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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9

    <799 – 교수들의 흑화를 막는 법(10)>

     

    고블린 용사는 역대급 재능을 지니고 탄생한 SSS급 용사다.

    용사로서의 자질 하나만 놓고 본다면 오크노디의 자질을 물려받은 탓에 이슈타르나 심지어는 아스타로트마저도 능가했다.

    성장환경마저도 엄청났다.

    해당 종족이 위기에 처할수록 그에 비례하여 더욱 강력해지는 용사시스템이 있건만, 고블린용사는 동족의 98.5%가 죽어 나가는 교수재해를 겪었다.

    어느 모로 봐도 용사로서는 이보다 강해지기 좋은 환경을 찾기 힘든 엘리트코스만을 밟은 셈!

     

    심지어 그런 그녀에게 또 한 번의 성장이벤트가 열렸다.

    자신을 소중히 하라며 친절한 말을 해준 이계의 전사가 10초 만에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하등생물 주제에 큰 힘을 지닌 것이 기특하여 자비를 베풀었건만….]

    [상하관계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짐승은 애완동물로 삼을 가치도 없지….]

    [이만 죽어라.]

     

    일백차원의 포식종들은 손맛도 없이 단단하게 버티다가 사라진 모브 때문에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 참이었다.

    애완동물이 아무리 귀엽고 능력이 출중해도 이를 드러내고 짖기 시작하면 집에서 키울 수는 없는 노릇!

    인간이 개나 고양이를 대하는 딱 그 정도의 시선으로 고블린 용사를 바라보던 포식종들의 대처였다.

     

    서걱.

     

    그런 무른 생각, 커다란 방심의 틈으로 고블린용사의 검격이 꽂혔다.

     

    “?!”

     

    베였다.

    영역 내의 모든 존재를 <석화>시키는 <석화영역>이 고블린 용사의 검에 베이면서는 마치 두부처럼 가볍게 잘려나갔다.

    영역 내의 모든 존재를 <느림>에 가두어 공격도 도주도 한없이 느린 시간 속에서 쓰러지도록 만드는 <느림영역>조차 순식간에 베였다.

    영역이, 통하지 않는다.

    고블린용사의 영역이, 그녀의 의지가 포식종들의 영역과 의지를 초월했다.

    고블린월드 전체가, 세계 전체가 용사 한 명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돼!]

    [고블린 월드 따위에 세계를 수호하려는 수호신의 의지가 싹트기 시작하다니!]

    [하위문명의 하등생물 따위에게 그런 혜택을 누릴 자격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수호신.

    스스로 승천하여 신위에 오른 자가 없더라도 한 종족의 종족신을 넘어 한 세계의 수호신으로 처음부터 싹트기 시작하는 집단무의식의 결집체.

    일정수준 이상의 문명과 의식수준을 갖추지 않으면 탄생할 수 없는 존재가 기능판정의 저울추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고블린월드의 원시수호신이 느림의 장막을 깨부숩니다.]

    [고블린월드의 원시수호신이 박제된 의지를 해방시킵니다.]

    [고블린월드의 원시수호신이 외교관의 불문율을 집어던집니다.]

     

    오크노디와 티토소가가 고블린에게 선사한 건전한 욕망과 올바른 진화의 방향성.

    수많은 희생이 쌓이며 고블린들은 소망했다.

    우리 세계의 평화가 도래하기를.

    이 잔혹한 약탈의 굴레에서 해방되기를.

    종의 기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술 발전과 평화를 향한 갈망이 마침내 고블린용사를 도울 원시수호신을 탄생시켰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

     

    고블린용사가 가세하기 이전까지 단독으로 포식자들에게 쫓기던 집사장.

    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가장 미천하고 하찮은 소형식인종이 욕망의 방향을 바로잡고 평화를 선망하며 용사에게 힘을 보탠다.

    욕망에 눈이 멀어 매국노, 나아가 매종노 짓도 서슴지 않는 인간 따위보다 훨씬 나은 짓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수치심마저 느꼈다.

     

    “이조차도 다크프린세스의 안배였다니.”

