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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일단 아이들도 보고 있으니까 저 포대 좀 다시 씌우겠습니다.”

         

        어른들의 뒤에서 몰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 강아현이 포대를 주워 이 설의 얼굴에 씌웠다.

         

        다시 사라지는 망가진 얼굴.

         

        그 상황에서, 아직도 이목은 집중된 상태였다.

         

        “우선, 이 설의 얼굴은 이 상태로 놔두겠습니다.”

         

        모두가 침묵한다.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모두가 생각하고 계실 거에요. 이 설은 죽어 마땅한 존재라는 걸요. 그쵸?”

         

        “…”

         

        “하지만, 이것 역시 모두가 동의할 거에요. 이 설은 쉽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걸.”

         

        “…”

         

        침묵이 이어졌지만, 그 군중 사이에서 몇몇이 미약하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벌. 받아야죠. 겨우 24년을 살다 나왔다고 하잖아요. 요즘 감옥은 학교보다 밥 잘 나온다는데, 편하게 살다가 나왔잖아요. 그쵸? 방금도 범죄 저지르려고 했다잖아요.”

         

        “마, 맞아요!”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의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저는 이 설에게 스트레스 해소 인형 역할을 부여하고 싶어요.”

         

        “…?”

         

        군중이 의문을 표했지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하루에 횟수를 정해서 원하는 분이 이 설을 스트레스 해소용 인형으로 사용하자는 거에요..”

         

        “그 뜻은…”

         

        “맞아요. 실컷 때리자는 거에요.”

         

        “…”

         

        군중이.

         

        다시 침묵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아현은 말을 계속해서 이었다.

         

        “이 설은 끔찍한 범죄자에요. 그러니까 이건 벌주는 거라고 다들 생각하자고요. 마침 저기 뒤에 따로 공간이 있네요. 저기에 이 설을 묶어두고 원하시는 분마다 패는 거죠.”

         

        군중이 그녀가 가리킨 공간을 바라봤다.

         

        옆쪽, 회색벽의 틈 사이로 공간이 보였다.

         

        저 공간은 디귿자 형태로 꺾여 끝이 막혀있는 길이었다.

         

        누군가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패기 정말 적절한 공간이었다.

         

        “이 설 씨도 앞으로 여기서 지낼 건데, 일은 해야죠. 그게 바로 스트레스 해소용 인형! 이렇게 하면 다른 분들의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거고 이 설 씨도 역할이 부여됐고, 벌도 줄 수 있고 일석삼조네요!”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모두가 어느정도 동의를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어디에나 반대 의견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 그래도 그건 너무한 처우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이세린.

         

        가장 먼저 신서아를 챙겼던 그녀가 반대 의견을 표했다.

         

        ‘저 멍청이가…!’

         

        그 모습을 보며 박지원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

         

        예전부터, 이세린은 마음씨가 약했다.

         

        누군가를 보며 쉬이 동정을 떨쳐내지 못하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옆에서, 10년이 넘게 친구로써 바라보던 박지원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은 굉장히 그녀에게 독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그, 그래도 저희는 사람인데… 어떻게 같은 사람을… 저는 이건 아닌 거 같아요…”

         

        “흐음… 그러니까 이 설을 때리자는 게 마음에 안 드시는 거에요?”

         

        “사람이잖아요… 분명 다른 이성적인 방법이 있을 거에요… 다들 감성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래도 누군가를 때리는 건데 그게 쉽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세린 씨가 마음이 약하신 건 알겠어요. 아니, 모두가 알고 있죠. 세린 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다친 사람들을 가장 먼저 걱정하고 보살펴 주신 것도 세린 씨고 탐사에 가장 먼저 자원한 것도 세린 씨니까요.”

         

        “그, 그렇긴 한데…”

         

        “근데 세린 씨.”

         

        “네?”

         

        “세린 씨는 저게 인간으로 보여요?”

         

        “아.”

         

        한마디.

         

        강아현의 그 한마디에 이세린은 숨이 턱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의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 끔찍한 범죄자는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걸.

         

        그럼에도 그녀가 반대표를 내던진 건 단 하나 뿐이었다.

         

        그녀 스스로가 양심의 가책을 느꼈으니까.

