     

    교수들이 갑을역전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굴욕을 맛보는 사이, 지상에서는 혼자만 장르가 다른 고블린용사의 고난이 펼쳐졌다.

     

    “악몽이다 고브…”

     

    타 차원의 포식자.

    인류의 버팀막, 결사의 총수, 재단의 집사장.

    최후의 보루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온 고위계 침략자들은 개개인이 세계의 섭리를 비틀고 자신의 영역으로 세계를 격변시키는 존재였다.

     

    <석화의 정령왕>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조각상의 발이 닿는 곳마다 황량한 고원조차 잿빛의 돌로 변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거든 고블린월드에도 찾아왔을지 모를 푸른 초목이 자라날 고원은 이제 돌로 박제된 유적지로 전락했다.

    그마저도 집사장이 발을 내디디며 금이 가고, 조각상의 주먹이 갈아엎으며 파괴한다.

     

    <느림의 시선>

     

    거대한 눈알이 느릿하게 부유하며 바라보는 곳마다 생명체의 움직임부터 대기의 순환까지 모든 현상이 급속도로 느려졌다.

    공기마저 순환 속도가 느려지며 호흡이 힘겨워지고, 미생물들마저 죽어 나간다.

    느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폭력이었다.

     

    자연을 파괴하는 권능과 힘, 그리고 격돌.

    채워지지 못하는 산소와 마나, 그리고 생명.

     

    고블린 월드는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다.

    단지 이 자리에 포식자들이 강림했다는 이유만으로.

    아직 고블린에게 악의를 보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상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최소 수백 년에서 어쩌면 영구적인 손실이 고블린월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지 못하면 지저 깊은 곳에 숨은 고블린들도 끝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실컷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다. 너희는 여기서 막는다 고브.”

     

    전장에 나타난 한 마리의 녹색고블린.

    더럽고 추악한 기존의 고블린과는 다른, 인간여성의 아름다움을 겸비한 녹색인간에 가까운 외형에는 분명한 <매력>이 있었다.

    일백차원의 포식자들은 매력에 민감하다.

    흔히 정령이 정령술사의 매력을 보고 모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말도 안 통해.

    종족도 달라.

    모든 게 낯선 존재가 어디서 <응애도 할 수 있는 정령말 100선 모음>을 배우고 와서 “안녕!” “저거!” “혼내줘!”만 앵무새처럼 외치는데 호기심을 품는 것도 잠깐이지, 계약을 맺고 따라다닐 정도로 호의를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발달이 덜 된 아이를 인내심을 지니고 곁에서 기르고 보살피는 행동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것도 내 아이라면 모를까.

    생판 모를 다른 종족의 타인을 기르는 행위다.

    매력적이라서 예쁘고 잘생겨서 보는 재미라도 있지 않으면 못 참을 짓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력적인 생물체인 고블린용사는 포식자들의 마음에 제법 쏙 들어갔다.

    티토소가의 동글동글한 그림체에 오크노디의 현대모에학이 접목된 그림체로 탄생한 고블린용사의 외모가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봐줄 만하게 생긴 고블린이군. 나의 조각상이 되어라. 천년만 그 몸을 바치거든 이 나약하고 하찮은 세계를 안전하게 보살펴 주마.]

    [백 년의 느림에 귀의하라. 고블린 일족의 수명은 더욱 느리게 흐르며 백 년의 삶을 보장받으리.]

     

    “!!”

     

    [일백차원의 포식종들이 고블린용사에게 <종족계약>을 제안합니다.]

    [고블린용사가 종족계약을 수락할 시, 고블린월드 혹은 고블린 종족 전체에 새로운 종족보너스가 주어집니다.]

    [단, 계약의 대가로 고블린용사는 운신의 자유를 비롯한 많은 자유를 장기간 상실할 것입니다.]

     

    오크노디가 보았다면 열심히 기른 우리 애한테 어디서 침을 바르냐고 땡깡을 부릴 짓이었다.

    만든 것도 우연의 일치요, 성장도 의도한 것과는 다른 능력의 사용법 때문에 폭풍성장을 이룬 것이지만 들어간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니 오크노디에게 고블린용사의 보호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건 아니다.

     

    [계약대상자가 미성년자입니다.]

    [계약대상자의 보호자에게 시스템 알림이 제공됩니다.]

     

    아무리 작고 어려도 보호자는 보호자.

    시스템이 인정한 보호자 오크노디에게 알림이 갔다.

     

     

    * * *

     

     

    [고블린용사가 일백차원의 포식자들에게 종족계약을 제안받았습니다.]

