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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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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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아가 무어라 말리기도 전에 화염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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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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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간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
    ​
    척.
    ​
    ​
    몸이 세워지고.
    ​
    ​
    척.
    ​
    ​
    허리가 둥글게 말렸다. 
    ​
    ​
    슈우우우우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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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릿하게 다가오는 화염구가 내가 몸으로 만든 둥근 링을 지나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굴려 두 바퀴 돈 후 한쪽 무릎을 꿇고 팔을 양옆으로 펼친 채 멈췄다.
    ​
    ​
    콰아앙!
    ​
    ​
    마치 X워레인저 처럼 내 등 뒤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나는 씩 웃으며 뿌듯하게 웃다가.
    ​
    ​
    화르륵!
    ​
    ​
    “엑.”
    ​
    ​
    나무가 타는 냄새에 고개를 휙 돌렸다. 
    ​
    ​
    “으아악! 부,불이다!”
    ​
    ​
    나는 황급히 상의를 벗어 활활 타오르는 불을 끄고자 펄럭펄럭 흔들었다. 그러자 불은 더욱 켜졌다. 마치 타오르는 불에 부채질해준 것만 같았다.
    ​
    ​
    “알아서 잘 타겠네요. 이만 가시죠. 스승님.”
    “아,안돼에. 나 저 녀석에게 빚이 있단 말이야.”
    “예? 빚이요?”
    ​
    ​
    나는 라이나와 미아의 말이 머리에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
    ​
    ‘지하 감옥! 이대로 있다간 애들이 전부 죽을지도 몰라!’
    ​
    ​
    이곳이 개그 세계와 어느 정도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는 문제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
    ​
    ‘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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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벨트 없이 롤러코스터에 타는 개그의 민족으로서 몸을 사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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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
    ​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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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어서 나와! 불났어!”
    “부,부우?”
    “으아…으어으..”
    ​
    ​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혀를 깨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사이 불길이 커져 매캐한 연기가 지하까지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
    ​
    철컹! 철컥!
    ​
    ​
    나는 빠르게 열쇠를 꺼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멍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
    ​
    “시,시러어!”
    “흐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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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마법사에게 끌려가는 상황인 줄 알고 아이들이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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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앗?! 얘,얘들아 울지마! 차,착하지?”
    ​
    ​
    혼돈의 상황 속에서 나는 쩔쩔매다가 결국 아이를 번쩍 안아 들려 했다. 그때, 옆 방에서 나오던 노아가 미간을 한껏 구긴 채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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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만해! 이대로 다 죽을 거야?!”
    “흐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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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 호통 소리에 울던 아이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노아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
    “말은 못 해도 알아들을 수는 있지?”
    ​
    ​
    노아가 아이들과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묻자 아이들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네로의 손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
    ​
    “아까 너희들도 들었잖아. 그 소리.”
    “응? 무슨 소리?”
    ​
    ​
    나만 모르는 이야기에 노아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노아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굳어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
    ​
    “거기다 저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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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르륵!
    ​
    ​
    노아가 가리킨 손끝에는 활짝 열린 문 너머로 혀를 날름거리는 불꽃이 보였다. 
    ​
    ​
    “불이 났다는 건 진짜야. 이대로 있으면 다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만 떼쓰고 다 따라와. 여기서..죽고싶진 않을 거 아니야?”
    ​
    ​
    나는 속으로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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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야 -..역시 원작 인물은 달라도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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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은 노아의 말을 따라 하나, 둘 밖으로 나섰다. 불이 나긴 했지만, 아직 크게 번지진 않아서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 있었다. 아니,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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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깐, 그 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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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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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랑 같은 감옥을 썼던 그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
    “…!”
    ​
    ​
    나는 노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
    ​
    “잠깐..! 너 -..”
    ​
    ​
    노아의 말이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에 먹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
    ​
    “제스! 어디 있어 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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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새 집 안은 온통 불길로 휩싸여있었다. 나는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불길을 헤집었다. 발등이 익어 징그럽게 변해갔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데다가 본능적으로 내일이 되면 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
    “제스!”
    “흐이잉..”
    “..!”
    ​
    ​
    작은 수인 소녀, 제스를 찾은 장소는 불길이 옮겨붙기 시작한 주방이었다. 서랍장 안쪽에 몸을 구겨 넣은 제스는 꼬리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
    ​
    “하아..다행이다.”
    “으어?”
    ​
    ​
    제스는 그 사이 뭘 잔뜩 먹었는지 입가에 음식 부스러기가 묻어있었다. 그걸 보자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
    ​
    나는 윗옷을 벗어, 청소할 때 사용하려고 받아둔 깨끗한 물에 흠뻑 적셨다. 그걸로도 모자라 불이 붙기 시작한 앞치마를 가져와 물에 적셨다. 남은 물은 내 머리에 쏟아부었다. 그리고는 제스의 몸에 둘둘 감았다.
    ​
    ​
    잘 먹지 못한 제스는 몸이 매우 왜소해서 몸 대부분을 축축한 천으로 감쌀 수 있었다. 제스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스의 귀와 꼬리가 불쌍할 정도로 마구 떨리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
    ​
    “금방 밖으로 나갈 테니까 눈 감고 있자, 알았지?”
    “으응..”
    ​
    ​
    나는 제스를 천으로 감싼 채 뒤를 돌아보았다. 검붉은 불길이 어느새 주방까지 기어들어 오고 있었다.
    ​
    ​
    ‘이럴 땐 노예라는 게 참 슬프네.’
    ​
    ​
    창문을 통해 도망갈 것을 대비해, 주방에는 창문 하나 없었으며 벽이 굉장히 두껍게 시공되어 있었다.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선 오로지 활활 불타고 있는 입구를 통해야 했다.
    ​
    ​
    나는 어설프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
    ​
    “적어도…머리카락만은 안 탔으면 좋겠네.”
    ​
    ​
    잔혹한 개그 세계, 다른 건 다 치료해줘도…머리카락은 안 지켜준다. 그게 더 웃겨서 그런 거겠지 크흡.
    ​
    ​
    나는 내 눈썹과 머리카락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하며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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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쿠웅!
    ​
    ​
    등 뒤로 집 기둥이 떨어지고 가구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좁디좁아 평소에 불평을 늘어놓았던 오딜의 집이 오늘만큼은 너무 넓게 느껴졌다.
    ​
    ​
    치이익!
    ​
    ​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를 맡으며 집을 빠져나왔다.
    ​
    ​
    “허억!”
    ​
    ​
    탁한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밖으로 나오자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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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
    “형!”
    ​
    ​
    밖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던 아이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허물어지듯 흙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품에 안고 있던 제스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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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으…”
    ​
    ​
    제스는 부스스 눈을 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보였다. 나는 곧바로 제스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은 후, 손을 들어 내 머리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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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다! 있어! 끝이 조금 탄 거 빼곤 멀쩡해!
   
