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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아일레는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딱히 부모가 폭력을 휘두르거나 매일 같이 술주정에 빠져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장애아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무능력자.

     

   이곳에 떨어진 에이트가 고작해야 반나절만에 깨달았듯이 이 세상에서 무능력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장애인 그 이상이다. 차라리 팔다리가 하나쯤 없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무능력자로 태어난 아일레는 초능력자 부모 아래서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밥은 먹여주고 잠잘 곳도 제공해주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랑은 전혀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집안에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가 사회에서 사랑받을 리 만무했다. 그녀는 흔히 말하는 왕따였다.

     

   퍼어억-!

     

   “극, 우웨에에에엑-!”

   “아, 씨발년이!”

     

   복부를 얻어맞은 아일레는 바닥에 대고 마구 구토를 해댔다. 그녀의 토사물이 신발에 닿은 여학생이 욕지거리 내뱉으며 그녀를 향해 발을 내질렀다.

     

   엎드린 상태에서 등을 짓밟히며, 아일레는 고통을 꾹꾹 참아냈다. 저항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저들은 초능력자요, 그 힘이 히어로나 빌런만큼 강대하지는 않았지만 무능력자 하나쯤은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었으니까.

     

   “사, 사려줘…….”

     

   “미친년이. 뭐라는 거야?”

   “누가 죽인대?”

   “그러길래 돈이나 잘 가져왔어야지.”

     

   그녀를 괴롭히던 여학생들은 깔깔거리며 그녀를 희롱했다. 이때, 그녀들이 그렇게까지 악독하지 않았다는 게 행운이자 불행이었다. 정말이지 빌런만큼이나 악독했더라면 그녀의 몸을 팔아 원조교제를 하거나 빌런들에게 실험체로 넘겨버렸을 텐데.

     

   그랬다간 아일레의 인생은 완전 밑바닥으로 처박히겠지만 그녀들도 멀쩡하진 못했으리라. 히어로들이 출동해 그녀들을 빌런으로서 체포했을 테니까.

     

   그렇기에 아일레는 적당히 괴롭힘당하고, 적당히 맞으며, 적당히 돈을 뜯겼다. 어른들이 애들 장난이라고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야, 다음엔 진짜 돈 챙겨와라? 아니면 옷 벗기고 봉투 씌워서 남자애들한테 던져버릴 테니까.”

   “그, 그거만은…….”

   “알았냐고 몰랐냐고-!”

   “아, 아라쓰니까…….”

     

   입안이 쓰리다. 까질 대로 까진 입안이 쓰라려 제대로 발음도 할 수 없었다. 아일레는 빌고 빌어서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다음 날, 엄마가 용돈을 제대로 주지 않은 탓에 다시 한 번 공사장으로 불려가긴 했지만.

     

   “끄으으윽-!?”

   “씨발년아! 돈 챙겨오랬지!”

     

   또 다시 한참을 얻어맞던 어느 날, 이변이 일어났다.

   경보가 울렸다.

     

   [─세계의 적이 나타났습니다. 해당 시의 주민들께서는 당장 대피소로 대피하시길 바라며……]

     

   한참 아일레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이들도 과연 경보를 듣고서까지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잠시 멈춰서서 경보에 귀를 기울였다.

     

   “야, 튀어야 하는 거 아니야?”

   “걱정 마. 여기까지 안 와.”

   “그래도…….”

     

   그러나 아이들은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이를 무시했다. 청소년기 특유의 오만과 허세. 그리고 지나치게 낮은 괴수와의 조우 확률이 그녀들의 판단을 정당화했다.

     

   실제로 그녀들이 괴물을 마주치는 일은 보통 없으리라. 

   그러나 확률이라는 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며.

   천문학적인 확률도 결국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었다.

     

   ─gRtxæ?

     

   “어, 어어-?”

   “괴, 괴물…?”

   “씨이발…….”

     

   괴물이 그녀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저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진화한 생명체. TV나 신문 따위에서는 절대 실을 수 없고, 딥웹 사이트에서나 그 얼굴을 볼 수 있는 괴물.

     

   고작해야 같은 학년의 무능력자나 괴롭히는 걸 일삼는 불량배 따위의 정신으로는 절대 항거할 수 없는 코스믹-호러가 그들을 노려본다.

