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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객잔은 언제나 그랬듯이 시끄러웠다.

         

        백운은 객잔 내부를 한 번 살피더니, 한 사내가 앉아 있는 탁상으로 미끄러지듯 걸어갔다.

         

        “남궁 형. 할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신 없이 음식을 먹고 있던 남궁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자네도 조금 들지?”

         

        기름과 계란, 그리고 우유를 이용해서 만든 하얀 면 요리는 백운에게 너무나 낯선 음식이었다.

         

        “됐소. 젓가락은 또 어디에 두고 이상한 식기를 사용하는 거요?”

        “이 음식을 먹을 땐 이걸 써줘야 한다고.”

         

        남궁연은 끝이 세 갈래로 나눠진 기묘한 모양의 식기로 면을 휘감았다.

         

        백운은 저 기묘한 식기와 니글거리는 저 음식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울화통이 치미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저게 왜 그렇게 싫은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는 꾹 참고 말을 이어갔다.

         

        “정보는 알아냈소?”

        “그래. 이 남궁연이 정보도 없이 자네를 부른 적이 있던가?”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남궁연이라는 자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특정 분야의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은 개방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고 일컬어지는 인물이었다.

         

        “십만대산이라고 들어는 봤겠지?”

         

        십만대산. 무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장소였다.

         

        특히 종남에 몸을 담그고 있는 백운이라면 더더욱.

         

        “당연히 들었고말고. 마교도들의 근거지 아니오?”

        “예끼. 마교라니, 천마신교라고 해야지.”

         

        백운은 얼굴을 찌푸렸다.

         

        남궁의 사람이 마교를 천마신교라고 부르다니.

         

        꽉 막힌 종남의 가르침을 받은 백운으로서는 그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천마신교는 무슨. 남궁의 성을 달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해도 되는 것이오?”

        “으흐흐. 이미 눈 밖에 났는데, 뭔들 못할까.”

         

        남궁연은 탁주 한 사발을 들이켰다.

         

        “크으. 술맛도 좋구나.”

        “됐고,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보시오.”

        “하던 이야기. 그래. 자네가 부탁한 정보가 영물에 대한 것이었지?”

         

        영험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동물, 혹은 식물.

         

        그들의 힘을 취한다면 수련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경지를 이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인들은 영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것들을 상상 속의 존재라고 치부했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존재했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듯이 등장한 까닭에, 무인들은 어떻게든 영물을 확보하려고 눈에 심지를 켜고 있었다.

         

        소림의 땡중들도 영물을 잡기 위해 이곳저곳 싸돌아다닌다고 하니, 다른 무인들은 오죽하겠나.

         

        백운도 그런 영물을 찾고 있었다.

         

        수련만으로는 다음 경지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걸 느끼고 있던 그였다.

         

        “그렇소.”

        “십만대산에 영물이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네.”

         

        쯧.

         

        백운은 혀를 찼다.

         

        의미가 없는 정보였다.

         

        십만대산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장소였으니까.

         

        거리도 거리지만, 그곳에 어떤 집단이 있는지 생각하면 갈 엄두도 못할 장소였다.

         

        “고작 영물 하나 때문에 마교놈들의 근거지로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고작 하나가 아닐세.”

        “그러면 더 있단 말이오?”

         

        남궁연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오른손을 쫙 펼쳤다.

         

        “다섯? 그걸로는 어림도 없소.”

         

        남궁연은 고개를 가로질렀다.

         

        “설마 오십 마리나 있다는 거요? 씁,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오, 오백?”

         

        백운이 입에 담은 건 터무니 없는 숫자였다.

         

        “다섯 자리.”

         

        남궁연이 한 말은 더 터무니없었다.

         

        “최소 다섯 자리는 되는 수의 영물이 있다네.”

         

        백운은 말없이 탁상에 있는 탁주를 들이켰다.

         

        “소흥주만 마시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구려.”

         

        남궁연은 입가에 묻은 탁주를 쓱 닦아내는 백운을 보고 낄낄거렸다.

         

        “남궁 형. 나는 농을 하려고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오.”

        “조금 실망인데, 아직도 이 남궁연을 모르나.”

         

        남궁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십만대산은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한 천혜의 땅일세. 그렇기에 영물들이 그곳에 몰려 있는 거지. 인간과 영물은 상극이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마교도 놈들이 영물을 전부 취하면 중원의 균형이 무너지는 게 아니오?”

        “그들이 그런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한데, 백운. 나는 분명 십만대산엔 그 누구도 침범하지 않았다고 했네.”

        “그 말은….”

        “그래. 천마신교의 교도들도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네.”

         

        백운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마교도들이 대체 왜 그런단 말이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예언이 하나 있다고 들었네.”

        “예언?”

        “십만대산에서 천마가 탄생한다고.”

         

        천마.

         

        천마신교가 숭배하는 가상의 신이었다.

         

        “고작 그런 예언 때문에 그 많은 영물을 가만히 둔다는 거요?”

        “그곳은 그런 집단이니까.”

        “아니, 난 이해가 안 되오.”

         

        쾅.

         

        백운은 탁상을 가볍게 내리쳤다.

         

        “만년화리가 아무리 내공을 많이 쌓아 봤자 잉어일 뿐이오. 금와도 마찬가지고.”

         

        잉어가 내공을 쌓아 내단을 만들게 되면 만년화리라고 불리게 된다. 강한 독을 지닌 두꺼비가 내단을 지니게 되면 금와라고 불리게 된다.

