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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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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은 아니지만…내가 저지른 짓이 맞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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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의 뜻이 얼굴에 떠오른 건지 바닥을 뒹굴고 있던 이들이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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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게 다 계획된 거라고? 처음부터?”
   “마…말도 안돼. 우리가 장기 말처럼 놈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였단 말인가?”
   “고작 개인에게 데비아탄 조직 전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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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에 찍어놓은 것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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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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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샹들리에가 흔들리고 있는 게 보였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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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 이대로 있으면 전부 죽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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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급한 마음에 방 안쪽으로 성큼 걸음을 옮기자 바닥에 주저앉은 이들이 움찔 몸을 떨며 뒤로 기어갔다. 그들은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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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경계하지 않도록…그래,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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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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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아탄 조직의 보스, 아탄은 학살자가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이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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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저놈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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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까지 그의 계획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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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아려 보려 해도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핏빛의 검이 섬뜩하게 번뜩이며 당장이라도 그들의 피를 취할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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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뒤로 보이는 산처럼 쌓인 시체들이 그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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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개 따위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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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살쯤 되어 보이는 키와 어려 보이는 얼굴, 살짝 아래로 휘어진 눈꼬리를 보면 말 잘 듣는 순한 아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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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겉모습에 속아 넘어갔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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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건 괴물이야… 네스트의 괴물. 네스트의 진짜 주인은 저 녀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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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에 뱀을 삼킨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네스트 같은 작은 조직의 부하일 리 없었다. 그러니, 저 남자가 실질적인 주인이며 현재 보스로 알려진 자는 바지사장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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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아탄은 다른 조직과 몸집 크기부터가 다르다. 카르디샨에 있는 모든 정보가 데비아탄의 귀로 들어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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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저런 괴물이 네스트에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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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자신의 모든 걸 감출 수 있는 거지? 아탄의 눈동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공포에 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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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이런 짓을 저지른 거지? 데비아탄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아니,아니다. 저 남자가 데비아탄 조직을 지우려 했으면 벌써 무너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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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탄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교차하고 있을 때 리안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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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하실 겁니다. 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데비아탄 쪽에서 저를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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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탄의 머릿속에 ‘감히’라는 말이 울려 퍼졌다. 리안이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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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법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위협하지 않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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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권능의 작동을 멈추기 위해 말 그대로 위협을 멈춰달라는 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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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금 우리보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라 말하는 건가?’
   ‘꿀꺽, 이 모든 게 데비아탄은 집어삼키기 위해 준비되었던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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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위협하지 말라.’라는 말은 곧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가 돼라.’라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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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간의 싸움에서 위협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맹?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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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이 난무하는 이곳에선 전부 무용지물인 말이었다. 위협을 완벽하게 없애기 위해선 상대 조직을 괴멸시키거나 집어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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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리안의 말은 그들에게 “죽기 싫으면 닥치고 내 밑으로 들어와 충성스러운 개가 되세요.” 라고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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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아탄 조직을 홀라당 집어삼키겠다는 말에 간부와 보스는 전부 얼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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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가 진짜 떨어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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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연신 천장을 흘긋거리며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들이 바닥을 기어 더 뒤로 물러났다. 리안은 경계하지 말란 의미로 더욱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간부와 보스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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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없습니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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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그들의 패배는 정해진 일이니 어서 내 아래 기라는 말에, 간부와 보스는 몸을 덜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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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욕감과 두려움이 그들의 머릿속에 팽배해졌다. 그들이 답을 못 내리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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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득,끼이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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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들리에가 거칠게 흔들리며 당장이라도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리안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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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은 나중에 하고 우선 그곳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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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나오라고 말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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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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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샹들리에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부와 보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 채 샹들리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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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이래서 빨리하라고 그런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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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마검을 날이 길쭉한 창 형태로 바꾸어 순식간에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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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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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샹들리에를 고정하고 있던 체인 구멍에 창 날이 통과했다. 창의 날과 손잡이 부분을 이어주는 곳이 툭 튀어나와 있어 체인이 창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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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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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이 천장에 박히면서 샹들리에가 중간에 멈추어 섰다. 창의 길이만큼 아래로 축 늘어진 샹들리에는 간부와 보스 코앞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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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악!”
