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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으음…….”

    언제나처럼 새벽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숲에서는 아침의 시간이 중요하다. 늦기전에 명상을 해야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파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파이, 그대는 오늘은 특히 기운넘쳐보이는군.”

    -……!

    ‘오늘은 시원해서 기분 좋아!’

    ……라고 하는 듯 하여 루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창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의 날씨는 조금 흐렸으나, 하늘을 보면 비는 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흐린 날씨가 햇빛을 가려 조금 시원한 날이다.

    확실히 그렇긴 하다. 시원해서 기분좋은 정도.

    뭐, 파이가 기분이 좋다면야.

    ‘그러면 빨래는 걷지 않아도 되겠군.’

    숙소에 머물며 남는 시간에 빨래를 돕는데, 비가 오면 숙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걷어야하기 때문에 날씨를 확인하는것은 꽤 중요한 일이었다.

    보통은 숙소에 있는 루크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

    “하암 …….”

    하품을 하면서 정신을 일깨운다.

    잠깐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하려하자, 문득 목 언저리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무언가 이상하게 신경쓰이는 감각, 루크는 집중을 풀고 거울로 다가간다.

    “음, 이건……?”

    루크는 목을 가린 머리카락을 치우고 거울에 목을 비쳐보고 이물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뭐가 난것 같구나.”

    여드름이나 뾰루지일까? 요즘 크게 신경쓰거나 불편한것은 없을텐데.

    그리고 그런게 목에 이렇게 덩그러니 생기는 경우는 잘 없지 않던가.

    “모기인가.”

    루크는 벌써 그런 시기가 다가왔는가 하고 한숨을 쉬고 말았다.

    너무 오랫동안 벌레따위에 물려본 적이 없었기에 경계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벌레에 물려본것은 또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대마법사였던 과거라면 상시 몸에 마나배리어를 두르고 있었기에 벌레따위가 결코 자신의 피부에 닿을 수 없었는데 말이다.

    ‘어떻게 이 시대에도 모기는 존재하는건지.’

    루크는 이런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에 조금 묘한 기분이었다.

    그때 부스스, 누군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잘 잤는가, 예르나.”

    “아, 일찍 일어났네.”

    긁적, 긁적. 

    루크가 목부분을 자꾸 긁는것이 신경쓰였던지 예르나가 묻는다.

    “루, 혹시 모기 물렸어? 왜 그렇게 목을 긁어?”

    루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피부가 어려져 예민해진 탓인가, 간지러움을 참는것은 생각보다 쉽지않았다.

    긁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반사적으로 긁어버리고 만다.

    설마 이것도 본능인가.

    루크는 살짝 표정을 찌푸린다.

    제 멋대로 몸이 움직인다는 것은 언제나 불쾌감을 동반하니까.

    예르나는 그렇게 간지러운가, 하고 걱정하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숲에 자주 갔었지? 그러다 물렸나보다. 이제 숲 속으론 자주 가지 않는게 좋겠어.”

    “흠.”

    확실히, 물렸다면 숲 안쪽으로 연주를 하러 갔을때 말고는 없으리라. 이 숙소엔 벌레를 쫓는 특수한 마법진이 인챈트되어있었으니까.

    루크는 정말 예르나의 말대로 숲에서 연주하는건 이제 관둬야하는건가 살짝 고민했다.

    예르나는 루크에게 말했다.

    “한번 보여줄래?”

    “알겠네.”

    루크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목을 드러냈다.

    예쁜 상아빛의 목 한켠에 볼록 튀어나온 붉은 점은 루크가 그동안 꽤나 긁어댄 탓인지 주변마저 벌겋게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나 간지러웠던걸까.

    “음……. 이거…….”

    어쩌면 모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벌레에 물린 흔적은 아닌것 같은데.

    예르나는 루크의 목에 난 그것이 종기가 아니기를 빌며 말했다.

    “일단은 약이라도 발라놓자. 계속 간지러우면 얘기해, 알겠지?”

    “알겠네, 그러도록 하지.”

    ‘루크가 정 간지럽다고 하면 나중에 피부과라도 가봐야겠다.’

    ——–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는지,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놓으니 가려움은 많이 잦아들었다.

    약의 성능도 꽤나 훌륭한 것 같다.

    자그마치 5000년이다. 그렇다면 연금술의 발전도 5000년간 계속되어왔다고 생각을 해야겠지.

    그 덕분인지 이 시대의 약물들은 대개 효능이 좋았다.

    신성력을 깃들인 ‘엘릭서’만은 못해도, 포션의 범주 안에서는 거의 최고품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숲 속으로 들어가는것은 당분간 보류하는게 좋겠다. 벌레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들어가도 늦지 않을터이니.

    숙소근처에만 있어도 사실 할것은 많이 있다. 

    명상을 하고, 연주를 하고, 독서를 하면 되니까.

    루크는 그리 생각하며 잠깐 고개를 돌려본다.

    그리고 살짝 경악했다.

    “키, 키르케? 지금 뭐하는거지? 얼굴은 위장이라도 한건가?”

    키르케가 머리띠를 써서 머리를 올리고는 얼굴을 새카맣게 칠한채로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마치 한밤에 잠입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한 병사같았다.

    “음? 아, 루크구나.”

    그녀는 루크의 부름에 감았던 눈을 살짝 뜨면서 자기를 부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건 팩이라는거야. 틈틈히 피부관리하는거지.”