     

   “꺄, 꺄아아아아악-!”

   “도, 도망쳐!”

   “씨바아아아알-!”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여학생들이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 빠르지 않은, 얼마든지 쫓아갈 수 있는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괴물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기 저 도망치는 녀석들보다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멍청하게도 멈춰선 인간이 괴물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아- 아아아…….”

     

   한참 얻어맞던 아일레는 발을 절면서 땅을 기었다. 얻어맞은 부위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나약한 정신력이 문제였는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일레는 눈물 콧물 질질 짜내면서 땅바닥을 마구 긁어댔다. 손톱이 깨지고 손가락이 피로 물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괴물로부터 멀어졌다.

     

   그 모습을 본 괴물은 코웃음치면서 가볍게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왔고, 그걸로 아일레의 저항은 무의미로 전락했다.

     

   “아아- 으아아아…….”

     

   너무 무서우면 공포도 느끼지 못한다고 누군가 그러했던가. 아일레 또한 그러했다. 눈물 흘리거나 오줌 지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신음 흘리며 멍하니 괴물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아일레가 정신적으로 한계에 달했다는 걸 깨달은 더 이상 갖고 노는 게 재미없다는 걸 알고서 입을 벌렸다.

     

   ─!Zx#Cv$Bn^

     

   쩍 벌려진 입이 아일레를 집어삼키려는 그 순간, 하늘 위에서 새하얀 빛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떨어져 내린 빛줄기는 그대로 괴물의 머리를 잘라내고 땅 밑으로 사라졌다.

     

   “─빛과 함께 나타나는 보석의 전사! 트윙클 클레어노트 등장!”

     

   새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마법소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남아있는 세계의 적이 있는지를 확인한 이후, 조심스레 아일레 곁으로 내려왔다.

     

   “괜찮니?”

   “네, 느혜에-?”

   “후후, 괜찮아 보이네. 응. 금방 사람을 불러줄게. 그런데 왜 이런 시간에 여기 혼자 있는 거니? 뭔가 문제가 있으면─.”

     

   그 날. 그 뒤에 있던 일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있었다. 그녀는 살아남았고, 마법소녀를 만났다는 것.

     

   그리고 그건 그녀에게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었다는 것.

     

     

     

   “에헤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아일레는 배시시 웃으며 그때의 그 강렬한 기억을 곱씹었다. 마법소녀를 만났다. 마법소녀가 나를 구하러 와줬다. 마법소녀가 내게 손을 건넸다…….

     

   행복하기 짝이 없는 기억에 범벅이 되고 있다보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쳐해 있는지를 살짝 잊어버렸다. 아일레는 자신의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는 소리를 들으며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올렸다.

     

   “─잠깐 나오지?”

   “아…….”

     

   꿈이 깨졌다.

   아일레는 그대로 여학생들에게 끌려가 익숙하다는 듯 폭행을 당했고, 그녀들에게 추궁을 당했다.

     

   “너 어제 마법소녀랑 같이 다니더라? 그년한테 우리에 대한 거 말한 거 아니겠지?”

   “어, 어어-? 말 안 했는데…….”

   “그래? 용케 말 안 했네…… 잘 했어. 앞으로도 따로 만날 생각하지 마라.”

     

   그것이 계기였다. 아일레는 인생 처음으로 만난 꿈이요 빛이요 희망인 마법소녀와의 연결을 완전히 단절시키려는 여학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평소보다 더 매운 주먹이요 발차기가 날아들어왔지만 어쨌건.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이까짓 폭력에 마법소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목숨을 져버릴 지언정 희망을 내던질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이 오래된 악연을 끝맺음 짓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 날.

     

   “─이 새끼야! 눈빛! 눈빛! 개새끼가-!”

     

   “윽, 끅-!”

     

   “야, 야-! 그만해! 애 잡겠다!”

   “그래… 너 오늘 좀 이상해.”

     

   평소보다 더 심한 폭력. 주변 아이들이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며 말릴 정도로 도를 넘은 폭력이 그녀에게 향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눈빛을 죽이지 않고 여학생을 노려보았다.

     

   한참 그녀에게 주먹 휘두르던 여학생은 제 풀에 지쳤는지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빈틈. 아일레는 몰래 숨겨온 식칼을 꺼내 휘둘렀다. 

