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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8화. 신의 무기 ( 5 )

       

       

       

       

       조심스레 모험가 길드로 들어온 케니스와 케일은 더벅머리 모험가가 카운터에 앉아 있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보았다. 주로 더벅머리 모험가가 상대방에게 열심히 무언가를 떠들고 있지만, 상대방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딴청을 피우며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쓱쓱 파더니 후ㅡ하고 불고는, 따분한 눈빛으로 더벅머리 모험가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니깐! 내가 거기 꼭 가야 한다고!”

       

       “네가 백날 떠들어봐라…. 길드에서 안 된다는데 어쩔꺼냐?”

       

       

       케일이 그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며 인사했다.

       

       

       “저기, 안녕하세요?”

       

        “그걸 좀 어떻게…어? 아,아까 밖에서 마주친 분?”

       

       “뭐야, 손님인가? 의뢰맡기러 오셨수?”

       

       

       더벅머리 모험가가 어색하게 아는 척했고, 카운터에 있던 남자는 케일을 위아래로 쓱쓱 훑어보고는 말했다.

       

       

       “흉흉하게 칼이나 들고 다니는 걸 보면, 손님은 아니구먼. 의뢰를 찾으러 온 거요?”

       

       

       턱짓으로 벽 한 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의뢰는 저쪽에서 골라보고, 마음에 드는 걸로 가져오쇼. 자기 등급보다 높은 건 못 고르니까 알고 있고.”

       

       

       케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의뢰는 됐어요. 그보단 이쪽 모험가분에게 볼일이 있어서요.”

       

       “예? 저요?”

       

       

       남자는 한쪽 눈썹을 까딱하고 올리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그렇다면 알겠수다. 길드안에서 험한꼴 보기 싫으면 칼부림은 나가서 하시고.”

       

       “자! 그러면 저희는 저쪽에서 이야기 좀 할까요?”

       

       “어어? 잠깐만…!”

       

       

       케일은 더벅머리 모험가의 손을 이끌고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에 앉았다. 길드 로비에는 모험가들이 군데군데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육포나 마른 안주를 씹으며 저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우리 아까 봤었죠? 나는 케일이라고 해요. 만신전 소속의 성기사예요. 이쪽은 나랑 같이 움직이는 케니스 수습 성기사.”

       

       “반가워요. 케니스라고 해요. 아까 문 앞에서 보고 또 보네요?”

       

       “어…아,예. 반갑습니다. 저는 한스라고 합니다….그, 모험가구요 F등급입니다.”

       

       

       한스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어떨떨한 표정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성기사 분들이 저 같은 모험가에게는 어떤 일로…?”

       

       

       성기사 두 명이 자기 같은 F급 모험가에게 무슨 볼일이 있나 싶은 한스가 물었다.

       

       

       “이번에 저희 만신전에서 소문을 하나 조사하는 중이거든요.”

       

       “소문이라면…?”

       

       

       케일이 한스의 허리춤에 걸린 황금빛 검을 가리켰다.

       

       

       “그 신의 무기에 관한 소문이죠. 새로운 신이 지상에 강림하셨을 수도 있으니, 저희 만신전에서도 진지하게 조사하는 중인데…”

       

       “이 검이요?”

       

       “네, 그래서 말인데 모험가분. 그 검, 저희 만신전에서 사겠습니다.”

       

       

       케일은 자신에게 만신전을 대표하여 거래할 권한이 없음을 알고 있지만, 겉으로는 호기롭게 말했다. 임무가 우선 아니겠는가? 그리고 당당한 표정으로 손가락 다섯 개를 촥 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만큼! 드리겠습니다. 어떠신가요?”

       

       

       무려 골드 5개! 평민 4인 가족이 1년에 30실버 정도로 먹고 산다는 걸 생각하면 한스는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은 거였다. 케니스가 당황하여 케일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서,선배님! 저희 그렇게나 돈이 많지 않은데요! 어떻게 하시려구요!”

       

       “괜찮아, 나중에 만신전에서 내줄 거야. 임무 아니겠니?”

       

       

       대책 없는 케일의 말. 케니스는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둘의 대화를 알 리 없는 한스는 난처한 기색을 비쳤다.