    키르케는 설명하는 투로 말했다.

    이런거, 예르나는 안하는걸 보면 ‘자연적인 숲의 마나는 엘프에게 좋다.’같은 말이 현대 마법적으로 검증된 사실인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현대마법은 그것이 그저 미신이라고 결론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예르나 역시 보이지 않는곳에서 피부미용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것을 루크가 정면에서 부숴버린 것이다.

    같이사는 루크가 팩을 처음본다는 소리는, 예르나는 팩을 한번도 해본적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키르케는 살짝 허탈해졌다.

    남들보다 좋은 피부가 엘프의 특성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이건 불공평하잖아.

    실제로 엘프도 여드름정도는 날텐데, 예르나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루크가 가볍게 주먹을 쥐어 검지손가락 부분을 입가에 대고는 큼, 큼, 하는 소리를 냈다.

    그 나름대로 웃음을 참는것이리라.

    “…….”

    키르케는 말 그대로 아기피부를 지닌 10살짜리 여자아이의 피부에 약간의 질투심을 담아서 볼을 꼬집어 늘렸다.

    “으아, 가아기 와그아능가(으아, 갑자기 왜 그러는가)?”

    “괘씸해서. 너라고 언제나 피부가 이렇게 좋을것 같……?”

    키르케는 말을 다 잇지 못한채 살짝 멈췄다.

    그것이 꽤 이상했던지라 루크가 갑자기 왜 그러느냐며 묻자, 키르케는 다른 손까지 들어 루크의 양 볼을 잡아늘렸다가 문질렀다가 한다.

    “왜, 대체 왜 그러나? 미안하네, 내가 놀리려던게 아닐세!”

    루크는 당황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키르케의 손길을 떼어냈다.

    그래도 그렇게 세게 힘을 준것은 아닌지라, 키르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키르케는 루크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났음에도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루크에게 말했다.

    “뭔가 볼의 느낌이 달라졌네.”

    “뭐가 말인가?”

    “피부가 좀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지 않아?”

    키르케는 예전에 루크의 볼을 만지작거렸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기억속에서 감각을 불러왔다.

    여전히 부드럽기야 하지만, 조금 거칠거칠해진 느낌이 들었던가.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조금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다.

    피부따위는 피부병이 아닌 이상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루크다.

    평소에도 피부미용에 관한 영약은 레시피를 만들지도 않았었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으니까.

    만들고자 했다면 쓸만한 영약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돈과 명예가 충분할정도로 많았던 당시의 루크는 구태여 자기가 필요없는 연구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피부가 푸석거린다는 느낌을 받는건 사실이었다.

    “그치?”

    키르케는 역시 그런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라고 평생 저렇게 부드러운 볼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을리 없다.

    그건 당연한 사실.

    하지만 벌써부터 그런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키르케는 루크에게 다가갔다.

    “잠깐, 지금 뭐하는…….”

    “피부에 좋은거야. 가만 있어봐. 벌써부터 그러면 나중에 더 나빠진다?”

    “으읍…….”

    ——–

    루크는 새까맣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손거울을 통해 바라보면서 자조했다.

    “내가 왜 이런 꼴을…….”

    키르케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쁜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래도 시원해서 좋지않아?”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이런 꼴이라니, 무슨 진흙으로 장난이라도 친 것 같은 모양새다.

    뭣보다 껄끄러운 것은, 이 푸른 정령의 반응었다.

    -루크, 바보같아!

    꺄르르, 웃어대며 사정없이 띵동, 띵동 하는 소리를 내며 촐랑댄다.

    파이라면 그럴법도 하지, 자기 스스로도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토록 웃음기 많은 파이라면 어떻겠는가.

    막말로, 파이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나뭇잎을 보면서도 기뻐하는 순수한 정령이었다.

    ‘그 누구를 탓할수도 없구나.’

    만일 누군가를 탓해야 한다면 자신이겠지.

    피부가 푸석해진 잘못이다.

    루크는 하아, 하고 체념한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효과는 있는거겠지.”

    “물론, 이거 사실은 꽤 비싼거야. 한팩에 6000길짜리거든.”

    “뭐, 뭐라? 이거 하나가 왜 그리 비싼가?”

    6000길이라면 버스가 12번이요, 통조림이 3~4개다.

    “이게, 마법인챈트까지 달린거라 엄청 비싼거야.”

    루크는 키르케의 말에 마력시를 운용해보았다. 확실히, 미약하게나마 마력을 품고 있었고, 마나배열도 분석해보면 나름대로 약간이지만 피부개선과 회복의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어쩔 수 없군.”

    자원을 낭비하는것은 옳지 않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우스꽝스럽더라도 참아보자.

    그리하여 난데없이 키르케와 같이 누워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을 쐬던 루크는 문득 의문이 생겨서 키르케에게 묻는다.

    “헌데, 내 피부가 좋아진다고 그대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6000길이나 하는 비싼 화장품을 내게 쓴겐가?”

    “그건…….”

    더 말랑한 볼을 주무를 수 있게 되니까.

    ……라고하면 루크가 경계할것을 알기에, 키르케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짜 겁나게비싼 마법인챈트 미용팩…..
    마법만 들어가면 가격이 뻥튀기되는데 이게 다 마케팅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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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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