     

   식칼에 베인 여학생의 팔뚝이 베여나가고,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한다. 

     

   “어, 어어-?”

   “꺄아아아악-!”

   “피, 피이이이! 119, 119 불러!”

     

   호들갑 떨며 상처를 부여잡는 여학생들을 보며 아일레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는 이것보다 더 아팠는데, 나는 이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는데. 고작 이 정도 고통도 못 버틴다고?

     

   고작 그 정도 수준이었던 주제에.

   내게서 빛을 빼앗아가려고 했단 말이야?

     

   “─마, 마법소녀는. 내 꺼야. 나만의 것…… 이, 이것만큼은 절대 뺏기지 않을 거야…….”

     

   “뭐라는 거야 미친년이!”

     

   “뺏기지 않을 거라고-!”

     

   아일레는 아예 칼을 앞으로 내밀고 달려들었다. 여학생들은 초능력을 써서 방어한다는 생각조차 못 한 채 딱딱하게 굳었다.

     

   칼이 몸뚱아리를 찌르기 일보 직전의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빛줄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녀가 들고 있던 식칼을 부러뜨렸다.

     

   ‘……어?’

   “─이런. 안 되지. 그런 위험한 걸 갖고 놀면.”

     

   하늘에서 마법소녀가 내려왔다.

   그녀의 친구, 그녀의 빛, 그녀의 희망.

   빛의 마법소녀가.

     

   “다친 곳은 괜찮니?”

   “괘, 괜찮아요…… 진짜 마법소녀……?”

   “그래그래, 진짜 마법소녀란다.”

     

   마법소녀는 칼에 찔린 여학생을 걱정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일레의 마음이 시커멓게 물들어간다. 내가, 내가 당할 때에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으면서 왜 하필 이럴 때?

     

   아일레가 의아해하고 있기도 잠시, 마법소녀는 아일레를 향해 고개 돌린 뒤 천천히 다가왔다.

     

   “자. 그런 위험한 건 이리 주고, 같이 경찰서로…….”

   “……왜, 왜 그런 애를 구해주는 거예요-?”

   “으응? 그런 애라니? 그게 무슨?”

   “제가-! 제가 아니라! 왜 그런 애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지…… 영-.”

     

   마법소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소녀 뒤에 선 여학생들이 아일레를 향해 손짓하며 미친년이라느니, 정신 나간 년이라느니 하는 욕지거리를 마구 내뱉었다.

     

   진짜 미친년이 누군데. 진짜 나쁜 년이 누군데-!

     

   그러나 그런 마음이 일기가 무섭게, 한 가지 두려움이 그녀의 가슴에 꽃피어났다. 아일레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 제가 누군지, 기억, 하시나요?”

   “으음-?”

   “저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고작 며칠 전 일이다.

   그녀에게 있어선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분명 마법소녀도, 그녀도 분명─.

     

   “미안, 너 누구니?”

   “─아.”

     

   아쉽게도 그녀가 상상이 적중했다. 마법소녀에게 있어 그날 그녀를 구해준 건 매일 일어나는 일상 중 하나일 뿐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아일레는 발광하며 마법소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곤란한 표정을 지은 마법소녀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도 그러 했듯이, 그 날 있었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녀는 살아남았고, 마법소녀를 만났으며.

   그 사실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됐다는 것뿐이었다.

     

     

   * * *

     

     

   그 날 여학생과 마법소녀에게 칼을 휘둘렀던 일은 훈방으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철면피 깔고서 학교를 다닐 수도 없었다. 아일레는 그 길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집에서도 내쫓겼다. 무능력자에 범죄까지 저지른 자식은 필요 없다나 뭐라나? 마치 그녀가 범죄를 저지르기만을 기다렸다는 듯한 태도가 퍽 우스꽝스러웠다.

     

   그 뒤로 그녀는 레갈리아에게 주워져 악의 조직에 들어왔다. 그리하여 두 번 다시 이 도시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돌아왔다.

   악의 마법소녀가 되어서.

     

   “─시작해볼까.”

     

   악의 조직은 민간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아일레도 그렇게 했다. 마법을 사용해 도시 전체를 어둠으로 집어 삼키고, 이 도시에 있는 마법소녀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과연 그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마법소녀들은 곧장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순식간에 날아왔다.