     

    불과 10초에 불과한 등장이지만 모브의 등장은 집사장의 눈에 분명히 각인되었다.

    더욱이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다크프린세스가 가장 처음으로 육성을 시작한 모브다.

    첫 번째 제자.

    최초의 종복.

    1기 친위대원.

    시작의 기사.

    다크프린세스의 이름을 뒤따르는 흑색수련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한 기사의 존재는 지금은 망해버린 재단에서도 차츰 그 유명세를 올리고 있었다.

     

    -다크프린세스의 첫 번째 제자? 분명 보통 놈이 아니겠지. 예의주시해.

    -다크프린세스에게는 절대로 갑옷을 벗지 않는 기사가 있다고 하더군. 녀석이 갑옷을 벗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거지?

    -흑기사는 갑옷을 제 몸을 지키는 도구로 쓰지 않고 제 몸을 갑옷을 지키는 도구로 쓴다더군. 왜 그렇게 갑옷의 사수에 전념하는 거지?

    -혹시 아나? 갑옷이 파괴되면 텅 빈 헬멧과 어둠만이 도사리는 리빙아머의 실체가 드러나기에 그럴지.

    -허어. 그럼 우리가 입수한 모브라는 제자는 이미 혼이 잡아먹힌 지 오래고, 그 실체는 괴물 리빙아머란 말인가?

     

    결사의 정령추출술이 정령의 혼을 마도구에 담아 출력원으로 사용했다면, 재단의 이사장은 이를 응용하여 중간계 생명들의 영혼을 추출하여 분재에 담아 고문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이사장에게 영혼추출술을 배웠다면 정령추출술과 영혼추출술의 중간에 해당하는 인간의 몬스터의 영핵화 사용도 불가능할 건 없다.

     

    “겁도 없이 포식종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사라진 모습을 보면 흑기사 리빙아머설이 옳았군.”

     

    치명상을 입어도 영핵과 갑옷의 파편만 건재하다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리빙아머다운 행보!

    집사장은 도주를 중지하고 반전하여 자신을 쫓아온 포식종들에게 신비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모브와 고블린용사.

    이 둘에게 어그로가 끌린 수많은 포식종이 분산되며 집사장에게도 여력이 생겼다.

     

    “다크프린세스가 날 위해 좋은 수를 꺼냈으니 나 역시 아끼던 수를 하나 보여주지.”

     

    오크노디는 집사장의 존재도 새까맣게 잊었다.

    이런 사람이 있었나?

    얼굴을 봐도 어리둥절할 정도다.

    재단파파도 돌아가셨는데 이사장직속삼장 이거 어디다 씀?

    선황이 죽고 실직자가 될 뻔했던 어중칠검보다 더 쓸모없는 존재였다.

     

    물론 집사장의 진정한 정체는 결사의 총수.

    통상적인 회차라면 삼대거악의 일축으로 재단파파 대신 손꼽히는 인물이다.

    제일 와이히엠하이.

    니알라토텝의 분신으로 오래도록 음지에 머무르며 차원순회에 전념했던 그였기에 통상 회차보다 존재감은 약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변수가 되었다.

    세계수호의 목적을 위해 음지에서 중간계를 지키는 데 모든 힘을 다 쓰는 보통 회차의 총수와 달리, 이번 회차는 ‘이사장’이라는 든든한 보스가 중간계의 음지를 지켜주고 있었다.

    지켜야 할 집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면 한결 마음 놓고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당연지사.

     

    ━━━

    <이드로스의 그림자>

    -효과 : 환상이 상대를 유혹하여 현실을 가린다.

     

    <하르모니아의 포옹>

    -효과 : 만족의 신의 신물에서 추출한 힘으로 모든 적을 일시적으로 만족감에 도취시켜 착란, 마비 상태에 빠뜨린다.

     

    <크로노스의 도약>

    -효과 : 행동의 과정을 없애고 결과만을 남긴다.

     

    <카리나의 비밀>

    -효과 : 꿈과 거짓에 빠져든 자에게 자신이 보는 환상의 반대되는 결과를 일으킨다.