   “으허허허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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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간부들이 바닥을 기며 샹들리에 밑에서 도망쳤다. 바지를 적신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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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지에 지릴 정도로 무서운 일은 아니었지만, 개그 필터로 인해 몸이 과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기민하게 알아차린 리안은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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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위협하지 않겠다고 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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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에 삼켜진 이들이 덜덜 몸을 떨며 리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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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답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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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그들이 걱정된다는 듯 연민의 감정이 가득 담겨있었지만, 내뱉는 말은 섬뜩한 협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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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호구는 아닌지라. 계속 위협하시겠다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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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천장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창이 가볍게 리안의 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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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장창! 챙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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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이 빠지면서 샹들리에가 바닥에 떨어졌다. 유리와 금속 조각이 사방에 튀어 올랐다. 아름다운 반짝임 속에서 간부와 보스는 아득한 두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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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살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더 이상 위협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돼요.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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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고 이곳에 머물 수는 없었기에 리안은 그들에게 해결법을 알려준 후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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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허어억…”
   “으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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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떠나고 나서야 두려움에 젖은 신음이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졌다. 아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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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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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애새끼의 손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아탄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아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려움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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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야 한다. 네스트의 뒤에 거대한 흑막이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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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네스트의 사냥개’라는 이명은 ‘네스트의 흑막’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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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위협했던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했던 리안에겐 억울한 일이었지만, 이에 대해 알게 되는 건 한참 뒤에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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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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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혼돈이 찾아온 데비아탄의 땅을 벗어나 서쪽 네스트의 땅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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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중간 폐가가 되어버린 흑마법사나 노예 상인의 가게를 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투기장에서 해봤던 일이라 어렵지 않게 온갖 물건을 챙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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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둑한 주머니를 챙겨 서쪽까지 온 것까진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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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끙…노아가 어디에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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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서쪽에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물어보기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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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네스트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뭐,뭣? 그런 걸 왜 나한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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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하는 이에게 실버 하나를 꺼내서 내밀자 갑작스럽게 친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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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으로 쭉 가시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서 들어가시면 네스트라는 식당이 보이실 겁니다. 네스트 조직에서 운영하는 가게이니 그쪽으로 가보시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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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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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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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헤에…맛있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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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트 식당이라고 적힌 건물에 가까워지자 맛있는 냄새가 훅 밀려왔다. 제스가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뜬 채 연신 침을 꼴깍 삼켰다. 꼬리가 마구 살랑거려 로브가 팔랑거리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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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기 전에 식사라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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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생각하며 식당 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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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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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점원은 생각보다 많이 어렸다. 12살? 1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어린아이도 훌륭한 노동원으로 생각하는 잔혹한 세계이기에 이상할 것까진 없었지만….조리가 한참 진행 중인 주방 쪽에도 어린아이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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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거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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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끔벅이며 당황하고 있는 사이 빈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냄새가 끝내줬던 만큼 가게 안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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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고기 조림 한 그릇 더!”
   “여기도!”
   “여기 맥주 언제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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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사람들이 많은 만큼 시장 바닥처럼 시끄러웠다. 꽤 위험해 보이는 이들도 식사를 하는 걸 보고 있자니 걱정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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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위험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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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가게에서 서빙을 한다고 해도 걱정스러운 마당에, 이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어린아이들이 서빙을 하고 있는 걸 보니 걱정이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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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내 걱정이 우려가 아니었던 듯 누군가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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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언제 나오냐고 몇 번을 묻냐!?”
   “어이, 네 녀석 분명 주문한 지 1분도 안 됐잖아! 앞에 기다리는 테이블도 많으니 입 닥치고 있어!”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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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낼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주변 이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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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말려야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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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주방 쪽에서 무언가가 훅 하고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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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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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익숙한 형태의 책이 촤르륵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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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새끼가 겁도 없이 난동을 부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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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의 스승인 줄리아나가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금까지 남은 시간 D – 1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계획은 아니지만…내가 저지른 짓이 맞긴? 하지?’

