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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 ***

         

       “이번에 여일예가 후예십시의 필두에 올랐다는군.”

         

       “그 혁기린을 꺾었다지? 대단하군 혁기린이라면 이 천하에서 손꼽는 후기지수 중 한 명이 아니었나.”

         

       사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일예는 날 말려 죽이려고 은원패를 주고 간 게 아닐까?

       

       내가 이 낭인객잔에 있는 낭인들에게 시달리다가 말려 죽을 것이라는 걸 그 여자는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거지. 

       

       무림인들의 깨달음에 대한 집착은 탈모인의 머리카락을 향한 집착, 그리고 중년남성의 정력을 향한 집착만큼이나 지독하다. 

       

       깨달음이라는 화두 앞에서 무림인들의 이성은 종잇장보다도 하찮아진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노력해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사실 무림인들이 깨달음에 미쳐버리는 건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일지도 모른다. 

       

       수백만 수천만개의 무리 중에서 하늘이 정한 깨달음은 단 하나에 불과하니까.

       

       그렇기에 무림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별별 짓을 다 한다. 폭포에서 두피 마사지를 받는 것은 예사요 마음을 비운다느니 하면서 재물을 뿌리고 속세와의 연을 끊는다면서 호리병 몸매의 현모양처와 토끼 같은 딸내미를 버리고 사라지는 미친 놈들도 있다. 무인의 깨달음을 향한 집착은 그야말로 비이성의 극치 광기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 그 광기 덕에 내 일상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호 형! 어허 또 아침에 허하게 소면만 먹어서야 쓰겠는가! 여기 만두가 있으니 같이 드시게!”

         

       “여기! 오향장육 하나 추가!”

         

       “아니 아침부터 무슨…그냥 냅둬.”

         

       “어허! 사내가 어찌 아침을 허하게 시작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야 어찌 영감을 받겠냐 이 말이야!”

         

       “우린 그저 순수하게 자네의 머리, 아니 자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일세.”

         

       제발 깨달음 좀 달라고 이마에 써 붙인 사내 두놈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니 입맛이 수직으로 하강했다.

         

       고래검 여진상과 반월도 정삼은 내 동기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나이로 사천낭인이 되어 이래저래 친분을 다진 바. 사실 이 낭인객잔에서 호천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제발, 니들 왜 그러냐 진짜! 야 니들은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나랑 같이 낭인 시작해놓고 이게 무슨 짓거리야!”

         

       지금 이 낭인객잔에 도는 소식은 사실 내가 무공을 잃어버린 전대의 은거고수이거나 천기를 읽는 신선이라던가 아무튼 뭐 좀 있어 보이는 설정이면 죄다 붙은 상태였다. 누구는 미래에서 온 회귀자라고 하고 누구는 전생에 검신이었다고 하고 누구는 만박자가 빙의했다고 하는데 제발 좀 누가 설정집 좀 정리해서 배포좀 해줘. 니들끼리만 알지 말고 개자식들아!

       

       낭인들이 미쳐 날뛰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여일예가 낭인객잔을 박차고 나선 이후 온 사천을 다 박살내버리며 초절정고수로서의 위용을 뿜내고 있었기 때문. 

         

       절정고수를 평범하다 해야 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아무튼 평범한 절정고수였던 여일예가 하루가 멀다하고 절정, 초절정 고수들을 연달아 박살내는데 그 활약상을 접할 때마다 나를 보는 낭인들의 얼굴에는 ‘저 새끼 깨달음 주머니네’라는 확신이 깃들었다.  혹시라도 뭐 주워 먹을 게 있을까 싶어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낭인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콧구멍을 후벼도 ‘허어..!’ 젓가락만 들어도 ‘과연..!’ 이지랄을 하는데 미쳐버릴 지경이다. 

         

       무엇보다도 어제 밤에 일어난 일이 문제였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불면중에 시달리며 밤새 침상에서 뒤척이던 중 뭔가 감이 이상해서 침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숨어 있던 놈과 눈이 딱 마주쳤다. 혹시 잠결에 뭔가 무리를 흘리지 않을까 싶어서 잠복해 있었다는데 진짜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던 것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싶더라.

