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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불가능합니다.”

       

       내 말에 세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째서인가?”

       

       “껄껄….”

       

       복잡한 설명을 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일단 첫 번째로, 여기에 영감님 부인의 영혼은 안계십니다. 아마 망자의 세계로 가셨을 거예요.”

       

       “허어…다른 곳에 있거나 그렇지는 않은가?”

       

       “흐음…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요.”

       

       “망자의 세계란 곳에서 불러 올 방법은 없고? 아니지….그렇다면 네크로맨서들과 다를 게 없군.”

       

       사실 망자를 불러오는 굿이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망자들의 세상에 문이 열리는 날이 있다.

       

       천문이 열린다고 하는 날인데, 문제는 이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원래 세계에서의 날짜를 세는 역법과 그로 인해 정해진 날들은 이 세상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 세상에도 천문이 열리는 날이 있는지조차 불확실 하고 말이다.

       

       이걸 설명해야 하는데….

       

       “으음…어떻게 설명해야 하려나…”

       

       세 사람이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세계적인 문제로 알 수가 없어요.”

       

       “세계적인 문제?”

       

       농담이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망자를 불러 올 방법이 없었다.

       

       부른다고 해도 안올 수도 있다.

       

       이미 미련이 없거나, 다시 태어났을 경우.

       

       혹은 지옥에 갔다면 이곳으로 올 수가 없다.

       

       “그리고 이미 떠나신 망자를 불러오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예요.”

       

       “나와 이놈이 보고 싶을 수도 있지 않은가?”

       

       망자가 이승에 남을 수 있는 한이란 고작 보고 싶음 정도의 감정이 아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한이 맺힐 정도로 그립다.’ 혹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너를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 정도는 되어야 이승에 귀신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로셀 내 뭐라 했는가? 안될 거라 했지 않은가? 그만하시게.”

       

       “끄응….”

       

       “죽어서도 닿을 인연이라면 닿게 되어 있어요. 싫어도 그렇게 될 테니 단념하세요.”

       

       “그렇구먼….”

       

       뜻밖에 클로셀과 파라몬은 쉽게 납득하는 듯 보였다.

       

       백작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군.”

       

       뜻밖에 쉽게 단념하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바른 태도였다.

       

       간혹 망자를 만나게 해 달라며 떼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에게 혼쭐이나서 쫓겨났지만 말이다.

       

       짧은 침묵이 내려앉은 가운데 백작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내 솔직히 자네를 아직 믿을 수는 없네.”

       

       “어허… 라몬은 이런 것으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아버님…영혼과 무언가를 한다는 건 마치….”

       

       백작의 날카로운 눈이 나에게로 향했다.

       

       “마치…네크로맨서의 그것과 같지 않습니까?”

       

       “허허….”

       

       “물론 라몬님의 말이야 믿지만, 이런 일일수록 확실하게 알고 가야 하는 법입니다.”

       

       백작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나는 불편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듣자 하니 나를 네크로맨서를 의심하는 모양인데….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었다.

       

       망자의 한을 풀어 주는 나와 망자를 희롱하는 네크로맨서를 비교하다니.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쯧…..”

       

       짧게 혀를 찼더니 백작이 무언가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봤다.

       

       하기야 이 세상에서 평민이 감히 백작의 앞에서 혀를 찬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백작의 반응이야 어쨌던 난 클로셀에게로 눈을 돌려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흐음….”

       

       분명히 굉장한 재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저게 내 것이라는 것도 분명했다.

       

       횡재의 운이랄까.

       

       중요한 건 그 근원지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클로셀 영감님.”

       

       “음? 무슨 일인가?”

       

       “뭐 숨기는 거 없어요?”

       

       “으음?”

       

       “있으면 다 꺼내놔 봐요.”

       

       분명히 뭔가 있다.

       

       이런것조차 못 알아볼 정도라면 내 재능이 울고 갈 일이었다.

       

       “흐음…”

       

       다시 살펴봤지만 그 근원을 알 수가 없기는 매한 가지였다.

       

       신이 점지해준 인연은 분명할 텐데 무엇을 하라고 점지를 해준 것일까?

       

       이런 경우에는 무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이어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에 대한 대가로 횡재운이 끼여 있는 것이고 말이다.

       

       “이상한 일이네…”

       

       문제는 그 일이란 것이 도통 정체를 드러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생을 마감한 부인을 만나는 일도 아니고…

       

       어느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클로셀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 전신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방울을 슬며시 잡으며.

       

       “여기 어딘데….”

       

       대놓고 사람을 살피는 내 태도가 무례했던 것일까?

       

       백작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보자 보자하니 무엄하기가 끝이 없구나! 아버님께 감히….!”

       

       “아, 잠깐만 있어 보세요. 거의 다 찾았는데 정신사납게….쯧.”

       

       “뭐라?”

       

       클로셀을 살펴볼 수록 하나의 이미지가 강하게 떠올랐다.

       

       푸르게 빛나는 보석.

       

       마치 눈앞에 보이듯 강렬한 이미지였다.

       

       “영감님, 그 파란 보석 같은 게 자꾸 보이는데 그런 거 없어요?”

       

       “으음? 보석 말인가?”

       

       “네이노옴!”

       

       중요한순간에 백작이 자꾸 옆에서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아, 진짜….정신사납다니까요.”

       

       나를 멈춰세우려는 백작의 몸이 미처 닿기도 전이었다.

       

       내 손이 클로셀의 허리에 묶인 주머니를 풀어낸 것은.

       

       “여기네.”