긍정의 뜻이 얼굴에 떠오른 건지 바닥을 뒹굴고 있던 이들이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이게 다 계획된 거라고? 처음부터?”

“마…말도 안돼. 우리가 장기 말처럼 놈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였단 말인가?”

“고작 개인에게 데비아탄 조직 전부가..?”

판에 찍어놓은 것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끼이익 -.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샹들리에가 흔들리고 있는 게 보였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으아아! 이대로 있으면 전부 죽을지도 몰라..!’

다급한 마음에 방 안쪽으로 성큼 걸음을 옮기자 바닥에 주저앉은 이들이 움찔 몸을 떨며 뒤로 기어갔다. 그들은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최대한 경계하지 않도록…그래, 웃자.’

***

데비아탄 조직의 보스, 아탄은 학살자가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몸이 덜덜 떨렸다.

‘우린 저놈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구나…’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까지 그의 계획이었지?

헤아려 보려 해도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핏빛의 검이 섬뜩하게 번뜩이며 당장이라도 그들의 피를 취할 것처럼 보였다.

그의 뒤로 보이는 산처럼 쌓인 시체들이 그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사냥개 따위가 아니었어.’

16살쯤 되어 보이는 키와 어려 보이는 얼굴, 살짝 아래로 휘어진 눈꼬리를 보면 말 잘 듣는 순한 아이처럼 보였다.

그런 겉모습에 속아 넘어갔던 걸지도 모른다.

‘저건 괴물이야… 네스트의 괴물. 네스트의 진짜 주인은 저 녀석이겠지.’

속에 뱀을 삼킨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네스트 같은 작은 조직의 부하일 리 없었다. 그러니, 저 남자가 실질적인 주인이며 현재 보스로 알려진 자는 바지사장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데비아탄은 다른 조직과 몸집 크기부터가 다르다. 카르디샨에 있는 모든 정보가 데비아탄의 귀로 들어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저런 괴물이 네스트에 있다는걸!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자신의 모든 걸 감출 수 있는 거지? 아탄의 눈동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공포에 질려갔다.

‘어째서 이런 짓을 저지른 거지? 데비아탄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아니,아니다. 저 남자가 데비아탄 조직을 지우려 했으면 벌써 무너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탄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교차하고 있을 때 리안이 입을 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하실 겁니다. 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데비아탄 쪽에서 저를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

아탄의 머릿속에 ‘감히’라는 말이 울려 퍼졌다. 리안이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해결법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위협하지 않으면 됩니다.”

리안은 권능의 작동을 멈추기 위해 말 그대로 위협을 멈춰달라는 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들렸다.

‘지,지금 우리보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라 말하는 건가?’

‘꿀꺽, 이 모든 게 데비아탄은 집어삼키기 위해 준비되었던 거라고?’

리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위협하지 말라.’라는 말은 곧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가 돼라.’라는 말과 같다.

조직 간의 싸움에서 위협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맹? 협정?

배신이 난무하는 이곳에선 전부 무용지물인 말이었다. 위협을 완벽하게 없애기 위해선 상대 조직을 괴멸시키거나 집어삼켜야 한다.

따라서, 리안의 말은 그들에게 “죽기 싫으면 닥치고 내 밑으로 들어와 충성스러운 개가 되세요.” 라고 들렸다.

데비아탄 조직을 홀라당 집어삼키겠다는 말에 간부와 보스는 전부 얼음이 되어버렸다.

‘이러다가 진짜 떨어질 것 같은데….’

리안은 연신 천장을 흘긋거리며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들이 바닥을 기어 더 뒤로 물러났다. 리안은 경계하지 말란 의미로 더욱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간부와 보스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이미 그들의 패배는 정해진 일이니 어서 내 아래 기라는 말에, 간부와 보스는 몸을 덜덜 떨었다.

모욕감과 두려움이 그들의 머릿속에 팽배해졌다. 그들이 답을 못 내리는 사이.

우득,끼이잇..

샹들리에가 거칠게 흔들리며 당장이라도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리안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답은 나중에 하고 우선 그곳에서 -..”

당장 나오라고 말하려는 순간.

콰지직!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샹들리에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부와 보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진 채 샹들리에를 바라보았다.

‘으..이래서 빨리하라고 그런 건데!’

리안은 마검을 날이 길쭉한 창 형태로 바꾸어 순식간에 날려 보냈다.

챙!

샹들리에를 고정하고 있던 체인 구멍에 창 날이 통과했다. 창의 날과 손잡이 부분을 이어주는 곳이 툭 튀어나와 있어 체인이 창에 걸렸다.

콰광!

창이 천장에 박히면서 샹들리에가 중간에 멈추어 섰다. 창의 길이만큼 아래로 축 늘어진 샹들리에는 간부와 보스 코앞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으아아악!”

“으허허허헉!”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간부들이 바닥을 기며 샹들리에 밑에서 도망쳤다. 바지를 적신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바지에 지릴 정도로 무서운 일은 아니었지만, 개그 필터로 인해 몸이 과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기민하게 알아차린 리안은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위협하지 않겠다고 말하라고.”

