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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정무학관의 수업 방식은 자율형 학습이다.

         

       학관에는 수많은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와 그를 보좌하는 조교들이 있고, 생도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를 찾아가 강의를 수강한다.

         

       그러나 수많은 과목들 중에는 필수 수강 과목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정파 무림의 시점에서 써내려간 무림 역사학,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었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을 알려주는 야전 치료학, 생도들 간의 대련을 통해 풀어나가는 실전 비무학 등.

         

       무림 역사학을 제외한 대다수가 강호 초출의 후기지수들이 헛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수업들이다.

         

       그중에서도 실전 비무학은 생도들의 열의가 가장 높은 수업으로 손꼽힌다.

         

       이유인즉슨.

         

       “백우진, 네놈에게 비무를 신청한다.”

         

       이렇듯 예기치 못한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져 보는 이들의 즐거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 * *

         

         

       사건은 시간을 거슬러 생도들이 실전 비무학 수강을 위해 대연무장으로 모이고 있을 때였다.

         

       대부분의 생도들이 모여 저마다 무리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백우진이 뒤늦게 나타났다.

         

       “진짜 잘생겼다….”

       “얼굴 하나만큼은 화경 고수라니까? 호호!”

         

       느지막이 나타난 백우진은 수많은 여생도들의 시선을 빼앗았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다른 남생도들의 질투를 야기했다.

         

       백우진이 힘없는 걸음으로 다가오자 오감이 뛰어난 이들은 그에게서 달착지근한 술 냄새가 풍기고 있음을 금세 알아차렸다.

         

       어젯밤 마시고 남은 잔향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직전에 마시고 와야만 맡을 수 있는 생생한 냄새였다.

         

       모든 생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저 녀석 술 마시고 온 거야?”

       “미친놈…, 실전 비무학 시간에 술을 마시고 들어오다니.”

         

       남자 생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실력은 바닥인 주제에 언제나 외모로 여생도들을 홀리고 다니는 백우진을 좋아하는 남생도는 없다시피 했다.

         

       그중 가장 많은 불만을 품은 무리가 바로 남궁수를 필두로 모인 무리였다.

         

       그들은 예전부터 백우진을 크고 작은 이유로 시비를 걸어왔다. 이유야 당연히 남궁수가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다.

         

       ‘속 빈 강정 주제에.’

         

       남궁수는 모든 걸 손에 쥐고 태어났다.

         

       오대세가 중 제일이라는 남궁세가라는 든든한 뒷배경, 뛰어난 무재, 호방한 외모.

         

       제 스스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로도 수많은 여생도들이 그의 외모를 칭찬하기도 했지만…, 백우진은 격이 달랐다.

         

       신이 여러 거푸집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찍어내듯 만들어낼 때 백우진만 직접 정과 끌을 쥐고 한 땀, 한 땀 깎아낸 것만 같다.

         

       언제나 모든 이들의 우러름을 받아왔던 남궁수는 그러한 순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등장만으로 정적을 자아내고,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의 공백을 만들어내는 순간들.

       

       더욱 화가 나는 건, 녀석의 곁에 있는 유화연 때문이었다.

       

       곧 있으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여자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이미 백우진을 버리기로 결심했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두 사람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유화연의 높은 이상과 백우진의 무능과는 별개로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기에.

       

       어쩌면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저 한폭의 그림 같은 사이를 반으로 갈라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앞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곤 했다.

       

       허나 자신이 직접 나서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저 새끼, 미쳤네.”

         

       남궁수가 자신 주변에 모인 이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뇌까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모여있던 이들이 제 일처럼 발벗고 나서게 만드는 데에는.

       

       “이봐, 면룡!”

         

       앞서 나선 이는 구왕수.

         

       남궁세가가 위치한 안휘에 인접한 강소성에 터를 잡고 있는 구씨세가의 차남이었다.

         

       ‘이건 기회야!’

         

       그는 남궁수와 친분을 다지고 말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정무학관에 입관했다.

         

       만약 그와 친해질 수만 있다면, 남궁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등에 업고 장남인 형을 밀어내고 가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응?”

         

       살짝 풀린 동공이 구왕수에게로 향했다.

         

       백우진은 그의 얼굴을 금세 기억해냈다.

         

       얼토당토않은 일들로 시비를 걸어오는 남궁수의 패거리들 중 가장 적극적인 놈.

         

       그는 주변인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사뭇 점잖은 얼굴로 백우진을 꾸짖었다.

         

       “술을 마시고 수업에 참여하다니! 자네 정말 제정신인가?”

         

       백우진은 겸연쩍은 얼굴로 제 볼을 긁적였다.

         

       “어…, 술을 마셨으니 제정신은 아니지 않을까?”

         

       스스로 제정신이 아님을 자인하는 듯한 말투에 이를 바라보는 생도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예기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구왕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무언가 이상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채 평소처럼 다시 한 번 더 건드려보기로 한다.

