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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잠깐, 컷!”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에’의 촬영 감독을 맡은 고동빈이 NG 사인을 보냈다.

         

       현재 표정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고동빈 감독은 동종 업계에서 독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깐깐한 촬영 방식을 고사한다.

         

       현장의 분위기든 배우의 연기력이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한 NG를 외쳐버리는데 이게 시작되면 현장은 헬 게이트가 열리게 된다.

         

       고작 잠깐.

         

       기껏 길어봐야 1분의 장면을 위해 수백 번의 NG를 외치는데 이러면 하루의 대부분을 다 써야 한다.

         

       그러다가 진짜로 한 컷도 건지지 못하고 철수라도 한다면 제작비가 인건비 대비 무조건 마이너스를 찍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이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좋은 과정인 건 분명했다.

         

       자신만의 철칙으로 현장을 지배해온 고동빈이 지금까지 촬영 감독을 맡은 드라마는 대부분 성공 가도를 달리긴 했으니까.

         

       저런 고지식한 스타일로 업계에서 오래 일을 한다는 것은 항상 결과로 증명해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스튜디오엔믹스 역시 비싼 돈을 주고 그를 섭외했다.

         

       역대급 대본과 뛰어난 촬영 감독의 만남.

         

       이 두 개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기만 한다면 결과는 볼 필요도 없었다.

         

       실제로 고동빈이 어떤 사람인 줄 아는 스텝들과 배우들은 그의 방식에 빠르게 적응했고, 고동빈 역시 지금까지 별 불만 없이 순탄하게 촬영 작업을 이어나갔다.

         

       다만…….

         

         

       “컷.”

         

         

       솔직히 평소에도 NG는 자주 나는 편이었지만, 오늘처럼 몇십 번이나 연속으로 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도 한 컷에서.

         

       많아 봐야 대여섯 번 날 NG가 방금까지 포함하면 무려 40번째였다.

         

       말이 40번째지 실질적인 시간으로 따지면 거의 6시간에 육박했다.

         

       그리고 그 NG를 일으킨 원인은 딱 한 사람 때문이었다.

         

         

       “하… 소영 씨 잠깐만 저 좀 봅시다.”

         

         

       보다 못한 고동빈이 촬영 세트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설소영을 불렀다.

         

         

       “혹시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십니까?”

       “그건… 아마 아닐 거에요.”

       “그럼 이유가 뭘까요. 불편한 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처음이라서. 어려서.

         

       원래 이런 건 잘 감안하지 않는 고동빈이지만 이번만큼은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해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촬영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고동빈 역시 눈앞의 있는 어린 배우의 연기력을 두 눈으로 직접 봐왔던 사람이다.

         

       소녀의 연기력은 첫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처음부터 훌륭했다.

         

       심지어 촬영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소녀는 ‘겨울’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갔다.

         

       참고로 이건 촬영 감독이 연기자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칭찬이다.

         

       소녀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어색하지 않게 물 흐르듯, 완벽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솔직히 고동빈의 입장에선 이런 원석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간에 알려진 일류 배우들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루틴이 망가지면 종종 실수하기도 하니까.

         

         

       “일단 오늘 촬영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네?!”

         

         

       촬영 감독의 갑작스러운 종료 선언에 당황한 듯 눈이 커지는 설소영.

         

         

       “감독님, 저 때문이라면……”

       “아닙니다. 어차피 날도 이미 저물었고,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촬영 진도도 빨라서 조금의 여유가 있습니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해보죠.”

         

         

       단호한 촬영 감독의 결정에 설소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로부터 이틀 동안 촬영의 진전은 없었다.

         

         

       “은우야! 진짜 큰일 났다!”

       “음? 도대체 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학교 쉬는 시간에 찾아온 건데요?”

         

         

       그리고 이 소식은 조용석이 직접 서은우의 학교에 찾아갈 정도로 심각해졌다.

         

         

         

       ***

         

         

         

       설소영의 연이은 NG로 촬영에 지장이 생긴 지 2일째 되는 금요일 저녁.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제작을 담당하는 주요 감독, PD들은 퇴근을 잠시 미뤄두고 본사 건물 회의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나 PD님. 제가 올린 건의 사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동빈이 제작 총괄을 맡고 있는 나영진을 노려보며 그리 말했다.

         

         

       “15화 클라이맥스 부분의 대본을 수정하자는 얘기 말입니까?”

       “맞습니다. 이대로는 기간 내에 촬영을 못 끝냅니다. 나 PD님도 그걸 아시지 않습니까?”

       “후…… 고 감독님. 정말 불가능할 것 같습니까?”

       “그럼 반대로 묻겠습니다. 지금까지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던 여주인공이 갑자기 삼류처럼 화면에 비춰 보이면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심지어 거의 막바지 부분 클라이맥스에서 말입니다.”