두려움에 삼켜진 이들이 덜덜 몸을 떨며 리안을 바라보았다.

“빨리 답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될 거예요.”

정말 그들이 걱정된다는 듯 연민의 감정이 가득 담겨있었지만, 내뱉는 말은 섬뜩한 협박뿐이었다.

“저도 호구는 아닌지라. 계속 위협하시겠다면 뭐…”

리안이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천장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창이 가볍게 리안의 손으로 돌아왔다.

와장창! 챙그랑!

창이 빠지면서 샹들리에가 바닥에 떨어졌다. 유리와 금속 조각이 사방에 튀어 올랐다. 아름다운 반짝임 속에서 간부와 보스는 아득한 두려움을 느꼈다.

“음, 살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더 이상 위협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돼요. 알겠죠?”

언제까지고 이곳에 머물 수는 없었기에 리안은 그들에게 해결법을 알려준 후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허억,허어억…”

“으흐으…”

리안이 떠나고 나서야 두려움에 젖은 신음이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졌다. 아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젠장,젠장!’

저런 애새끼의 손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아탄은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아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려움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알려야 한다. 네스트의 뒤에 거대한 흑막이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네스트의 사냥개’라는 이명은 ‘네스트의 흑막’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자신을 위협했던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했던 리안에겐 억울한 일이었지만, 이에 대해 알게 되는 건 한참 뒤에 일이었다.

***

대혼돈이 찾아온 데비아탄의 땅을 벗어나 서쪽 네스트의 땅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폐가가 되어버린 흑마법사나 노예 상인의 가게를 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투기장에서 해봤던 일이라 어렵지 않게 온갖 물건을 챙길 수 있었다.

두둑한 주머니를 챙겨 서쪽까지 온 것까진 좋았는데…

‘끙…노아가 어디에 있으려나?’

북서쪽에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물어보기로 결론 내렸다.

“저기 네스트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뭐,뭣? 그런 걸 왜 나한테 물어봐!”

당황하는 이에게 실버 하나를 꺼내서 내밀자 갑작스럽게 친절해졌다.

“저쪽으로 쭉 가시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서 들어가시면 네스트라는 식당이 보이실 겁니다. 네스트 조직에서 운영하는 가게이니 그쪽으로 가보시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었다.

***

“흐,헤에…맛있는 냄새..”

네스트 식당이라고 적힌 건물에 가까워지자 맛있는 냄새가 훅 밀려왔다. 제스가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뜬 채 연신 침을 꼴깍 삼켰다. 꼬리가 마구 살랑거려 로브가 팔랑거리는 게 보였다.

‘만나기 전에 식사라도 하고 있을까?’

그리 생각하며 식당 안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가게 점원은 생각보다 많이 어렸다. 12살? 1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어린아이도 훌륭한 노동원으로 생각하는 잔혹한 세계이기에 이상할 것까진 없었지만….조리가 한참 진행 중인 주방 쪽에도 어린아이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이거 괜찮은 건가?’

눈을 끔벅이며 당황하고 있는 사이 빈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냄새가 끝내줬던 만큼 가게 안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여기 고기 조림 한 그릇 더!”

“여기도!”

“여기 맥주 언제 줘?!”

거친 사람들이 많은 만큼 시장 바닥처럼 시끄러웠다. 꽤 위험해 보이는 이들도 식사를 하는 걸 보고 있자니 걱정이 밀려왔다.

‘너무 위험하지 않나?’

일반적인 가게에서 서빙을 한다고 해도 걱정스러운 마당에, 이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어린아이들이 서빙을 하고 있는 걸 보니 걱정이 치밀었다.

그런 내 걱정이 우려가 아니었던 듯 누군가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

“여기 언제 나오냐고 몇 번을 묻냐!?”

“어이, 네 녀석 분명 주문한 지 1분도 안 됐잖아! 앞에 기다리는 테이블도 많으니 입 닥치고 있어!”

“뭣?!”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낼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주변 이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이런…말려야 될 것 같은데.’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주방 쪽에서 무언가가 훅 하고 날아왔다.

“엇..!”

꽤 익숙한 형태의 책이 촤르륵 펼쳐지고.

[ 어떤 새끼가 겁도 없이 난동을 부려? ]

노아의 스승인 줄리아나가 나타났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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