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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아무리 봐도 사냥꾼의 일방적인 폭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을 보며 멍하게 있으니, 사냥꾼이 또 총을 장전한 뒤에 감시자를 향해 겨누고, 격발했다.

         

         

       “잠깐!”

         

         

       내가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발사된 탄환이 감시자에게 적중했는지 감시자가 몸을 크게 떨었다.

         

       팔에 맞은 것인지, 그 부위를 입으로 가져가 혀로 핥아댔다.

         

         

       “꺄우웅….”

         

         

       …묘하게 강아지가 내는 것 같은 침음을 흘리면서.

         

       하지만 탄환이 박히지 않고 튕겨 나오는 것을 보고는 시선이 따라갔고, 곧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을 보니 어이가 사라지고 말았다.

         

         

       “…BB탄?”

         

         

       그냥 하얀색 플라스틱 탄환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사냥꾼이 외신을 향해서 저런 유치 뽕짝 한 장난감을 사용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는 건 저 탄환이 외신과 관련이 있다는 뜻인데….

         

         

       “제기랄, 또 이렇게 되는군.”

         

         

       그와중에 사냥꾼이 혀를 차고는 탄환을 총에 다시 넣고는 다시 감시자를 향해 겨누기 시작했다.

         

         

       잠깐.

         

       사냥꾼이 쓴다는 것은 외신을 쓰러뜨릴 수 있는 무기라는 뜻인 거고.

         

       그렇다는 것은….

         

         

       “아.”

         

       「최근에 알려진 방법 중에서는 외신의 살점을 이용한 무기를 사용하면 ‘외신 쓰러뜨리기’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부터는 저도 잘은 모르겠네요;;」

         

         

       벽에 적혀 있던 문구가 떠오르면서 저 탄환의 정체를 곧 유추해낼 수 있었다.

         

       외신의 살점으로 만든 것인가.

         

       그래서 나한테 플라스틱 BB탄으로 보이는 거였구나!

         

         

       상황을 차차 파악하고 있으니, 누군가 어깨를 팍팍 쳐대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가르타가 사색이 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탄튼 씨, 너무 늦어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나로써는 정확하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까 역으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가르타는 보면 모르겠냐는 듯이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감시자가 나타나서 모두 부숴버리는 걸 사냥꾼 씨가 막고 있다고요!”

         

         

       확실히 주변 일대가 다 부서져 있긴 한데….

         

       지금 당장만 보면 감시자는 가만히 있는데 사냥꾼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모습이 따로 없잖아!

         

         

       확실히 자세히 보니까 사냥꾼도 지친 기색을 내비치는 게 밀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아가르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감시자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더니 사냥꾼을 향해 돌진했다.

         

         

       “멍!”

         

       “크윽.”

         

         

       감시자의 돌진에 사냥꾼이 배를 맞아 귀엽게 꽁, 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와는 다르게 사냥꾼은 살벌한 속도를 내며 반대쪽 벽에 부딪히면서 완전히 벽을 박살 내버렸다.

         

         

       …마냥 감시자를 나쁘다고 보기에는 감시자의 표정이 세상 억울한 강아지의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비난하기도 참 뭐했다.

         

         

       “어떡해! 사냥꾼 씨가 위험해요!”

         

         

       점점 인지 부조화가 오는 것 같았지만, 확실히 위험해 보였다.

         

       아가르타가 발만 동동 구르다가 뭔가 떠오른 듯 나를 보았다.

         

         

       “어서요, 탄튼 씨! 저걸 쓰러뜨릴 물건을 가져온 거잖아요?”

         

       “아, 네. 이건데….”

         

         

       소외신들이 자신들을 희생하면서까지 들고 가라고 했던 개뼈다귀를 들어 올렸다.

         

       아, 이거 보니까 또 눈물 날 것 같네.

         

         

       찡한 기분을 느끼며 코를 훌쩍이고 있노라니, 아가르타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꺄악! 저, 저한테 들이밀지 말라고요! ”

         

         

       어.

         

       음.

         

       아니, 이게 대체 뭐로 보이길래?

         

         

       나도 여기까지는 게임을 해보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게 원래는 무엇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외신과 관련된 무기인 만큼 징그럽게 생겼으려나.

         

         

       아가르타는 이 무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오는지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 감시자를 향해 가리키며 흔들었다.

         

         

       “사냥꾼 씨한테 넘기시던가, 저기로 던지던가 뭐든 빨리하라고요!”

         

         

       음.

         

       아가르타한테는 뾰족한 무기로 보이는 걸까.

         

         

       아가르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터넷에서 많이 봤었던 창을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이거나!”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키면서 몸을 쏠리게 하고, 동시에 손으로 잡고 있던 개뼈다귀를 앞으로 던져버렸다.

         

         

       “먹어라!”

         

         

       운이 좋았는지, 박자를 잘 탄 건지 개뼈다귀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빠른 속도로 감시자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순간.

         

       세상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점차 개뼈다귀는 감시자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 감시자가 금방 깨닫고 시선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제기랄.

         

       외신이라는 존재를 너무 과소평가해버린 걸까.

         

         

       감시자는 이내 사냥꾼을 무시한 채 개뼈다귀를 향해 몸을 돌렸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감시자가 한 행동은 내 눈을 의심케 하였다.

         

         

       이 무기를 막기 위해서 몸을 돌린 줄 알았던 감시자는 오히려 개뼈다귀를 향해 도약했고, 개뼈다귀가 자신의 몸에 맞기 직전에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고는.

