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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경기도에 있는 나아아 세트장을 향해 달려가는 차 안.

         

       “…….”

         

       “…….”

         

       때가 때라서 그런지 익숙한 강형만의 검은 세단은 긴장으로 가득 찼다.

         

       나도…, 조수석의 강형만도…, 그리고 운전석의 상구 오빠(매일 운전해줘서 조금 친해짐)도 입을 닫고 창문만을 응시했다.

         

       그야말로 정적 그 자체.

         

       하지만 이를 깨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하암~ 새벽부터 일어나서 피곤하네….”

         

       “여보, 그래도 우리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데를 가보겠어요.”

         

       “그건 그래요, 후후후.”

         

       …바로 내 양쪽에 자리 잡은 우리 부모였다.

         

       “…당신들은 도대체 왜 따라온 거야?”

         

       우리 부모가 떠드는 게 거슬렸는지 강형만이 신경질적인 시선으로 뒤를 돌며 말했다.

         

       “호호, 강 사장님, 그게 무슨 서운한 소리세요. 저희 딸 첫 방송인데 당연히 따라가야죠~ 그쵸~? 여보?”

         

       “암, 당연하지. 부모의 도리로서 딸 가는 길은 봐야지.”

         

       “부모의 도리 같은 소…, 하아….”

         

       강형만은 부모에게 더 뭐라 쏘아붙이려 하다가 나를 보고 참는 듯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됐으니 조용히 가라. 괜히 시끄럽게 해서 애 피곤하게 하지 말고.”

         

       “네에~.”

         

       우리 부모는 강형만의 당부에 해맑게 대답하고는 자기들끼리 귓속말하며 시시덕댔다.

         

       ‘참…,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 커플도 아니고….’

         

       우리 부모는 정말 언제 봐도 철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아….”

         

       그래도 강형만이 부모에게 엄포를 해놔서 차는 다시 고요함을 찾았다.

         

       나는 피곤한 눈가를 문지르며 뒤로 누웠다.

         

       어제 연습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 것은 11시 반. 강형만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 게 12시였다.

         

       지금 시간이 아침 5시 반이니 어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잤다면 5시간 정도는 잘 수 있었겠지만….

         

       어제 새벽 2시에….

         

       ‘예린아, 예린아-!! 어서 일어나-!!’

         

       ‘으음…, 어, 엄마? …벌써 아침이에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큰일 났어-! 어서 일어나-!’

         

       ‘아, 안방에…! 안방에…!!’

         

       ‘무, 무슨 일인데요…?!’

         

       엄마, 아빠가 사색이 되어 나를 깨워 화들짝 놀라 안방으로 가보니….

         

       ‘소, 손바닥만한 바퀴벌레가-!! 끼야아아아악-!!’

         

       ‘어, 얼른 잡아줘-! 예린아-!!!’

         

       ‘…….’

         

       …엄마, 아빠가 바퀴벌레를 가리키며 기겁하고 있었다.

         

       …시발.

         

       그때는 진짜 못 참고 바퀴벌레 잡아다가 부모 얼굴에 던질 뻔했다.

         

       ‘정말 도움 안 되는 사람들.’

         

       여기서 세트장까지 거리는 대략 1시간.

         

       나는 부족한 수면시간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예린아, 안 피곤해? 아빠가 안마해줄까?”

         

       “엄마가 청심환 가져 왔는데 먹을래?”

         

       “아 좀….”

         

       …엄마, 아빠는 그 시간마저 알뜰살뜰하게 방해했다.

         

       정말 오늘도 부모를 향한 사랑이 샘솟는 하루였다.

         

         

         

         

         

       **

         

         

         

         

       “우리가 따라가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그것은 세트장 바로 앞에서 강형만이 내게 한 말이었다. 그는 미리 마중 나온 스태프 한 명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이 사람을 따라가면 될 거다.”

         

       “…대기실까지도 같이 못 가시는 거예요?”

         

       “규정이 그렇다는구나, 어쩔 수 없지.”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가야 하다니…, 걱정과 불안감이 들었다.

         

       물론….