       

       주머니를 손에 쥐니 보석의 형상이 더 선명해졌다.

       

       무언가 기운의 흐름이 이상하기도 했고 말이다.

       

       결계와 비슷한 것을 보니 마법인 것 같았다.

       

       “허허…이보게 그건 가져간다고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닐세. 오직 주인만이 쓸 수…아니?”

       

       클로셀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다름이 아니라 작은 주머니 속으로 내 팔이 쑤욱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로만 보던 아공간 주머니인가?

       

       “으음…이것도 아니고….”

       

       얼굴이 시뻘게진 백작이 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클로셀의 눈짓에 멈춰 섰다.

       

       호기심과 신기함을 가득 담은 눈동자를 보니 내가 한일이 또 상식을 벗어난 일인 것 같았다.

       

       스윽 –

       

       “흐음….”

       

       스윽 –

       

       주머니 속은 굉장히 넓었다.

       

       팔을 아무리 휘저어도 그 끝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팔을 휘적거리며 물건들을 만지던 내 손끝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거네.”

       

       쑤욱.

       

       내 손에 잡혀나온 것은 내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푸른색을 띈 보석 이었다.

       

       하지만 내 손에 잡힌 보석을 본 나는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아니…그것은….”

       

       클로셀의 말이 끝나기 전 나는 먼 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영감님, 이거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보석에서 느껴지는 차디찬 느낌.

       

       온몸을 타고 흐르는 한기.

       

       이것은 마치 한이 어린 귀신과 몸이 닿았을 때나 나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머릿속에서 강렬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에 침음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으윽…!!!”

       

       “무슨 일인가?”

       

       “크리스 자네?”

       

       클로셀과 파라몬의 목소리가 귀에 전달되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길 틈 조차 없었다.

       

       머릿속으로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직접 겪은 듯 생생하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었다.

       

       “으윽…이…이게…”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성벽에 몰려 있었다.

       

       그중에는 늙은 사람도, 아직 솜털조차 다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들도 섞여 있었다.

       

       모두가 칼과 화살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아아….”

       

       “크리스!! 괜찮은가?”

       

       “자네!! 그 보석은…!”

       

       클로셀과 파라몬의 음성이 섞여들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그 음성과 똑같은 소리로.

       

       – 마수들을 베어라! 우리가 지켜야 할 성이다!

       

       – 마법병단은 모두 마나를 쥐어짜라!

       

       절규하듯 외쳐진 음성이었다.

       

       그에 대답하는 목소리들 또한 피를 토하듯 목을 찢고 나오는 소리였다.

       

       팔이 뜯겨 나가도, 목이잘려 나가도 그 눈만은 성벽 밖을 향해 있었다.

       

       딸랑 –

       

       그 속에서 방울 소리가 들린 듯했다.

       

       아니 지금 내 손에서 들린 것일까.

       

       구별조차 힘들었다.

       

       그만큼 머릿속에서 떠오른 장면들에서 전해지는 감정들이 선명했다.

       

       “으윽….”

       

       몸이 절로 뛰어올랐다.

       

       마치 벼락을 맞기전 굿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때는 신이 났다면 이번에는 온몸이 아파 왔다.

       

       잘려 나간 팔이 시려왔으며, 뜯겨 나간 다리가 저려왔다.

       

       딸랑-

       

       “커헉….!”

       

       “이보게…!!!”

       

       머릿속에서 보이는 파라몬과 클로셀의 감정이 휘몰아 쳤다.

       

       눈앞에서 죽어 간 수하들에 가슴이 찢어졌으며, 마법을 쓰지 못한 자신의 심장을 저주했다.

       

       – 내가 그대들을 지킬 것이다!

       

       파라몬의 외침이 내가 소리를 지른듯 목을 울려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이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 지키지 마시오! 나는 저것과 함께 죽을 테니!

       

       “지키지 마시오! 나는 저것과 함께 죽을 테니!”

       

       “크…크리스?”

       

       이번에는 클로셀의 음성이 머리를 울렸다.

       

       – 저 불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이 터져 나왔다.

       

       – 백작님! 저희들이 심장을 던지겠습니다!

       

       “백작님! 저희들이 심장을 던지겠습니다!”

       

       곧이어 무언가를 떠올린 클로셀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모든 것들이 손에 쥔 보석에서 시작된 현상들이었다.

       

       손에 느껴지는 진동만큼 다른 손에서 방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딸랑-

       

       방울을 흔들지 않았음에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울을 처음 찾을 때 느꼈던 그 소리였다.

       

       그리고 지금 떠오르는 장면들로 확실하게 느껴졌다.

       

       무당들은 굿을 할 때 신대란 것을 잡는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신명난다’ 라고.

       

       그 속에서 무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느끼고, 연결된 신의 의지를 느낀다.

       

       그리고 난 지금 신명을 느껴 그 신명을 휘두르고 있었다.

       

       딸랑 –

       

       몸이 하늘로 뛰어올랐다.

       

       춤사위 같으면서도 아닌 이 감각은 내가 하면서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들이 하나 같이 같은 장소를 가르키고 있었다.

       

       “아아…!”

       

       그 속에서 나는 알 수가 있었다.

       

       나의 신당을 차릴 곳이 그곳임을.

       

       “….괜찮은가?”

       

       나지막한 물음에 나는 여전히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클로셀 영감님, 이 보석을 주운곳이 어딥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회식때문에 못올렸네요!

    선작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문장들 사이에 간격을 한칸으로 줄였는데 읽기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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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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