    [제안받은 계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석화의 정령왕

    -천년의 수호석 : 천 년간 조각상이 되는 대가로 고블린월드가 석화의 정령왕의 보호를 받는다.

    -보호의 비밀(통찰판정성공) : 세계 전체를 석화하여 천 년간 석화의 정령왕의 수집품으로 전락시킨다.

     

    2. 느림의 시선

    -백 년의 귀의 : 백 년간 극한의 저속지대에 귀의하는 대가로 고블린 종족 전체의 수명이 100살 늘어난다.

    -영원한 귀의(통찰판정성공) : 극한의 저속영역은 백 년의 시간이 지나도 벗어날 수 없다.

     

    ━━━

     

    “아니 이게 다 모야!”

     

    우리 애한테 도를 믿으세요 찌라시가 막 날아왔잖아.

    심지어 얘는 그걸 또 고민하고 자빠졌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애라서 사이비 무서운 줄 모르네.

    차라리 주류24신격은 선녀다 싶을 포식자들 앞에서 먹힐까 말까 머리를 집어넣었다 뺐다 하는 것처럼 계약유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고인물조차 비명을 지를 정도로 무서운 광경이다.

     

    “그런 거 먹으면 안 돼!!”

    “안 돼, 아무것도 고르지 마!!”

    “으앙, 이 바보. 티토소가의 아이 아니랄까 봐 너무 멍청하잖아!!”

     

    갑자기 괴로움을 금치 못하는 오크노디의 모습에 모브가 소심하게 물었다.

     

    “저기, 오크노디.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티토소가와 오크노디의 제작현장을 직관했던 사람은 모브, 로지니, 헤스티아.

    그중 티토소가와 로지니, 헤스티아가 모조리 원정에 나간 지금 오크노디의 곁에는 모브밖에 없었다.

     

    “용사고브가 사기계약에 빠지게 생겼어!”

    “뭐?! 안 돼, 걔가 얼마나 귀여운데!”

     

    이따금 오크노디의 마법으로 차원저편의 광경을 엿보던 모브는 폐허가 된 고블린 부락에 걸터앉아 홀로 노래를 부르거나 잿더미가 된 인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용사고브를 보며 많은 감정을 느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강대한 적들에 비하면 힘은 모으고 또 모아도 부족하다.

    노력의 성과는 부진하고 결실을 내어도 이미 벌어진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나는, 이렇게나 쓸모없는 존재구나.

     

    그 사실을 매 순간 실감하는 고블린 용사의 비참한 모습은 모브의 오랜 패배감을 자극했다.

    저건, 숫제 모브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겪어온 비극의 규모만이 다를 뿐.

    그 안에 자리한 열등감과 초조함, 분노의 감정은 무엇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힘을 얻지 못하면 행복할 자격도 없는 삶.

    가지기는커녕 매 순간 무엇을 잃을지, 무엇을 버릴지 고르며 자신을 깎아나가는 삶.

    약자에게, 세상이란 이토록 가혹하다.

    자유를 깎고, 마음을 깎고, 종래에는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무언가마저 깎으며 그저 살아있을 뿐인 살인기계로 전락한다.

     

    ‘아마도 오크노디를 만나지 못한 나라면 그렇게 암흑마나에 깊이 빠져 마인이 되거나, 설령 수련에 성공하더라도 즈앙처럼 냉혹한 가면살인마가 되었겠지.’

     

    고블린 용사는 그 과도기에 속해있는 자.

    그런 그녀에게 손이 내밀어졌다.

    잡기만 하면 종족의 미래를 한층 윤택하고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일백차원의 포식자들의 손이.

    쉽지 않다.

    저 유혹, 암흑마나의 성장의 유혹만큼이나 뿌리치기는 버겁다.

    하물며 매 순간 고블린 동족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고블린 용사에게는 더욱 그렇다.

     

    [고블린 종족 절멸 진행도 98.5%]

    [용사의 잠재력 9850% 증가]

     

    오크노디의 말에 따르면 고블린월드의 고블린은 벌써 98.5%가 죽었다.

    암흑마나의 유혹 앞에서 격렬하게 고뇌하던 자신도 자쿠의 앞선 희생을 보고 나서야 간신히 유혹을 참을 수 있었거늘.

    지금의 고블린용사에게는 함께 싸워줄 아군이 존재하지 않는다.

    잘못된 길을 먼저 걸어서 그것이 오답임을 알려줄 자쿠 같은 동료조차도 없다.

     

    “오크노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 알려줘. 고블린 용사의 도움이 되고 싶어!”

