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

       “자기야. 저 사람, 랭커 아니야?”

        “어어? 그런 것 같은데? <비를 내리는> 송수아. 맞네.”

        “오오! 나 랭커 처음 봐. 엄청 이쁘다. 인형 같아!”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창백하네. 무슨 병 걸린 사람 같이.”

       

        쏟아지는 시선을 무시한 나는, 송수아와 함께 거대한 건물에 들어섰다.

       

        [ 히어로 타워 ]

       

        절망적인 작명센스와 멋들어진 음각이 눈에 밟혔다. 

       

        히어로 타워는 섬에서 가장 큰 아카데미의 랜드마크.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밤이 되면 아름다운 아카데미의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까웠다.

       

        “……윽!”

        “뭐야… 너 얼굴이 왜 그래?”

       

        나를 따라 힘 없이 걷던 송수아가 파리한 안색으로 신음을 흘렸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평소처럼, 이 며칠 동안의 송수아처럼 밝은 미소를 짓던 그녀다.

       

        그런데 왜?

       

        어째서, 불과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저리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냐고.

       

        “송수아. 말해 봐. 지금 상태가 어때? 걸을 수는 있겠어?”

        “응. 걸을 수는 있는데… 머리, 아니 온몸이 아파. 토할 것 같이…….”

       

        평소의 활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송수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뭔데? 무슨 병을 앓고 있길래 갑자기……!”

        “바보네.”

        “……뭐?”

        “예언자면서 그것도 몰라? 마나 중독. 어제 봤던 영화랑 똑같이.”

       

        하.

       

        마나 중독이라고?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낸 걸까. 그 엄청난 사실을 말하면서도 송수아는 일말의 동요조차 하지 않는다.

       

        “히어로 타워의 야경, 보여주려고 온 거지? 좋아. 보고싶어.”

       

        어렵사리 짓는 희미한 미소. 그 꼴을 보니 절로 말문이 막혔다.

       

        어제 보았던 로맨스 영화를 떠올렸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두 남녀. 갑작스레 찾아온 ‘마나 중독’이라는 불치병. 시한부인 것을 숨기던 여주인공의 허망한 죽음.

       

        ‘설마, 그래서 그 영화를 고른 건가……?’

       

        빌어먹을 사실은 영화의 여주인공이 지금의 송수아와 똑 닮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마지막을 지키는 건 연인이 아닌 나였지만.

       

        “젠장!”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마나 중독, 그 빌어먹을 병은 세계에 괴수와 빌런이 출몰하며 함께 나타난 희귀병이다. ‘능력’을 각성한 히어로가 극히 드물게 앓는 질병으로, 치료약은 물론 병세를 늦추는 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나 중독의 또다른 명칭은 ‘백사병’.

       

        발병자는 새하얀, 창백한 얼굴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설마…… 그 상태로 여태 날 만난 거냐.”

        “응, 힘들긴 한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어. 그런데 오늘은… 평소보다 더 아프네.”

        “…….”

       

        바보 같은 목소리에 입술을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송수아와의 첫만남을 기억한다. 기숙사 건물 앞, 유치원 뒤뜰에서 살갑게 인사를 건네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

       

        분명, 마나 중독 증세를 앓고 있었다면… 그때의 송수아도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움직였다. 유치원 아이들의 화분의 식물을 옮겨 심는 일을 위해 능력을 사용했다고 말했었고.

       

        멍청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녀석이다. 그러니 내가 한유리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오해를 하고, 겁을 준 거겠지.

       

        “나…… 빨리 야경 보고 싶어. 히어로 타워 위에서 아카데미를 내려다 본 적은 한번도 본 적 없거든.”

       

        새하얗게 말라붙은 입술을 뗀 송수아가 힘 없이 중얼거렸다.

       

        “그래, 그러자. 나도 본 적 없어. 처음이야.”

        “응? 혜성이가 처음인 것도 있구나.”

       

        신기하다는 듯한 송수아의 눈빛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사실 놀이공원을 간 것도, 거기서 솜사탕을 먹은 것도, 카페에 가서 한겨울에 팥빙수를 먹거나, 누구랑 함께 영화관을 간 것도 처음이다.”

       

        거짓말은 아니다.

       

        이 <히사있>에서 처음으로 추억이라고 부를만 한 것들.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이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난 후로는 처음으로 겪은 경험이니까.

       

        “뭐야…… 아는 척은 엄청 하더니, 자기도?”

       

        송수아가 내 고백에 힘 없이 슬쩍 웃었다.