         

        [상태창]

         

        [이름: 이세린]

         

        [레벨: 4]

         

        [성별: 여]

         

        [성좌: 없음]

         

        [칭호: 튜토리얼의 천사]

         

        [특징: 소심, 선의, 죄책감, 동정, 자기위로]

         

        [특성: 회복]

         

        [근력(중하): 5.6]

         

        [민첩(하): 2.8]

         

        [마력(극상): 14]

         

        [지력(상): 11.2]

         

        [정신력(중하): 5.6]

         

        [총평: 마법의 축복을 타고난 존재입니다! 다만 그에 비해 전체적인 능력치는 비교적 낮습니다!]

       

            

        이시현 역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염탐으로 볼 수 있는 그녀의 상태창.

         

        그리고 특징.

         

        자기 위로.

         

        그녀는 스스로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반대표를 던진 것이었다.

         

        “그, 그래도… 한 번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세린 씨. 이미 저건 돌이킬 수 없는 짐승이에요. 저희는 말을 안 듣는 짐승을 교육하는 것 뿐이에요.”

         

        “아…”

         

        “그래도 뭐. 반대하신다면 한 번 민주적으로 가볼까요. 지금 여기서 이 설에 대하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손 들어주세요.”

         

        갑작스럽게 진행된 공개 투표.

         

        전혀 민주적이지 못했지만, 강아현의 말에 토를 다는 이는 없었다.

         

        그 상황에서, 이세린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눈은 다급하게 박지원을 바라본 채 말이다.

         

        ‘제기랄… 나는 왜 보는 건데…’

         

        친구.

         

        10년이 넘게 함께 지내온 친구였지만, 이번 만큼은 이세린을 도와줄 수 없었다.

         

        너무나도 강아현의 말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마음에 든다 손 들어주세요.”

         

        스스스스스스슥.

         

        이 자리에 있던, 거의 대부분의 인원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안 되는데…”

         

        이세린은 홀로 손을 내린 채 머리를 떨구며 그리 중얼거리고 있었다.

         

        약간은 울먹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정해진 것 같네요. 지금부터 이 설 씨는 인형이에요. 스트레스 해소용 인형이요. 원하시는 분은 지금부터 때리셔도 돼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동의는 했다고는 했지만, 가만히 묶여 그저 무력하게만 있는 생명체를 누가 쉽사리 때릴 수 있을까.

         

        모두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그럼 저부터 시범을 보여야겠네요.”

         

        퍼억-!

         

        “케흑…!!”

         

        강아현이 갑자기 이 설에게 뒷차기를 시전했다.

         

        순간 숨을 쉬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리는 이 설.

         

        퍽!

         

        퍽!

         

        퍽!

         

        무자비한 폭력이 이어졌다.

         

        퍽!

         

        말리는 이는 없었다.

         

        퍽!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의 눈과 귀를 가릴 뿐, 나서서 말리는 이 하나 없었다.

         

        퍽!

         

        모두에게 이 설은 그런 존재였다.

         

        퍽!

         

        필시 벌을 받고 망가져야 하는 존재.

         

        퍽!

         

        그래서 모두가 가만히 있던 것이고 그래서 몇몇이 앞으로 나간 것이다.

         

        “이제 때리실 마음 드셨나요?”

         

        “네. 일단 저도 스트레스 쌓인 게 많았는데 한 번 풀고 싶네요.”

         

        시작은 한 남성이었다.

         

        ***

         

        아.

         

        나.

         

        뭐.

         

        하고.

         

        있었더라.

         

        자꾸.

         

        까먹게 되네.

         

        많이 아픈 것 같았는데.

         

        맞은 건가?

         

        얼마나 맞았지?

         

        잘 모르겠다.

         

        “케흑! 쿠흑! 허억…! 허억…!”

         

        얼굴에 포대가 씌워져 답답했다.

         

        절로 피가 섞인 침이 흘러나왔는데 그게 포대 안에서만 고이며 피비린내를 풍겼다.

         

        이빨이 얼얼하고 얼굴과 전신이 너무나도 아팠다.

         

        “하. 하하…”

         

        아마도 쉴 새 없이 맞은 것 같았다.

         

        귀가 멍하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바깥의 상황을 듣지 못한 건 아니었다.

         

        나는 모두가 때리는 모두 까기 인형이 된 것이다.

         

        히히.

         

        모두 까기 인형이래.

         

        히히.

         

        “케흑…! 흐으… 하으…”

         

        뭔가.

         

        여기로 오면 안 됐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

         

        사실 잘 모르겠다.

         

        괴물한테 끔찍하게 죽어도 이게 나은 건가?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잖아.

         

        그러니까 이게 나은 건가?

