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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안녕하십니까. 요람의 학생 여러분. 오늘 수업도 유익하고 힘차게 보내도록 해봅시다. 저번 시간에 이어서, 이능력자 관련 법에 대한 부분을 마저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누가 법에 대해서 가르치는 선생 아니랄까. 자로 잰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쓰고 있는 안경에서 서늘한 빛이 뿜어지는 것이 전형적인 ‘안경캐’ 라고.

       가장 뒤에 앉은 데우스는 속으로 생각하며 수업에 집중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능력자라 하여 모두가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바로 이곳, 요람에서 졸업장을 받고 이능력자 필수 교육을 이수한 사람만이 그 자격을 얻게 됩니다.”

         

       

       딱딱한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네모난 안경을 슬쩍 위로 올리며.

       요람의 사회 및 법 수업 담당, 룰러 선생이 말을 잇는다.

       

         

       “혹시 그 이유를 아는 학생. 있습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학생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답을 알고 있든 아니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괜히 나섰다가 과한 시선을 받을까. 걱정하는 건 그거다.

       

         

       “…없다면 선생님이 지목토록 하겠습니다. 음. 저기. 끝에 앉은 학생.”

         

       

       또 나야? 제발. 검머외라고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혹시 야만전사니 오랑캐니 생각해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

         

       오전 수업 내내 각 선생들에게 지목 당한 데우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름이, 데우스. 데우스 학생? 방금 전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습니까?”

        “예. 선생님.”

        “그러면 한번 말해보도록 합니다.”

       

         

       왜 제국이 요람이라는 곳을 세워 이능력자들을 교육하느냐.

       게이트가 발현되고 몬스터가 나타나는 와중에도 왜 그 법을 지키도록 하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 데우스는 아는 대로 최대한 대답했다.

         

       

       “모든 이능력자들을 제국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함입니다.”

        “더 자세히.”

        “이능은 양날의 검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몬스터 처단을 위해서. 게이트를 닫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한 용도로만 이능을 쓴다면 문제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허나 인간이란, 항상 그러하듯 선과 악에서 흔들리는 존재다.

         

       누구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누구는 보다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서.

       또 누구는, 이제껏 한 번도 겪지 못한 혼란을 위해서.

       

       

       “간단하지만 명쾌한 대답입니다. 아주 좋습니다. 데우스 학생. 유망주답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쯤 되면 유망주라서 눈에 잘 띄어 계속 질문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눈에 잘 띄어서 세워보니 유망주인 것인지, 슬슬 헛갈린다.

       

         

       “데우스 학생의 말대로, 자격 부여는 제국의 관리 하에 그 이능력자가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치가 가능합니다. 그것이 포상이 되었든, 아니면 처벌이 되었든 말입니다.”

         

       

       제국에서 최대한 근절하려고 노력 중에 있지만. 실제로 많은 효과를 거두었지만.

       아직도 생각보다 많은 이능력자들이 자격증도 없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평생 선행만을 베푼다면 참으로 좋은 일일 것이다.

       이능이 발현된 자는 반드시 요람에 입학해야 한다는 법도 생기지도 않았을 거다.

       

       

       “양날의 검. 참으로 적절한 단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국 법무성에서 조사한 결과, 요람에 입학하지 않고 몰래 활동하는 이능력자들 중 약 70퍼센트 이상이 범죄에 가담했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지요.”

       

         

       이능은 아무에게나 발현되지 않는다. 1년에 많아봤자 수백에 불과하다.

       그런 특이성은 이능의 위력과 함께 그것이 ‘권력’ 이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무력을 위시한 제제가 없는 힘은 결국 타락한다. 제국은 이 부분을 인지하고서 이능력자들을 위한 교육기관. 이곳, 요람을 만들었고 그들에게 자격과 권한을 주고, 동시에 의무와 통제라는 목줄을 걸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제국의 어느 곳에선 제 이능을 무기 삼아 범죄를 저지르는 자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떨어트린 이능력자의 격을, 다른 이능력자들이 제 희생으로서 세우고 있다.