    ​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너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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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아가 벌겋게 익다 못해 피부가 벗겨진 내 피부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특히 발은 상태가 심각했다. 피부가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 진물이 생겨있었다. 
    ​
    ​
    “아, 이건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흐으음. 그건 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
    ​
    노아가 화를 내기도 전에 뒤쪽에서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미아가 내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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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정도로 빠르게 낫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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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가 눈을 반짝거리며 아물고 있는 내 발을 바라보았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회복되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제대로 관찰되는 듯 했다.
    ​
    ​
    “아까 갈 곳이 없다고 했죠? 그럼 제가 데려가도록 하죠.”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대신 데려갈 거면 성인이 될 때까지 죽이지는 마라?”
    ​
    ​
    손을 깍지 껴 머리 뒤쪽을 받친 채 서 있던 라니아가 잘 됐다는 듯 씩 웃었다. 죽일 정도로 심각한 실험을 하지 말라는 말에 미아가 표정을 살짝 구겼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앞까지 다가온 라니아가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
    ​
    “아까 먹은 쿠키 값은 갚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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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 대답한 그녀는 몸을 휙 돌려 어두운 거리를 빠져나갔다. 활활 타오르는 집을 보고 뭐 주워 먹을 거 없나 슬금슬금 기어 나오던 이들이 라니아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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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이제 갈까요?”
    ​
    ​
    미아가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진 내 팔을 잡아당겼다. 배려라고는 1도 없는 손길이었지만…내 신경은 고통이 아닌 다른 곳에 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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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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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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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랑하고…하여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지혜의 주머니가 내 팔꿈치를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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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슨 포상…감사합니다.’
    ​
    ​
    그런 생각을 하며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저, 괜찮다면 저 애들도 데려가도 될까요?”
    “네?”
    ​
    ​
    내가 뭔가를 요청하자 그녀의 표정이 구겨졌다. ‘왜 벌레가 말을 하지?’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열심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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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그게 제 동생 같은 애들이라. 애들이 없으면 제가 너무 슬퍼서 우울증으로 막 죽어버리고 그럴 수 있거든요.”
    “당신의 몸이랑 관련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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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심쩍다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
    ​
    “네,네! 제가 심리적으로 상태가 안 좋아지면 몸 상태가 극! 도! 로! 나빠져서…”
    “흐음, 뭐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대신..”
    ​
    ​
    그녀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고. 화상을 입은 내 가슴팍에…미아의 크고 웅장한 가슴이 뭉개졌다. 동시에 숨결이, 달콤한 숨결이 맡아졌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 멍하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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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교 마돈나는 상대도 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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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의 안경엔 바짝 굳어버린 내 얼굴이 비쳤다. 다행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진 않았다.
    ​
    ​
    “실험이 조금 더 격해져도 괜찮죠?”
    “네,네.”
    ​
    ​
    격하다니. 뭐가 격한 걸까? 아, 실험? 실험이라고 했지? 격한 실험? 뭔가 어감이 좋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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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리안이 여자 면역이 부족해서 여자에게 쉽게 헤롱헤롱하긴 하지만..