         

       그렇게 잠을 설치고 일어나서 심란한 심경으로 꾸역꾸역 아침식사를 넘기고 있는데 이 자식들도 어디서 뭔 소문을 주워 듣고 왔는지 이러고 있네.

         

       “하아, 그래 자네들이랑 같이 한 의뢰가 몇 개인데…내 한수 가르쳐 주지. 일어나게.”

         

       두 사람이 기대에 찬 눈으로 벌떡 일어났다.

         

       “뒤로 돌아.”

         

       “뒤…?”

         

       여진상이 뭔가 미심쩍었는지 말끝을 흐렸지만 도박기술을 대성한 이몸 호천안. 멍청한 일류 무사 두 놈들이 내 지옥풍둔아가리술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박스킬까지 발동해가며 근엄한 분위기를 잡고 목소리를 쫙 깔았다.

         

       “어허, 어디 깨달음을 얻으려면 우선 자격부터 갖추어야 하는 법. 내가 정신을 맑게 하는 체조를 가르쳐 주지. 우선 양 손을 번쩍 들어올리게.”

         

       “아, 알았네.”

         

       “그 상대로 쭈우우욱…그래 허리 아래까지.”

         

       두 놈이 온몸으로 기역자를 표방하고 있을 때 엉덩이를 걷어찼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엉덩이를 걷어차인 두 놈은 엉덩이를 감싸며 바닥을 뒹굴었다.

         

       “깨달음은 지랄. 진짜 니들은 이러면 안돼.”

         

       “이런 똥물에 튀겨 죽일 자식이! 야! 당장 빌린 은자 갚아!”

         

       “동기한테 이렇게 쩨쩨하게 굴면 천벌 받는거 모르나?!”

       

       “푸헤헤헤!”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이라고 했던가. 동기 두놈이 바닥을 뒹굴며 기쁨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기뻐지기 시작했다. 그래. 머리 좀 나쁘고 귀가 좀 얇으면 어때. 동기랑은 함께 해야지 암.

         

       쿠당탕.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가 나길래 그쪽을 바라 보았더니 낭인 몇 명이 짝을 지어 기억자 자세를 취한 뒤 엉덩이를 걷어차고 있었다.

         

       설마…따라한건가.

         

       진심으로?

         

       걷어 차인 놈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일어나 걷어 찬 놈이 기억자 자세를 취하길 기다려 걷어 차 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할말을 잃고 망연히 바라보고 있자니 연신 걷어차이거나 걷어차는 낭인들은 시선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치고는 뻘쭘한 표정을 짓더니 슬그머니 사라졌다.

       

       나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동기들의 지랄을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이건 진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 ***

         

       무림에서 정보단체라 하면 개방과 하오문을 떠올린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정보단체라는 것은 스스로 지킬 수단이 있기에 가능한 것. 그러나 조직의 역량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개방과 하오문이 무공과 머릿수로 자신을 지키며 몸을 드러낸다는 것은 정보라는 하나의 화두에 완전히 특화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보 하나에만 몰두해도 천하제일이라 불리우기 어려운 판이거들 어딜 잡종들 따위가 천하제일의 정보단체임을 표방하는지…우스운 일이었다.

         

       쏟아지는 달빛을 등불 삼아 면사를 쓴 여인은 보고서를 읽었다.

         

       여일예의 행보는 지금 이 사천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후예십시라고는 하나 사실 그 후예십시에 속해 있다는 것 자체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문파의 이름값에 기대야 하는 풋내기들. 본인의 오롯한 이름값이 부족한 바 결국 그 부족한 부분을 문파의 힘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런 여일예가 단번에 초절정에 올라 진정 강호의 신성이 되었다. 젋은 나이지만 이미 후기지수를 넘어서 여엿한 고수로 인정받던 신성 혁기린마저 꺾은 여일예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엄한 낭인을 괴롭히는 것은 그만 두기로 한 것일까.

         

       “사천에 피바람이 불겠군요.”

         

       여일예는 일가가 모두 불탄 뒤 지인의 손에 거두어진 뒤 점창파의 품으로 들어간다.

         

       구파일방의 문턱을 두들겨 본 자들이 있다면 이 대목에서 절로 고개를 갸웃거렸을 터였다.