       

        이 녀석. 아픈 와중에도 사람을 놀릴 힘은 남아있는 거냐.

       

        “가자.”

        “응.”

       

        송수아의 농담을 뒤로하고, 우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히어로 타워는 거대하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야경을 볼 수 있는 108층을 오를 수 있겠나.

       

        “……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점검 중.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황당했다.

       

        히어로 아카데미의 자랑, 히어로 타워. 그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다고?

       

        “하, 하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네.”

       

        우두커니 내 뒤에 서있던 송수아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인 듯, 힘 없이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내가 텔레포트 능력자라면 어렵지 않게 전망대를 오를 수 있겠으나, ‘현상 거절’은 공간 도약이나 신체 강화 따위의 힘을 지니지 않았다.

       

        “하아, 하아… 괜찮아. 야경이 뭐 중요한가?”

       

        파리한 안색의 송수아가 숨을 몰아 쉬며 중얼거렸다.

       

        1분, 1초가 지날때마다 삽시간에 어두워지는 안색. ‘마나 중독’의 종착지,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속이 절로 답답해지는 상황. 하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다.

       

        “계단.”

        “……응?”

        “계단으로 간다.”

        “뭐, 뭐라고?!”

       

        송수아가 놀라 소리쳤다.

       

        내 생각이 짧았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히어로 타워 내에 사람이 없다시피한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됐는데.

       

        “업혀.”

        “아니…… 정말로?”

        “그래, 빨리.”

       

        자세를 낮춘 나는 송수아를 채근했다.

       

        <성녀> 안젤리카의 예언대로, 크리스마스 당일에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면…….

       

        ‘아직 시간은 남았어.’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온갖 마천루가 가득한 아카데미의 야경을 보여줄 거다. 얌전히 죽음을 기다리는 송수아에게 줄 수 있는 내 마지막 선물이다.

       

        “에잇!”

       

        송수아가 곧장 내 등에 올라탄다.

       

        가볍다. 농담 조금 섞으면 깃털처럼 느껴진다. 이리 등에 송수아를 업으니 그녀가 곧 죽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간다!”

       

        송수아를 업고, 비상 계단으로 달려간다.

       

        “어, 어어!”

        “잠시만요! 현재 전망대는 폐쇄 상태입니다!”

        “멈춰요! 멈추라니까!”

       

        타워 내부에 상주하던 경비원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걸음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흡!”

       

        콰아앙!

       

        굳게 닫힌 비상구 문을 걷어찬다. 다행히 잠기지 않은 건지, 문이 시원스레 열렸다.

       

        비상구로 진입한 나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나를 반긴다.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치켜든 송수아도 그걸 본 모양인지.

       

        “그, 그냥 돌아갈까?”

        “아니.”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턱!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이 존재했다. 타워 내의 경비원들은 그런 나를 보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당신들 미쳤……!”

        “현상 거절, <공허>.”

       

        사아악!

       

        ……능력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끝끝내 나와 송수아를 끌어내릴 분위기였으니까.

       

        “뭐, 뭐야 방금?”

        “내 능력 중 하나.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풀려날 거야.”

        “우, 우와아. 나, 혜성이 능력은 처음 보네. 정말 D등급 맞아?”

        “맞다니까.”

       

        송수아의 감탄을 뒤로하고, 다리를 움직였다.

       

        다시 계단을 오른다.

       

        사람 하나를 등에 업고, 108층까지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는 일이 퍽 무모한 일이란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그게 약속이니까.

       

        “하아! 하아!”

       

        얼마나 계단을 올랐을까?

       

        시간을 알 수 조차 없다. 송수아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그저, 내 목에 느껴지는 송수아의 가파른 숨소리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혜성몬.”

        “……왜?”

       

        한 걸음, 한 걸음.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오르는데, 송수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아니, 그보다 나도 이제 한유리처럼 ‘몬’이 된 거냐.

       

        급박한 상황임에도 웃음이 나왔다.

       

        내 이름 뒤에 송수아 특유의 애칭을 붙이는 걸 보면, 다행히 녀석도 이 기분이 싫지는 않던 듯하다.

       

        “고마워.”

        “……됐다.”

       

        녀석의 뜬금없는 감사 인사. 그에 난 단답으로 대답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나는 녀석의 마지막을 지켜주기로 했다. 그게 우리 약속이니, 나는 나대로 약속을 이행할 뿐이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 107F ]

       

        고지의 턱끝 아래에서, 나는 미동조차 없는 송수아를 불렀다.