       

       

       “음…죄송한 말이지만, 검을 팔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네? 아니, 어째서죠? 설마 돈이 부족한가요?”

       

       

       돈에 환장하는 모험가라는 족속이 설마 더 큰돈을 바라는 건가? 싶은 생각에 케일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뇨, 돈은 충분하죠…하지만 이 검은 제가 팔지 않을 겁니다. 애초에 팔 수도 없구요.”

       

       “예? 팔 수 없다뇨?”

       

       “신께서 주신 이 검은 참 신기한 게, 주인에게 다시 되돌아오더라구요. 신께서 정하신 주인을 바꿀 수는 없는 건가 봐요.”

       

       “그런….”

       

       “그것 때문에 여기 길드 마스터가 비싸게 주고 구한 신의 무기를 잃어버렸데요. 불쌍하게 됐죠.”

       

       

       케일과 케니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도시에 도착한 날부터 바로 신의 무기를 확보하나 싶었는데, 무기가 주인에게 되돌아간다니! 참으로 신의 무기에 걸맞은 신묘함이지만 파견대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무기를 조사하려면 만신전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 첫걸음부터 막힌 셈이다.

       

       

       ‘이러면 앞으로 어쩌지? 던전에서 신이라는 분에게 직접 무기를 받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는 케일의 얼굴.

       

       한스가 케일을 쳐다보며 슬쩍 눈치를 봤다.

       

       

       “그…성기사 분들이면 이 주변 던전의 출입을 통제하고 계시잖아요?”

       

       “아,네. 그렇죠.”

       

       “나중에 던전도 조사를 하러 들어가시겠죠?”

       

       “그렇겠죠.”

       

       

       던전의 출입 통제로 모험가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하던데, 케일은 이 모험가가 무슨 말을 하려나 싶은 눈으로 한스를 바라봤다.

       

       

       “혹시 저를 던전 조사할 때 끼워주실 수는 없을까요?”

       

       “예?”

       

       “아, 물론 모든 던전을 다 끼워달라는 게 아니라요. 딱 한 군데만 끼워주시면 됩니다. 근처에 있는 ‘풀잡이 던전’에만 가면 되거든요. 제가 이 무기를 받았던 ‘풀잡이 던전’에 다시 한번 가 보려고 하는데, 저 카운터에 있는 대머리가 계속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사람을 발로 차서 쫓아버리다니…”

       

       

       중얼거리던 한스는 말을 이었다.

       

       

       “던전에 들어가서 조사하실때, 길잡이 모험가 한 명 정도 있으면 편하지 않겠어요?”

       

       

       케일이 말했다.

       

       

       “저희가 오늘 처음 만나 모험가를 데리고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당신의 뭘 믿고 그래야하죠?”

       

       “뭐ㅡ, 성기사 분들이니 전투나 이런쪽에선 큰 어려움이 없으시겠죠. 그래도 처음가는 던전에서 어떻게 신의 무기를 찾으시려구요?”

       

       “그건….”

       

       

       “저는 이미 신의 무기를 받아가지고 왔죠.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 있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제가 검을 받은 던전에 이 무기를 들고 가면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한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저도 부탁드리는 입장이니 돈이나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 어때요?”

       

       

       한스의 말을 들은 케일과 케니스는 머릿속으로 바쁘게 생각했다. 이 모험가를 던전의 길잡이로 고용했을 때의 이점과 단점들. 수상한 점이나 모험가가 이단일 경우와 여러 가지 상황의 수.

       

       둘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신의 무기는 양도가 안되니, 직접 손에 넣는 방법 뿐이다. 해볼 만 한 것 같다.

       

       

       “좋아요. 당신을 길잡이로 써 보죠. 이름이 뭐라고 했죠?”

       

       “한스입니다. 정말 좋은 선택을 하셨네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요. 한스씨,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일단 그 ‘풀잡이 던전’? 거긴 아마 이틀 뒤에 수색할 거예요. 그러니까…음, 내일 여기서 다시 만나죠.”

       

       “예,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기사분들!”