         

       구파일방에 입문하는 것이 어디 보통 일인가. 그런데 그냥 멸문한 산장의 아이가 고작 [지인]의 손에 이끌려 구파일방에 들어갔다?

         

       여가 산장은 그 정도의 영향력을 지녔던 부유한 산장이었다.

         

       그런 부유한 산장에 ‘우연히’ 기회를 잡아 ‘낭인’으로 고용되어 ‘우발적’으로 산장의 식솔과 ‘무사를 모두 죽이고’ 불을 놓은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들은 그 막대한 자산을 들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렇게 치밀한 범행을 저지른 자들이 그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 그냥 가만히 있었을까. 그 돈으로 어디 한 자리씩 해 먹었다는 것이 합당한 추론일 것이다.

         

       여인의 머릿속에 몇몇 이들이 떠올랐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들만 엮여 있다고 하더라도 사천에는 진한 피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그러나 흔해빠진 복수극은 여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여인의 흥미를 끄는 것은 여일예가 아니라…어느 낭인.

         

       기본적으로 사천낭인들은 흑립을 쓰고 얼굴을 가리며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의뢰를 해결한다. 그러나 어디 사람이 살면서 본인의 흔적을 완전히 지운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그 한 사람의 행적을 완벽하게 지우기 위해 여러 사람이 도와준다면 모를까 사람답게 살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정 천하제일을 자칭할 수 있을 법한 정보단체에 속해있는 여인이 낭인의 신상정보를 뽑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호천안.”

         

       상제께서는 인간을 이롭게 하고 가능성을 개화시키기 위해 호랑이, 용, 곰의 형태를 한 영수 셋을 만들어 지상으로 보냈다. 그러나 인간을 돌보라 명했던 영수 셋이 게으름을 부리고 인간을 등한시 하자 격노했다. 이미 교만한 성정이 골수에 미쳐 되돌릴 수 없다 생각한 상제는 그 영수들의 눈을 뽑아 벌을 주고 그 눈으로 보패를 만들어 인간에게 건넸다.

         

       인간의 기술, 익힌 무공을 꿰어 보는 용천안.

         

       인간의 몸, 신체의 한계를 간파하는 웅천안.

         

       그리고 인간의 영혼, 그에 새겨진 깨달음을 보는 호천안.

         

       여인은 호천안이라는 비보가 진짜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호천안’이라는 이름의 낭인이 절정이었던 여일예를 단번에 초절정으로 끌어 올릴 무학의 이치를 제공했다는 것은 너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궁금하다.’

         

       과연 호천안이라는 자는 진정 호천안이라는 비보를 지니고 있는 자인가. 아니면 그런 비보와 같은 능력을 지녔는가? 아니며 정말 우연에 우연이 걸쳐 만들어진 하늘의 장난일 뿐인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정보를 다루는 자로서 이 진위를 가리고 싶다는 충동은 절세미녀를 눈 앞에 둔 사내의 심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타는 듯한 갈증에 입술을 핥았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던가.

         

       그녀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기꺼이 고양이가 되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편 드렸’읍’니다.

    무협에서 빠질수없는 신비면사녀 등장.

    아무도 관심없는 [무림천하]설정 주저리 주저리

    [무림천하]는 기본적으로 90년대 2010년대 초기에 유행하던 옛날무협의 집대성 같은 게임입니다.

    무림천하가 참고한 무협이란

    구파일방에 천마신교 혈고 포달립궁 북해빙궁 태양신궁 이런 문파들이 밥 먹듯이 나왔으며

    절벽에서 무밧줄 번지를 하면 기연에 도달하기로 세계관 합의가 되어 있으며

    판타지 아티팩트 뺨치는 기진이보들이 넘쳐나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양합일이 꼭 필요한 상태의 절세미인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주인공들 영양간식으로는 공청석유 만년화리 인형설삼 천년하수오 등이 인기이고

    이런 영약간식들은 동굴과 비경에서 천년묵은 이무기나 안면지주와 같이 귀엽고 짱센 영물들의 반려생물로 살아가고 있는 세계관입니다.

    물논 호천안은 주인공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미약을 드링킹하고 심신미약에 빠져 헤으응하는 절세미인과의 만남은 없습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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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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