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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드르륵 드르륵.

       

        이수아는 턱을 괸 채로 마우스 휠을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전에 있었던 거대한 사건 때문에 살짝 정신줄을 놓은 것 같았다.

       

        ‘정말로 큰일 날 뻔 했어.’

        ‘내가 뭔가라도 나섰어야 했는데…’

       

        자신이 S급 헌터이기는 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아예 스킬이 없었으니까.

       

        ‘도대체 그 던전에 왜 메두사가…?’

        ‘분명 사전 조사 철저히 했을 텐데…’

       

        블루 길드는 철저히 기업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던전공략을 하기 전에는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지.’

        ‘A팀은 완전히 몰살되고…나도…’

        ‘S급이고 나발이고 완전히 이 세상에서 지워질 뻔했어.’

        ‘백지훈 헌터가 없었더라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는 머리가 좀 아픈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이 놈의 상태이상… 어떻게 좀 했으면 좋겠네.’

       

        꽤 오랫동안 이수아를 괴롭혀온 증상이었다.

        본격적으로 아파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수아는 던전에서 쌩쌩 날아다녔으니까.

        모두의 선망을 받으면서.

       

        ‘하… 제길… 이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잖아.’

       

        이수아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S급들은 줄줄히 상태 이상에 걸린 상태였다.

        모두들 더이상 헌터 활동을 진행하기는 힘들다고 여겨질 정도로.

       

        ‘도대체 얘는 어떻게 이렇게 쌩쌩한 거야?’

       

        살짝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 속 화면에는 기자회견을 하는 채수현의 모습이 있었다.

        아주 생글생글한 모습으로.

       

        “꽤 오랜 시간동안 이수아 헌터가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었는데요. 오늘로서 1위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한 말씀 해주시죠.”

        “음. 일단 이수아 헌터님께는 지금까지 수고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앞으로는 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 1위로서 국내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기자의 말에 아주 기분이 좋다는 듯한 대답을 하는 모습이었다.

       

        콰직.

       

        손에 잡고 있던 마우스를 아주 가볍게 부서트렸다.

        그녀는 아주 심기가 불편한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도 없군.’

        ‘내가…2위로 밀려나게 되다니…’

        ‘하…이 고통들만 없었어도…’

       

        그러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블랙리스트.

       

        ‘흠. 채수현이 백지훈 헌터를 블랙리스트에 넣었다지.’

       

        보통 블랙리스트에 올리기 위해서는 일종의 심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S급 헌터가 요청한 건에 대해서는 일단 선 등재가 되는 상황이었다.

       

        ‘무슨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거지?’

        ‘이렇게 급하게?’

       

        그녀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성추행… 성폭행 시도… 스토킹…’

       

        하나씩 글씨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음…? 이런 사람이었어?’

       

        살짝 인지부조화가 오는 느낌이었다.

        분명 낮에 던전에서 봤을 때는 이런 사람이라고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역시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하면 안되는 것인가…’

       

        살짝 혼란이 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흐음.. 그리고…’

       

        그녀는 블랙리스트 종이에 손가락을 하나씩 내려가며 계속해서 읽는 중이었다.

       

        ‘길드 가입 요청시 수락 자제 요망…’

        ‘보통 이런 건 따로 적지 않는 편인데…’

        ‘왜…?’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의 경우와는 꽤 많이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음… 우리 길드에 가입은…’

        ‘형석 군의 보증으로 특별채용 된 거구나.’

       

        재빠르게 어떠한 경로로 길드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는 이형석을 떠올렸다.

        아주 헌터에 미친 빠돌이.

        그것이 딱 그에 대한 이미지었다.

        그리고 길드에 대한 헌신.

       

        ‘쓰읍…’

        ‘형석 군이 보증할 정도라면 분명 이상한 사람은 아닐 것 같은데…’

        ‘우리가 막 그렇게 허술한 길드도 아니고 말이야.’

        ‘이상해. 이상해… 좀 더 알아보는 것이 좋겠어.’

        ‘뭔가 사람 하나를 묻으려는 것 같은 느낌이잖아?’

        ‘왜 이렇게 공격적인 느낌이 들지…?’

       

        이수아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백지훈은 자신의 팀에 들어왔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정확히 파악을 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이. 이 시발년이.’

       

        나는 눈을 콱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블랙리스트에 적힌 글귀를 보고는 거의 종이가 구겨져서 찢어질 정도로 세게 움켜쥔 상태였다.

       

        ‘뭐? 성추행? 성폭행? 스토킹을 해?’

        ‘아니. 채수현 진짜 내가 생각한 거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썅년이었네?’

        ‘와. 시발 그 오랜 기간을 어떻게 티 안내고 참았냐.’

       

        길드 사무실 내였기때문에 나는 겉으로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중이었다.

        종이를 구기고는 부들거리는 수 밖에.

       

        채수현, 그녀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좆같은 짓을 나에게 해대고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나를 직접 만나지 않고 괴롭히는 방법에는 도가 튼 것 같았다.

       

        ‘하… 이거 인사팀도 다 알고 있을 거 아냐.’

       

        나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리고는 형석이한테 꽤 미안하면서 동시에 고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혀 내색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나와 채수현의 관계를 오랫동안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그저 웃긴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는 가볍게 웃어넘겼을 지도 모른다.