       

       

       딸랑~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한스를 뒤로하고 케니스와 케일은 모험가 길드를 나왔다. 밝은 햇볕이 거리를 비췄다.

       

       케니스가 방방 뛰며 케일에게 말했다.

       

       

       “선배님, 너무 멋있었어요! 꼭 베테랑 성기사 같았다구요!”

       

       “훗, 그러니?”

       

       

       케일이 한 손으로 금발 머리를 휙 넘기며 젠체했다.

       

       

       “역시 선배님! 언제 파견대 길잡이를 고용할 권한까지 받으셨어요?”

       

       “…어? 다,당연히 나 정도쯤 되면 뭐 이런저런 권한이 이,있지!”

       

       

       

       

       케니스의 말에 케일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동공이 풀렸다.

       

       이 여자, 신난 나머지 권한 밖의 일을 저질렀다.

        

       

       ‘망했다,망했다,망했다…!! 어쩌지? 데모닉 팔라딘님이 이 사실을 알면 날 죽이려 할 텐데!’

       

       

       마음속에서는 ‘일하는 자신에게 취해’ 권한 밖의 일을 저지를 과거의 자신을 말리고 싶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 없다.

       

       케일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케니스를 의식해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지만, 신전으로 돌아가는 그녀의 발은 무겁기만 하다.

       

       

       

       

       ***

       

       

       

       

       “…이상한데.”

       

       

       이상하다. 요즘 여관에 모험가들이 너무 안 온다. 아무리 랜덤방문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하루 종일 한 명도 안 왔다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아니, 남은 시간이나 뭐라도 보여 줘야 알지.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지?”

       

       

       명성도가 낮아서 그런가? 그동안 F급 모험가들에게 꾸준히 무기를 팔아서 그래도 좀 높아진 것 같은데. 손가락을 움직여 여관의 명성도 자세히 보기를 터치했다.

       

       

       ㅡ툭

       

       

       《현재 명성도가 “도시의 유망한 서커스 극단” 수준입니다!》

       

       

       “이게 높은 거야 낮은 거야?”

       

       

       모호하게 이런 식으로 보여주니까 명성도가 높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도시 수준에서 유망한 서커스 극단이면 제법 유명한 편인가?

       

       오지도 않는 모험가들에게서 신경을 끄고, 공터에 지어진 신전쪽으로 화면을 옮겼다. 드워프들이 열심히 움직이며 일하고 있다.

       

       

       “음, 일꾼이나 더 뽑아야겠다.”

       

       

       좀 쌓여 있던 골드로 일꾼을 2마리 더 뽑았더니, 골드가 바닥났다.

       

       

       “이 망겜 진짜. 재화 밸런스가 왜 이래?”

       

       

       하룻밤 동안 모인 돈이 일꾼 2마리를 샀더니 사라져 버렸다고? 허탈한 마음에 게임을 끄려다가 상점쪽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패키지 새로 나왔나?”

       

       

       보나 마나 새로나온 패키지일 테지만, 이런 종류의 알림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알림이 계속 뜬다. 귀찮지만 상점을 터치해 들어갔다.

       

       상점에 들어가자 새로운 문구가 화면에 나타났다.

       

       

       《모험가 대탐험 패키지! 모험가 방문 확률 UP! 영구 지속! 모험가의 방문확률 증가 버프! 》

       

       

       …뭐지? 개발자들이 내 화면을 보고 있나? 

       

       모험가들이 안 온다고 말하자마자 기가 막히게 새로 출시한 패키지를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너무 타이밍이 좋은데?

       

       일단 패키지 내용을 자세히 보기 위해 패키지를 터치했다.

       

       

       《 패키지 출시 기념!  ̶3̶7̶,̶0̶0̶0̶원 50% 할인! 18,500원! 》

       

       

       아, 반값 할인? 이건 좀 참기 힘든데. 50%할인을 보니 개발자를 향한 의심은 사라지고, 저걸 사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이번 달 남은 식비를 생각하면서 어느새 손가락은 결제버튼으로 가고 있었다.

       

       

       우웅ㅡ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 [WEB발신]  카드 18,500원 일시불 승인. (08/21)

       

       

       까짓거 치킨 한번 더 거르지 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려요!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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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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