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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나와 아담 형은, 흐른 시간만큼 용병단에서 높은 위치를 꿰찼다.

     

    그 누구도 우리의 승진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우리들은 그만큼 많은 공을 세워, 이 용병단을 지지하고 있었다.

     

     

    위치가 위치인만큼 위험전선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돈도 돈대로 벌고 있었다.

     

    이대로 사는게 어쩌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장교 회의에도 참석을 하게 되었다.

     

    사실, 회의라고 부르기도 뭐했다.

     

    언제나 술과 음식, 여자들이 함께했으니까.

     

    실상 유흥잔치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베르그! 아담! 왔군. 앉아.”

     

    단장이었던 리자드맨 ‘말락’은 여자를 양쪽에 낀채, 회의에 참석하는 우리를 반겼다.

     

    다른 수많은 이종족 장교들도 이미 자리에 착석한 후였다.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노릇노릇한 고기와, 다양한 안주, 비싼 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락은 우리를 반기는 척 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언제나 우리를 향한 경계가 담겨있었다.

     

    그도 그럴게, 실력으로 이 자리를 꿰찬 우리인만큼, 단원들의 지지를 높이 사고 있었다.

     

    단장으로서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같은 인족으로서 형과 나는 끈끈하게 엮여있었으니, 하나의 파벌로서 비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와 아담 형은 자리에 착석했다.

     

    “어머…나 이 분이랑 놀아야지. 잘생기셨다…”

     

    그러자 자연스레 다크엘프 여인이 내 옆에 앉는다.

     

     

    나는 물 흐르듯 팔짱을 끼우려는 그녀를 제지했다.

     

    “만지지 마.”

     

    아담 형은 그 모습을 보며 마시던 술을 뿜을 뻔한다.

     

    나는 웃는 아담 형도, 당황해하는 다크엘프 여인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앞에 놓인 공짜 술만 홀짝일 뿐이었다.

     

    회의는 알아서 잘 진행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 회의에 참석해서 술만 마셨다.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언제나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니.

     

     

    그렇게 있다보니, 음담패설과 욕설이 웃음으로써 공간을 지배한다.

     

    나는 그들과 웃음을 나누지 않았다.

     

    고기로 배나 채우며, 술을 마셨다.

     

     

    그러다, 단장인 말락이 아담 형을 지목하며 포문을 연다.

     

    “아담. 그나저나, 일전 전투에서 부단장과 갈등이 있었다던데.”

     

    형은 옆에 앉은 여인과 시시덕대다, 말락의 지적에 어깨를 으쓱였다.

     

    “갈등이라 할게 있을까요. 조금 계획이 틀어졌던 것 뿐이지.”

     

    “부단장 말은 그게 아니던데?”

     

    “부단장이 뭐라 하던가요?”

     

    “네가 명령을 듣지 않았다고 하더군.”

     

    차갑게 쏘는 말락의 말투에,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회의.

     

    말락이 농담식으로 지적하는게 아니라는 건,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술을 마시는척, 회의의 분위기를 읽는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표적이 된 느낌이었다.

     

     

    아담 형이 먼저 분위기를 읽으며 술잔을 내려놓는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게 아닙니다. 상황이 바뀌었을 뿐이지.”

     

    “그래서 네 마음대로 행동했다? 그게 불복종 아닌가?”

     

    “상황이 바뀌었으니, 최선의 선택을 내린겁니다. 부단장과 떨어져버렸는데 거기서 언제 부단장의 지시를 기다리고, 또 행동합니까. 일전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나요?”

     

    “부단장에게 자세히 들어보니 또 경우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

     

    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아담 형의 표정이 점차 굳어간다.

     

    나도 그를 따라 술잔을 내려놓았다.

     

    형이 말했다.

     

    “…어찌됐든, 제 대원들은 모두 생존했습니다. 외려 상을 주셨으면 할 정돈데.”

     

    “내가 지금 장난하자고 이러는 것 같나?”

     

    또 짧은 침묵.

     

    말락은 꼬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공을 세운 형을 제대로 견제하려는 듯 보였다.

     

    아담 형이 끝내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번에는 제대로 명령에 복종하도록 하죠.”

     

    “그게 아니야, 아담. 이 일은 쉽게 넘어가지 않기로 결정했어. 전장에서의 불복종만큼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도 없지. 처벌을-”

     

    “-후.”

     

    -쾅!

     

    아담 형은 탁자에 주먹을 내려찍었다.

     

    자리에 있던 모든 장교들이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뺀다.

     

     

    하지만 정작 행동을 한 아담 형은 나를 바라보았다.

     

    “…베르그.”

     

    “…”

    “때가 된 것 같아. 이제 우리의 용병단을 차리자. 어차피 기회를 보고 있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담 형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를 따라 일어섰다.

     

    아담 형은 다시 그 미소를 얼굴에 씌우곤, 말락에게 말했다.

     

    “단장.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느낌상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다툴것만 같네요. 그럴바에는 용병단을 떠날게요.”

     

    말락은 잠시 아담 형의 말을 소화하다, 분노하며 칼을 뽑아드려했다.

     

    “이 새끼가 지금 어디에서-”

     

    수많은 장교들이 그를 따라 검에 손을 얹는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내가 더 빠르게 검을 뽑았다.

     

    “-단장, 앉아요.”

     

    나는 뽑은 검을 단장의 목에 겨누며 경고했다.

     

    항상 따랐던 단장의 목에 무기를 겨누는건 참 묘한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얼어붙는 말락. 다른 장교들도 마찬가지였다.

