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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오후.

     

     본격적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누구도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설령 알아차렸어도, 그들은 알아서 잘 시선을 피했다.

     문제는 나도 딱히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것들은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

     ‘이건 좀 그런데.’

     썩은 고기에 양념을 덕지덕지 발라 팔아치우는 것?

     제국에서는 식품위생법으로 바로 체포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이딴 음식을 팔아치우면서 돈을 받으려고 하느냐’라고 싸움만 일어날 뿐이다.

     한눈판 사이에 가지고 있던 금화나 솜누스 골드를 도둑맞는 것?

     축제에서는 도둑질당하는 게 어리석은 자라는 인식이 펼쳐져 있고, 심지어 그마저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지브롤터 경비대 때문에 그다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그나마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범죄라고 한다면-

     “도련님. 저, 로버트입니다.”

     “…….”

     “도련님. 지금 급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저, 사, 사람 잘못 보셨는데요!”

     등 뒤에서 갑자기 건장한 남자 하나가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이는 바람에,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다.

     “누, 누구세요?!”

     “…아, 골목으로 들어오라고요?”

     내가 사람들의 눈이 드문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남자는 그대로 나를 따라 들어왔다.

     “이쯤이면….”

     “그래. 뭔데.”

     “…그렇게까지 연기를 하셔야겠습니까? 진짜 소름 돋습니다.”

     “나만 하겠어.”

     여자에게도 귓가에 속삭임을 들은 게 단 두 명뿐이었는데, 졸지에 남자에게 귓속말을 듣게 된다니.

     “급하게 보고할 내용?”

     “예, 그것이-”

     “솜누스 골드를 상인들이 위조하고 있다고? 뭐, 흔한 일이지.”

     “……너무 많아서 그런데요.”

     로버트가 우려 가득한 눈으로 거리를 가리켰다.

     “너무 만들기 쉬운 거 아닙니까? 위조화폐.”

     “판을 깔아준 건데 뭘.”

     “어떤 곳에서는 여기, 꽃잎을 네 개만 붙여놓고 솜누스 골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차마 솜누스가 아닌 꽃을 나뭇조각 위에 붙일 생각은 다들 못하나 봐?”

     “도련님.”

     “괜찮아, 괜찮아.”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솜누스 골드 두 개를 각각 꺼냈다.

     “경, 이거 보게.”

     툭.

     손에 힘을 주고 나뭇조각을 뒤집어 쪼개자, 로버트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그거…!”

     “하나는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있고, 나머지 하나에는 솜누스 줄기가 들어있지.”

     “나무판이, 겹쳐있는 겁니까?”

     “그냥 겉으로 보면 나무토막처럼 보이지만, 안에 이런 게 있으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어.”

     “세상에.”

     로버트는 대롱대롱 흔들리는 솜누스 줄기를 손으로 붙잡았다.

     “심지어 줄기에 매듭까지 묶어놓으셨네요.”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는 건 기본이지.”

     “그래서 위조되는 거에 딱히 신경을 쓰지 않으셨던 겁니까?”‘

     “그래. 비밀로 해. 지금 벌써 밝혀지거나 그러면 축제의 흥이 떨어지잖아.”

     공식적으로 상인들이 정산받으러 오는 건 축제가 끝난 다음 날-내일이다.

     “오늘 하루는 지브롤터 백작 속여먹을 생각에 잔뜩 취해있으라지.”

     “그렇게 할 수 있는 놈이 있을까요…?”

     “아버지 상대로 사기 칠 생각을 하는 강단이 있는 자라면, 오히려 우리가 영입해야지.”

     매국도 한 번 해본 사람이 잘하고.

     남이 치는 사기도 사기를 쳐본 경험자가 잘 보는 법.

     제국 속어로, 꾼은 꾼을 알아본다고 하더라.

     “나중에 제국 상대로 사기 안 당하려면 말이야.”

     “…혹시, 사기꾼들을 모아서 일 시키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래.”

     노스트럼 왕국은 지금까지 영웅들을 영입하여 위기를 극복했다.

