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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나에게 배정된 게이트에서 내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냥 내 거처에서 마그마에 몸 담근 채 노곤노곤하게 졸던가, 밥 먹으러 몸을 일으키던가, 혹은 나의 판결을 위해 찾아오는 주민들을 맞이하는 것.

        대충 그 정도다.

       

        하지만 그런 나의 일상에도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반갑구나 아이들아. 간밤에 잘 잤느냐?”

       

        – WA! 용하!

        – 할모니다!

        – 하이하이요!

       

        겨우 하루 지났다고 나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없어진 인간들이 활기차게 대답한다.

        역시 적응력이 뛰어난 종족이라서인가? 아니면 역시 인터넷과 익명이라는 방패막이 덕분일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편안하게 대해주는 쪽이 더 좋다.

       

        – 할머니!

        –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라니?

       

        “할머니라…… 어찌하여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냐?”

       

        – 저희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르시잖아요?

        – 1만살이면 할머니 맞지 않음?

        – 할머니는 할머니야…….

       

        이놈들. 장난기가 반이나 섞여 있구나.

        시청자들이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이 뻔히 보였지만, 딱히 화는 나지 않는다. 그저 귀여운 것들이 재롱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음…… 난 진짜로 할머니인가 보다.

       

        “하긴. 어찌 보면 너희들에겐 내가 할머니일 수도 있겠구나.”

       

        – ?

        – ……이게 아닌데?

        – 너무 쿨하다. 춥다.

       

        생각했던 반응이 아닌지, 시청자들의 당황하는 감정이 보인다.

       

        “드래곤으로서 말하지만, 드래곤들은 너희 인간들에 비하면 감정의 변화가 좀 적단다.”

       

        사실 감정의 변화가 적다기보다는, 그냥 관심 대상 이외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관심이 없기에, 상대가 다소 짓궂은 장난이나 모욕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기는 것이다. 상대가 나보다 한참 약하기도 하고.

        물론 이걸 사실대로 말하면 인간들이 좀 마음 상할 수 있으니 조금 순화한다.

       

        “때문에 내가 호들갑을 떨거나 하는 광경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구나.”

       

        – ?

        – ?

        – 오히려 좋아

        – 도전 욕구 생기네.

        – 용눈나 바보!

       

        이상한 도전 욕구에 눈을 뜬 인간들.

        이래도 되나 싶은 기분으로 채팅창을 바라볼 때였다.

       

        – 대한민국헌터 협회 : 안녕하십니까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

       

        “흠.”

       

        왔구나.

        채팅창에 떠오른 글을 매개로 본체의 천룡안을 뜬다.

        그러자 어떤 빌딩에서 옹기종기 모여든 이들이 보인다.

       

        ‘인간들 중에서도 제법 기운이 많은 이들이 섞여 있구나.’

       

        나 하나 때문에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지만, 단숨히 힘이 부족하고 지킬 것이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참…….

       

        “그래. 이렇게 왔다는 말은, 약속을 지켰다는 소리겠지?”

       

        – 네.

        – 어제 피자 기프티콘 받음.

        – 쉬림프 프리미엄 피자 최고!

        – 할모니! 잘 먹겠습니다!

        – 잘 먹겠습니다!

       

        호오. 피자로 보상을 해주었는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제법 비싼 피자로 보상을 한 모양이다.

        그래. 저 정도라면 적당하겠지.

       

        “그래. 그렇다면 이젠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겠지. 무엇을 묻고 싶으냐?”

       

        – 혹시 직접 대화 가능하실까요?

       

        “대화? 직접적인 대화라…….”

       

        나는 그저 여기서 댓글을 읽고, 그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가?

        하긴……. 이들은 어찌 되었든 한 나라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민간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하고 싶겠지.

       

        “그래. 훌륭히 약속을 지켜 주었으니, 그 정도 배려를 하는 것이 맞겠지.”

       

        허락과 동시에 나의 본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거대한 황금의 거체가 마그마 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이어서 힘을 꺼내 허공에 문을 연다.

