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8

       갤러리 경매장이 열린 점만 해도 테세우르 제국을 뒤흔들 정도의 여파가 발생했지만.

       새로운 문물이 들어온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경매장을 통해 올라온 하나의 물건이 모두의 입방아에 올랐다.

         

         

       ‘콜라’

         

       검은색 물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열광한단 말인가.

       누간가가 그렇게 말했지만, 마신 뒤의 말은 달라졌다.

         

       “콜라는 신의 음료다.”

         

       맥주보다 더욱 톡 쏘며 달달하다. 마시고 난 뒤엔 깔끔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마시지 않을 이유가 있단 말인가.

       반박 가능한 사람은 없었다. 마셔본 사람들 중에선 없었고, 있더라도 마셔보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뿐이었다.

         

       “뭐? 자네 콜라를 마셔보지 못했다고? 제정신인가?”

         

       아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고 동정까지 했다.

       어디 가서 콜라를 마셔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면 귀족들 사이에선 조롱거리가 될 정도였다.

       유행을 따라갈 줄 아는 귀족이라면 당연히 마셔봐야 하는 음료! 검은 물!

       그렇게 콜라는 사람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테세우르 제국 북부에 위치한 오론트 영지.

       그곳을 다스리는 오론트 후작은 인상를 찌푸렸다.

         

       “콜라. 콜라. 다들 그 얘기만 해대는 군.”

         

       그게 도대체 뭐길래 사람들이 열광한단 말인가.

       사교회에 참석해도 다들 같은 소리만 해대니, 이제는 귀에 딱지가 생길 지경이었다.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면서 콜라를 마셔봐야 한다는 얘기도 수도 없이 들었다.

       도대체 그 콜라란 것이 무엇인가?

         

       “가져왔는가!”

       “예. 이것이 콜라라고 합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거금을 들였다.

       이게 뭐라고 하나에 1골드나 지불해야 하는 거지?

       경매장에서는 1실버로 판매한다고 했는데.

       구하려고 수소문하니 1골드나 지불해야 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오론트 후작은 일단 콜라를 집었다.

       시원하다. 손바닥에 퍼지는 시원함이 썩 나쁘지 않았다.

         

       “흐음…,”

         

       기껏 해봐야 음료수 아닌가.

       음료수는 애들이나 평민이 마시는 거다. 그만큼 품질이 떨어지고 별로라는 얘기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음료수는 음료수.

       장인이 만들어낸 와인이나 맥주에 비하면 형편없을 것이 뻔하지만.

       오론트 후작은 일단 콜라를 열었다.

         

       치익― 딸칵!

         

       신기한 구조에 희한한 소리가 난다.

       미리 들었던 얘기 덕에 당황하지 않고 열 수 있었다.

       완전히 뚜껑을 열자 안에 검은 물이 보였다.

       맥주처럼 기포가 생기고… 특별할 건 없어 보인다.

         

       ‘고작해야 검은 물. 음료수란 말이다!’

         

       벌컥. 벌컥.

         

       오론트 후작이 단숨에 콜라를 들이켰다.

       그리고

         

       “크으으으….”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온 몸에 스쳐드는 단맛과 탄산.

       그 비율이 신이 만들어냈다고 착각할 정도로 강렬했다.

       짧은 경험이지만, 뇌리에 새겨질 정도로 짜릿하다.

       오론트 후작은 이 콜라의 진가를 알아챘다.

         

       “이걸 경도 마셔 보았는가…?”

       “예. 하나 마셔봤습니다.”

       “콜라. 이거 하나에 가격이 얼마나 할 거라 생각하지?”

       “제 생각엔….”

         

       오론트 후작을 모시는 기사. 로웰 경이 고민하다가 답을 내놨다.

         

       “하나에 5골드여도 돈이 있는 귀족들은 마실 거라 생각합니다. 귀족들의 문화로 남겨둔다면 더 비싼 가격도 가능하겠죠.”

       “그 정도의 가치는 있는 물건이야. 그런데 이게 경매장에서 얼마에 팔렸다고?”

       “…1실버에 팔렸습니다.”

         

       1실버!

       오론트 후작이 속으로 탄식을 내질렀다.

         

       돈의 가치를 모르는 건가. 물건의 가치를 모르는 건가.

       검은 물로 돈방석에 오를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에게 이런 물건이 주어지면 안 된다.

       오론트 후작은 대놓고 탐욕을 드러냈다.

         

       “로웰 경. 연금술사와 마법사들을 불러오도록.”

       “…흑색 마탑으로 향하면 되겠습니까?”

       “백, 흑, 적, 청. 모두 부르도록.”

       “예. 알겠습니다.”

         

         

       돈이 얼마나 깨지든 상관없다!

       콜라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본전은 쉽게 뽑아낼 테니까!

       오론트 후작은 웃었다.