         

         

       “앙!”

         

         

       그 뼈다귀를 입에 물어버렸다.

         

         

       “어?”

         

         

       그 일련의 과정에서 사냥꾼, 아가르타, 그리고 나까지 숨이 멎은 것처럼 멍하니 감시자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뼈를 물고는 네 발로 바닥에 착지한 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후 나를 향해 시선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젠장!”

         

         

       사냥꾼이 반응하기도 전에 감시자는 순식간에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당황해서 미처 반응하지 못한 내게 감시자가 도약했다.

         

         

       아.

         

       이대로 죽는 건가?

         

       몸 이곳저곳에 눈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소녀한테 깔려 죽는 거면 나쁘지 않은 일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내 눈을 감아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아무 일도 안 일어나 당황하고 있을 때, 무언가가 내 손을 툭툭 쳐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서 앞을 확인하자, 눈에 들어온 것은 사냥꾼과 아가르타였다.

         

         

       둘이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고, 그 표정의 의미를 읽고 있으니 갑자기 어디선가 ‘헥헥’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내 바로 밑에서 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내리자.

         

         

       “헥, 헥, 헥.”

         

         

       감시자가 아주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강아지가 앞발로 주인을 건드리듯 손으로 내 손을 툭툭 치는 게 아닌가.

         

       아까 던진 개뼈다귀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로.

         

         

       “어어?”

         

         

       멍하게 감시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감시자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잠깐 멈칫한 뒤, 개뼈다귀를 다시 입에 물어서는 내 손에 들이밀기 시작했다.

         

       뇌가 너무 생소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탓에 이게 어떤 상황인지 해석하는 것이 느려졌다.

         

         

       그러니까.

         

       감시자는 개다.

         

       나는 뼈다귀를 던졌다.

         

       개가 뼈다귀를 물고는 다시 나한테 주워와서 내 손에 들이민다.

         

         

       그제야 감시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개와 놀아줄 때, 부메랑이나 원반 같은 것을 던진 뒤에 주워 오라고 하는 놀이.

         

       감시자는 그걸 지금 나한테 해달라는 듯해 보였다.

         

         

       “어어….”

         

         

       감시자가 입에 물고 있는 개뼈다귀를 받아주자, 감시자는 한 번 더 그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껏 흥분했는지 꼬리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게 과연 맞는 판단일까?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도덕심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잖아.

         

       적어도 내 시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예쁜 여자를 개 취급하는 거랑 다른 게 뭐냐고, 지금!

         

       하지만 내 마음도 모르고 감시자는 빨리 안 해주냐는 의미로 이제는 낑낑대기까지 하고 있었다.

         

         

       “히, 히잉.”

         

         

       하아.

         

       저 간절한 눈빛을 보고 있으니, 안 해주는 게 오히려 더 나쁜 놈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결국 팔에 힘을 주었다.

         

         

       개뼈다귀를 조금 멀리 던져주자, 감시자는 하찮은 발걸음으로 총총총하고 달려가더니 다시 뼈를 주워와서는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헥헥, 대고 있었다.

         

         

       이성이 툭 끊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미 갈 데까지 간 거 한 번 다 시켜볼까, 하는 심정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손.”

         

       “멍!”

         

         

       손을 올렸다.

         

         

       “앉아.”

         

       “멍!”

         

         

       앉았다.

         

         

       “한 바퀴 돌아.”

         

       “멍!”

         

         

       한 바퀴 돌았다.

         

         

       “어유, 잘했어요.”

         

       “끄우웅.”

         

         

       잘했다고 쓰다듬어주니까 눈을 지그시 감으며 좋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어댔다.

         

         

       엄.

         

       …점점 더 쓰레기가 되어가는 감각에 이제는 그만두려고 했다.

         

         

       “워훙~!”

         

         

       그런데 감시자는 만족스러웠는지 해맑게 내 주변을 짖으면서 막 돌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착칸 인간! 좋아!”

         

         

       뽀작 뽀작 뽀작.

         

       발에 있는 젤리가 소리를 내었다.

         

         

       “인간, 나 안 때린다! 착한 인간이다!”

         

       “어어, 그래. 나 착한 인간이니까….”

         

         

       이제 그만, 이라고 말하려고 하자마자 어째선지 감시자의 움직임 경로가 갑자기 바뀌었고, 그대로 몸을 틀더니 나한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내 몸 위로 달려들고 있었다!

         

         

       “으아악!”

         

         

       몸을 뒤로 돌려 도망가보았지만, 그것까지 산정 내였는지 그대로 감시자에게 깔려 넘어졌다.

         

         

       무슨 짓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막고 있는 팔에 무언가 촉촉한 감촉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발작하며 그 감촉이 무엇인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감시자가 혀를 내밀고 물음표를 띄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어.

         

       잠깐만.

         

       이거….

         

         

       에이, 설마.

         

       아니지?

         

         

       어색하게 웃으면서 감시자를 보자, 계속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감시자가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혓바닥을 놀리기 시작했다.

         

         

       “핥짝, 핥짝!”

         

       “으허어어어억!”

         

         

       그렇게 한참을 감시자에게 힘에 눌려서 핥음 당해야만 했다.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슈퍼 겁쟁이 모드 다크 판타지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The super cowardly me installed Super Coward Mode, and the terrifying extraterrestrials started to look cute. “Eating the flesh of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re not human! Ew!” “Even withstanding mental manipulation? What kind of monster are you!” “Enslaving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 must be out of your mind.” …And then, the reactions around me becam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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