         

       “예에-?! 저희 세트장 구경 못해요?”

         

       “그러면 여기까지 따라온 보람이 없잖아요…!”

         

       …이 거머리 같은 사람들(부모)과 헤어질 수 있다는 건 좋긴 했다.

         

       이 사람들은 여기 정말 세트장 구경하러 왔는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니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이런 나와 비슷한 심정인지 강형만이 차게 식은 눈으로 부모를 보다가 눈빛을 다시 고쳐 세우고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툭.

         

       무심하지만 다정함이 느껴지는 손길이었다.

         

       “그래도 너무 긴장하지 마라. 너는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테니.”

         

       “…사장님.”

         

       “촬영 끝나는 날 마중 나오마. …고생해라.”

         

       “넵…!”

         

       손길만큼이나 다정한 말투에 그래도 조금 걱정이 가셨다.

         

       부담감도 조금 사라지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 사장님? 저희도 예린이한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러면 하면 되지, 왜 내 허락을 받으려는 거지?”

         

       “헤헤, 가족끼리만 할 이야기여서 잠시 자리 좀 피해주시면 안 될까요?”

         

       “…….”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자리를 피해 달라는 건지. 엄마, 아빠는 내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된다며 굳이 강형만과 상구 오빠가 자리를 피해 달라 청했다.

         

       스윽-.

         

       그 말을 듣자마자 강형만은 내 쪽으로 눈동자를 돌렸다.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그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부모에게 말했다.

         

       “…그러면 차로 가 있을 테니 끝내고 오도록. …혹여라도 애한테 엄한 소리했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에이~ 저희가 무슨 말을 한다구요.”

         

       “…….”

         

       강형만은 부모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리고 강형만이 차로 돌아가 문이 닫히고….

         

       “예린아.”

         

       엄마, 아빠는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며 내게 달라 붙었다.

         

       “엄마가 알아 보니까 이거 우승하면 상금이 1억이래.”

         

       “그리고 여기서 6명에만 뽑히면 바로 데뷔할 수도 있는 거잖아.”

         

       “100명 중에 6명? 에이~ 그건 우리 예린이한테 너무 우습지.”

         

       엄마는 내 앞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이었다.

         

       “여보, 기억나요? 예린이 7살 때 어디 드라마 감독이 직접 찾아와서 배우 시켜야 한다고 빌고 그랬었잖아요.”

         

       “하하, 그게 한 두 번 일인가? 언제는 어떤 남정네가 예린이는 아이돌 시켜야 한다고 선물 상자 바리바리 싸서 오기도 했었지.”

         

       내 어린 시절 과거 이야기를 하는 부모님의 얼굴은 정말로 즐겁다는 듯 미소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내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눈은….

         

       “예린아, 이게 다 엄마, 아빠가 너를 예쁘게 낳아줘서 그런 거 알지?”

         

       “허허, 여보 그만 말해요. 예린이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정말 소름 끼칠 만큼 싸늘하고 현실적이었다.

         

       “예린아, 엄마랑 아빠한테 효도할 거지?”

         

       “너는 외동딸이잖아. 혼자서 엄마랑 아빠 부양하려면 돈이 많이 들 거야. 그니까 돈을 많이 벌어야겠지?”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동시에 내 어깨에 손을 올린 후 귀에 속삭였다.

         

       엄마, 아빠의 손이 퍽 차갑고 무거웠다.

         

       “이번 기회에 꼭 잘 해내야 해. 엄마, 아빠를 위해.”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거야, 응? 엄마, 아빠는 예린이를 믿어.”

         

       “…….”

         

       나를 믿는다는 말이 이렇게 불편하게 들릴 수가 있을까.

         

       무엇보다….

         

       ‘…하하, 정말 너무들 하시네.’

         

       엄마, 아빠의 말이 너무나도 아팠다.

         

       전생에서부터 여러 일을 겪어 보며 웬만한 아픔들 다 느껴봤다 생각했는데…, 엄마 아빠의 말은 언제 들어도 내 가슴을 깊숙하게 후볐다.

         

       엄마 아빠가 나를 자신들의 성공 도구로 본다는 게…. 그게 너무….