         

       이 검은 물을 분석해서 똑같이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똑같이 만들기에 실패하더라도 비스무리하게라도 만들어낸다면 돈 방석에 앉을 수 있다.

       그렇게 마법사와 연금술사를 부르고, 며칠 후. 오론트 후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불가능하다?”

       “예. 불가능합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서 돈을 지불한 게 아니라는 걸 알 텐데?”

         

       버럭 소리를 내질렀지만,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은 눈 하나 깜짝 안했다.

         

       “저희도 돈을 전부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수임비 2할만 챙기겠습니다. 대신, 이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없었던 일.

       공식적으로는 콜라에 대해서 연구한 게 없다. 그러니 체면을 구길 일도 없다는 거다.

         

       하지만 속내로 들여다보면 비참함이 가득한 현실이다.

       콜라에 대해서 손을 떼고, 앞으로도 포기하겠다는 얘기였다.

         

       “…그 정도로 불가능한 일인가?”

       “예. 저희는 확신했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대륙에서 난다 긴다 하는 마법사들이 모인 곳이 마탑아닌가.

       그런데 왜 이 검은 물 하나를 분석하지 못해서 손을 뗀다고 하는 지 이해를 못했다.

       오론트 후작의 반응을 보고 마법사들도 한숨을 푹 쉬었다.

       당연히 이해 못할 걸 알았으니까.

         

       “저희는 이 검은 물… 콜라를 어떻게든 분석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다만, 마법으로도 연금술로도 불가능했습니다.”

         

       불가능하다.

       마법사들에게서 웬만해서 나오지 않는 말이다.

       마법은 전지전능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하니까.

       드래곤의 마법은 신에게까지 닿는다고 하지 않던가.

       언령(言領) 마법만으로도 사람을 죽이고…!

       그러나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마법과 연금슬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지?”

       “안에 들어간 첨가물을 따라 만들 수 없다는 것과… 이 콜라라는 음료수는 저희 이치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마법사는 컵 하나를 내밀었다.

       마법을 시전하자, 컵 안에 물이 차오른다.

       완벽하게 깨끗하고 투명한 물이 담겼다.

         

       뭘 하려는 거지? 오론트 후작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소금인가?”

       “예. 소금입니다.”

         

       이걸 왜?

       소금을 물에 조금 덜어 넣는다.

       그러고서 오론트 후작 앞에 내밀어서 보여주었다.

         

       “이게 뭐로 보이십니까.”

       “…나도 눈이 있다. 물 아닌가. 소금이 들어간 물이다. 나를 놀리려는 건가?”

       “아뇨, 놀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이게 콜라와 비슷한 비율의 물입니다.”

       “…?”

         

       순간 이해하지 못한 오론트 후작이 눈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이 물에 들어간 소금과 콜라에 들어간 첨가물이 똑같다고?

         

       “그 소량으로 그 맛을 낸단 말이냐! 불가능하다…!”

       “예. 그래서 저희도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모르고?”

       “예. 그걸 해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돈을 들여서 오론트 후작은 단 하나를 얻었다.

       무력함. 무력함뿐이었다.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떠난 뒤에, 조용히 로웰 경이 다가왔다.

         

       “그래도 방법은 남아있습니다.”

       “무슨 방법이 남아 있단 말이냐…!”

       “콜라를 똑같이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콜라의 아류작을 만들자는 얘기냐?”

         

       그건 이미 불가능에 가깝다고 결론이 났을 텐데.

       헛소리를 하는 로웰 경에게 순간 욱할뻔 했으나, 오론트 후작은 기꺼이 참아냈다.

         

       “아뇨.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면?”

       “콜라를 판매하는 이를 잡아오면 되는 법이죠.”

       “…!”

       “갤러리의 주딱을 잡으면 되는 겁니다.”

       “녀석이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

       “그건 괜찮습니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그만큼 침묵을 지키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사람의 입이 뚫려있으면, 언젠가는 실수하기 마련이니까.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된다.

         

       “주딱은 정보를 언젠간 흘릴 겁니다.”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얘기냐?”

       “예.”

       “흐음….”

         

       잠시 고민하던 오론트 후작은 결정을 내렸다.

         

       “갤러리에 접속 가능한 인원을 모아라. 그리고 그들에게 갤러리의 글을 확인하는 임무를 내려라.”

         

       주딱을 24시 감시할 생각이었다.

         

         

       ***

         

         

       “마왕님 이건 도대체….”

       “이건 콜라다.”

       “아니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양을 어디서 구했냐는 의문이었다.

       대충 보기에도 천개는 넘어가는 숫자다.

       콜라는 인당 1개만 구입이 가능한 물건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많은 양을 어떻게 구했는지. 의문이 생겼지만, 상념은 길지 않았다.

         

       “케른.”