        이거…… 얼마 전에 외출했는데 또 하게 생겼네.

       

        – 네. 그럼 토크코드 번호ㅡㅇ루ㅕ오어ㅑ렁;’.,

       

        드드드드드드!!

       

        저쪽에서 어떤 댓글이 올라왔는데, 끝이 이상하게 끝맺어 있다.

        음…… 오타라도 낸 것인가?

       

        – 뭐임? 지진인가?

        – 백두산쪽에 지진?

        – 게이트에서 지진도 남?

        – 미친?! 지금 출현 경고 떴는데?

        – 설마?

       

        떠들썩한 댓글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에게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호들갑 떨 것 없단다. 내 본체가 헌터 협회라는 곳으로 이동할 뿐이니.”

       

        – 호들갑 떨 소식인데요?

        – 아이고 할머니!

        – 그 대화가 그 대화가 아니라고!!

        – 미치겠네!

       

        댓글이 시끌벅적하지만 이미 내 본체는 공간을 뛰어넘은 상태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 음…….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수많은 사람이 기겁한다.

        아니 뭐…… 나도 이렇게 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내 본체는 아바타와는 달리 높은 격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격이 일정 수준 이하인 존재들에겐 본능적인 공포를 준다.

        비유를 해 보자면…… 높은 산을 앞에 둔 인간의 감정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타다다닷!

       

        빨리 움직여!

       

        절대 먼저 공격하지 마!

       

        사람들 대피시켜!

       

        그 순간 헌터 협회의 빌딩에서부터 수많은 사람이 튀어나와 내 주위를 둘러싼다.

        그리고 빌딩의 꼭대기 층에서부터 누군가가 몸을 날려 내 앞으로 날아온다.

       

        = 아아…. 너는 2일 전 본 그 인간이구나.

       

        “……하아.”

       

        내 앞으로 천천히 내려온 인간 남자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곤 자기 얼굴을 손바닥으로 쓱쓱 문지르더니, 한쪽 손을 든다.

       

        “물러서.”

       

        “하지만…….”

       

        “어차피 아무 소용도 없을 거다. 그냥 대피와 차단만 시켜.”

       

        “……알겠습니다.”

       

        내 주위를 둘러싸던 인간들이 물러난다.

        그러는 사이에도 나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모여 있던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든 이들 중,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인간 남자가 조심스럽게 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멸천룡 그랑 라그나시여. 제, 제 이름은 김두식. 부족하나마 이 나라의 헌터들을 총괄하는 자입니다.”

       

        = 그래. 만나서 반갑구나 김두식이여. 내 이름은 멸천룡 그랑 라그나. 하늘에 속한 존재를 멸하는 자이자, 모든 금속을 지배하는 존재. 황금의 부를 부여하는 자이니라.

       

        같이 나온 강력한 인간들과는 달리, 약하디약한 힘밖에 없어서 강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내 앞에 서 있는 인간 김두식.

        그를 내 앞에 세운 것은 그저 살고자 하는 본능인가. 아니면 자기 자리에 대한 책임감인가?

        그 무엇이 되었든, 그가 단순히 약한 존재라는 것 하나만으로 무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 아이들아. 너희의 요청대로, 직접 대화하기 위해 이곳에 왔단다. 무엇이든, 나에 대한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주겠다.

       

        “……그 대화가 이런 방식은 아니었는데.”

       

        = ??

       

        이런 게 아니었다니?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하여 대화를 하려는 기색은 없다.

       

        잠시 고민하던 김두식이라는 이름의 인간이 입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펄럭!

       

        = 음?

       

        이 익숙한 날갯짓 소리는?

       

        “협회장님!”

       

        “아닛?!”

       

        “이현님!”

       

        찬란히 빛나는 새하얀 드래곤과, 그 위에 올라탄 인간이 보인다.

        천천히 빌딩들 사이를 날아온 드래곤이 내 앞에 조심스럽게 착지한다.

       

        “백익룡은 왜…….”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안 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끌고 왔습니다.”

       

        인간들 사이로 들어가 나를 노려보는 젊은 인간.