         

        음.

         

        잘 모르겠다.

         

        이미 한 번 죽어서 왔는데, 이렇게 멀쩡해져서, 젊어져서 나왔다.

         

        비록 너무 아프지만.

         

        너무 아프지만.

         

        너무 아프지만.

         

        너무 아프지만.

         

        너무.

         

        아프지만.

         

        “끄윽…”

         

        아팠다.

         

        그냥 아팠다.

         

        아프지만이 어딨어.

         

        너무 아픈데.

         

        “끄으흑…”

         

        또 맞을까봐 소리내지를 못하겠다.

         

        모르겠다.

         

        감옥에 억울하게 들어가서 쳐맞을 때도.

         

        그곳에서 고문에 가까운 괴롭힘을 받았을 때도.

         

        가족에게 버림 받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눈물이 나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진짜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억울해서?

         

        서러워서?

         

        한 번 죽어서 편해질 줄 알았는데 다시 고통만 반복돼서?

         

        잘 모르겠다.

         

        그냥.

         

        그냥 잘 모르겠다.

         

        하하.

         

        나 어떻게 하지.

         

        울면 안 되는데.

         

        억울해 하면 안 되는데.

         

        아민이가.

         

        잔인하게 죽은 아민이가.

         

        그 아이의 가족이.

         

        슬퍼할 텐데.

         

        하하.

         

        하하.

         

        하하.

         

        잘.

         

        모르겠다.

         

        ***

         

        “땡땡땡!! 아침이 밝았어요! 다들 일어나야… 엥? 여기는 다들 일어나 있네요?”

         

        이 미궁은, 특이하게도 밤이 있었다.

         

        미궁의 하늘 정중앙에는 거대한 광원이 있었는데, 그 광원이 꺼지면 밤이라는 소리였다.

         

        이곳 사람들은 어제, 이 설을 쉴 새 없이 팼고, 스트레스를 풀어서 그런지 푹 자고 일어났다.

         

        다들 이 시간에 일어나 활동하고 있는 것 역시, 강아현의 계획 덕분.

         

        다시 한 번 그녀의 유능함을 알 수 있었다.

         

        “에에에… 여기는 몇 명이 살아남은 거에요? 어디 보자… 와아! 69명! 아니, 저 안쪽에 계신 분까지 합하면 70명일까요? 하핫! 아무튼 최대 인원이네요!”

         

        털뭉치가 산뜻하게 이야기 했다.

         

        시작부터 세 명의 머리를 순식간에 퍼버벅 터뜨린 장본인이었기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긴장을 하며 조용히 그 털뭉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일단 다들 이틀 차가 밝았는데 공지부터 하나 할게요! 앞으로 하루에 한 번씩 몬스터 웨이브가 29일 동안 진행될 거에요! 여러분은 그걸 전부 다 버티고 살아남으시면 그걸로 튜토리얼 종료! 참 쉽죠?”

         

        “…”

         

        “아 참고로! 몬스터 웨이브는 처음 몬스터들 나왔던 곳에서 발생하니까 걱정은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그리고 하나 더! 미로 중간중간마다 새로운 보상이나 이런 것들을 준비해 놨으니까 한번 다들 잘 해보세요! 그럼 안뇽!”

         

        뿅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털뭉치.

         

        다들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아 맞다! 마지막으로 특수한 방법을 통해서 튜토리얼을 사전에 종료하는 법도 있으니까 참고하세용!”

         

        그 털뭉치가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카운트 다운.

         

        [두 번째 몬스터 웨이브까지 2분 59초.]

         

        쿵!

         

        쿵!

         

        쿵!

         

        멀리서 들려오는 거대한 충격음에 완전한 긴장이 다시금 찾아오고, 그 누구도 이번에는 쉬이 긴장을 놓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그들의 의식에는 무언가 떠올랐다.

         

        [‘균형을 사랑하는 신’이 인사합니다!]

         

        [‘방향을 가리키는 악마’가 이곳을 살펴봅니다!]

         

        [‘천 명의 용사를 죽인 용’이 생존 인원수에 감탄합니다!]

         

        [‘가장 어리고 순수한 신’이 당신에게 관심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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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나를 523번 죽인 회귀자가 후회한다
Status: Ongoing Author:
After being falsely accused of being a sex crime murderer and serving time, I was summoned to another world. There, I awakened the ability to read minds and found out there was a regressor. But that regressor was regretting something about me. Why is he acting this way towards me? I don't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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