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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너는….”

       

       돌아 보니 어제 펜던트 회수 의뢰를 맡겼던 꼬마가 이쪽으로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꼬마의 손에는 내가 어제 저녁에 용병 길드에 제출했던 펜던트가 들려 있었다. 

       

       오늘 아침에 혹시나 해서 용병 길드에 들렀다가 의뢰가 완료된 걸 확인하고 우릴 찾아다닌 모양이었다. 

       

       “혀어어엉!”

       

       꼬마는 한참 쉬지 않고 뛰었는지 숨을 헐떡거렸다. 

       

       “진짜…. 펜던트, 헉헉. 바로 찾을 줄은…. 헉헉. 진짜 너무, 고마워서….”

       “…알았으니까 숨 좀 고르고 얘기할래?”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던 꼬마는 잠시 후 조금 진정이 된 듯 몸을 일으켰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사실 영영 못 찾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하루 만에 찾아와 주실 줄은….”

       “운이 좋았지, 뭐. 우리도 크랫 던전에서 발견 못 했으면 못 찾았을 거야.”

       

       그건 담백한 사실이었다. 

       단서라곤 크랫이 가져갔다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아르가 도와주고 싶다고 한 의뢰 건이니 주변을 좀 더 샅샅이 뒤져 보기는 했겠지만, 딱 그것까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운이 좋게도 펜던트가 던전 안에 있었고, 우린 그걸 회수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래도…. 아! 맞아요. 제가 1골드 맞춰 준다고 말씀드렸죠? 오늘은 일단 8실버 얹어서 75실버까지 맞춰 드리고, 모이는 대로 꼭 드릴게요! 여기요.”

       

       꼬마는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더니, 작은 은화와 동화들을 긁어모아 8실버를 완성시킨 뒤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꼬마의 양손에 모인 동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분명 저거 모은다고 어제 하루 종일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했겠지.’

       

       8실버면 적당한 고급 여관에 딱 하루 묵을 수 있는 금액. 아주 큰 금액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 이런 꼬마가 하루 만에 벌기에는 꽤나 많은 금액이기도 했다. 

       

       ‘어제 저녁에 길드에 나와 있지 않았던 걸 보면 확실하지.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을 거야.’

       

       저렇게나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라면 혹시나 던전에 다녀온 우리가 펜던트를 찾아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저녁에 길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어제 슬쩍 길드에 죽 치고 있던 용병 하나에게 물어봤을 때도 꼬마는 아침 이후로 길드에 코빼기도 안 보였었다고 한 걸 보면,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한 게 분명했다. 

       

       ‘그러고 나서 아침까지 곯아떨어지고 부랴부랴 길드에 갔다가 우릴 찾아 나선 거겠지.’

       

       나는 조용히 꼬마의 손을 도로 밀었다. 

       

       “고맙지만, 이 돈은 안 받을게.”

       “어, 왜요? 받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꼬마의 표정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저를 걱정해서 하시는 말이라면 정말 괜찮으니 받아 주세요. 저희 어머니의 유품을 찾아 주신 분들께 1골드도 못 드리는 건….”

       “돈이라면 이미 받은 거나 다름없어.”

       “…네?”

       

       나는 품에서 보석상에 팔기 위해 가져온 에메랄드를 꺼내 보였다. 

       

       “뭐, 너의 그 효심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니 어쩌니 하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거, 크랫 던전에서 펜던트 찾다가 나온 거거든. 아, 저것도.”

       “쀼우!”

       

       내 말에 아르는 가방에서 꼬옥 안고 있던 루비를 자랑스럽게 밖으로 내밀어 보였다. 

       

       “보석이 두 개나…?”

       “처음엔 있는 줄도 몰랐는데, 펜던트 찾으려고 뒤적거리다가 크랫이 꽁꽁 숨겨 놓은 보석을 발견했지. 만약 펜던트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사냥만 하러 왔으면 아마 발견 못 했을걸. 루비는 아르가 맘에 들어해서 팔진 않겠지만, 에메랄드 하나만 팔아도 2~3골드는 나올 텐데, 여기에 네 지분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거지.”

       

       사실 펜던트가 없었어도 뭐 없나 하고 뒤지다가 발견했을 것 같긴 한데, 지금은 그냥 그런 셈 치기로 했다. 

       

       “그런….”

       “여튼, 이건 너한테 받았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 8실버는 얼른 집어넣어 둬.”

       “하지만….”

       “어허. 자꾸 토 달면 에메랄드 판 돈에서 네 몫 떼어서 줄 거야?”

       “…알겠어요. 제가 졌어요.”

       “그럼, 그럼. 내가 이겼지. 하핫.”

       

       나는 일부러 조금 크게 웃었다. 

       꼬마는 자기 손에 들린, 영혼까지 끌어 모은 8실버를 다시 자신의 텅 빈 주머니에 넣었다. 

       

       “…고마워요, 형.”

       “그래. 그럼 잘 가고. 우린 보석 팔아서 맛있는 거 사 먹으러 가야 해서 이만.”

       “에논이에요.”

       “응?”

       “제 이름, 에논이에요. 저번에 말씀드렸죠. 저도 나중에 와이번을 줍게 되면, 꼭 잘 키워 줄 거라고요. 어엿한 테이머가 될 테니, 제 이름 꼭 기억해 주세요.”

       

       소년의 눈에는 총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래, 에논. 기억해 둘게.”

       “감사해요. 옆에 예쁜 누나도 감사드리고요. 아르도 고마워.”

       “후후, 얘가 그래도 보는 눈은 있네.”

       “쀼우!”

       

       에논은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일을 하러 가 봐야 된다며 서둘러 돌아갔다. 

       

       ‘…테이머가 되겠다니. 허허.’