     “로버트 경처럼 충성스러운 기사는 쉽게 꺾이지 않는 법이지만.”

     하지만 나는 그런 영웅이 아닌, 그들의 반대편에서 서서 조롱하고 핍박하는 악인들을 모아 내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사기꾼이나 상인들은 강자의 편에 서는 놈들이라 더 이용하기 쉽지.”

     “그러다 배신할 수도 있습니다?”

     “배신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중역은 맡기지 않더라도 자잘한 심부름 정도는 맡길 수 있지 않겠어? 적진의 한가운데에서 첩자 노릇을 한다거나.”

     나는 망가진 솜누스 골드를 가볍게 흔들었다.

     “하여튼 그냥 놔둬. 그보다, 나는 경에게 두 사람에 대한 호위를 맡겼을 텐데?”

     “그것이.”

     로버트는 답답하다는 듯 입맛을 다시더니, 골목 반대편을 가리켰다.

     “도련님. 제가 도련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제국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아스…엘리 아가씨는 아예 제국에 대해서는 저보다 잘 알고 있지만, 축제에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든 있는 그대로 살펴보라고 하셨죠.”

     “물론.”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로버트가 긴 한숨을 토해내며, 품에서 작은 과일 하나를 꺼냈다.

     “세상에 자몽을 2만 골드에 파는 놈이 있지 뭡니까.”

     “뭐야. 나는 1만에 샀는데?”

     “…혹시 얼굴에 수염 달린 남자였습니까?”

     “어.”

     “젠장. 언제 사셨는데요?”

     “글쎄. 한두 시간 전에?”

     “하, 젠장. 그 사이에 가격을 올렸던 건가.”

     여기, 두 번째 호구가 있다.

     과거 왕국에 충성하던 이들 중 80%는 상인들의 바가지요금에 그대로 당하지 않을까.

     그런 호구가 아니라면, 왕국에 그렇게 충성할 리가 없으니.

     “그래도 도련님. 제가 다른 건 모르겠는데….”

     “자꾸 뭐. 나 바빠. 지금 제국에서 온 것들 살피느라-”

     “엘리 아가씨에게 위조화폐를 거슬러 준 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어라.

     “솜누스 이야기하는 거 아니지?”

     “예. 엘리 아가씨가 자베스 아가씨에게 속삭이던 걸 엿들은 헥스 자작이 저보고 이야기를 해준 건데….”

     “상황 파악 끝났어.”

     아무래도 헥스 자작이 나를 부르기 위해, 로버트 경을 파견한 모양이다.

     “경. 그래도 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네.”

     나는 가볍게 내 얼굴 옆에 손을 든 뒤.

     짜ㅡㅡ악!

     “도, 도련…!”

     “어허.”

     로버트를 향해, 가볍게 주머니를 흔들었다.

     “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 * *

     잠시 뒤.

     “꺄악?! 무슨 일이에요?!”

     “소매치기를 잡았습니다.”

     부푼 뺨.

     입술 아래에 흐르는 피.

     그리고 바닥을 한 번 구른 듯 흙이 잔뜩 묻은 옷.

     “어, 소, 소매치기요…?”

     “예. 아무래도 아가씨가 가진 금화 주머니를 훔친 것 같습니다.” 

     “그, 금화 주머니요? 그, 그런 건….”

     “여기 있습니다.”

     로버트가 금화 주머니를 내밀자, 아스타시아가 잠시 나를 바라보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어요, 로버트 경.”

     “그래서 처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데….”

     “도둑은 손을 잘라야지.”

     뒤에 있던 헥스 자작이 허리에 찬 칼을 손으로 튕기며 능글맞게 웃었다.

     “감히 아가씨의 돈을 훔쳐? 손장난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아주 그냥 확 잘라버려야 해.”

     “…….”

     “어쭈. 말을 못 하나? 아니면 예전에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가 혀라도 베인 건가? 하긴. 귀족을 상대로 그렇게 노려보는 눈빛을 보아하니, 진즉 잘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하…윽?!”

