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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후아암···.”

       

       [독자님, 졸리세요?]

       

       “그야 당연하죠···.”

       

       

       안 졸리면 이상한 거 아냐?

       

       밤을 새우면서 지루하게 유시우의 집 앞을 지키고 있었다고.

       

       아무리 젊은 몸으로 바뀐 상태라도 피곤한 건 피곤한 거야.

       

       

       [···조금 실망이에요. 주인공이니까 사건·사고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주인공이라고 항상 사건이 터지는 건 아니라고 했잖아요.”

       

       

       일 년 내내 사건이 터지면 몸이 남아날 리가 없잖아.

       

       주인공이라고 항상 사건에 휘말리는 건 아니라고.

       

       다행히 작가님도 납득해 준 건지,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흐아암···.”

       

       “아, 안녕하세요.”

       

       “?!”

       

       

       유시우가 문밖을 나서기에 잠깐 기다렸다가 타이밍을 맞추어 인사를 건넸다.

       

       뭐야, 왜 저렇게 놀라?

       

       ···들켰나? 에이, 설마.

       

       같은 반 미소녀랑 우연히 만나서 놀란 거겠지.

       

       

       “우연이네요. 이 주변에서 살고 계시나 봐요?”

       

       “으, 으응···. 그렇지.”

       

       “피곤해 보이시는데, 그러면 안 돼요. 잠은 푹 주무셔야죠.”

       

       

       싱긋 웃어주었다.

       

       좋아, 이걸로 호감도가 올랐겠지.

       

       그나저나, 유시우 얘는 왜 이렇게 다크서클이 진해?

       

       잠 못 잤나? 왜?

       

       

       [독자님! 독자님! 시우랑 같이 등교해요!]

       

       

       작가님이 잔뜩 보채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아카데미에 등교할까요?”

       

       “가, 같이···?”

       

       “네, 같이.”

       

       

       유시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작가님이 환호했다.

       

       자기가 쓰는 글의 주인공을 계속 지켜볼 수 있어서 기쁜 모양이다.

       

       이제 화난 건 완전히 풀렸네.

       

       아예 까먹은 것 같은데?

       

       

       “후후, 오늘의 아카데미 생활도 기대되네요.”

       

       

       계속 웃어줘야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아르테는 시우의 얼굴이 잔뜩 굳어있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피로에 찌들어 시야가 좁아졌기 때문이었다.

       

       

       

       ***

       

       

       

       “좋아, 너희들. 어제는 책상에 앉아있느라 고생 많았다. 오늘은 이론은 하지 않을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도록.”

       

       “오오오오···!”

       

       

       클레어 선생님의 말씀에 학생들이 들뜨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이론이 싫은가보네.

       

       하긴, 나도 공부 싫어하는 건 매한가지니까.

       

       별 다를 건 없나?

       

       

       “그래서, 작가님. 오늘은 뭘 하실 예정인가요?”

       

       [우응···. 무기 고르기도 했고, 대련도 했으니까 오늘은 마력 측정을 해보려고요!]

       

       “마력 측정이라. 그런데 그건 입학식 때 할법한 게 아닌지···?”

       

       

       아니 그렇잖아.

       

       보통 마력 측정이나 특성 확인 같은 건 가장 처음 입학식 때 하는 거라고.

       

       수정구에 손 가져다 대고, 우오오오옷! 저 녀석 굉장히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어! 유망주다!

       

       라던가.

       

       우오오오, S급 특성이야! 굉장해!

       

       같은 거.

       

       애초에 순서가 이상하잖아.

       

       지금 생각해보니 측정도 하지 않고 대련부터 했네.

       

       

       [에, 에헤헤···. 그게요! 입학식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마수의 습격으로 장치가 부서졌고, 새로 공수한 게 지금 막 도착했다는 설정이에요.]

       

       “흐응···.”

       

       

       말을 흐리는 걸로 보아하니 대충 감이 온다.

       

       또 까먹었구만?

       

       아무 생각 없이 마수 떨구기에만 집중해놓고, 다시 생각해보니 소재를 쓰지 못해 아쉬웠던 모양이다.

       

       뭐, 개연성 있는 설정이니 넘어가 주도록 하지.

       

       맨날 작가님을 쪼아대다가 중요할 때 삐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가끔은 넘어가 주기도 해야지.