    “흠~ 그래? 뭐, 모브도 요즘 나름 강해졌으니 조금만 버프를 걸면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네!”

    “응?”

     

    갑자기 이렇게 칭찬을?

    푼수 같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던 모브는 오크노디가 자신의 갑옷 이곳 저곳을 툭툭 치는 손에 담긴 잠복술식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 됐당! 그럼 이제 가도 돼!”

    “가다니, 어디를?”

    “돕고 싶다며? 딱 10초만이야!”

     

    영문을 모르고 눈만 꿈뻑거리던 모브는 어느 순간 제 앞에 나타난 차원문이 자신을 집어삼키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

     

    차원문 마법은 술사의 좌표연결이 얼마나 매끄럽냐에 따라 이동시간이 달라진다.

    미숙한 차원문은 이동에 몇 분 단위의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지만 오크노디의 차원문은 무려 3초 만에 이동을 완료했다.

     

    “수상한 기사다 고브!”

    “고블린 용사!”

     

    마나거울 너머로만 보던 고블린 용사의 실물을 보자, 모브는 격한 감동에 휩싸였다.

    마치 만화로만 보던 캐릭터를 코스프레 축제에서 실물로 목격하는 기분!

     

    [잠복술식이 개방됩니다.]

     

    ━━━

    <중량해제>

    -효과 : 갑옷의 중량으로부터 해방된다.

     

    <마나연공법 : 해방의 시간>

    -효과 : 해당 마나연공법이 작동하는 동안에는 해방감에 비례하여 전투력이 상승한다.

     

    <고공도약>

    -효과 : 통상보다 월등히 높은 도약이 가능해진다.

     

    <인내의 검>

    -효과 : 견뎌온 고통에 비례하여 검의 위력이 상승한다.

     

    <슈퍼아머>

    -효과 : 높은 피해경감보너스와 동시에 모든 CC기를 무시한다.

    ━━━

     

    모브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도달한 경지는 앞으로 10년을 더 노력해도 도달할 수 있을지 감히 확신할 수 없는 엄청난 경지라는 사실을.

    백 마디 말도 필요 없음을.

    보여주는 것은 행동 하나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모브가 포식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초 단위로 빗발치는 수많은 공격과 <슈퍼아머>로 모든 방해를 뚫고 달려가 <해방의 시간>이 제공하는 전투력 상승과 <인내의 검>이 제공하는 위력상승보너스를 이용해 펼쳐내는 일격.

    그 일격이 포식자의 천년거석처럼 단단한 몸체를 일부나마 도려냈다.

     

    “!!”

     

    고블린용사의 눈에 깨달음이 일었다.

    많은 것이 생소하지만 모브의 전투에는 익숙한 동작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밤의 스승님, 오크노디.

    그분의 기술이다.

    도움을 주겠다며 손을 잡으라고 유혹하는 저들과 달리, 어떠한 대가도 없이 이미 도움을 베풀었던 강자가 이미 고블린 용사와 함께 하고 있다.

     

    ‘계약 따윈 할 필요도 없었던 거다 고브!’

     

    스승님이 지켜보고 함께 하며 자신의 의지를 전할 전사까지 보내주셨다.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힘차게 달려 나간 고블린 용사의 분신들이 포식종들과의 결전에 나섰다.

     

    ‘응? 잠깐만. 근데 고블린용사는 분신자폭특공을 쓰지 않았나??’

     

    모브는 식은땀을 흘렸다.

     

    “안 돼, 오지 마!”

     

    너 자폭하면 내가 다쳐!

    모브의 헌신적인 외침은 고블린 용사에게 더한 감동을 일으켰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브! 굴욕적인 계약이 아닌 숭고한 희생으로 세계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고브!”

     

    자폭까지 수어 초 남은 고블린용사의 분신들의 적극적인 태도는 모브를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들 뿐.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겨!!”

    “엣?”

    “오크노디는 네게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티토소가는 널 만나고 싶어서 벌써 고블린월드에 오기까지 했어. 그러니 함부로 목숨을 버리지 마!”

     

    사방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권능을 몸 하나로 견뎌내며 전진하던 모브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느림의 극의>에 적중당했다.

     

    [10초가 경과했습니다. 복귀술식이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안을 들여다보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극의가 거두어졌을 때, 모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며 스승의 뜻을 전한 전사가 적의 공격을 받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블린용사가 불과 10초의 희생 뒤에 느낄 감정이 얼마나 커다란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각성>

     

    용사의 전투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사각성재료가 되어버린 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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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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