       학생들은 아직 모르는. 이능력자와 이능력자 사이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오늘도 제국 특무대는 자격 없이 이능을 사용하는 자들. 그 이능을 범죄에 사용하는 자들을 찾고 있을 겁니다. 그곳에 속한 자들은 전원이 엄청난 실력자들입니다. 이 선생님은 부디, 학생 여러분들이 그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미소 하나 없이. 그저 안경을 밀어 올리는 룰러 선생.

       그 차가운 모습에 학생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자. 그러면. 제국 이능법. 모든 이능력자는 자신의 이능을 게이트 차단 및 몬스터 처리에 우선시 사용한다. 이 법안에 따라 요람을 졸업한 모든 이들은 유사시….”

         

       

       룰러 선생의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특무대.’

       

         

       데우스는 턱을 괴고서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세상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의 세계관은 정립된 곳이구나.’

         

       

       그래. 이게 맞지. 이능이라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데.

       누군가 그것을 이용해서 사회 전체를 전복시킬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을 완전히 잊은 채 지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국은 이능력자를 중히 대한다. 게이트를 닫고, 몬스터를 처리할 자들이기에.

       제국은 이능력자를 매우 경계한다. 자칫 제국을 뒤엎을 힘이 있기에.

         

       그래서 요람을 만든 것이다.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의무를 교육하는 것이다.

       이능 발현을 숨기지 않은 자들에게 그만큼의 권한과 이윤을 주면서.

       혹 그들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게. 혹은 못하도록. 목줄을 거는 거다.

       

         

       ‘요람에 들어오지 않은 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그들은 몬스터와 싸우며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되레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자신이 알던 소설, < 용병단 첫날 게이트가 열림 > 과 참 비슷하다.

       맹약을 통해 세상을 구하려는 자들과 세상을 망치려는 자들.

       죽어가면서도 남을 위하던 자들과, 반대로 남을 저주하던 자들이 떠오른다.

         

       

       “특무대라.”

       

         

       현재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곳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파견대에 들어가면 가산점이 있나?

       무시무시한 자들만 있다고 하니 나 정도면 받아줄 만도 한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민에 잠기는 데우스.

         

       

       “….”

       

         

       그런 그를, 옆옆 자리에 앉은 유리시아가 흘끗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

       

         

       유리시아가 보기에, 데우스는 굉장히 신기한 사람이었다.

         

       조금 멀리서 보면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를 보는 것 같다.

       거리를 조금 더 가까이 하면 굉장히 무서운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그 안에는, 누구보다 남을 위하는 선한 마음이 가득했다.

         

       

       ‘며칠 전부터 학생들을 도와주고 있었어.’

         

       

       쉬는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하교 시간까지.

       아직은 딱히 친구라 할 게 없어서 혼자만 다니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럽게 데우스의 뒤를 따르는 게 되었다.

         

       돕는다고 하여 막 엄청나지는 않다. 사소한 것들이다.

       

       

       

       길을 잃은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고.

       ( 길 안내를 받은 학생들은 주로 도주를 택했다. )

       

       넘어지려는 이를 발견하면 얼른 뒤에서 붙잡아주고.

       ( 주로 목덜미나 옷을 낚아채서 대롱대롱 매달리곤 했다. )

         

       

       남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저러기가 쉽지 않다.

       선한 마음이 없다면 무시하고 지나쳐도 되었을 거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음에도 데우스는 그리 행동했다.

         

       그래서 데우스를 더욱 더 동경하게 되었다.

       

         

       소심한 자신이지만. 말을 거는 것조차 떨리지만.

       언젠가는 저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여겼다.

       

         

       ‘동경만 해선 안 돼. 나도. 나도 변화가 필요해.’