헤퍼보이는? 모습을 티내진 않을 예정입니다.

아직 리안을 감금단속할 파티가 다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3다음화 보기

라니아가 무어라 말리기도 전에 화염이 날아왔다.

“히약!”

순간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척.

몸이 세워지고.

척.

허리가 둥글게 말렸다.

슈우우우우욱 -..

느릿하게 다가오는 화염구가 내가 몸으로 만든 둥근 링을 지나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굴려 두 바퀴 돈 후 한쪽 무릎을 꿇고 팔을 양옆으로 펼친 채 멈췄다.

콰아앙!

마치 X워레인저 처럼 내 등 뒤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나는 씩 웃으며 뿌듯하게 웃다가.

화르륵!

“엑.”

나무가 타는 냄새에 고개를 휙 돌렸다.

“으아악! 부,불이다!”

나는 황급히 상의를 벗어 활활 타오르는 불을 끄고자 펄럭펄럭 흔들었다. 그러자 불은 더욱 켜졌다. 마치 타오르는 불에 부채질해준 것만 같았다.

“알아서 잘 타겠네요. 이만 가시죠. 스승님.”

“아,안돼에. 나 저 녀석에게 빚이 있단 말이야.”

“예? 빚이요?”

나는 라이나와 미아의 말이 머리에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지하 감옥! 이대로 있다간 애들이 전부 죽을지도 몰라!’

이곳이 개그 세계와 어느 정도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는 문제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구해야 해!’

안전벨트 없이 롤러코스터에 타는 개그의 민족으로서 몸을 사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쾅!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얘들아! 어서 나와! 불났어!”

“부,부우?”

“으아…으어으..”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혀를 깨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사이 불길이 커져 매캐한 연기가 지하까지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철컹! 철컥!

나는 빠르게 열쇠를 꺼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멍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시,시러어!”

“흐아아아앙!”

흑마법사에게 끌려가는 상황인 줄 알고 아이들이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으아앗?! 얘,얘들아 울지마! 차,착하지?”

혼돈의 상황 속에서 나는 쩔쩔매다가 결국 아이를 번쩍 안아 들려 했다. 그때, 옆 방에서 나오던 노아가 미간을 한껏 구긴 채 소리쳤다.

“그만해! 이대로 다 죽을 거야?!”

“흐끅!”

거친 호통 소리에 울던 아이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노아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은 못 해도 알아들을 수는 있지?”

노아가 아이들과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묻자 아이들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네로의 손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아까 너희들도 들었잖아. 그 소리.”

“응? 무슨 소리?”

나만 모르는 이야기에 노아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노아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굳어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거기다 저기 봐.”

화르륵!

노아가 가리킨 손끝에는 활짝 열린 문 너머로 혀를 날름거리는 불꽃이 보였다.

“불이 났다는 건 진짜야. 이대로 있으면 다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만 떼쓰고 다 따라와. 여기서..죽고싶진 않을 거 아니야?”

나는 속으로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히야 -..역시 원작 인물은 달라도 다르구나.’

아이들은 노아의 말을 따라 하나, 둘 밖으로 나섰다. 불이 나긴 했지만, 아직 크게 번지진 않아서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 있었다. 아니,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 그 애는?”

노아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나랑 같은 감옥을 썼던 그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

“…!”

나는 노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깐..! 너 -..”

노아의 말이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에 먹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제스! 어디 있어 제스!”

어느새 집 안은 온통 불길로 휩싸여있었다. 나는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불길을 헤집었다. 발등이 익어 징그럽게 변해갔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데다가 본능적으로 내일이 되면 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스!”

“흐이잉..”

“..!”

작은 수인 소녀, 제스를 찾은 장소는 불길이 옮겨붙기 시작한 주방이었다. 서랍장 안쪽에 몸을 구겨 넣은 제스는 꼬리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하아..다행이다.”

“으어?”

제스는 그 사이 뭘 잔뜩 먹었는지 입가에 음식 부스러기가 묻어있었다. 그걸 보자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윗옷을 벗어, 청소할 때 사용하려고 받아둔 깨끗한 물에 흠뻑 적셨다. 그걸로도 모자라 불이 붙기 시작한 앞치마를 가져와 물에 적셨다. 남은 물은 내 머리에 쏟아부었다. 그리고는 제스의 몸에 둘둘 감았다.