       

        “하아! 하아! 송수아. 다 왔어.”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른다. 송수아를 업은 팔과, 육신을 지탱하는 다리가 연신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만, 기어코 목표를 이루어냈다. 전망대가 있는 108층, 그 초입에 다다른 것이다.

       

        “……송수아?”

       

        헌데 이상했다.

       

        내 등에 업힌 녀석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송수아!”

       

        마지막 1층.

       

        계단을 오르며 거칠게 녀석의 이름을 부른다.

       

        “아우, 시끄러워…….”

       

        내 등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송수아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야, 놀랐잖아.”

       

        녀석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속이 쓰려서…….”

        “…….”

       

        턱!

       

        힘 없는 송수아의 목소리와 함께, 마지막 108층에 올랐다. 다행히 비상계단의 문과 전망대로 진입하는 문이 활짝 열려있다.

       

        “…….”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옮긴다.

       

        전망대는 관람객이 없는데도 환한 조명이 모두 켜져있었다.

       

        [ VIP ROOM ]

       

        아무런 말도, 대화도 없이 송수아를 업은 채로 VIP 룸에 들어섰다. 

       

        커다란 방 안은 마치 호텔 스위트룸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소파나 피아노 같은 집기는 물론, 간단한 세안을 위한 세면대까지 있다.

       

        “송수아, 저거 봐.”

        “으응?”

       

        송수아를 조심스레 통유리 앞에 놓인 소파에 내려놓았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밝은 불빛이 일렁인다.

       

        그러자.

       

        “와아, 와……! 와아!”

       

        송수아가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힘 없는 그 탄성이 워낙에 애처롭게 들려 기분이 편안하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말했지. 마지막을 장식해달라고.”

        “응…… 그랬었지. 좋아, 만족스러워!”

       

        송수아가 평소의 그것과 같이 웃었다.

       

        하지만.

       

        툭.

       

        “…….”

       

        툭.

       

        그녀의 밝은 웃음과 달리, 전망대의 통유리에 물방울이 날아와 부딪힌다.

       

        쏴아아-

       

        비.

       

        누군가의 심상이 반영된 것처럼, 슬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혜성.”

        “그래.”

        “이거, 선물.”

        “……선물?”

       

        스윽.

       

        파들파들 떨리는 팔을 든 송수아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이내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편지?”

       

        종이를 받았다. 그녀의 금발처럼, 노란 오리 스티커를 잔뜩 붙인 편지봉투다.

       

        “지금 읽지 마. 나중에, 나중에 읽어줘.”

       

        고개를 끄덕인 나는 편지를 품 안에 넣고 시선을 돌렸다.

       

        아름다운 아카데미의 휘황찬란한 야경 너머, 굵은 빗줄기가 전망대 유리를 때리고 있다.

       

        고요한 침묵. 그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송수아였다.

       

        “혜성, 나 있잖아.”

        “듣고 있어. 편하게 말해.”

        “봄이 오면 혜성이랑 벚꽃놀이 갈래. 한번도 안 가봤거든.”

        “……그래, 그러자. 나도 한번도 안 가봤어.”

        “혜성.”

        “……응.”

        “나, 처음으로 유리 외에 친구가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굵은 눈물이 송수아의 하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실, 죽고싶지 않아.”

        “……송수아.”

        “죽기 싫어. 왜…… 왜 내가 죽는 거야? 왜?”

       

        송수아가 깊은 절망을 두른 채로 흐느꼈다.

       

        숨이 턱 막힌다. 마음의 준비를 모두 끝낸 것처럼, 자연스레 행동하던 그녀의 슬픔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리고.

       

        댕- 댕- 댕-

       

        12시.

       

        심야를 알리는 종소리가 우리 둘 뿐인 넓은 전망대에 울려퍼졌다.

       

        “송수아.”

       

        이 소리가 이토록 무겁게 들린 적이 없었다.

       

        “송수아?”

       

        계단에서 그랬던 것과 달리, 송수아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떨리는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소파에서 잠에 든 것처럼, 흐느끼던 것이 거짓말처럼. 다소곳이 눈을 감은 송수아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현상 거절.”

       

        손을 들었다.

       

        그리곤 깜빡 잠이 든 송수아를 가리키고, 작게 읊조렸다.

       

        “현상 거절.”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고요한 침묵만이 나와 송수아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현상 거절!”

       

        거절한다.

        그녀의 죽음을 거절한다.

        삶의 종착지인 영면. 그 차디찬 안식에 드는 것을 거절한다.

       

       

    다음화 보기


           


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