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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과거 제국에서 나름 잘 나가던 이능력자, 펠기엘 로스카르.

       다시. 이제는 제국의 명백한 적이 되어버린 이능 우월주의자, 펠기벨.

         

       얼마 전만 해도 그는 나름 이 무리의 중진으로서 여러 휘하들을 두고 있었다.

       오직 이능력자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입증하고자 여러 노력을 했다.

       과거 자신과 함께 싸웠던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밤마다 몰래 이동하는 건 다반사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일말의 의심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옳다고 확신했다.

       비록 지금은 저 우매한 것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바뀔 거라 여겼다.

       언제까지고 저 무능한 것들을 위해서 이 위대한 이능력자들이 희생할 수는 없는 법.

         

       더 많이 바치고, 더 많이 추앙하고. 보다 더욱 높은 곳으로 올려야만 한다.

       그게 펠기벨과 우월주의자들이 꿈꾸는 제국의 올바른 미래라 할 수 있었다.

       

         

       “허억! 헉! 으헉!”

       

         

       하지만 그 믿음이고 뭐고. 눈앞의 두려움 앞에선 다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도망쳐야 해. 도망을! 저게, 저게 대체 뭐냐고!’

       

         

       처음에는 무슨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다. 혹은 제국 이능력자가 이능을 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둘 다 아니었다. 차라리 그 둘이었다면 좋을 뻔했다!

       

         

       ―쿵! 쿵! 쿵!

         

       함부로 발을 들이기 두려운 미로도. 곳곳에 설치된 온갖 함정들도. 그리고 사이마다 배치되어 피해를 누적시키기 위한 여러 동지들의 매복도 소용이 없었다.

         

       

       ―쿵! 쿵! 쿵!

         

       모조리 돌파한다. 전부 파훼한다. 무엇보다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저 괴물에게 통하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한 번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이쪽이 준비한 모든 게 가루가 되어 으스러졌다.

         

       더욱 공포스러운 점은 저 괴물이 결코 속도를 낸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는 점.

       저 빌어먹을 쿵, 쿵 소리만 해도 그렇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 지하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사실이 펠기벨을 더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뭐야, 이게. 어차피 다 잡을 수 있다는 건가? 서두르지 않아도, 제 손아귀 안에 굴리고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야?!’

         

       

       이미 그 괴물을 상대로 최소 다섯 번 이상의 교전을 치렀다. 그리고 결과는 전부 참패였다.

       함께 하던 동지들은 이미 쥐어 짜인 걸레가 되거나 팔다리가 으스러져선 굴러다니는 공이 되었다. 이것도 그나마 가장 무난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전원 이능력자임에도 어떻게 저항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괴물은 멀쩡했다.

       무슨 날붙이를 들이밀어도 상처를 입히긴커녕 피 한 방울조차 흐르지 않더라! 이게 말이 되는가! 하다못해 몬스터들도 찔리고 베이면 피를 흘렸단 말이다.

         

       

       “허억! 헉!”

       “펠기벨! 이쪽이야! 이쪽으로!”

       

         

       앞을 바라보니 제 3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던 나머지 동지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다행이다. 숫자를 보니 일단 전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 것 같긴 하다. 무엇보다 숙련된 발화 계열 능력자들이 보이는 게 안심이다.

         

       

       “뭐야. 너 혼자야? 다른 동지들은 어쩌고.”

        “이런 말을 하기 참 한심스럽지만, 현재로선 알 수가 없어. 일부는 도중에 당했고 또 일부는 서로 흩어져서 사방으로 쫓기고 있을 거다.”

        “그러면 얼른 동지들 구출부터―”

       

       

       펠기벨은 동지들을 말리면서 자신이 지나쳐 온 저 깊숙한 어둠을 가리켰다.

         

       

       “안 돼. 저기 너머. 놈이 오고 있어.”

        “너머에 뭐가. 놈이라니.”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을 말 그대로 때려 부수고 오는 괴물이. 함정도, 매복도, 이능도 뭐 하나 제대로 통하는 게 없어. 사람인데 사람이 아니야. 제기랄!”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에 다른 이들이 심히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괴물이라니. 재앙이나 다름이 없던 몬스터를 잡아 죽일 수 있는 이능력자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않은가.

       함정이나 매복이 통하지 않는 건 그렇다고 쳐도 이능을 상대로도 멀쩡하다는 건 당최 믿을 수가 없다. 죽진 않아도 최소한 부상은 입어야 맞지 않나.

         

       

       “확실해? 샤벨 세이버조차도 이능 앞에선 주의하는데, 그 이능에도 영향이 없다고?”

       

       

       그들의 의문은 머지않아서 해소되었다. 주인공이 바로 앞까지 당도했기에.

       

         

       ―쿵!

         

       굉음과 함께 카타콤 내부가 옅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능으로도 부수기 힘든 화강암을 뚫고서 무언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 이런.”

        “몬스터?”

       

         

       누군가 탄식과 함께 그리 말하자 눈앞에 나타난 괴물이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곤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들고 있던 돌멩이 하나를 힘껏 던지자―

         

       

       “컥!”

       

         

       몬스터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던 이능력자가 그대로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느 누구도 제대로 과정을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미친! 이거 뭐야!”

        “이대로 마지막 지점까지 뚫려선 안 돼. 시간을 끌어야 한다!”