    ━━━

     

    벗어날 수 없는 만족감.

    그것이 뒤틀리는 거부감과 공포를 느낄 때, 포식종들은 자신들의 영체가 손상된 결과만을 뒤늦게 인지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했다.

    집사장이 한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입은 데미지는 하나같이 엄청났다.

    거기에 동반된 ‘거부감’과 ‘공포’는 환상이 깨질 때의 감정을 집사장을 향한 감정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겁을 먹었다.

    자신들이.

    위대한 포식자가.

    한 세계의 지배자가.

    세계영역으로 하나의 영역을 온전히 뒤덮은 소차원의 정복자들이.

     

    “자아, 다가와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날 잡아먹고 싶어 안달이 나지 않았나?”

     

    수많은 신비.

    오크노디의 기준으로는 수많은 유틸기를 보유한 집사장.

    결정타가 없는, 항상 무언가가 부족한, 완성되지 못한 빌드의 소유자.

    그런 결함투성이의 삼대거악이 한시도 쉬지 않고 일백차원을 돌며 수집한 힘이 거침없이 발휘된다.

    드래곤 교장.

    중간계의 삼대거악을 넘어선 명실상부한 ‘최악’에 맞서기 위해서 아껴왔던 신비의 사용조차도 주저함이 없었다.

    오크노디 vs 이사장.

    세계를 뒤흔든 부녀싸움의 과정을 집사장도 신비의 힘을 빌려 직관했기 때문이다.

     

    ‘다크프린세스가 있는 한, 드래곤 교장은 필시 해결될 것이다. 그것이 죽은 선황의 의지였고 그 의지를 이어주리라 확신했기에 선황도 스스로 봉인과 죽음을 선택하였으니까.’

     

    선황파파와 재단파파가 오크노디를 믿고 뒤가 없는 싸움에 나섰듯, 집사장 또한 그녀를 믿고 뒤가 없는 결전에 나설 수 있다.

     

    [이드로스의 그림자가 포식자들의 강대한 어둠에 변질되었습니다.]

    [크로노스의 도약의 사용횟수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신비의 자격이 박탈됩니다.]

    [카리나의 비밀이 꿈의 감옥에서 해방됩니다.]

     

    신비의 정체성.

    신비의 사용횟수.

    신비의 구속.

     

    각기 다른 이유로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신비들은 집사장이 지닌 강대한 힘을 약화시켰으나, 때로는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싸워야 할 때도 있다.

    중간계의 그는 그때를 찾지 못했으나 지금의 그는 신비의 상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사장. 당신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거늘, 나라고 어찌 이 작은 신비의 상실을 두려워하겠는가!’

     

    집사장의 반격.

    고블린용사의 각성.

    원시수호신의 탄생과 보조.

    거기에 쐐기를 박듯이 발포되는 인류말살포까지.

    한 사람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기적이 겹치고 또 겹치며 인과를 쌓아올렸다.

    그리하여 도달하고야 만 것이다.

     

    [오오, 오오오…! 영혼이, 영혼이 흘러내린다…!!!]

     

    일백차원의 침공 전까지, 드래곤 교장의 격퇴 전까지 물리칠 수도 없고 감히 넘볼 수도 없는 포식자의 죽음이라는 결과에.

     

    “!!”

     

    그 모든 경과를, 지하던전에 피난한 이슈타르가 감지하였다.

     

    [신화적인 위업을 이룬 용사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가 당신에게 베풀어 준 용사포인트가 감소합니다.]

     

    이슈타르는 깨달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은, 영원히 변치 않는 성질이 아님을.

     

    [고블린용사의 용사포인트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번제의 그릇>이 완성되었습니다.]

     

    영원히 용사들의 편이 되어주리라 생각했던 그 힘이 일정 수준 이상의 위업을 쌓아 올렸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오크노디가 어찌하여 이슈타르를 볼 때마다 ‘패배가 확정된 존재’, ‘파멸이 확정된 불행한 사람’처럼 여기고 있는지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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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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