     

   “뭐야-!? 갑자기!”

   “마법소녀……? 아니, 마법을 이런 식으로 쓰면 힘을 잃을 텐데-?”

   “제정신이야 너!? 빨리 불 켜!”

     

   그리 날아온 마법소녀들 중에는 아일레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빛의 마법소녀도 있었다. 아일레는 빛의 마법소녀와 두 눈을 마주치며 싱긋 웃었다.

     

   “반갑습니다. 마법소녀 여러분.”

     

   그녀가 그토록 선망했던 마법소녀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몰려든다. 이 짜릿한 쾌감. 잊을 수 없을 듯한 감각.

     

   아일레는 애써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틀어막은 뒤 입을 열었다.

     

   “─제가 누군지 아시나요?”

     

   “……뭐래?”

   “그걸 어떻게 알아?”

   “네가 누군데!”

     

   여러 반응이 동시에 몰려든다. 빛의 마법소녀 또한 주변에 있는 마법소녀와 별 다르지 않은 반응을 내보였다. 그 모습을 본 아일레는 방긋 웃으며 드레스자락을 들어올렸다.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이제부터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자아- 악의 마법소녀의 데뷔전이다.

   잊히지 않을 랑데뷰ʀɑ̃devu를 노래하자.

     

     

   * * *

     

     

   잠에서 깨어난 나는 연구실 안에 있던 마법소녀 복이 사라진 걸 깨닫고 화들짝 놀라 연구실을 샅샅이 뒤졌다. 얼마 가지 않아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발견한 나는 아일레가 마법소녀 복을 입고서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켠 나는 쓸데없이 쌓여 있는 문자요 부재 중 전화를 보며 살짝 굳었다.

     

   보스 – 과학자? 아일레의 물건을 완성했다고 들었네. 수고 많았네 (12:01)

   보스 – 며칠 동안 휴가를 주겠네. 그동안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수… (12:01)

     

   보스 – 심미안이 있는 디자인이군. 꽤 아름다워. 자네도 TV를 켜면 지금 아일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걸세 (12:03)

     

   보스 – 잠깐, 과학자. 자네 뭘 만든 건가? (12:05)

   보스 – 과학자여? 자는 겐가? 왜 전화를 안 받…… (12:06)

   보스 – 제발 전화 좀 받아주게나. 부탁이니까…… (12:06)

     

   지금 시간은 1시 10분. 최초의 연락으로부터 무려 1시간이나 지난 시간이었다. 

     

   그 뒤로도 가득 쌓인 메세지가 연락을 두렵게 만들었으나, 나는 사회인답게 보스에게 연락을 걸었다. 얼마 신호가 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보스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과학자?]

   “예, 보스. 접니다. 무슨 일…….”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나…?]

   “수면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연구가 막 끝났던 지라…….”

   [그래, 그렇군…… TV, TV를 켜서 뉴스를 확인하게. 그럼 다 알게 될 테니……]

     

   한숨을 푸욱 내쉬는 보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조심스레 TV를 켜서 뉴스를 확인했다. 그곳엔 새로이 나타난 악의 마법소녀를 특보하는 뉴스 앵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 H 시에 새로이 나타난 마법소녀는 지금까지의 마법소녀와는 달리 빌런으로 보이며…… 지금껏 나타난 적 없는 형태의 세계의 적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시 한 번 악의 마법소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은 너무 놀라지 마시고-.

     

   앵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법소녀복을 입은 아일레의 모습이 뉴스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새카만, 그야말로 악을 빚은 듯한 옷차림의 마법소녀가.

     

   [아하하하하-! 고작 이 정도인가요!? 마법소녀는!]

   [크으윽-! 이 년 왜 이렇게 쎄!?]

   [조금 더 발버둥쳐보세요!]

     

   나는 다른 마법소녀를 아무렇지 않게 후려 패는 아일레를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성격이 변하는 장치도 넣었던가?’

     

   그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작 TV 속에서 활약하는 아일레의 모습은…….

     

   “응, 휴가나 갈까.”

     

   나는 애써 TV에서 눈길을 돌리며 옷을 챙겨 입었다.

   방금 막 보스에게 휴가를 받은 참이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 나는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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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The Evil Scientist is Too Competent

Status: Ongoing
I became a scientist for an evil organization. …But I’m too compe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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