     

     

    순전히 힘으로만 장교자리를 꿰찬 우리와, 정치질로 올라온 다른 장교들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술과 고기만을 마시다 전투에서 멀어진 이들과, 아직도 매일같이 훈련을 진행하는 우리가 같을 순 없었다.

     

    모두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체형만 봐도 보였다.

     

     

    아담 형은 먼저 자리를 떴다.

     

    나는 혼자 남아 그들에게 말했다.

     

    “어차피 이별인거, 지저분하게 헤어지지 말아요, 우리.”

     

    “…”

     

    잠시 기다려주었지만, 그 누구도 반기를 들지 않았다.

     

    나는 검을 집어 넣으며, 아담 형을 따랐다.

     

     

    이건 언젠가 올 일이었다. 예상하고 있었으니 수긍도 빨랐다.

     

    가지고 있던 모든 지위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게 되겠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아담 형이 벌이는 행적을 계속해서 확인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애초에 지금의 용병단은 평생 있고 싶은 곳이 아니었었다.

     

     

    그럼에도 아담 형은 군말없이 자신을 따라준 내게 감사했는지, 인사를 전했다.

     

    “베르그, 고맙다.”

     

    나는 피식 웃었다.

     

    “멋진 척은 다하더니.”

     

     

    그리고 수 개월 내에, 우리는 용병단을 차렸다.

     

    용병단의 이름을 생각하는데 꽤나 고역을 겪기도 했다.

     

    아담 형의 제안들은 언제나 바보같았다.

     

    “홍염의 검과 방패단.”

     

    “별론데.”

     

    “야! 이만한 이름이 어디있다고…!”

     

    “제발 무난한걸로 해. 올 사람도 안오겠다.”

     

    “그럼 그냥 홍염단으로 할까?”

     

    “…아까보단 낫네.”

     

     

    용병단을 만들어가는건 꽤나 재미가 있었다.

     

    우리가 세운 원칙대로 운영할 수 있는게 무엇보다 큰 이점이었다.

     

     

    “우리는 인족만 받자.”

     

    아담 형이 정했다.

     

    “애초에 종족끼리 섞이면 싸우기만 하잖아. 서로 등을 맡길 수 있어야하는데.”

     

     

    그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타 종족과의 거리는 쉽게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게 있었다.

     

     

    결국에 동족이 곁에 있는게 마음이 더 편하다.

     

    문화적 차이가 없다보니 분쟁도 적다.

     

    이런저런걸 따져봐도, 굳이 타종족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아담 형은 자신의 따스한 인품을 용병단의 원칙에 적당히 녹였다.

     

    그는 사람이 덜 죽는 용병단을 차리고 싶어했다.

     

    수로 밀어붙여 마물을 잡는 용병단을 만드는게 아닌, 한 명 한 명이 전문가가 되는 용병단을 원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단원들을 고심하고 고심하여 선출했다.

     

    체력검사, 신체검사, 지능검사 등등…

     

    손쉽게 꺾일 것 같은 지원자들은 전부 쳐냈다.

     

     

    그렇게 뽑힌 인원도 혹독한 훈련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와 나는 신병들을 지독할 정도로 굴렸다.

     

     

    특히나 난, 대원들의 미움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미움을 받더라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있다 생각하니, 묘한 불쾌함에 어쩔수가 없었다.

     

    내 책임은 다 하고 싶었다.

     

     

    검술 훈련, 전술 훈련, 생존 훈련, 그 어떠한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물들의 약점, 종류, 모든걸 가르쳤다.

     

     

    형은 자연스레 단장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나는 부단장으로 불렸다.

     

    그렇게 아담 형의 방식대로 용병단을 운영하다보니, 사상자는 이전 용병단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지원자를 고심하고 받는만큼 규모를 키우는게 어려웠지만,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잡혀갔다.

     

    훈련을 제외한다면 단원들의 만족감도 높았다.

     

     

    생존률이 높아질수록 나를 향한 미움은 존경으로 바뀌어나갔다.

     

     

    이렇다보니, 평범한 용병단과는 조금 결을 달리하는 우리의 홍염단은 여기저기 소문이 퍼지게 되었고, 그렇게 차근차근 규모를 키워갔다.

     

    규모가 커갈수록 들어오는 의뢰도 위험해졌고, 보수도 높아졌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우리의 손으로 만든 용병단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는 자부심을 느꼈다.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한 뜻으로 마물을 잡으면, 동료의식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매일같이 시비를 걸고, 하루 아침에 바뀌는 동료들이 아닌, 정말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이 생겨 내색하지는 않아도 기뻤다.

     

     

    그렇게, 5년이 더 흐른다.

     

    나는 24살이 되었다.

     

    형은 26살이었다.

     

     

    우리의 홍염단은 꽤나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 용병단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귀족들에게도 의뢰가 가끔 들어왔다.

     

     

    용병단을 차리겠다던 아담 형의 계획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어느날 형과 술잔을 기울일 때,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내 용병단은 다를거라 했지?”

     

    그의 말에 나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믐므므를그르므글님! 8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왜 이렇게 큰 후원을 계속해주시는거죠…? 아직 그 정도의 재미를 대가로 돌려드리지 못한것 같은데… 일단 정말로 감사합니다. 후원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더더욱 힘내볼게요…! 하지만 정말 아직은 연참을 못하는데…ㅠㅠㅋㅋㅋ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꼭 연참으로 이 감사함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저로서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네요.

    과거 부분(?)은 이제 끝이 났네요! 내일부터 현시점으로 넘어갑니다!

    다음화 보기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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