         

       “흥! 실력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니 자포자기한 모양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말고 그냥 자진 퇴관하는 게 어떤가?”

         

       평소였다면 수치심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을 모욕적인 언사에도 백우진은 얼굴 색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헤벌쭉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 나 요즘 실력 꽤 늘었는데.”

         

       그의 웃는 모습에 또 좌중이 술렁거렸다.

         

       “웃는 것 좀 봐. 완전 귀여워!”

       “그러게. 술 마시고 돌아다니는 사람 딱 질색인데, 쟤는 온종일 마시고 다녀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놈의 얼굴!

         

       “흥, 실력이 늘었다면 직접 확인해보면 알겠지!”

         

       여생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탓에 자꾸만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걸 느낀 구왕수는 비릿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백우진, 너에게 비무를 신청한다!”

       “좋아.”

         

       한 판 붙어주지 뭐.

         

       기다렸다는 듯, 백우진 또한 칼같이 답했다.

       

       

       * * *

       

       

       실전 비무학은 생도간의 비무로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그들이 비무를 펼치고 승자가 결정된 이후 승부를 결정지을 만한 순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또 보다 나은 수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알려주며 모두에게 이론을 주입시킨다.

         

       실전 비무학 수업이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건 아니다. 학관이 설립된 초기에는 조교와 조교 또는 조교와 교수가 합을 맞춘 비무를 시연하고, 이를 세부적으로 교육하는 방식이었는데 학관 내에서 다툼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서 방식을 바꾸었다.

         

       교수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싸움이 벌어져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느니, 차라리 공개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배출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다들 모였나.”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뜨거워질 무렵, 실전 비무학을 담당하는 종리혁 교수와 그의 조교들이 대연무장으로 들어섰다.

         

       “자아, 혈기왕성한 너희들이라면 못본 사이에 다양한 은원관계를 만들어 두었겠지.”

         

       자, 그럼 누가 비무를 할 테냐.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구왕수가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교수님! 백우진과 비무를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종리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백우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또한 동의했는지 별다른 이견 없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를 마주한 종리혁은 속으로 놀랐다.

         

       ‘한 달 만에 복귀했다고 들었는데….’

         

       들쭉날쭉하던 기도가 조금이지만 안정되어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일류에 올라섰나.’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차있는 그의 얼굴 표정이 이해가 됐다.

         

       무인이 가장 많이 죽는 순간이 언제인가 하면 바로 새로운 경지를 맞이한 직후다.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힘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은 보통 자신보다 한 끗 더 높은 고수의 저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달려들다가 그대로 목숨을 잃곤 한다.

         

       종리혁은 백우진이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판단했다.

         

       ‘제법 버틸 수는 있을 테니.’

         

       갓 일류에 올라선 백우진과 일류 상입을 바라보고 있는 구왕수.

         

       승패는 정해진 듯하지만, 몇 합 정도는 치열하게 주고받을 테니 수업 교보재로 사용하기에도 적절해 보였다.

         

       “좋다. 오늘 수업의 첫 번째 비무는 백우진과 구왕수, 두 사람의 비무다.”

         

       비무가 결정되고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생도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할 때, 백우진 곁에 선 두 사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예화와 유화연이였다.

         

       “너 정말 어쩌려고 그래!”

       “맞아요, 가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포기하시는 게….”

         

       신예화가 호들갑을 떨고, 유화연이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백우진은 그런 그들의 걱정에도 아랑곳 않고 앞으로 나섰다.

         

       서로 죽이지도 못하는 비무 따위에 걱정은 무슨.

         

       이 순간이 올 것을 예상했고, 기다리고 있었다.

         

       무시당하는 것, 맞고 사는 것. 백우진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두 가지다.

         

       겪어봐서 안다.

         

       참아봤자 감내해야 할 고통이 더욱 몸집을 불려 돌아올 뿐이라는 것을.

         

       “어쩌긴 뭘 어째. 한바탕 놀고 오는 거지.”

         

       전혀 예상치 못한 태연한 반응에 신예화와 유화연은 멍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조교의 손에 이끌려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정 전에 아슬아슬하게 연재를 했네요,,,

    저번에 말씀드렸듯, 집안에 코로나 문제로 일이 있었다고 했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젯밤부터 기침이 나고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낮에 확진 판정을 받았읍니다,,,

    하필이면 또 이번에 올릴 분량에서 반 정도를 수정해야 했는데, 낮 동안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뒤늦게 정신을 좀 차리고 써내려갔네요,,,

    퀄리티나 제가 보여드리려는 느낌이 생각보다 살지 않아 다음에 한 번 더 수정을 거쳐야 하겠습니다,,,

    내일은 좀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은 내용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코로나 항상 조심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선작, 댓글, 추천 부탁드립니당ㅎㅎ;

    P.s 오늘 내 연재를 위해 급하게 수정을 하다 보니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려주시면 빠르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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