       

       

       “오늘은 마력 측정을 할 예정이다. 입학식 날에 할 예정이었지만, 너희들도 알다시피 문제가 생겼었거든.”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더 강할지 내기하자느니, 너는 내게 안 된다느니 하는 시답잖은 소리.

       

       

       “그리고 마력 측정이 끝나면 동아리의 신청도 있을 예정이니 참고하도록.”

       

       

       ···동아리?

       

       

       [그게, 동아리도 그런 거 있잖아요. 남들은 못 찾는 기연을 찾는 동아리! 합법적으로 아카데미를 나갈 수 있는 곳!]

       

       “아, 그건가.”

       

       

       회빙환 주인공들이 맨날 찾는 곳 말하는 거구나.

       

       가끔 게임 속에 들어간 애들도 찾는 거기.

       

       아카데미 밖에서 영약을 들고 오는 그런 장소.

       

       오늘의 일정을 읊어준 클레어 선생님이 교무실로 사라지고,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그 틈을 타 학생들의 눈을 피해 작가님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조금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학생들이 떠들고 있으면 집중하기가 힘드니까.

       

       ···음, 여기가 괜찮겠네.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을 법한, 으슥한 학교 뒤편에 자리 잡았다.

       

       

       “아카데미 밖에서 재미를 찾기는 힘들 거에요, 작가님.”

       

       [으음, 그건 그렇긴 하죠. 아카데미 소설은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면 귀신같이 재미없어진다는 이야기가···.]

       

       

       그래.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의 숙명.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면 귀신같이 재미없어진다.

       

       아, 잠깐 나가는 건 제외하고.

       

       물론 그렇지 않은 소설들도 있기는 하지만···.

       

       소설 중후반에 아예 아카데미를 벗어나는 순간 독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소설을 한두 번 봤어야지.

       

       물론 언젠가는 아카데미를 벗어나긴 해야겠지. 소설 끝날 때까지 아카데미에서만 전개할 수도 없고.

       

       그래도 소설 극 초반인 지금, 벌써 아카데미 외부에 시선을 돌리다니.

       

       작가님이 벌써 소재가 떨어져 새로운 소재를 찾고 있구나.

       

       이러다가 작가님이 절필할까 싶어 적당한 소재를 던져주었다.

       

       

       “아카데미 내부의 보물을 찾는다. 재밌지 않나요, 작가님?”

       

       [아카데미의 보물···?]

       

       “우후후···. 아카데미의 창립자가 숨겨놓은 비밀의 방. 그 안에 숨겨진 특별한 아티팩트···. 재밌겠는데요.”

       

       

       이거 좋지 않을까?

       

       짧은 시간 내에 생각한 것 치고는 괜찮은 플롯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중에야 아카데미 밖에 나간다 쳐도 지금은 극 초반이잖아.

       

       아카데미에 있을 때는 이런 느낌으로 전개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창립자가 숨겨놓은 위험한 아티팩트가 누군가의 손에 아카데미 외부로 반출될 위기에 처하고, 그걸 막는 학생들···. 큰 틀은 이걸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오오오···! 재밌겠네요! 이거라면 한참 동안 쓸 수 있는 소재에요! 역시 독자님! 천재야!]

       

       “에이, 뭘 그렇게 띄워주시나요.”

       

       

       그래도 칭찬받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웹소설을 읽은 시간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그래, 아카데미 소설은 아카데미 내부에서 사건이 일어나야지.

       

       큰 틀을 잡아두면 전개할 내용은 저절로 떠오르는 법이다.

       

       우선 기틀만 탄탄하게 잡아두자고.

       

       

       [세상 밖으로 나가면 말 그대로 세상이 뒤집어 질만한 아티팩트를 노리는 모종의 세력···! 오오, 좋아요! 악의 세력은 이걸로 정했어요!]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아티팩트라. 재밌겠네요. 후후···.”

       

       [으음, 아티팩트의 능력은 뭐로 정할까요?]

       

       “급할 필요는 없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하면 충분해요.”

       

       [좋아요! 아아, 기대된다.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 재밌을까!]

       

       “저도 기대되네요. 유시우 군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작가님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던 와중에, 문득 이런 것도 클리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해볼까? 해보고 싶기도 했고.

       

       좋아, 해보자.

       

       

       [···? 독자님? 뭐 하시는 거에요?]

       

       “잠시만요.”

       

       

       자그마한 목소리로 작가님을 제지했다.

       

       의문을 표했지만 내 말에 따라주는 모습이 살짝 고마웠다.

       

       

       “거기, 나오시죠.”