       

         

       유리시아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래. 나도 이능력자야. 언제까지고 소녀일 수는 없어.

       시작부터 잘 할 수는 없어. 데우스처럼 작은 것부터 해보자.

       말을 걸고, 대화를 하고. 떨리는 마음을 이겨내는 게 먼저야.

       

         

       ‘일단 지나가는 친구들에게 머, 먼저 인사부터 해보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유리시아가 팟! 하고 고개를 들었다.

         

       

       “아.”

       

         

       생각해보니, 데우스를 따라간다고 여기까지 쫓아온 자신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근처는 오고 가는 학생들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데우스는 항상 외진 곳을 찾아서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 시간을 머물렀다.

       

         

       ‘뭐하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 유리시아는 잠깐 고민하다 걸음을 옮겼다.

         

       원래 그녀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갈등만 하다가 소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갔을 거다.

       한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조금 더 몸을 들이밀게 된다.

         

       

       “여, 여기로 간 거 같았는데….”

       

         

       놓쳤다. 분명 이곳으로 들어간 것까지는 봤는데.

       조금 더 빨리 가봐야 했나? 조심한다고 너무 망설였나?

       

         

       “여기서 뭐해. 유리시아.”

       “흐이잉!?”

       

         

       뒤에서 들려온 서늘한 목소리에 유리시아의 몸이 펄쩍 뛰어오른다.

       

       

       “데, 데우스?! 미, 미, 미안! 그, 그러니까. 나, 나는!”

        “혹시 너도 죠죠 보러 왔어?”

        “나는, 그… 어, 어어?”

         

       

       죠죠? 그게 뭐야? 유리시아의 얼굴에 당혹감이 깃든다.

         

       

       “아. 혹시 너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 나는 그렇게 부르는데. 녀석 주먹이 워낙 대단해야지.”

         

       

       ―츳츳!

         

       갑자기 요상한 소리를 내는 데우스.

       그러자 수풀이 흔들리더니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성묘가 아니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녀석이다.

         

       

       ‘귀, 귀여워!!’

         

       

       어린 고양이는 처음 본다. 특히나 이렇게 가까이서는.

       작은 몸집에서 절로 사랑스러움이 흘러나오는 녀석이다.

         

       그 귀여운 모습에 유리시아의 정신이 완전히 홀리려는 찰나.

         

       

       ―먀아아앙!!

         

       갑자기 고양이가 앙칼진 울음소리을 낸다.

       그곳에는 먹이를 꺼내놓는 데우스가 있었다.

         

       ―먀아아앙! 먀먀먕!

         

       

       “오. 제법이네. 역시 죠죠.”

         

       

       ―파파파팟!

         

       아직 어린 아이임에도 꽤나 위력적인 냥냥 펀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유리시아도 순간 움직임을 놓칠 정도다.

         

       그걸, 데우스는 웃으면서 손가락 하나로 상대해주고 있었다.

       

         

       “아직 미숙하구나. 그 정도 공격으로는 어떤 길냥이도 제압할 수 없단다.”

         

       

       ―먀아아아앙!!

       ―파파파팟!!

         

       더욱 빨라지는 고양이의 앞발. 그걸 전부 막아내는 데우스의 검지.

       와중에 본인 입으로 ‘오라오라무다무다!’ 라는 이상한 소리까지 내고 있다.

         

       

       그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리시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저 아기 고양이의 밥을 챙겨주려고. 그리고 놀아주려고.

       그래서 이 외진 곳까지 혼자서 몰래 온 거였구나.

         

       

       ―먀아아앙!!

         

       

       “느리다. 죠죠. 이제 인정해라. 이 몸이 네 집사임을.”

         

       

       한 손으로는 고양이와 놀아주며. 혹은 단련시키며.

       다른 한 손으론 손수 만든 덤벨로 신나는 웨이트 조지기.

       

       이게 바로 아카데미 생활이지. 데우스는 환하게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라오라오라무다무다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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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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