     헥스 자작이 한껏 나를 무시하다가 인상을 찌푸린다.

     “왕국 법에 따르면, 도둑은 영주성의 기사가 심판한다고 들었습니다.”

     나리아가 구두를 헥스 자작의 발 앞으로 슬쩍 치우며 말을 이었다.

     “로버트 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 음, 저야 아가씨의 처분에 따르려고 하는데….”

     “엘리. 엘리는 어떻게 하고 싶죠?”

     “어, 그, 그게….”

     일단, 나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여차하면 나서겠지만, 주변에 지나가는 이들이 이곳을 보고 수군거리고 있으니까.

     ‘목소리가 들키면 안 되거든.’

     아직 냄새는 나지 않지만, 주변에 스쳐 지나가는 제국의 향기가 스멀스멀 풍긴다.

     제국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왕국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왕국만을 위해 일하는 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으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좋은 방법이요?”

     “예. 잠시.”

     나리아가 근처 점포에서 장신구 몇 개를 사더니, 곧 내게로 가져와 손을 당겼다.

     철컥, 철컥.

     손목을 밧줄 같은 걸로 칭칭 감아 구속하고.

     목에는 고리가 달린 목걸이를 채우고.

     “이렇게 데리고 가죠.”

     고리로부터 기다란 줄을 걸고는 그 끝에 큰 매듭을 걸어 손잡이처럼 만드니, 영락없이 목줄 묶인 개나 다름없게 되었다.

     ‘죄수처럼 보이기는 딱이네.’

     “로버트 경이 엘리에게 판결하라고 하셨으니, 엘리의 영지로 데려가서 판결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그, 그래도 되나요…?”

     “네. 엘리. 잘 잡아두세요. 놓치지 말고.”

     “…고, 고마워요. 자베스.”

     나리아가 아스타시아에게 목줄의 손잡이를 건네고, 아스타시아는 목줄을 잡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 너!”

     그러고는 나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네가 도둑질을 한 건 죽을죄지만, 네가 이제 하는 걸 봐서 죽일지 살릴지를 정하겠어!”

     “…….”

     계속, 하시고.

     “네, 네가 도망가면 진짜로 가만 안 놔둘 거야! 다리를 부수고 감금한 다음, 평생 방 안에서 살도록 만들겠어!”

     나쁘지 않다.

     

     “죽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알겠어?!”

     끄덕.

     

     “조, 좋아. 그러면 조용히 따라와.”

     아스타시아는 높아진 목소리로 목줄을 잡아끌었고, 나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목줄의 길이는 거의 3m.

     느슨하게 줄이 늘어지더라도, 완전히 짧은 거리는 아니다.

     “그레이.”

     “아 씨.”

     헥스 자작이 나를 불렀다.

     또다시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진심으로 짜증이 확 일었다.

     “…크흠. 너라면 혹시나 알아볼까 싶어서 불렀는데.”

     슥.

     나는 묶은 손을 옆으로 비틀었고, 헥스 자작은 안주머니에 넣어둔 금화를 내게 건넸다.

     “이거, 진짜 아닌 것 같지?”

     이미 헥스 자작은 99% 확신하고 있다.

     “로버트 경도 아니라고 말은 하고 있는데….”

     확신이라는 말과 99%라는 말이 같은 선상에 올라갈 수는 없겠지만, 그 1%의 가능성조차 배제하지 않기 위해 나를 찾았다.

     ‘가짜 맞네.’

     지름 딱 5cm.

     동그라미의 원형은 그야말로 완벽.

     ‘1만’이라는 각인 또한 흠잡을 곳 없이 정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손가락 끝에 마나를 담아 내부를 살짝 훑으니 바로 그 특유의 감각이 느껴진다.

     ‘마나가 겉돌아. 금이라면 이런 식으로 마나가 스며들지 않지.’

     이건 금이 아니다.

     금처럼 생긴 무언가다.

     겉은 1만 골드 금화처럼 보이지만, 노스트럼 금화-골드가 아니다. 