         

         

       당연히 몰입이 떨어지고, 작품 퀄리티도 떨어지겠지.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기승전’이 완벽한데 ‘결’이 이상해서야 용두사미라는 소리밖에 듣지 못한다.

         

       뭐…….

         

       그마저도 스토리가 워낙 재밌어서 어떻게든 묻히겠지만, 완벽함을 원하는 고동빈에게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쯧. 원래 연기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초심자는 생각보다 극복하기 힘듭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다른 길을 선택하게 해주는 것도 배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겁니다.”

         

         

       ……다른 길을 선택하게 해준다고?

         

       다만.

         

       고동빈의 말에 나영진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그의 스타일 대로라면 어떻게든 만족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배우를 혹사시켰을 것이다.

         

       지금처럼 배우를 위한다는 선택지를 제시한다는 건 독종이라고 불리는 고동빈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

         

       그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나영진은 두 가지 가설을 생각해냈다.

         

       하나는 설소영의 연기에 매료되어 의외로 그녀를 상당히 고평가하고 있거나.

         

       ……또 하나는 연기를 하는 설소영의 마음이 꺾여버린 것을 눈치챘다거나.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전자의 경우는 나영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현 NG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스텝들 사이에서 설소영은 칼퇴의 여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들린 연기력을 줄곧 선보였다.

         

       사실 그 이전에 NG가 났었는지 기억조차 나지도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무수한 NG는 일류 배우에게 조차도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

         

       나는 분명 나쁘지 않게 연기를 한 것 같은데 촬영된 영상에서는 어색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자신을 보게 된다.

         

       거기서 그들은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낀다.

         

       또한, 늘어나는 NG 횟수에 비례해 촬영 감독의 목소리는 점점 날이 서게 되고, 스텝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그저 무거운 한숨만 내뱉는다.

         

       이 모든 부정적 요소들이 맞물려 배우에게 엄청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안겨주며 결국 연기력 저하까지 이어진다.

         

       아마 이것이 현 설소영의 상태가 아닐까…….

         

       심지어 그녀는 일류 배우도 아닌, 지금까지 현장 경험이 전혀 없었던 초심자 중에 쌩 초심자다.

         

       당연히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극복해야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맡고 있는 배역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여주인공, 겨울 역.

         

       단역 배우나 엑스트라였다면 최소한의 타협이라도 볼 수 있을 텐데 여주인공 역이라면 앞서 고동빈의 말대로 타협 따위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처음 설소영의 캐스팅 얘기가 나왔을 때 나영진이 걱정했던 것이었다.

         

       다만.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도 다 부질없다는 것을 나영진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만 초점을 두기로 했다.

         

         

       “나 PD님. 혹시 그 이후로 스토리 작가 쪽에서 온 연락은 더 없습니까?”

         

         

       고동빈이 물었다.

         

       여기서 그 이후는 방금 스토리 작가가 클라이맥스 장면을 추호도 바꿀 생각이 없다고 의사를 표한 것을 의미했다.

         

         

       “예. 그분의 생각은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허, 현장에 직접 오지도 않는 작자가 상황도 모르면서 뻔뻔한 걸 요구하는군요. 애초에 나 PD님 이건 계약에 없던 사항입니다. 저는 분명 뭐든 제 방식대로 해도 괜찮다는 조건으로 촬영 감독을 맡았을 텐데요.”

         

         

       약간 흥분이 섞인 말을 끝으로 고동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석에 금이 생긴 것에 칼같이 NG 사인을 보낸 자신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을 터.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열을 내지 않았겠지만, 그는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나 PD님. 이런 식이라면 저는 같이 일 못 합─”

         

         

       지이이이잉─

         

       고동빈이 이어서 말을 꺼내려던 찰나.

         

       나영진의 앞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문자라도 온 듯 거세게 진동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나영진은 회의에 지장이 가지 않게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온 문자를 읽더니 순식간에 눈이 커졌다.

         

         

       “여러분.”

         

         

       그러곤 다급히 입을 열었다.

         

         

       “내일 일찍부터 촬영 준비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촬영 말입니까?”

         

         

       나영진의 말이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표정을 찌푸리는 고동빈.

         

         

       “당연히 지금 상태로 촬영을 이어 나가봤자 시간 낭비인 걸 아시지 않습니까.”

       “예. 그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왜 NG가 계속 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으시다고 방금 문자가 왔습니다.”

         

         

       어딘가 상당히 난감해 보이는 나영진의 얼굴.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반응을 내보였다.

         

         

       “대체 누가 오길래 그러는 겁니까?”

         

         

       고동빈이 대표로 묻자 나영진은 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주로 긍정적인 의미로.

         

         

       “아마 이 상황을 타파해줄 분이요.”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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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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