       “예. 마왕님.”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마라. 그렇게 궁금증이 많으면 명줄이 짧아지지 않겠느냐.”

         

       순간 두려움을 느낀 케른이 침을 삼켰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휘하 마족들에게 이 콜라를 뿌려라. 콜라는 내가 꾸준히 구해보도록 노력하겠다.”

       “…!”

         

       그 순간 케른이 눈을 크게 떴다.

       콜라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고, 어떻게 구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

       모든 이들이 그렇게 구하기 어려워하는 콜라가 손에 들어왔는데.

         

       그저 마왕을 경배하고 칭송할 뿐이었다.

       케른이 콜라를 가져가고, 아르셀라는 왕좌에 앉아 갤러리를 정독했다.

         

       “주딱…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군.”

         

       그렇게 많은 돈을 거머쥐면 흔들릴 법 한데. 꾸준하다.

       원래 돈이 많은 이라서 흔들리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더욱 많은 돈을 벌 기회가 들어와도 참느냐는 다른 문제다.

       돈은 사람을 탐욕스럽게 만들고, 결국 사람을 집어삼키는 존재니까.

       돈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쉽지 않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게 주딱이었다.

         

       “돈이 많다고 한들, 콜라라는 물건의 값어치는 높다만….”

         

       모든 이에게 콜라를 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1실버에 파는 건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아르셀라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그랬어도 똑같이 했을까.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건 못하지 않았을까.

         

       “범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올라있는 자다.”

         

       그렇기에 남들의 생각을 뛰어넘은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거다.

       그와 동시에 훌륭한 인품을 지녔으며, 유머 감각도 있고 능력도 훌륭하다.

         

       “…이런 자가 마족이라면 좋겠다만.”

         

       아직 정체가 밝혀진 게 없다. 인간인지. 마족인지. 아니면 그 외의 종족인지.

       주딱은 자신의 정보에 대해서 전혀 풀지 않는다.

       갤러리에서 도는 소문대로 아카데미의 여학생일지도 모른다.

         

       “찾고 싶어졌다.”

         

       더욱 궁금하다. 호기심이 동했다.

       이렇게까지 궁금한 대상이 생긴 건 처음이었다.

       아르셀라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주딱의 모습을 상상했다.

         

       “한 번 만나고 싶군.”

         

       만약 마음에 드는 자라면. 어떻게 할까.

       아르셀라는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아르셀라가 콜라를 마족들에게 나눠줬을 때.

       엘프의 나라. 엘란에선 여왕 에리스가 엘프들을 소집했다.

       마법적 조예가 뛰어난 엘프들을 데리고, 콜라에 대해 연구할 생각이었다.

         

       “이건 콜라라는 물건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여왕님. 콜라 때문에 저희를 호출 하셨군요.”

       “저는 이 콜라가 저희의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궁금해졌어요.”

         

       엘프는 마법과 연구에 푹 빠진 종족이다.

       에리스의 얘기를 듣고 벌써 엘프 학자들은 자기들만의 주장을 펼쳤다.

         

       “아마 좋진 않을 겁니다. 음료수니까요.”

       “그러나 나쁜 영향을 준다고 확신할 순 없는 노릇이에요.”

       “콜라의 성분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저희 대륙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물질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다만, 그 성분이 소량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지 않나요?”

       “소량으로도 죽일 수 있는 독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콜라를 마시고 죽은 사람이 있나요?”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에리스는 그들을 싸움에 붙여놓고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이렇게 일을 만들면 나머지는 그들이 알아서 연구를 해줄 테니까.

         

       ‘콜라의 제조법까지 알아낸다면 좋겠어요.’

         

       콜라는 맛잇다. 하루 한 캔씩 꼬박꼬박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1년은 365일.

       엘프는 대략 1000년을 살아가는 종족이다.

         

       에리스는 올 해로 180살. 어린 엘프에 속했다.

       앞으로 800년의 삶이 남아있다고 치면 콜라가 30만개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30만개를 주딱에게 부탁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했다가, 식물에 물을 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30만개를 부탁할 수 있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에리스는 주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도 이제 슬슬 혼기인데….’

         

       결혼할 상대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전 대륙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이라면 나쁘지 않은 결혼 상대다.

       과격하게 파딱 자리를 맡기긴 했어도 그 뒤로는 나름대로 잘 대해주고 있었다.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다.

       항상 수동적인 엘프에게는 이런 사람과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 번 만나보고 결정해도 나쁘지 않을 지도요….’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져서, 에리스는 괜히 더 많은 식물에게 관심을 쏟았다.

         

       에리스가 식물과 교감하고 있을 때.

       용사 카이라 루즈는 자신의 아공간에 콜라를 조용히 모셔 놨다.

         

       “용사는… 행복해졌어요!”

         

       그녀는 가진 콜라만큼 행복한 용사였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