     ‘제국 조폐창에서 찍어낸 왕국 금화야.’

     무엇을 숨기랴.

     이것은 위조화폐다.

     그것도 제국에서 찍어내서 유통한 도금 화폐.

     ‘제국은 알고 있을까. 본인들이 위조로 마구 찍어낸 화폐조차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마도 세이레네 항구를 통해 들어온 제국산 금화 중 일부가 축제에 참여한 상인들의 손을 거쳐, 기어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일 터.

     “어떤가?”

     “헥스 자작. 잠시.”

     내가 손짓하자, 헥스 자작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왕국은 이 정도로 정교한 각인을 할 만큼의 실력이 없잖습니까.”

     “…….”

     헥스 자작이 쓰게 웃는다.

     “제국에서 이 계획을 짠 인간, 아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제국은 어딘가, 노스트럼에 대한 환상 아닌 환상을 품고 있다.

     “자기들은 도금으로 가짜를 마구 뿌렸는데, 그게 너무 잘 만들어진 나머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는 것에.”

     본인에게 직접 들은 말이니, 틀린 말은 절대 아니다.

     “그보다 엘리는 어떻게 알아차렸답니까?”

     “…금화 무게가 다르다고 하던데?”

     “예?”

     “금화를 여러 개 받았는데, 몇 개가 무게가 다르다면서-”

     “헥스 자작님?”

     사라락.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걸까요?”

     엘리가 어느새 목줄을 짧게 잡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보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시는 걸까요?”

     “크흠. 아무것도.”

     “조심해주세요. 정말.”

     나는 도금된 금화를 가볍게 움켜쥐었다.

     마나를 흘려보내지 않고 감각만으로 금화를 구분해낸다?

     ‘0.1g 이하 차이지 싶은데.’

     나도 지금은 할 수 없다.

     최소한 중급 기사 이상은 되어야 미세한 무게 차이를 인지할 수 있을 것인데-

     딱!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흥!”

     “…….”

     “얌전히 따라오기나 해!”

     아스타시아에게 한 대 맞았고, 나는 묵묵히 아스타시아가 이끄는 대로 그 뒤를 따라갔다.

     

     * * *

     “…….”

     찰칵, 찰칵.

     “세상에.”

     왕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물건-사진기를 든 백발의 여인이 버튼을 계속 딸칵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이거, 황태자한테 보여주면 어떻게 되려나.”

     찰칵, 찰칵.

     “정말, 반응이 쉽게 예상이 안 되는 인간이라…. 하아.”

     여인은 좀처럼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지만.

     “저렇게 순순히 따라가는 걸 보면, 음….”

     찰칵, 찰칵.

     “그래.”

     찰칵.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기꺼이 자기 목줄 정도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넘겨줄 수도 있지.”

     찰칵찰칵찰칵찰칵.

     “하아. 왜 내가 어렸을 때는 저런 아이가 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던 건지.”

     여인은 진심으로 한탄하며, 계속 사진을 찍을 뿐이었다.

     “앗, 이런. 잠깐 놀러 온다는 게.”

     그 누구도, 그 여인이 축제에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음….”

     “왜 그러세요, 백작님?”

     “아니. 아무것도. 그냥….”

     백작성에서 나온 지브롤터 백작 부부가 광장에 나오기 전까지.

     “예상치 못한 손님이 왔다 간 모양이군. 온 건 상관없긴 한데….”

     그 누구도.

     “…어디로 온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연재 일정

    11월 11일~11월 12일은 연재가 불투명할 수도 있습니다.
    예약이 걸려있으면 연재 성공 아니면 휴재입니다.
    11월 13일 자정에는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향후 전개
    일단 16일 전까지는 3권 90화까지 쓸 예정입니다
    91화 이후는 4권입니다.

    #3.일러스트
    다음 일러스트는 레타르(17세)입니다.
    과거 모습이기도 하며, 그렇게 자랄 예정입니다.
    공개는 일단 주말 좀 지나고 난 뒤에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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