       

         

       제국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했으니 이 소식을 얼른 다른 지역의 동지들에게 알려야 한다.

       오늘처럼 아예 모르고 당하는 것과 그래도 어느 정도 예상한 상태에서 당하는 것엔 차이가 크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이들이 빠져나가서 제국의 방식을 알려주어야만 한다!

         

       

       “으아아아!”

       “공격!”

       

         

       몬스터를 대할 때처럼 가장 먼저 병기 계열들과 무투 계열들이 앞으로 나선다.

       뒤에서는 원거리 지원이 되는 이들이 보조를 하거나 틈을 노려 공격을 가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화력을 보유한 발화 계열 이능력자들이 한 방을 준비한다.

         

       

       ―퍽! 퍽!!

         

       상대는 갑옷을 걸치지 않았다. 그리고 손에는 그 어떤 무기도 없다.

       그러니 쇠가 부딪치는 소리. 이를테면 캉! 이라든가 챙! 따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저 연약한 살 위에 예기를 지닌 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전부였다.

         

       한데, 대체 왜. 어찌하여.

         

       

       “뭐, 뭐야!”

        “빌어먹을. 뭐냐고! 왜, 왜 안 베이는 건데!”

       

         

       포메이션을 이루어 공격을 가하던 병기 계열 이능력자들이 비명을 지른다.

       혹 제 이능이 맛이 가버린 건지, 아니면 병기가 상한 건지 점검들을 한다.

       그러면서 알게 되는 것. 자신들의 이능도, 그리고 병기도. 모두 멀쩡하다는 점이다.

       

         

       “방어 계열 이능인가?! 아니면 결계?”

        “다 아니야. 이능에 부딪치는 감각이 없어!”

       “그러면 대체 뭐야! 그냥 몸뚱이로 맞고 있다는 소리잖아!”

       

         

       무투 계열들 또한 열심히 공세를 퍼부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분명 제대로 하고 있는데. 피해는 고사하고 아무 반응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살아있는 벽이라도 두들기는 것처럼 그저 두 손만 아파올 뿐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다음은 더 심각했다.

       

         

       ―부웅!

         

       

       “커헉!”

       

         

       저 거대한 팔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실력 좋은 이능력자들이 우수수 날아갔다.

       무슨 강풍에 날아가는 깡 마른 나뭇가지들처럼.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끄헉!!”

         

       

       저게 정녕 사람이 맞긴 한가? 어떻게 된 게 팔이 저렇게 굵을 수가 있는 거지?

         

       나무가 움직여 그 거대한 줄기를 이리저리 사방으로 휘두르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몬스터가 사람으로 변신이라도 해서 몸을 움직이는 것 같다.

       이능이라는 설명 불가의 힘을 지닌 그들조차도,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이대로는 안 돼! 물러서! 물러서!!”

       “발화 계열! 당장 태워버려! 소각! 최소한 움직임이라도 제압해!”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걸음이라도 붙잡자. 여기서도 안 된다면 다음 포인트로 가자.

       이능만으로 제압이 안 된다면 더 많은 동지들과 그들을 보조해주는 함정으로 해보자.

       그렇게 해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어찌 되었든 실패는 아닐 것이다!

         

       

       “준비 완료! 앞에 길 터! 같이 불살라지고 싶지 않으면!”

       “비켜! 비키라고!!”

       

         

       다급한 외침에 아직 움직일 수 있던 이능력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동시에 발화 계열들이 일제히 시뻘건 화염을, 자신들에게 다가오던 괴물을 향해 한꺼번에 토해낸다.

         

       

       ―콰르르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방어 계열과 결계 계열들이 그 앞으로 각각 방벽과 결계를 쌓는다.

       이렇게 되면 이쪽은 피해를 받지 않으면서, 반대로 저쪽은 화염 피해를 두 배로 더 입게 된다. 저 불꽃이 몇 번이고 소용돌이치며 뼈까지 불태우려고 할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전부 다음 지점으로 이동해!”

        “뭐? 이봐, 펠기벨. 저놈이 죽는 건 확인하고 가야지!”

        “안 죽어! 기껏해야 피해만 좀 입고 말 거다! 부상으로 걸음이 좀 늦어질 테니 부지런히 이동해야 해. 얼른!”

         

       

       이건 전투를 위한 게 아니다. 탈출을 위한 일이지. 확인이니 뭐니 할 시간이 없다.

       펠기벨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거리고선 바로 몸을 돌리려는 찰나였다.

         

       

       ―쿵!

         

       시뻘건 화염의 소용돌이를 뚫고서, 거대한 손 하나가 그들 앞에 있던 방벽에 내리꽂힌다.

       그것만으로도 충격적인 광경이었으나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뭐, 뭐야.”

         

       

       ―그그그극!!

         

       방벽에 금이 간다. 결계가 깨지려고 한다. 곧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 바스러져 내린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던 순간.

       

         

       “쯧.”

         

       

       모든 걸 불살라먹을 것 같던 화염을 뚫고서, 괴물이 혀를 차며 다시금 다가온다.

       

         

       “두려워하고, 도망치더라도.”

       

         

       불꽃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타오르는, 흉흉한 눈빛과 함께.

         

       

       “운명을 피할 수는 없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Dread it, run from it, destiny still arrives.

    주인공입니다. 보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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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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