       

        웃기게도 이러면 이럴 수록 나는 더 열이 받고, 약오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채수현은 나를 깔끔히 단념시키고자 이런 짓을 벌였을 것이다.

       

        뻔하다.

        재벌남인 이진혁과의 새 출발을 위해서 나를 완전히 잘라내려는 것이겠지.

        선을 긋고 깔끔하고 깨끗한 척을 하는 것, 그것이 채수현의 목적일 것이다.

       

        허나 나는 참을 수가 없다.

        이렇게 쳐맞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평소였으면 그랬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의 일은 그저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내 인생 전체가 좆될뻔한 일이니까.

       

        ‘하… 진짜 어이가 없네? 뭐 강간범으로라도 고소를 하려는 거야 뭐야?’

       

        이제는 이 다음 공격이 뭔지도 궁금해지는 터였다.

        지금까지 흐름으로 보아 채수현은 단순히 여기에서 끝낼 것 같지 않았으니까.

        완전히 나를 밑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자신에게 비비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 같았으니까.

       

        ‘세탁’ 

       

        내 머리 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단어였다.

       

        분명 자신의 인생을 세탁하는 중이었으니까.

        나에게 그 수많은 포인트를 받아먹고는 도망가버렸다.

        그리고는 이런 추잡한 짓을 했으니까.

       

        ‘캬…이젠 화나다 못해 감탄이 나올 지경이네.’

       

        콧방귀가 절로나오는 중이었다.

        그리고는 나는 한쪽 입술 꼬리가 절로 올라가며 웃음을 짓게 되었다.

       

        일부러 했다기 보단 저절로 그렇게된 것이다.

       

        ‘야. 채수현. 너 좆됐어. 너 이제 슬슬 포인트 빠질 거라고. 그리고 너가 뭔 지랄을 하든 나는 끝내 올라갈 거다. 그리고 네 년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쳐박아 버리겠어.’

       

        내 계산이 맞다면 내 포인트가 모두 회수가 되고나면 채수현은 C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렇게 퇴보를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국가 시스템상 어떻게 처리가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끌어내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이용해볼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어떻게 되나 두고보자.’

        ‘나는 이제 잘 살거니까.’

       

        아직은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블루 길드에 잘 들어왔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었다.

        이제 안착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형석이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진실을 알고 있는 형석이를 믿고 열심히 길드 활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차곡차곡 밟아 올라가겠다.’

       

        ***

       

        “꺄아아아아아. 너무 행복해.”

       

        거대한 저택에 들어서며 채수현이 소리쳤다.

        그녀는 번쩍 만세를 하고는 완전히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늘의 숨가쁜 스케줄을 완전히 모두 처리하고는 집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야. 채수현. 그 동안 수고 했어. 힘들었지? 어휴. 괜찮아~ 이제 인생을 즐기는 거야.”

        “물론 아직 갈길이 좀 남기는 했지만.”

       

        그녀는 이진혁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하. 어떻게 해서든 구워삶기만 하면…”

        “어케든 임신만 하면 다 끝나는 건데.”

        “뭐 괜찮아. 이제 시작이니까 기회는 많다고!”

       

        그녀는 스스로를 아주 토닥이고 있었다.

       

        “흠. 뭐 지훈 오빠는 좀 미안하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란 년이 좀 욕심이 많아서 말이야.”

        “그 동안 고마웠어. 하지만 오빠는 재벌남이 아니잖아?”

       

        그래도 살짝 양심은 찔리는지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뭐. 알아서 잘 살겠지.”

        “이쯤하면 알아서 나한테 다시 덤비지는 않겠지?”

       

        그녀는 물그러미 블랙리스트 신청 서류를 바라보았다.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성격은 아니니까.’

        ‘뭐 좀 화는 내겠다만 적어도 나를 귀찮게 할 생각은 없을 거야.’

        ‘이 정도 경고면 괜히 나랑 사귀었었다든지, 나랑 밤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든지 그런 괜한 소리를 떠들고 다니지는 않겠지.’

       

        채수현은 깨끗한 이미지를 원했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이진혁을 잡아먹어서는 재벌가에 편입될 생각이었다.

       

        ‘괜히 내 이미지에 오점을 남기고는 싶지 않단 말이지.’

        ‘E급 헌터랑 사귀는 건 좀 그렇잖아…?’

        ‘나는 이제 S급 헌터 1위라고.’

        ‘오늘부터 완전히 새 출발이야. 채수현. 아자아자 힘내.’

       

        그녀는 자축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상태창을 이리저리 돌아보는 중이었다.

        기어코 S급 1위를 달성한 것에 대해 아주 뿌듯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오늘은 아주 상쾌한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겠어. 혹시라도 중간에 일이 틀어질 까봐 꽤 조마조마했었는데 말이야.’

       

        상태창을 가볍게 끄고는 침대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주 기쁜 마음에 상태창 구석에 떠 있던 작은 글씨를 미처 읽지 못한 상태였다.

       

        [ 채수현 헌터에게 사용되었던 백지훈 헌터의 포인트가 모두 회수될 예정입니다. ]

        [ 예상 기한 100일 ]

        [ 진행율 1%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00일이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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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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