       

       지난번에는 의욕에 차서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완전히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뭐, 되면야 좋겠지만…. 그게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지.’

       

       그래도 벌써부터 팩트 폭행으로 소년의 꿈을 꺾어 놓을 필요는 없으니,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테이머가 되겠다며 일을 전부 내팽개치고 마물을 찾으러 다니면 문제가 되겠지만, 나름 계속 성실하게 일하면서 살 것 같으니.

       

       ‘하여튼 기 빨리게 하는 꼬맹이라니까.’

       

       에논과 헤어진 우리는 보석상으로 들어가 에메랄드를 감정 받았다. 

       

       “호오. 불순물이 섞인 원석이지만 크기도 있고, 순도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밀 감정을 해 보겠습니다.”

       

       주인장은 흥미로운 눈으로 에메랄드를 보더니 안쪽 방으로 들어가 정밀 감정을 진행했다. 

       

       정밀 감정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보석상 안의 진열대를 구경했다.

       

       “보석이 진짜 많네요. 보석이 달린 예쁜 장신구도 많고….”

       “그러게요.”

       “쀼우…!”

       “…아르야? 넌 언제 나왔니?”

       

       실비아와 함께 진열대 한쪽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르가 어느새 가방에서 나와 진열대 유리에 두 젤리를 뽁 붙이고 안쪽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우리 아르, 역시 보석에 관심이 많았구나.”

       

       누가 드래곤 아니랄까 봐, 각종 고급 보석들을 알아보는 본능은 기본으로 내장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쀼우!”

       “이쪽 구경하고 싶어? 잠깐만.”

       

       나는 아르의 겨드랑이 밑에 손을 집어넣어 번쩍 들어서, 아르가 구경하고 싶다고 손짓하는 진열대 앞에 데려다 주었다. 

       

       “뀨우.”

       

       보석을 바라보는 아르의 눈이 반짝였다. 

       

       “뀨우우….”

       

       그러다가 맘에 드는 보석을 하나 발견했는지, ‘요런 건 얼마 정도 하지?’ 하는 표정으로 보석 밑에 자그맣게 써 있는 가격표를 읽어 보았다. 

       

       그리고.

       

       “삐꾹?!”

       

       무려 100골드라는 가격을 본 아르가 딸꾹질을 했다. 

       

       실버도 아니고 골드로 세 자릿수는 난생 처음 본 모양.

       

       충격을 받은 아르의 표정을 본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푸핫. 그렇게 충격적이었어? 아르야. 원래 저 정도 크기에 불순물 제거하고 예쁘게 세공까지 마친 보석은 다 비싸. 여기가 캐머해릴이라 그렇지 대도시에 가면 더 비싼 보석들도 많고.”

       “쀼, 쀼우.”

       “왜, 갖고 싶니?”

       “쀼우…!”

       

       아르는 즉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쀼우, 쀼. 쀼웃.”

       

       대충 예쁜 보석은 맘에 들지만, 저거 살 돈으로 맛있는 치킨을 몇천 마리는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살 거라는 모양이었다. 

       

       아르는 보석들의 사악한 가격을 본 뒤로 작은 솜방망이를 미세하게 떨었다.

       

       ‘푸흡. 귀여워라.’

       

       마음 같아서는 여기 있는 보석을 싹 다 사 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내 주머니 사정은 아직 한계가 뚜렷했다. 

       

       고급 여관에 머물면서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을 여유는 되지만, 아직 사치품을 구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쀼.”

       

       아르는 얼른 가방에 쏘옥 들어가더니, 내가 준 루비를 손에 꼬옥 쥐고 심신을 안정시켰다. 

       

       “쀼우.”

       

       그러면서 나를 올려다 보고, 마치 ‘레온, 아르는 저 비싼 거보다 이 루비가 더 조아! 그러니까 보석 안 사 줘도 대!’라고 말하듯 쀼 소리를 냈다. 

       

       ‘벌써 내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 주다니, 기특하기도 하지.’

       

       나는 그런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정밀 감정이 끝난 듯 주인장이 나타났다. 

       

       “제 예상대로 품질이 꽤나 괜찮더군요. 저희 가게에서 드릴 수 있는 감정가는 4골드 50실버입니다. 어떻습니까, 저희 측에서는 바로 매입이 가능합니다.”

       

       4골드 50실버?

       

       솔직히 생각했던 가격의 두 배 정도나 되는 가격이었지만, 나는 애써 표정에서 놀라움을 감추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바로 매입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주인장은 곧바로 금고에서 해당 금액을 꺼내 내밀었다. 

       

       ‘와, 이걸 4골드 50실버를 받네.’

       

       세공도 안 한 원석인데 이 정도면, 제대로 제련해서 깎아 팔면 몇십 골드는 나오겠는데.

       

       물론 그렇게 불순물을 빼고 세공을 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기술력과 노동력이 있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거긴 하지만….

       

       “자, 가자. 아르야.”

       “쀼우.”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엇. 저기, 손님?”

       “네…?”

       

       주인장이 우리를 불러세웠다. 

       돌아보니 주인장의 시선은 내 가방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아르에게 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르가 소중하게 들고 있는 루비에 가 있었다. 

       

       주인장은 그 루비를 보며 눈을 빛냈다. 

       

       “혹시 저 루비는 파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정밀 감정을 해 봐야 알겠지만, 원석만으로도 10골드 이상은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네? 10골드요?”

       

       그렇단 소리는 저걸 잘 세공해 팔면 100골드 이상 될 수도 있다는 소리인데.

       

       -아르는 저 비싼 거보다 이 루비가 더 조아!

       

       우리 아르, 역시 보는 눈이 남다르긴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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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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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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