         

       ‘……어?’

         

       눈물이라는 것…, 이미 다 메말랐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에 울화가 치미는 동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네…, 열심히 할게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아서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열심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가세요. 저도 이제 그만 들어갈 테니까….”

         

       “…어? 그래, 알았어.”

         

       “예린아, 화이팅! 꼭 해내야 해!”

         

       그렇게 나는 부모와 인사를 마치고 스태프를 따라 세트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끝내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안 그래도 넝마였던 내 가슴은 더욱더 갈기갈기 찢긴 채였다.

         

         

         

         

         

       **

         

         

         

         

       “자, 여기가 예린 양 대기실입니다.”

         

       “…어? 여기가요?”

         

       부모 때문에 멍한 정신으로 스태프를 따라가 대기실에 도착하고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분들이 없는데요? 혹시 제가 제일 먼저 온 건가요?”

         

       깨끗하고 적당한 크기의 대기실에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여기 예린 양 개인 대기실이에요.”

         

       “예? 왜 제가 개인 대기실을….”

         

       “보통 한 기획사에서 2명 이상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희가 기획사 별로 대기실을 준비했습니다.”

         

       “아….”

         

       형제기획에서 출연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개인 대기실을 줬다는 건가.

         

       “우선 1차 평가 전에 다 같이 모여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먼저 촬영 컨셉을 설명해 드리자면~.”

         

       앞에서 스태프가 촬영 컨셉에 대해 뭐라 뭐라 이야기했지만 귀담아 들리지 않았다.

         

       대신 아까 부모가 내게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예린아, 엄마랑 아빠한테 효도할 거지?’

         

       ‘너는 외동딸이잖아. 혼자서 엄마랑 아빠 부양하려면 돈이 많이 들 거야. 그니까 돈을 많이 벌어야겠지?’

         

       그것은 스태프가 나가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들어와 나를 화장시켜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와아, 이렇게 화장 잘 먹는 사람 처음 보네요. 안 그래도 예쁘신데 쉐이딩 조금 하니까….”

         

       화장이 끝나고도 대기시간은 계속 길어졌지만…, 뇌리에 박힌 부모의 말이 떠날 생각을 않았다.

         

       ‘예린아, 이게 다 엄마, 아빠가 너를 예쁘게 낳아줘서 그런 거 알지?’

         

       ‘허허, 여보 그만 말해요. 예린이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거야, 응?’

         

       처음 나는 이번 나아아에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그저 그런 참가자로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 빚을 갚을 능력이 있을 정도의 아이돌 정도로만 성과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강 사장님의 말을 듣고….

         

       ‘너무 긴장하지 마라. 너는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테니.’

         

       그리고 한 달 동안 피땀 흘려 나를 가르쳐준 수현 쌤과 지우 쌤의 말을 듣고….

         

       ‘이대로만 하면 대단한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거야.’

         

       ‘예린아, 너 나아아 나간 동안 내가 늘 응원할게. 후에엥.’

         

       나는 마음을 조금 고쳐먹었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픈 욕심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엄마, 아빠.

         

       엄마, 아빠는 다른 의미로 내게 크나큰 동기를 부여했다.

         

       ‘이번 기회에 꼭 잘 해내야 해. 엄마, 아빠를 위해.’

         

       부모의 말대로 나는 이번에 엄마, 아빠를 위해 나아아에서 열심히 할 것이다.

         

       엄마, 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나 길러진 것에 대한 보답.

         

       아니, 엄마 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빚을 갚기 위해 그 빌어먹을 채권자들에게 한 방 먹여주기 위해 꼭 성공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을 철저하게 버릴 것이다.

         

       “예린 양, 이제 스테이지 입장하실게요~.”

         

       나아아에서 제공한 세련된 교복을 입고 난생 처음 전문가에게 풀메이크업을 받고.

         

       “대기실에서 나가면 복도부터 카메라가 있어요, 행운을 빌게요~”

         

       무엇보다 꼭 부모에게 불효하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은 채.

         

       나는 내 아이돌 인생 첫걸음이 될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를 향해 발자국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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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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