        아하…… 그렇군.

       

        = 그래. 네가 이현이라는 인간이구나.

       

        “?! 날 아나?”

       

        적대적인 눈으로 나를 쏘아보는 이현을 바라보며, 나는 눈웃음을 쳤다.

        널 아냐고? 그럴 수밖에…….

       

        = 당연히 알 수밖에 없지. 나의 아들이 선택한 인간이지 않으냐.

       

        “……뭐?”

       

        “응?”

       

        “어어어?”

       

        순간적으로 인간들이 몸이 쩍 굳는다.

        뭔가 들으면 안 되는 것을 들은 것 같은 모습인데…….

        슬쩍 블레이즈에게 고개를 돌리자, 애써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있던 큰아들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 그…… 오랜만입니다 어머니.

       

        = 그래. 한 3천 년 만이구나.”

       

        “……헐?”

       

        “허어어?!”

       

        “아니…… 그…… 아니…….”

       

        말을 잇질 못하는 인간들.

        특히 내 아들의 파트너라는 이현은 뭔가 창백해진 얼굴로 내 아들과 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이런 반응…… 혹시?

       

        = ……몰랐느냐?

       

        “……그,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 말 안 했느냐?

       

        =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기는 하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앞발을 들어 블레이즈의 등짝을 후려쳤다.

       

        콰앙!

       

        = 끄아악!

       

        = 그래도 네 파트너에게는 미리 말을 해 두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봐라. 네 파트너가 배신당했다는 얼굴로 널 바라보고 있지 않으냐.

        이현이라는 이름의 청년이 아들에게 물었다.

       

        “왜…… 말 안 해줬어?”

       

        = …….

       

        잠시 말이 없는 아들.

        하지만 다른 인간들과 내 시선을 견디지 못했는지, 녀석이 기어들어 가는 모습으로 말했다.

       

        = 이현. 너는 1만 살 넘은 어머니가 어린 인간의 모습으로 수많은 인간들 앞에서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을 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느냐?

       

        “…….”

       

        “…….”

       

        “…….”

       

        인간들이 납득했다는 얼굴이 되었다.

        ……인간들의 관점에서는 내 행동이 조금 안 좋게 보이는 것인가?

        인간이었던 시절이 너무 오래전이다 보니 인간 시절의 감각은 거의 다 잊어 버렸다. 지금 보니 인간 사회에 적응한 큰아들이 나보다 더 인간을 잘 이해하는 모양이다.

       

        “그럼 멸천룡과 싸울 때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한 것도…….”

       

        = 어머니라서 못 싸운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보다 한참 강하시다.

       

        “……너보다 더?”

       

        = 그래. 어머니께 진심으로 덤볐다간 나라도 죽는다.

       

        뭔가 중얼거리는 둘을 바라보다 큰아들에게 물었다.

       

        = 그런데 아들아.

       

        = 네 어머니.

       

        = 네 파트너가 모르는데, 어떻게 나에게 네 파트너의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을 준 것이냐?

       

        “응?”

       

        “뭐?”

       

        = …….

       

        내 질문에 인간들이 다시 의아한 얼굴이 되었고, 큰아들은 입을 다물었다.

        의아해하는 인간들을 위해, 나는 설명했다.

       

        = 신분 증명이라는 것이 필요한 인터넷 방송 로그인을, 이곳 인간들의 신분이 없는 내가 어떻게 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물론 방법은 몇 가지 생각한 것이 있다.

        이전에 방문했었던 차원에서 썼던 방법대로 브로커라는 것을 통해 위조 신분을 만든다거나, 혹은 최면을 걸어서 가짜 신분을 만든다거나…….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때마침 이 차원에 있던 내 아들이 도움을 주었다.

       

        = 큰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마음껏 쓰라며 이현이라는 인간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준 것이다.

       

        “…….”

       

        “…….”

       

        “…….”

       

        = …….

       

        내 말에 주변이 무섭게 싸늘해졌다.

        ……왜 그러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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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소설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뇌피셜에 기반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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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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