잘 먹지 못한 제스는 몸이 매우 왜소해서 몸 대부분을 축축한 천으로 감쌀 수 있었다. 제스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스의 귀와 꼬리가 불쌍할 정도로 마구 떨리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금방 밖으로 나갈 테니까 눈 감고 있자, 알았지?”

“으응..”

나는 제스를 천으로 감싼 채 뒤를 돌아보았다. 검붉은 불길이 어느새 주방까지 기어들어 오고 있었다.

‘이럴 땐 노예라는 게 참 슬프네.’

창문을 통해 도망갈 것을 대비해, 주방에는 창문 하나 없었으며 벽이 굉장히 두껍게 시공되어 있었다.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선 오로지 활활 불타고 있는 입구를 통해야 했다.

나는 어설프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적어도…머리카락만은 안 탔으면 좋겠네.”

잔혹한 개그 세계, 다른 건 다 치료해줘도…머리카락은 안 지켜준다. 그게 더 웃겨서 그런 거겠지 크흡.

나는 내 눈썹과 머리카락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하며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집을 빠져나왔다.

쿠웅!

등 뒤로 집 기둥이 떨어지고 가구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좁디좁아 평소에 불평을 늘어놓았던 오딜의 집이 오늘만큼은 너무 넓게 느껴졌다.

치이익!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를 맡으며 집을 빠져나왔다.

“허억!”

탁한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밖으로 나오자 숨통이 트였다.

“리안!”

“형!”

밖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던 아이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허물어지듯 흙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품에 안고 있던 제스를 들여다보았다.

“하으…”

제스는 부스스 눈을 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보였다. 나는 곧바로 제스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은 후, 손을 들어 내 머리를 더듬었다.

있다! 있어! 끝이 조금 탄 거 빼곤 멀쩡해!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너 미쳤어?!”

노아가 벌겋게 익다 못해 피부가 벗겨진 내 피부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특히 발은 상태가 심각했다. 피부가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 진물이 생겨있었다.

“아, 이건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흐으음. 그건 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노아가 화를 내기도 전에 뒤쪽에서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미아가 내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로 빠르게 낫는다니…”

그녀가 눈을 반짝거리며 아물고 있는 내 발을 바라보았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회복되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는 제대로 관찰되는 듯 했다.

“아까 갈 곳이 없다고 했죠? 그럼 제가 데려가도록 하죠.”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대신 데려갈 거면 성인이 될 때까지 죽이지는 마라?”

손을 깍지 껴 머리 뒤쪽을 받친 채 서 있던 라니아가 잘 됐다는 듯 씩 웃었다. 죽일 정도로 심각한 실험을 하지 말라는 말에 미아가 표정을 살짝 구겼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앞까지 다가온 라니아가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까 먹은 쿠키 값은 갚은 거다?”

그리 대답한 그녀는 몸을 휙 돌려 어두운 거리를 빠져나갔다. 활활 타오르는 집을 보고 뭐 주워 먹을 거 없나 슬금슬금 기어 나오던 이들이 라니아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다.

“자, 그럼 이제 갈까요?”

미아가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진 내 팔을 잡아당겼다. 배려라고는 1도 없는 손길이었지만…내 신경은 고통이 아닌 다른 곳에 팔려있었다.

꾸욱.

‘허억!’

말랑하고…하여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지혜의 주머니가 내 팔꿈치를 꾹 눌렀다.

‘이 무슨 포상…감사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괜찮다면 저 애들도 데려가도 될까요?”

“네?”

내가 뭔가를 요청하자 그녀의 표정이 구겨졌다. ‘왜 벌레가 말을 하지?’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열심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그게 제 동생 같은 애들이라. 애들이 없으면 제가 너무 슬퍼서 우울증으로 막 죽어버리고 그럴 수 있거든요.”

“당신의 몸이랑 관련 있는 건가요?”

미심쩍다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네,네! 제가 심리적으로 상태가 안 좋아지면 몸 상태가 극! 도! 로! 나빠져서…”

“흐음, 뭐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대신..”

그녀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고. 화상을 입은 내 가슴팍에…미아의 크고 웅장한 가슴이 뭉개졌다. 동시에 숨결이, 달콤한 숨결이 맡아졌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 멍하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학교 마돈나는 상대도 안 되겠네.’

미아의 안경엔 바짝 굳어버린 내 얼굴이 비쳤다. 다행히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진 않았다.

“실험이 조금 더 격해져도 괜찮죠?”

“네,네.”

격하다니. 뭐가 격한 걸까? 아, 실험? 실험이라고 했지? 격한 실험? 뭔가 어감이 좋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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