       

       

       준비해뒀던 대사를 외쳐보았다.

       

       음, 역시. 이런 장면에는 이런 대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멋있잖아.

       

       품속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들어, 목표로 한 나무를 바라보고···조준.

       

       

       “나오시지 않는다면···. 나오게 해 드려야 하겠네요.”

       

       

       그리고 발사.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 단검이 날아들어 나무의 기둥에 꽂혔다.

       

       내가 바라보던 방향과 한참 어긋난 위치의 나무에.

       

       

       [독자님, 성대하게 빗나갔는데요···.]

       

       “···.”

       

       

       아니, 그게.

       

       좀 빗나갈 수도 있지···.

       

       식칼도 한번 제대로 쥐어본 적 없는 사람이 단검을 제대로 던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우와, 바라본 방향이 저쪽인데 저기로 날아가는 것도 어찌 보면 재능이지 않을까요?]

       

       “후, 후후···. 시끄러워요. 아무래도, 제 착각이었던 모양이네요.”

       

       [이런 장면 좋아하시는구나···. 뭐, 기억해둘게요. 언젠가 독자님이 좋아하는 장면이 소설에 나오면 좋겠어요!]

       

       

       얼굴이 화끈거렸다.

       

       괜히 했네.

       

       아니, 그래도 참을 수 없었단 말이야.

       

       으슥한 곳에서 단검을 들고 있으면.

       

       게다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라면.

       

       이거 완전 중요한 대화를 숨어 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클리셰 아니야?

       

       한번 해 보고 싶었다고.

       

       

       “빨리 돌아가죠. 수업 시작하겠어요.”

       

       [독자님의 취향은 잠입, 혹은 스파이. 메모···.]

       

       

       시끄러!

       

       남자가 그런 거 좀 좋아할 수도 있지!

       

       ···아, 그러고 보니 단검 안 챙겼네.

       

       상관없나. 어차피 보급품이니까.

       

       나중에 하나 더 달라고 해야지.

       

       

       

       ***

       

       

       

       “히, 히이. 후으. 히엑···.”

       

       

       아르테가 자리를 벗어난 지 한참이 지난 후.

       

       단검이 꽂힌 나무의 뒤에서, 앞머리를 예쁘게 땋은 금발의 여자아이가 기어 나왔다.

       

       그래, 아멜리아였다.

       

       

       “후, 후윽···. 시, 심장 아파. 주, 죽는 줄 알았네.”

       

       

       혹여나 숨소리가 들릴까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했기에 거친 숨을 들이마시며 숨을 골랐다.

       

       과도한 긴장이 풀린 다리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것 같고.

       

       아멜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어떤 학생인지 확인하려고 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그래.

       

       대련을 내던져버린 괘씸한 아이가 인기척이 적은 장소로 들어가길래.

       

       살짝, 아주 살짝.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뒤따라갔을 뿐이다.

       

       

       “비밀의 방은 또 뭐야. 세상을 뒤엎을 만한 아티팩트는 또 뭐고···!”

       

       

       그런 거, 들어본 적도 없다고.

       

       아카데미의 창립자가 그런 아티팩트를 숨겨놨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저 중2병에 걸린 소녀의 망상증이라고 치부하고 싶었지만, 떨리는 시야 사이로 보이는 단검이.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으면서 보란 듯이 내게로 날아든 단검이.

       

       내가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유시우, 유시우라고 했지.”

       

       

       분명 자리에서 벗어나기 전에 말했던가.

       

       유시우가 어떻게 행동할지 기대된다고.

       

       마수 사태를 정리한 그에게 모종의 관심이 쏠린 걸까?

       

       아니면 그도 아르테 이시스와 모종의 협력자여서, 저 둘과 아는 사이인 걸까?

       

       유시우와 만나볼 필요성이 생겼다.

       

       

       “우, 우으. 화장실 가고 싶은데···! 다리야, 제발 움직여 줘···!”

       

       

       그 전에 화장실부터 가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들어본 적도 없는 비밀의 방(진짜임)

    왜냐하면 방금 생겼기 때문에!

    ***

    지나가는레콘 님, 1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트렌치홀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두분께서 연참을 원하셨지만, 제가 아무래도 전업 작가가 아니다보니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용···.

    일단 이번 주 내로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기대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이븨븨 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븨븨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20화까지 모아서 보신다면서 결국 못참으신건가요.

    재미있으셨으면 좋겠네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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