         

        하지만 영물이라는 이름과 달리, 그들 자체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남궁연은 백운의 말을 받았다.

         

        “그들은 그렇게 약한데, 내단에 담긴 내공은 왜 이리 강대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영물이 품고 있는 내단은 그야말로 지고의 보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하나를 얻는 것만으로 기연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막혀 있던 경지를 뚫을 수 있게 해주는, 무를 숭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물건이었다.

         

        “잉어의 한계고 두꺼비의 한계라네. 강대한 내공이 있어도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저 잉어고 두꺼비일 뿐이지.”

        “내 말이 그 말이오. 그 영물의 힘을 취할 생각을 해야지. 어찌 방치하고 있단 말이오? 뭐, 그 영물이 마교도 놈들이 기다리는 신이라도 되는 거요?”

        “모를 일이지. 화산에도 그런 녀석이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까.”

        “화산이라면…. 용인이라고 불리는 그, 리자….”

        “더는 말하지 말게.”

         

        남궁연은 백운에게 주의를 줬다.

         

        저잣거리에는 소문이 있었다.

       

       주홍빛 비늘과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는 용인이 화산에 입문했다고. 모든 걸 불사를 큰대자 모양의 화염 덩어리를 자유자재로 쓰는 화산의 고수가 탄생하고 말았다고.

         

        그리고 그자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세계가 멸망한다고.

         

        “고작 저잣거리의 소문이 무서운 거요?”

        “나 같은 정보상은 저잣거리의 모든 걸 조심해야지. 저잣거리의 검도, 저잣거리의 권도.”

        “저잣권을 무서워하는 줄은 몰랐소.”

         

        남궁연은 말없이 탁주를 들이켰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가오. 고작해야 영물들을….”

        “아까 말했듯이, 영물들은 각자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약한 것이라네.”

         

        빈 탁주 사발을 툭툭 건드린 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환골탈태를 한다면?”

        “환골탈태!”

         

        뼈를 바꾸고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더 나은 경지를 이룩하기 위해 몸이 무공에 적합한 육체로 바뀌는 걸 말한다.

         

        “어찌 그들이 환골탈태를 한단 말이오!”

        “조건은 충분하네. 수십, 수백 년 동안 쌓은 중후한 내공. 그리고 그것과 맞지 않은 육체. 환골탈태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

         

        남궁연은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그 강대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영물이 한계를 깨부순다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지 않나?”

        “다섯 자리가 넘는 영물들이 서로의 힘을 취한다. 벽에 다다를 때마다 내단의 힘을 섭취해 새로운 육체로 거듭날 테고….”

         

        백운은 눈을 감고 상상했다.

         

        만 마리가 넘는 영물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서로가 서로의 내단 탐하는 그 모습을. 시체의 산 위에서 포효를 내지르는 녹색 거룡의 모습을.

         

        마치 그건, 고독과 같지 않던가.

         

        “마경이군.”

        “크흐흐. 나는 그게 정말 궁금하다네. 정말로 천마라고 일컬어지는 자가 나타나는지.”

        “…미쳤군.”

         

        백운은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영물의 위치만을 알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더 큰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남궁연이 말한 정보는 중원을 뒤흔들 엄청난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소?”

         

        객잔의 모든 이들이 남궁연의 말에 집중하고 있어 사방이 조용했다.

         

        “그 광활한 십만대산에 전부 진을 친 건 아닐세. 나만 알고 있는 길이 몇 가지 있지.”

         

        그는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고수였음에도 실력을 숨기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그들이 십만대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백운이라는 자를 제외한 사람들의 실력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내는 소문은 그 무엇보다 빠를 것이다.

         

        “자, 첫 번째 길은….”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을 비롯한 무림인들의 눈을 십만대산으로 돌리는 게 남궁연의 목적이었다.

         

         

        *

         

         

        자신도 모르게 환골탈태를 마친 도마뱀은 물 위에 가만히 떠 있었다.

         

        보법의 극의를 깨우치기라도 한 것일까,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아니, 나뭇잎으로 눈가를 가리고 있었다.

         

        톡.

         

        하늘을 날아다니던 잠자리와 몸이 부딪쳤음에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아의 상태에 빠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의 몸이 물 속으로 조금 가라앉았다.

         

        동시에 나뭇잎이 치워지며 그의 붉은 눈이 세상에 나타났다.

         

        촤악!

         

        물보라가 쳤다.

         

        용이 하늘을 날 듯, 그의 꼬리가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물고기를 보고 만족스러운 울음 소리를 내었다.

         

        “게겍!”

         

        무도 협도 잘 알지 못하는 이 작은 도마뱀은 당장의 식량을 얻은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물론 그 물고기가 자신의 생각보다 조금 더 큰 것과 이빨이 칼날처럼 날카롭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고 자기 꼬리를 잘근잘근 씹고 있다는 자그마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게엑?”

         

        초록색 도마뱀이 화들짝 놀랐다.

         

        그는 자신의 망상 속에 있던 매운탕과 회를 지우고 눈앞의 상대를 노려봤다.

         

        【블랙 피라냐LV8】

         

        __________________________

        【블랙 피라냐】

       

        최대 60cm까지 자라며 피라냐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악력은 웬만한 상어보다 높으며 그 공격성 역시 매우 강한 종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단을 벌써 세 개나 먹은 도마뱀이었지만, 아직은 물고기 하나와 생사결을 벌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우렁찬 포효를 지르며 피라냐를 향해 덤볐다.

         

        “게게겍!”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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